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란 구호는 아직도 공허하게 들린다.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에 있어서도 국내 기업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하는경우는 아직까지 매우 드물다. 지난해 세계여성지도자회의(Global Summit of Women)에서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민간부문의여성 근로자 비율은 41.5%인데 반해 임원급 관리직의 여성 비율은 4.9%밖에 되지 않는다. 100대기업 중 80개 기업에서는 임원급 여성의 비율이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비단 임원뿐만이 아니다. 부장급만 되어도 여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국Fortune 500 기업에서는 여성이 임원의 15.7%를 차지하고 있다.

고위직 여성 리더가 드문 이유

관리직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차별은 보이는 차별과 보이지 않는 차별로 나뉜다. 보이는 차별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다. 임금과 같은 보이는 차별은 현재 어느 정도 완화돼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은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상당히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자들은 여성을 고위 관리직으로 승진시킬 때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핵심 부서에서의 근무 경험 부족이며,둘째는 리더십의 부족이다. 이 두 가지는 여성에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리더십의 문제이다. 핵심부서 근무 여부는 시스템의문제에 가깝지만, 리더십의 문제는 일단 개인의노력으로 충분히 돌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이 글에서는 여성 자신이 리더십과 리더십이 있는 직위에 오르는 것에 대해어떤 오해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오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글 말미에서는 이를 토대로 여성리더십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해볼 것이다.

오해 1: 남성이 리더십 측면에서 유리하다?

다수의 여성들이 리더십 자체에 대해 다소 체념하는 성향이 있다. 여성이라서 카리스마가 부족하지 않을까,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 아무래도리더십이 더 뛰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초기(1940~1950년대)의 리더십 이론은 성공적인 리더들은 공통된 특성이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했다. 이 시기의 학자들은위인이나 뛰어난 기업가들의 신체, 지능, 성격적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다시 말해 리더는‘천성적으로 다른 존재’란 관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곧 별다른 성과 없이 한계에 다다르게되었다. 오늘날 리더십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학습되는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리더십=카리스마’란 등식도 언제나 성립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중이나 여고 시절에 뛰어난리더십을 보이던 학생들이 대학이나직장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는 자세를 보이는 사례가 종종있다. 이것은과연 이들이 리더십이 부족해서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인터뷰한 한 여성은 이에 대해‘문화적 차이’와‘사회적 분위기’를 이유로 들었다.“일단 남자가 더 많은 조직에서 여성이 적응하기가 힘들고, 리더로 나서는 여자들이 인기가없더라는 거죠.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요구하는여성성이라는 것과 리더적 기질의 상충이라고 해야 하나? 잘못하다간 드센 여자로 찍힐 수 있고...... 그래서 여자들은 보통 하나는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다행히도 오늘날의 직장은 여성적 특성이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감성 리더십과 서번트(Servant) 리더십은 모두‘탈 권위’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업무계획은 자발적인 의욕을 꺾어버리고, 업무에의몰입을 막는다. 조직원과 감정을 공유하고, 스스로 몸을 낮춰 봉사하는 리더가 권위적일 수는 없다. 이것은 여성적 리더십의 특징이다.

<미국 여성 임원들의 성공 비결>
계속해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69%
부하직원들을 성공적으로 관리 49%
남성 위주의 문화에 맞는 스타일을 개발 47%
특정 분야에 있어서 뛰어난 지식을 소유 46%
출처 : Catalyst, Women in U.S. Corparate Leadership, 2003

