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시니어 마케팅의 출발점…드러내고 싶지않은 보편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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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4-07 11:58
서울--(뉴스와이어)--지난 90년대 우리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실버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때 주목받은 상품은 전원 주택, 건강 식품 등이었다. 그러나 반짝 관심을 끌던 실버 시장은 90년대말 외환 위기를 맞으며 허물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중노년층으로 편입되면서 시니어 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자로서의 중노년층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아웃도어 의류 등에서는 시니어 소비자가 핵심 고객군으로 떠올랐다.

1970-80년대에 전세계적인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많은 고소득 국가들의 시니어 소비자들은 이후 세대에 비해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전체 부(Wealth)의 절반을 소유하거나 관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통계청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주택 보유 비율은 40%를 밑도나, 50대는 70%에 육박하고, 60대 이상은 70%를 넘어선다. 또, 통계청의 2012년 가계 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자산은 2억2천만원선인데 비해, 50대는 4억2천만원, 60대 이상은 3억원으로 나타났다.

중노년층의 이 같은 재산 보유는 소비 여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으나, 향후 집값 등 부동산 가격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공감을 얻으면서 자산 효과에 따른 소비는 기대하기 어려운 면도 강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은퇴후 당장 소득이 줄어들어나 없어졌기에 자산이 소비로 연결되기 힘든 면도 있다.

이처럼, 시니어 소비자는 돈이 있으면서도 쓰지 못하는 존재다. 시니어 마케팅의 기본 방향은 이 같은 시니어 소비자의 특수한 상황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시니어 마케팅은 과거의 실버 마케팅과 본질적으로는 유사하나, 좀더 폭넓고 새로운 관점을 지니고 있다.

낭만적 실버 마케팅과 현실적 시니어 마케팅

실버 마케팅과 시니어 마케팅 모두 통일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개념 모두 유행어의 성격도 지니고 있는데, 시니어 마케팅이 대상으로 삼는 소비자와 제품의 폭이 더 넓다.

그런데, 과거 실버 마케팅은 경제 호황기를 반영하듯 낭만주의적 소비 개념을 지니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전원 주택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노후를 보낸다는 컨셉트로 많은 전원주택단지들이 개발되었다. 이 당시 전원주택들의 가격은 서울의 중형 아파트 가격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환금성 등 전원주택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이 부각되고 중장년층들이 낭만보다는 현실을 선택하면서 전원주택은 인기를 잃었다. 그 뒤로 실버타운이 반짝 인기를 얻는 듯 했으나 이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니어 마케팅은 실버 마케팅에 비해 좀더 생존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다. 최근에 시니어 마케팅의 핵심이 되고 있는 상품들이 보험과 아웃도어 의류라는 사실에서도 이 같은 경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거 보험 상품은 자신의 유고 시에 가족들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자녀들이 성장한 중년층 이상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지금의 보험은 가족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의료비 등의 걱정이 커진 중노년층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비싸진 가격에도 가입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 시장 규모의 업계 추정치는 5조8000억원이다. 2006년 1조2000억원에서 6년동안 5배 가까이 늘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 규모가 되었다.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본고장이며 인구 수가 8000만명이 넘는 독일보다도 한국의 시장이 더 크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에는 30대 이하의 젊은 구매층도 많이 늘어났지만, 국내에서 이 같은 급격한 성장세를 만들어낸 것은 중년층 소비자이며 아직까지도 핵심 구매층은 중년층 이상이다. 시니어 소비자들은 아웃도어 의류를 구매한 이유로서 먼저 편안하고 멋있으면서 오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을 든다. 또, 아웃도어 의류를 사면 운동을 많이 해서 건강해질 것 같다는 막연한 안도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시니어 소비자들의 이러한 생각은 당연하다고 지나칠 수도 있으나, 찬찬히 살펴보면 시니어 마케팅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핵심 요인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시니어 소비자의 특성

특성우리나라보다 먼저 시니어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시니어 어드바이저 협회(Society of Certified Senior Advisors)의 대표인 에드윈 피톡 (Edwin Pittock)에 따르면 시니어 소비자의 특성은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1.

첫째, 상품을 구매할 때 신뢰(Trust)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는 없겠으나, 그 정도가 젊은 층에 비해 훨씬 더 높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번 신뢰를 형성하면 오래 간다는 점이 젊은 층에 비해 두드러진다.

