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시진핑시대의 중국, 소득분배 개혁이 국정의 중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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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4-09 12:00
서울--(뉴스와이어)--Ⅰ. 가시화된 시진핑(정부)의 국정 방향

작년 가을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 대표대회에서 당 권력 이양으로 시작된 중국 지도부 세대교체 작업이 올해 3월 열린 양회에서 행정부 권력 이양을 끝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제5세대 지도부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책들도 4개월여에 걸친 권력교체 과정에서 속속 발표되었다.

작년 11월 당대표 대회에선 경제발전 모델의 내수 위주 전환에 있어 지렛대 역할을 할 ‘신형 도시화 추진’이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올해 1월 22일에는 2015년까지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통신 등 주요 산업영역에서 국가대표 기업들(National Champions)을 선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대기업 육성 정책(‘중점산업의 기업 합병 및 구조조정에 관한 지도 의견’)이 12개 정부 부처 연명으로 발표되었다. 춘졔(春節) 직전에는 8년여를 끌었던 소득분배 개혁의 마스터 플랜(‘소득분배 제도 개혁 심화에 대한 약간의 의견’)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부동산 정책의 딜레마에 대한 새 지도부의 해법을 담은 국오조(國五條)가 2월 20일과 3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출시되었다. 5세대 지도부의 국정 어젠더에는 이상 4가지 정책 이외에 이미 수년 간 추진되어온 세 가지 정책, 즉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2010년 이후), ‘민간기업 역할 강화’(2005년 비공36조(非公36条) 이후), ‘지역 간 통합발전’(2000년 ‘서부 대개발’ 이후) 등이 포함된다. 7가지 정책의 목적은 분명하다. 곧, 중국 경제의 발전에 더 이상 순기능을 할 수 없게 된 과거의 경제 발전모델을 현단계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델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소득분배 개혁이 7대 핵심정책의 주축

소득분배 개혁은 7가지로 이루어진 5세대 지도부의 개혁 패키지에 있어 일종의 플랫폼 기능이 부여되어 있다. 과거 발전전략에서 빚어진 갖가지 문제점들을 직접적으로 치유함은 물론, 다른 개혁 작업들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그것들의 성과에 영향을 받는 개혁의 시동기(starter)이자 시금석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커버리지가 경제 및 정치 사회 영역 전반에 걸쳐 있어, 장기적으로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소득분배 개혁에 각별한 의의를 더하고 있다.

지금의 중진국 혹은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사를 돌아보면 소득분배 불균등은 경제성장의 결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조건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특히 성공적인 경제개발 사례들을 보면, 가난과 저발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개발에 시동을 거는 초기 단계에서 거의 예외 없이 불균형 성장 전략이 채택됐던 것이 사실이다.

소득분배와 성장전략의 내재적 연관성은 특히 중국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중국은 불균형 성장전략의 효과와 부작용을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국가 권력을 기반으로 극단적인 불균형 성장 전략을 일사분란하게 추진해온 결과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두 자리 수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1978~2008년 연평균 경제성장률 9.92%)을 실현한 반면, 극심한 소득분배 불균형으로 인해 사회 안정이 위협을 받고, 성장 엔진이 기능부전에 빠지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5세대 지도부의 7가지 정책 패키지는 기존 성장전략이 낳은 이 같은 현안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 중 소득분배 개혁은 장기간의 불균형 성장 전략이 낳은 극심한 소득격차에 직접 대응하는 정책수단이다. 한편으로 불법과 부패, 불합리의 온상으로 지탄받고 있는 국유부문과 정부부문의 부당한 특권을 바로잡고, 다른 한편으로 농민공, 철거민, 농민 등 소외세력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제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격차와 차별에 불만이 고조되어 사회안정을 위협할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소득분배 개혁은 정치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임팩트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간층이 두터워지는 방향으로 분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내수 위주 경제로의 전환과 산업 구조 업그레이드를 수요 측면에서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의의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Ⅱ. 중국의 부문별 소득격차 현황

소득분배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 인구를 대상으로 작성되는 지니계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13년 1월 그 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2003~2012년 10년치 지니계수 수치를 한꺼번에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그 이전 기간의 수치들과 한데 묶어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개혁개방 이래 지속적으로 높아져 2008년 0.49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전환해 2012년 0.474까지 떨어지는 흐름을 나타냈다. 그런데 이는 비공식 추정치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신뢰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2010년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신화사(新华社)는 당시 중국의 지니계수가 0.5를 넘었다고 주장했으며, 시난차이징(西南财经)대학 연구진은 2012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공동으로 중국 최초로 본격적인 의미의 가계금융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2010년 현재 중국의 지니계수는 0.61로 세계 평균 0.44를 상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수치가 정부 발표치와 민간 연구치의 중간 정도라고 가정할 경우 중국의 지니계수는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 소득 불평등도가 높은 중남미 개도국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1인당 GDP 대비 지니계수 수준이 주요 개도국 및 선진국들 가운데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지니계수 수치는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득격차를 개인별 소득격차 관점에서 종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위 영역들에서의 소득격차를 보면 중국 소득불평등 문제의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도농간, 지역간 격차