오해 2: 남자 직원들은 여자 상사를 무시한다?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주변에서 과장이나 대리급의 여성들이 남몰래 가슴앓이를 하는 것을 많이 본다. 호칭이나 태도에서 그런 점을 느낀다고 한다. 간단한 예로 남자상사에게는 군대식으로‘~습니다’라고 싹싹하게 대하던 후배가 여자 상사에게는‘~하는데요’식의 편한 말투를 쓸 경우 마음이 상한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 후배가‘님’자를 빼고 OO대리, OO과장 식으로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지금까지는 남성의 승진이 더 빨라 입사시의 상하 관계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가 개방화되면서, 성별이나 나이가 예전처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의 데이터를 보면 남녀 상사의 업무 능력에 대해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다수이다. 남성 직원들이 여성 상사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무시라기 보다는‘익숙하지 않은’상황에 대한 불편함인 경우가 많다. 나이가 적은상사에 대한 거부감도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연말에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은가장 함께 일하기 어려운 유형의 상사로‘독단적이고 권위적인 상사(62.8%)’,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상사(26.4%)’,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상사(6.9%)’를 꼽았다. ‘나이 어린 상사(1.5%)’의비중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경우에 대해서‘피해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남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차이 때문에 오해가생기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화성에서 온 남자,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는‘일터로간 화성 남자, 금성 여자(Mars and Venus in the Workplace)’에서 의사소통 문제와 관련한사례를 제시한다. 대표적인 예는 여성이 남성에게 업무를 부탁한 경우 남성이 투덜대는 상황이다. 이럴 때 여성은 남성이 자신의부탁 때문에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남성은 집중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뿐이다. 남성들은 대체로‘멀티태스킹’에 강하지못하다. 소위‘뒷얘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는 부하 직원들에게 씹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가 생겼을 때는미련 없이 툭툭 털어버려야 한다. 이것은 남녀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그 근본이 되는 것은 자신감이다. 리더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부하들의 불만은 직장 생활의‘필수 사항’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부하를 믿지 못하고 불신하는 순간충성심이 흔들린다.

오해 3: 강한 여성 리더가 성공한다?

많은 여성들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갈망한다. 여기서 카리스마란 강력한 리더십, 똑 부러지는 언변, 남성 못지않은 터프함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이러한 심리가 생기는 원인은 남성 위주의조직에서 여성은 소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이면 남자가 유리하겠지’하는 생각에서‘몇배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이나 직급으로 상대방을억누르고 싶어하는 심리도 생긴다. 그리고 남성이 다수인 조직에서 다수와 같아져야 리더십 발휘가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을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남성을 능가할 정도로 터프한 여성 리더들을 자주 보게 된다.

국내 모 기업의 한 여성 리더는 공격적인 업무 스타일을 통해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리더 아래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불만이 무척 많았다. 이런 리더가 장수하거나,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할 수 있을까?요컨대, 무작정 카리스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강한 리더십은 남성에 있어서도 대세가아니다.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은 특히여성에게 있어 반작용을 불러올 수있다. ‘여성과 조직 리더십’의 저자인 이화여대 강혜련 교수는“남성들은‘위협적인 여성’을 무의식적으로배제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학자들도 여성 리더가 명령적이고 권위적인 남성적 리더십 스타일을 취할 때 더욱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HP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의 경우 표면적인 사임이유는 실적 부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강한 리더십 스타일로 인한 이사회와의 갈등 및 HP 기업문화와의 충돌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뉴스위크는 올해 3월 피오리나 HP 회장의 실책은“딱딱한 회의와 사업계획을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피오리나 스타일’은 경영진과 종업원 간의 격의 없는 대화를 중시하는 HP의 조직문화와 충돌을 일으켰고, 직원들의 불만은 인터넷과 e메일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일본 영화‘춤추는 대수사선 2’는‘억압적리더십’을 구사하는 여성 상사에 대한 남성들의거부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관료주의를 비판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남성적 리더십을 가진 여성 상사에 대한 거부감을 반복적으로 나타낸다.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본청에서 파견된 오키다 관리관은 전형적인 관료형 조직 문화의 신봉자로그려진다. 그는 모든 것을 상의하달형식으로 처리하고, 현장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올라오면 직책으로 묵살해버린다. 결국 오키다의 일방통행식지휘는 일선 형사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그는 끝내 경질되고 만다.