둘째,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보수적이다. 어떤 물건을 잘못 사거나 서비스를 잘못 계약해서 금전적 손실을 입을 경우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에 대한 걱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셋째, 비교 구매에 열심이다. 가격에 민감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생각도 강하다. 여유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정보 수집이 용이하다. 중노년층은 뉴스를 열심히 보기 때문에 생각보다 기초 정보가 많다. 실제로 미국의 쇼핑 센터에 가면 수첩에 가격과 기능을 적어가며 비교 구매하는 시니어 소비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포인트는 우리나라 시니어 소비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시니어 마케팅의 필요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시니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치 못하다. 조금 다른 측면의 추가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니어 소비자의 숨겨진 고민필자는 시니어 마케팅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에 앞서 시니어 소비자들의 심층적인 심리 상태와 행동 특성을 알기 위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소비자 소수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본 정성 조사는 소수의 소비자, 그것도 남자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인터뷰에서 발견된 결과들이 시니어 소비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니어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행동하고 있는지를 짚어 볼 수 있는 단초는 될 수 있다. 이들의 특성에 대해 완결적 제언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시간의 내적 지체 현상

시니어 소비자들은 대체로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자신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30대, 40대에도 느낀 적이 있었으나, 50대를 넘어가면서 본격화되었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자신을 젊게 인식하는 이러한 현상은 물리적 시간의 흐름에 정신적 향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아가 강한 사람에게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학술적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서드베리(Sudbury)와 심콕(Simcock)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신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6-12년 젊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 내적 시간의 지체 현상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만한 자신의 나이에 대한 인식 불일치는 더 젊어지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나이들게 본다는 사실을 상쇄할만한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찾는 욕구로 이어지게 된다.

동아일보의 2013년 3월 조사에 따르면 50대 소비자들의 36%가 아웃도어의 의류를 입으면 자신이 더 젊어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들은 아웃도어 의류를 입으면 대체로 4-9세 정도 더 젊어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 결과를 보였다.

말하기 싫은 속사정

나이가 들면 배가 나오거나 눈이 침침해지는 등 육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원래 특수 체형이었던 사람은 중년이 되면서 그 특징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육체적 문제는 옷을 살 때 분명 고려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판매원에게 이야기하기는 싫다는 것이 중노년층 소비자들의 이야기다.

시니어 마케팅에서는 중노년층 소비자들의 가려운 구석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여하히 쑥스럽지 않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복잡함에 지쳐간다

시니어 소비자들은 복잡한 마케팅 프로그램에 머리 아파하고 있다. 대체로 무시하면서 살지만, 할인이나 포인트를 못받았다는 것을 알 때 기분이 나쁘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히, 복잡한 통신 상품이나 신용카드의 각종 할인 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더 속 상하는 것은 과거에는 복잡한 마케팅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한식집 같은 곳도 소셜 커머스 등을 통해 할인을 해주는 등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운 옛날, 그러나 뒤쳐지기 싫은…

예부터 중노년층 소비의 한 축은 향수다. 왕년의 젊은 시절 즐겨했던 상품이나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언제까지나 좋은 법이다.

옛날이 편안하지만, 새로운 것도 써보고 싶다는게 시니어 소비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새로운 것들 중 불필요한게 너무 많아서 의미있는 것만 배우고 적응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시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싶다는 것은 새로운게 진정으로 좋아서라기보다는 시대에 뒤쳐지기 싫어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시니어 마케팅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한 람베르 판드로(Lambert Pandraud)에 따르면 시니어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상식적으로 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은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사회적 분위기의 결과일 수도 있다.

좋던 싫던 시니어 소비자들이 하이테크 제품을 구매한 후, 나름 잘 사용하는 자신을 볼 때는 자존감이 살아나고 기분이 좋은 반면,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때는 속상해한다.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 경험 관점에서의 면밀한 관리 필요성은 시니어 소비자에서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진짜 100세까지 살면 어떡하지

보건복지부가 2012년 실시한 고령화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50대의 노후 준비율은 45% 내외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민 연금 외에 별다른 준비가 없어, 2011년 퇴직 연금과 개인 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각각 8.3%와 31.3%에 그쳤다. 여기에 국민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노후에 대한 걱정은 계속 커져가고 있다.

실제 국민 평균 자산의 3~4배를 보유한 경우에도 노후에 대해 상당한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갖고 있는 불안의 핵심은 여명 기간이 얼마나 길 것인지, 금융 자산이 안전하게 보존될 것인지 등이었다. 특히, 여명 기간이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 불안정성, 각종 자연 재해 등 금융 자산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많아질텐데, 어떻게 이를 무사히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인공 장기 등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수단이 곧바로 건강 관련 지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미래에 대한 걱정을 키우는 측면도 있었다.