먼저,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이후 악화 추세가 지속되어2009년 최악 수준에 이른 뒤 2010년부터 점차 개선되고 있는 양상이다. 2006년 1월 농업세(평균세율은 생산량의 15.5%)가 폐지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농민공이 속하는 단순노무직의 임금 상승률이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높았던 것이 도농 소득격차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1

동부, 중부, 서부 등 중국의 3대 지역 간 소득격차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P)을 기준으로 볼 때, 2003~2004년에 가장 크게 벌어졌으며, 이후 점차 완화되고 있다. 일례로, 동부와 서부 간 1인당 GRP 상대배율(동부/서부)은 2003년 2.48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1년 1.92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부와 서부 간 상대배율은 통계자료 확보가 가능한 시점인 1987년 이후 대체로 하락 추세를 보여왔으며, 특히 2004년(1.176배) 이후 단조로운 하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서부 대개발(西部大开发) 전략이 2000년 3월 정식 시행에 들어가고 중부굴기(中部崛起) 전략이 2000년대 중반 본격 추진된 것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흐름이다.

국유기업과 민간기업간 격차

사회주의 시장경제인 중국에서 기업 간 격차는 주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사이에서 드러난다. 매출 기준으로 매년 선정되는 ‘중국 기업 500강(强)’ 리스트에서 넓은 의미의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2012년 기업 수 기준 62~66%, 매출 기준 82~85% 수준으로 이렇다할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산이나 이윤 비중은 이보다 높은데, 2012년 리스트의 경우 국유기업은 500강 기업 전체 자산총액의 89.7%, 이윤총액의 87.5%를 차지했다. 공업 부문에 한정하여 국유기업의 위상을 살펴보면, 2012년 현재 기업 수로는 전체의 5.2%에 불과하지만, 전체 자산의 41%를 갖고 있으며, 공업 기업 매출의 26.5%, 이윤의 25.5%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자산이익률(ROA), 영업이익률, 이윤 증가율 등 수익성 지표에서 국유기업들은 민간기업들에 확연히 뒤처져 있다.

이처럼 덩치는 크지만 경영 효율과 이익창출 능력 면에서 민간기업들에 밀리는 국유기업들이 시장 진입규제의 보호막 안에서 자금조달 등 제반 사업여건 상 특혜와 우선권을 누리고 있는 점이 중국 산업 경쟁력 향상에 구조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국유기업들은 이렇게 손쉽게 벌어들인 돈을 국민들을 위해 쓰지 않고 제 식구 호주머니를 불리는데 흥청망청 쓰고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일례로, 2008~2011년 국유부문의 전 업종 평균임금은 민간기업 전 업종 평균임금의 1.8배에 달한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차별대우 속에서도 전체 특허의 65%와 신상품의 80%를 쏟아내며 분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의 역할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이런 불공정하고 답답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업별 소득격차

산업별 소득격차 역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산업을 19개로 분류하고 그 중 평균임금이 가장 높은 업종과 가장 낮은 업종의 평균임금 배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2005년까지 상승하다가 2006년 이후 하락하는 양상이다. 전체 19개 업종 간의 평균임금 표준편차도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종간 임금격차는 인적자원 배분에 있어 시그널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순 없으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격차는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어떤 기준으로 보나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대개 자연적 및 행정적 독점산업에 포진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에서 업종별 임금 격차는 기업 유형별 격차의 또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들의 업종간 임금격차는 2006~2007년 기준 1.5~3배이며,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인 점을 고려할 때, 이보다 다소 낮은 2~2.5배 수준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부문별 소득격차 유형은 시기별 양상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현격한 소득격차가 개선되지 않고 있거나 도리어 악화하고 있는 경우다. 기업 유형별 격차나 업종간 격차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기에 추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셋째, 정책 노력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 개선이 시작된 것으로 동부, 중부, 서부 세 지역간 소득격차가 이러한 경우다.

