LG경제연구원, '아베노믹스로 시동 걸린 일본경제 중장기적 불확실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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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3-31 13:14
서울--(뉴스와이어)--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라 장기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심리가 고조되면서 일본경제는 작년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엔저로 인한 수출효과에 따라 순탄한 경기회복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완화 정책의 한계, 재정파탄 가능성 등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경기 작년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세 달이 지났다. 대폭적인 금융완화, 재정 확대, 규제개혁 등을 통한 성장활력 제고라는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를 디플레이션과 엔고에서 탈출시켜 성장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진 일본경제에 통화정책이 유효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과 함께 엔저효과 점차 확대

일본경제는 작년 말부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발표된 2013년 1월 수출금액은 전년비 6.3% 증가해 1년 전 -9.2%에서 크게 확대되었다. 일본의 수출호조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 환경이 개선된 데에 기인한다. EU지역의 수출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서 수출의 회복을 견인했다. 미국에서는 주택시장이 반등하고 고용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짙어지고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호전되면서 민간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수출물량의 추이를 보면 미국제조업 PMI지수와 거의 시차 없이 동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기가 회복조짐을 나타내면서 대중 수출도 2013년 1월에는 플러스로 전환됐다. 2012년 대중수출은 중국의 경기둔화에 중일관계 악화까지 겹쳐 큰 폭으로 감소했었다. 중국의 경기순환신호지수는 피크 시점인 2010년 2월 123.3을 기록한 이후 2012년 8월에는 84.7까지 하락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금융완화 등 경기부양책을 발동했고, 정부의 경기대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중국경기가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일본의 대중수출도 완만히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초 나타난 수출 회복에는 엔저로 인한 수출효과가 아직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본제품의 수출단가가 떨어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계약통화기준 단가의 하락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과거 환율변동시기에 약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격 조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계경기 회복에 더해 엔저에 따른 수출물량 확대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출회복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복구수요와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도 가세

동일본대지진 발생에 따른 복구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규모 추경예산이 편성된 점도 경기에 긍정적 요소다. 아베 내각은 올해 들어서 총 20조 엔을 넘는 사업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결정하고, 13.1조엔 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긴급경제대책은 대지진 복구와 노후화된 인프라 보수 등의 공공사업(5.5조 엔), 중소기업 지원, 고용대책 및 민간투자 활성화(12.3조 엔), 그리고 저출산 대책 등 생활의 안정과 지역활성화(2.1 조엔)로 이루어지는데,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일본 GDP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종합연구소(JRI)는 긴급경제대책이 2013년 실질GDP를 0.8%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심리, 뚜렷이 개선

아베노믹스 이후 가장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와 심리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좀처럼 개선되지 않던 소비자태도지수는 지난 연말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해 2013년 2월에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경기관측조사에서도 기업경기 현황판단지수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담고 있는 아베노믹스가 냉랭하던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불을 지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아베총리가 취임연설에서 임금 인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소비심리를 자극했다. 일본기업의 수익 개선으로 수 년 간 삭감되어 오던 상여금이 일시적으로 대폭 인상되는 등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긍정적 요소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산시장에도 훈풍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통화완화정책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반응하면서 심리개선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기대감이 퍼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약 3개월간 주가는 30% 가량 올랐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도쿄증시 1부(TOPIX)의 하루 거래대금은 1조엔에서 2조엔으로 늘어났고, 개인투자가의 신용거래는 1990년대 버블경제 이래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장기불황 탈출을 위한 여러 정책에도 묵묵부답이던 부동산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직접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책1이 발표된 데다 일본은행의 2% 물가목표 정책 제시 이후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2월 중순 1% 돌파 후 3월 1%대 유지) 주택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1년간 하락을 지속해온 주택지 공시지가는 2013년 1월 하락폭이 5년 만에 가장 작게 나타나 주택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조짐을 보였다. 부동산투자신탁의 2013년 2월 말 기준 수탁액은 1조3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도쿄 시내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작년 평균 10%대에서 최근 8%대로 하락하며 임대 수요가 살아나는 등 부동산시장이 일단은 회복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살아나는 소비

정책효과로 고조된 심리가 민간소비 및 민간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질 지가 관건이다. 민간소비는 연초부터 살아나는 모습이다. 일본 내각부가 가계 조사 등 각종 소비 지표를 기초로 산출하는 소비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전월대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는 고소득층의 소비 회복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만 쇼크 이후 5년이 지나도록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침체에 빠져있던 고급 소비재 소비가 금년 들어 고개를 들고 있다. 백화점 매출은 1월 미술품, 보석, 귀금속 부문에서 전년대비 6.8% 증가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전국 슈퍼마켓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감소세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도요타의 고급모델 크라운이 출시 한 달만에 당초 목표치 4천대를 훨씬 넘는 2만 5천대가 팔리고, 여행업체 JTB의 시니어를 겨냥한 1백만 엔 상당의 초호화 크루즈가 큰 인기를 끄는 등 과거 경제호황기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엿보이고 있다.

또한 내년도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내구재를 중심으로 한 소비지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1997년 소비세 인상(3%→5%) 직전 소비지출이 연간 4% 가량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2013년 민간소비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당분간 순탄, 중장기적 불확실성은 여전

중국, 미국의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유럽재정위기 재발이나 산유국 정세불안에 따른 유가급등과 같은 우발상황이 없다면, 일본 경제는 적어도 올해와 내년 초까지는 순탄한 경기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BOJ총재 선출, 아베 총리의 취임 이후 지지율 상승 등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정치상황도 경기에 호의적이다. 주요 기관들도 일본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에서 2%대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중장기적 성장세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민간부문에서는 고용소득이 부진하고 설비투자 전망은 밝지 않다. 내수 본래의 회복력이 아직 약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소득개선이 되지 않는 한 소비 자극책은 일회성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고용자보수는 실질기준 전기 대비 -0.5% 감소했고, 명목기준으로는 리만 쇼크로 급감한 이후 제자리 걸음이다. 게다가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까지 겹쳐 국민들의 물가부담을 가중시켜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GDP의 218%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일본이 과연 재정파탄 없이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2013 회계연도 말 732조 엔으로 예상되는 국채 발행잔액이 2022년 말에는 1,014조 엔에 육박할 전망이다. 장기금리도 현 수준(0.51%) 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어 국채 이자지급 부담이 재정을 압박할 것이다.

일본경제의 불안요소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대심리를 통해 불황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의 재생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시적인 효과가 유지되는 동안에 일본경제의 근본적인 성장세 회복을 위한 규제완화 등의 혁신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좌우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이혜림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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