휘발성 지출 줄이면서 자존심 살리기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시니어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는 극도로 줄이는 생존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니어 소비자들은 상당 수준 자존심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소비 행태를 취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자존적 소비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세부적인 면에서 돈이 덜드는 자존형 소비를 계속 찾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테면, 고급 자동차보다는 럭셔리 브랜드의 시계나 소품을 갖는 것이 실속형 자존적 소비다.

아웃도어 용품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아웃도어 용품은 한번 장만하면 오래 쓸 수 있고, 등산 등의 아웃도어 활동은 골프처럼 매번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즉,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옷이 좀 비싸더라도 돈을 들일 만하다는 것이다. 앞서 동아일보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등산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었는지 살펴본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고가 아웃도어 의류가 소비자의 자존감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시니어 마케팅, 어떻게 풀어갈까?

유니버설 디자인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한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노인용 상품은 고르기는 싫다. 스스로 나이들었다고 느끼기 쉽고, 매장에서 노인용 제품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도 싫기 때문이다.

다시 아웃도어 의류로 돌아가보면, 아웃도어 의류가 많은 시니어 소비자에게 선호되는 이유는 편하고 멋있으면서 중노년층만이 입는 옷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젊은 층과 같은 제품을 쓰면서 편하기도 한 것이 최선이다. 다른 유형의 상품에서도 이와 같은 것을 찾는다면 너무 무리한 욕심일까?

요즘 부각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 같은 두마리 토끼를 목표로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의미한다3. 유니버설 디자인의 활용은 유형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편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하는데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TM 기기에 글씨 확대 기능과 음성 안내 기능을 기본 탑재하면 시력이 약한 사람들과 함께 노인들도 쉽게 ATM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핸드폰 등 전자 제품에 단순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탑재한다면,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물론,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하면서 일부 사용자를 위해 별도의 쉬운 메뉴를 제공할 수도 있겠으나, 이 경우,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쓰참조는 사람은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함을 기본으로 하고, 심화 사용자를 위해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기본 사상에 충실한 대안일 것이다.

시간을 멈추는 상품

미래에 대한 불안, 빠른 시간에 대한 불편함 등 시니어 소비자의 심리적 성향은 오래 가는 상품 선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같은 내구재라면 한번 사면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제품, 패션 상품이라면 유행을 덜 타거나, 유행이 지나서 사용하더라도 사용할 만한 제품이 요구된다.

시니어 소비자들이 상품에서 이러한 특성을 느끼게 하려면 물리적인 품질을 높이는 것과 함께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예컨데, 내구재의 경우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곧바로 오래 쓸 수 있다는 기대로 연결된다. 패션 상품의 경우 브랜드에 자부심이 있다면 설사 유행이 지났더라도 다른 사람을 덜 의식하게 된다.

시니어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는 커뮤니케이션 활동보다 실체적 경험이 더 큰 역할을 한다. 구매 및 사용 과정에서의 만족도는 브랜드 이미지와 차기 구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구매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충분한 정보 제공이다. 시니어 소비자들은 존중받으려고 하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미흡한 정보 제공은 자신을 무시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한편, 시니어 소비자는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 크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경우 귀찮은 일이 없음을 뜻하는 ‘Hassle Free’라는 문구가 시니어 마케팅에 흔히 사용되기도 한다. 심리적 부담감이 큰만큼 적절한 서비스를 받았을 때의 만족감 또는 받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젊은 소비자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세심한 서비스 관리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직접 화법

키 작은 사람들은 몸에 정확히 맞는 사이즈를 찾는 성향이 강해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는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드러내놓고 찾기 싫은 심리적 특성도 있다. 인터넷 의류 쇼핑몰 ‘키작은 남자’는 이런 특성에 착안하여 효과적인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창업 5년만에 매출액이 2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브랜드는 물론이고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제품마다 표시 사이즈가 실제 사이즈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 회사는 제품들간의 사이즈를 정확히 표준화하여, 일단 하나의 맞는 제품을 찾은 다음 그 사이즈로 주문하면 다른 제품들도 모두 사이즈가 맞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와 반품률을 동시에 낮출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시니어 마케팅에도 응용할 수 있다. 시니어 소비자들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을 해결해주는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중노년층의 인터넷 사용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채널 접근성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관건은 한번 구매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재구매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니어 소비자들을 직접 비즈니스 모델 및 웹사이트 구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의 물결 속에서 젊은 소비자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러나, 세상은 늙어가고 있고 시니어 소비자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두 소비자는 극단에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시니어 소비자들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상품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들에 적합하게 수정된 상품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편리하게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직 그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작은 목소리를 내지만, 큰 존재인 시니어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얻는 기업이 미래의 마케팅 전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다.[LG경제연구원 김재문 수석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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