믿을 수 있는 통계자료가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소득분배에 있어서의 추세 변화는 판단하기가 어려우나, 아직은 뚜렷한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혹 일부 부문에서 소득 ‘배율’이 다소 하락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럼에도 절대적인 소득 격차 자체는 현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이런 추세가 저소득 계층과 소외 계층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것이 여전한 중국의 현실이다.

국가의 소득에 비해 너무 작은 근로자 소득

도농간, 지역간, 산업간 및 기업간 소득격차는 가계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경제활동의 과실을 어떻게 나누어 갖는가’ 하는 동일한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각각의 그룹으로 묶어 살펴본 것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소득분배에는 또 다른 차원이 있는데, 가계와 정부, 기업 간에 이뤄지는 분배가 바로 그것이다. 가계의 성원으로서 각 개인이 나눠 갖는 파이의 전체 크기가 여기서 결정된다. 그래서 ‘1차 소득분배’라고 부른다.

중국은 1차 소득분배에서 근로자가 가져가는 몫이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작다. 성장의 과실을 먼저 정부가 세금(간접세)으로 13~14%로 떼어가고 남은 것을 근로자와 기업이 일단 55 대 45의 비율로 나눈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를 한 근로자들은 기업이 가져가는 45 중 일부를 배당금이나 금리 명목으로 추가로 받을 수 있지만, 중국은 이런 재산소득 부분이 한국이나 선진국들보다 훨씬 적다. 정부가 가져가는 몫 중에서 사회복지 분야에 투입되는 재정지출은 개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부분이지만, 중국은 이 부분 역시 많지 않다.

일례로 중국의 GDP 대비 재정수입 비중은 2011년 22%로 한국(23.5%)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넓은 의미의 복지성 지출(교육, 과학기술, 문화, 사회보장, 의료 등에 대한 지출)이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한국(2011년 약 52%)보다 훨씬 낮다. 중국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가져가는 성장의 과실 중 상당부분은 또 다시 ‘경제 건설’과 ‘사회 관리’에 투자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체 기업이윤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국유기업들은 대주주인 국가(즉, 정부)에 연간 벌어들인 이윤의 5%도 배당하지 않으며 그 대부분을 다음 해의 생산활동에 재투자한다. 중국 정부의 재정지출 중 일반행정과 경제활동에 투입되는 금액의 비중은 50%를 초과한다. 이처럼 경제성장을 통해 파이는 매우 빠르게 커졌지만, 그 중 상당부분이 가계에 분배되지 않고 파이를 계속 키우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 중국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하지만 중국인들은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가지 근본적인 이유다.

Ⅲ. 소득분배 개혁 방안의 내용과 평가

소득분배 개혁 방안 마련 작업은 일찍이 2004년에 시작됐다. 정관계와 학계, 기업계를 아우른 관련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수차례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마련된 개혁 시안은 2010년 초 국무원에 보고되었다. 최종안은 당초 관련부처 간 이견조정을 거쳐 2012년 6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이익집단들 간의 이해 조율의 어려움으로 진통을 거듭한 끝에 7개월 지체되어 2013년 춘졔(春節) 직전에야 공표되었다.

개혁 방안은 최근 강력히 부상 중인 중국 정치서클 내 급진개혁파나 중국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는 서구 시각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나마 오랜 기간의 토론을 거쳐 마련된 것인만큼 현단계 중국 사회에서 소득분배 개혁이 갖는 의의를 반영하여 다양한 부문에 걸쳐 유기적인 정책 대안들을 제시했다. 소득분배 개혁 방안은 소득분배 개혁의 목표를 1차 분배 및 2차 분배(소득 재분배) 개선, 그리고 소득분배 질서의 합리적 개선 등 세 가지로 설정했다. 구체적인 실행 목표도 명확히 규정했는데, 1차 분배 개선의 목표는 2020년까지 도시 및 농촌 주민의 실질소득을 2010년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며, 2차 분배 개선의 목표는 중간층 비중 확대를 통한 ‘올리브형’(타원형) 분배 구조 확립이다.