오해 4: ‘여왕벌 신드롬’-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

여왕벌은 벌집 안의 유일 권력이다. 다른 여왕벌이 둥지로 들어오면 곧바로 응징에 들어간다. ‘여왕벌 신드롬’은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여성은 자기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타낸다. ‘여왕벌’역할을 하는 여성 리더는 그동안 자신이 독점해온 조직 내에서의 인정과 선망을 다른 여성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런 관념 때문에‘여자의 적은 여자’란 인식이 생겨난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직장 내여성들 사이의 경쟁이 남녀간의 그것보다 치열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여성 상사의 지원을지레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남성 위주의조직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소수자인 여성이 남성의 지위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여성들 사이의 갈등을부추기는 허상 말이다.

미국 갤럽의 설문에 따르면 여성 임원의83%가“성공한 자신들이 여성 후배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56%는 여성들 간의 네트워킹(Networking)을 통해 다른 여성의 문제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내 기업에서도 여성 직원들의사내 모임이 정보 교환이나 고충 해결의창구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성공한 여성 선배들이 여성 후배를 도와줄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망설이지 말고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자.

오해 5: 가정과 직장은 양립할 수 없다?

많은 여성들이 가사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성공한 여성들이 가정을 위해 직장에서의 고위 직책이나 권한을 포기한다는‘Opt-Out Revolution’현상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정반대의사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족이 있는 여성 임원 중 3% 만이“가정이 직장 생활에 방해가 된다”라고 응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하위직에 있는 여성들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기 때문에 가사에 대한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한다. 고위직 여성은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육아 비용이나가사 위탁 비용을 남들보다 더 많이 지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현재의 여성들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터로 향한다. 오늘날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맞벌이 가정의 비중은 점점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이 높은고위직 여성이 자녀 양육이나 가사 문제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여성 리더십 향상을 위한 포인트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토대로 여성들의 리더십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자신이 여성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기업 상황과 문화에서는 남성적 리더십이 더 유리했다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적 리더십이 더각광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시대는 갔다. 창의성과 혁신이 중요시되는 미래에는 친화력과 탈권위를 통해 조직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여성형 리더십이 대세가 될 것이다.

둘째,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아직까지 기업 내의 헤게모니는 남성들이 잡고 있으며, 이러한 조직의 생리를 먼저 이해해야 성공적인 리더십을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혜련 교수에 의하면 여성은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가 여성 관리자 혹은 리더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불편하게 여기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하고 날카로운 어조 보다는 여성다운 부드러운 화법이 훨씬 남성들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다. 즉, 남성들의 고정관념을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 미국 직장 여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단체인Catalyst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여성CEO의 절반 가량이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셋째, 멘토를 찾아라. 아직까지 여성은 소수이다. 조직 내의 소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생활을 이끌어줄 존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성공한 흑인 여성들을 조사한 결과, 영향력있는 멘토나 후원자 덕분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여성 멘토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따라서 여의치 않으면 남성 멘토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멘토란 자신의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리더십을 키우는 데 역할 모델(Role Model)로 삼을 만한 사람을 뜻하므로, 성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있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

여성 인력의 활용은 기업의 성과와 직결된다. 성장의 가능성, 즉 동기부여가있어야 능률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2001년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여성인력 활용을 잘 하는 회사가 성과가 더 높다. Catalyst가 2004년 발표한 자료도 이러한 점을 뒷받침 한다. Fortune 500 회사 중 35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는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은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재무적 성과가높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할 경우 조직의 창의성과 투명성, 문화적안정성이높아진다는연구결과도많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역할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여성 리더십 능력의 개발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한다. 외국 기업들의 경우 여성의 리더십 교육이나 여성 인력들간의 네트워킹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 많은 여성들이 기업 현장에서 자신의 능력만큼 대접받고 활약할 수 있을때기업의 경쟁력도 그만큼 올라갈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문권모 경영연구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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