기술적인 난제들과 기득권층 반발

이번 소득분배 개혁 방안은 의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술적인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고 개혁 과정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익집단들의 반발이 예상되어 단기적으로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인 난제들이란 개혁 마스터플랜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가다듬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될 실무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국유 독점부문 개혁 문제만 해도 그렇다. 35년에 걸친 사회주의 시장경제 운영과정에서 국유부문이 사실상 거의 전 산업에서 사전적으로 혹은 사후적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한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독점적’이라고 봐야할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정확한 세원 파악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중국에선 소득 파악을 위한 주민 소득 정보 관리 시스템이 미비되어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농간 자원의 효율적 재배치와 농민공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필요한 ‘농민공 시민화’는 1인당 8만 위안(국무원 연구센터 추정치)에 이르는 전환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발짝도 내딛기 어려운 문제다. 이 같은 기술적 어려움보다 더 해결하기 힘든 근본적인 장애물은 소득분배 개혁에 따라 권익이 줄어드는 기득권층의 반발일 것이다. 특히 개혁의 주 타깃이 되는 정관계 고위직이나 국유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지배체제 내에 어엿한 지분을 갖고 있는 특권세력이자 개혁을 실행해 나가야 할 주체들과 이념 및 이익 면에서 공동운명체로 엮이어 있기 때문에 개혁의 순서 결정과 속도조절에 실패할 경우 자칫 정치적 갈등과 분란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소득분배 개혁의 순서와 추진 속도

이 같은 기술적 및 정치적 도전요인들을 감안해 볼 때, 우선 여론의 지지를 얻기 쉽고 지배층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정부 부문이나 국유 부문 고위직의 과도한 소득 규제와 음성소득 및 불법소득 엄단 등 반부패 과제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비교적 일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연차적 임금 인상 등 1차 분배 개선 관련 일부 이슈들과 정부지출 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가속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2차 분배 중 국유 독점 부문에 대한 개혁과 새로운 조세 도입 부분은 앞서 말한 기술적 및 정치적인 어려움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손을 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 착수의 순서와 아울러 결정되어야 할 것이 개혁 추진의 속도 문제다. 예를 들어 2010년 기본방침이 확정되고 이번 방안에서도 계속 실시 의사가 재확인된 임금 배증 계획의 경우 내수 중심의 수요 확대에 기여하고 산업 구조 업그레이드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 자체로는 생산 코스트를 높이고 기업 이익을 줄이는 문제점이 있다. 코스트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업의 체질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 인상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면 기업 생존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임금 인상은 기업 경쟁력 업그레이드 및 산업 구조전환의 성과를 봐가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예로 정부 부문에 대한 소득분배 차원의 개혁은 반부패 투쟁, 정치개혁 같은 다른 개혁 어젠더와 보조를 맞춰 개혁 추진의 방식과 속도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소득분배 개혁을 비롯한 제5세대 지도부의 7대 국정 어젠더들은 상호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추진 방식이나 성과가 긴밀한 연관 속에서 동시에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분배 개혁이 5세대 개혁의 플랫폼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이며, 소득분배 개혁이 먼저 추진된다고 해도 다른 어젠더들보다 일찍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Ⅳ. 소득분배 개혁 추진의 경제적 영향

소득분배 개혁은 여러가지 시행 상의 난점이 있고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가계 소비수준으로 높이고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함은 물론 중국 산업 구조조정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보다 빠른 가계소득의 증가

첫째, 소득배증 계획을 핵심으로 하는 1차 분배 개선은 주민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고함으로써 경제 발전모델의 소비 위주 전환에 기본동력이 될 것이다. 중국의 GDP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5.4%로, 미국(71%)이나 한국(53%)에 비해 훨씬 낮다. 이런 차이는 소비성향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국민소득 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데서 찾을 수 있다. 1차 분배 개선은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이 점하는 비중을 늘려 성장에 있어 소비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 가처분소득이나 농촌 순소득 증가율은 그 동안 GDP나 국민소득(GNI) 증가율에 못 미쳤으나 금융위기 이후 경제구조 전환 노력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이미 추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한편 사회보장 등 민생 관련 정부지출의 지속적인 확대는 가계의 예비적 저축을 줄임으로써 한계소비성향을 제고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효과는 해당 재원이 국유기업 상납금 등 가계소득에 대한 과세 이외의 경로로 마련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소득분배구조, 피라미드형에서 올리브형으로

둘째, 소득분배 개혁은 ‘낮은 것은 끌어올리고, 중간을 확대하고, 높은 것을 조절한다(提低,扩中,调搞)’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이 이념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중등소득 계층의 상대적 비중이 점차 상승할 것이다. 2011년 현재 중국의 소득분배 구조는 인구 기준으로 저소득층 70%, 중등소득계층 20%, 고소득층 10%로, 피라미드를 닮은 모습이다. 중국 학계에서는 소득분배 개혁이 착실하게 추진된다면 2020년경 30-40-30의 올리브(타원)형 소득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소득분배 구조가 올리브형으로 바뀌면 중등소득계층이 중국 소비시장의 주류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중등소득계층이 주류를 이루는 소비시장이 어떤 특징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 소비시장에서 나타난 미묘한 트렌드 변화에서 힌트를 구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2~3년간 중국은 비교적 짧지만 전형적인 양태의 소비 버블을 경험했다. 고소득층은 맹목적으로 브랜드를 추구했고, 심지어 ‘비싸니까 산다’는 식의 신분재(身分財) 소비 행태를 보였다. 중산층은 정부의 소비부양책이 뒤를 밀고 상류층이 이끄는 소비 열기에 휩쓸려 들어갔다. 그 결과 상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자동차, 스마트 가전 등 고가 내구재가 소비 필수 품목이 되었다. 서민층과 저소득층은 나날이 높아가는 가격 허들을 넘지 못하고 일상적인 소비에 만족해야 했다. 일종의 소비 양극화가 빚어진 것이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되고 중국 경제의 저성장 단계 진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 버블이 꺼지고 소비자들이 이성을 찾기 시작했다. 가격이나 제품 품질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꾸준히 지속되는 가운데, 싱자비(性价比·성능 대비 가격 혹은 가격 대비 성능)를 유난히 따지는 중국인 고유의 소비관행이 되살아나면서 소비시장의 중심이 미들 존(Middle Zone)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시장 수요가 실속형 중형차로 몰리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소비의 이성화와 미들 존으로의 이동은 소비 버블 붕괴에 이은 자연적 반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같은 시기에 진행된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 소득격차의 일부 완화 등과도 무관치 않다. 향후 추진될 소득분배 개혁은 전반적인 가계소득 향상 속에 중간층 비중 증가를 가져오면서 최근 단초를 보인 이러한 ‘대중적 가치소비’(품질과 브랜드를 모두 중시하면서도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대해 저항감을 갖는 소비 양태) 트렌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분배 개혁이 산업구조 전환 촉진

셋째, 소득분배 개혁 추진은 산업 구조 전환에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반적인 가계소득 증가에 따라 가계소비 구조가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의 소득계층별 소비양태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전 품목에 대해 소비가 증가하지만, 특히 식품, 의복 등 필수소비 항목에 대한 지출 비중이 감소하고 가정용 설비, 교통 통신, 교육 문화 오락 등에 대한 지출 비중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경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가계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주거, 교통, 건강, 레저 등 영역에서 소비가 분출하면서 건축, 인테리어, 가전, 의료보건 등 관련 산업이 성장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임금 상승에 따라 노동집약형 제조업 영역에서 저임금 의존도가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수 확대와 임금소득 확대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에 따라 서비스업 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커지는 시장, 그러나 돈벌기는 쉽지 않은 시장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는 외국 기업들에게 로컬 기업과는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득분배 개혁이 신형 도시화 등 다른 정책 어젠더들과 맞물려 추진되면서 중국 경제의 내수 위주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 결과 중국 내수시장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를 것이다. 첫째, 규모 측면에서 중국 소비시장은 2015년 일본을 제치고 2020년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중국의 연간 상품소비 금액 증가 폭은 미국의 1/5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둘째, 중국 소비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개도국 시장 중 가장 먼저 만개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글로벌 기업에게 있어서는 점점 확대되는 볼륨존(Volume Zone) 시장의 경쟁 특성과 게임의 룰을 현장체험 할 수 있는 ‘전지훈련장’이다. 셋째, 중국 기업들은 현재의 저개발국들로 외연이 빠르게 확장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미래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메이저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중국이 중요한 시장이 되어갈수록, 중국에서 사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임금 코스트는 빠르게 상승하고, 인력 특히 기술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중국 내 생산의 메리트는 더욱 작아질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와 홈 그라운드 이점을 앞세워 전 산업영역에서 더욱 강하게 외국기업들을 압박해 들어올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경쟁력 업그레이드라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골적인 자국기업 우선 정책을 쏟아낼 것이다. 이미 많은 외국기업들이 경험한 바가 있어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이제야말로 외국기업 하나 하나가 자문해야 할 때가 됐다. ‘중국 시장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단기적인 이익 실현이라는 잣대를 버릴 수 없는 외국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은 갈수록 어렵고 지치는 시장이 될 것이다. 장기적인 승부를 노리는 외국기업들로서는 빠르게 커져가고 있지만 돈 벌기가 쉽지 않은 이 시장에서 수익은 언제 무엇으로 낼 것인지, 다른 시장보다 적은 수익에 만족해야 한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더 얻어낼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소득분배 개혁을 플랫폼으로 하는 5세대 지도부의 정책 어젠더들은 외국기업들에게 이러한 고민과 결단을 다그치고 있다.[LG경제연구원 이철용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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