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TV와 모바일, 경쟁자일까 파트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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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4-09 12:00
서울--(뉴스와이어)--수십 년 간 TV는 가정 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CRT에서 LCD로 디스플레이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공간 상의 제약도 최소화되고, 대화면 및 고화질 구현이 용이해지면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시장 규모(매출 기준)는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장 규모가 커질 만한 변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주요 시장에서의 CRT 교체 수요가 거의 사라졌고, 저가 TV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수요 정체의 근본적인 이유는 TV 산업 뿐만 아니라 모바일 등 이종산업에서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TV의 가정 내 위상 하락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TV 좀 그만 봐라!’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었다. 사실상 TV가 오락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시절 얘기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잔소리가 많이 줄어 들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TV를 보는 시간은 계속 줄고 있으며, 대신 스마트폰, 태블릿을 이용하는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Nielsen)의 연령별 TV 시청률 조사 결과, 미국 젊은층(12~34세)의 TV 시청시간이 최근 2년 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2년 10대의 TV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연평균 20시간 이상 줄어드는 등 연령층이 어릴수록 TV시청시간 감소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더구나 TV를 설치한 가구의 숫자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TV수상기를 통해 방송을 시청한 미국 가정의 평균 시청 시간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TV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TV수상기 같은 전통적 매체를 통한 TV시청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TV 시청 행태의 변화

TV 시청시간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TV 시청 시에도 모바일 기기를 병행 이용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IT 전문 블로그인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의하면, 스마트폰, 태블릿 이용자의 85%가 TV를 보면서도 모바일 기기를 병행 이용하고 있으며, 그 중 40% 이상이 매일 TV와 모바일 기기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이 역시 젊은층으로 갈수록 병행 이용률이 더 높은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왜 TV를 보면서도 모바일을 같이 이용하려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TV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고 싶을 때 모바일 기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에는 관련 연예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TV 특성 상 입력(Text Input)과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모바일을 통해 필요한 것을 간단하게 검색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TV수상기보다 채널 선택, 즐겨찾기 추가, 프로그램 가이드 이용 측면에서도 조작이 훨씬 편하다.

둘째, TV 프로그램이 재미없거나 지루한 경우 모바일을 통해 또 다른 콘텐츠를 이용한다. 개그콘서트를 보다가도 재미없는 코너가 나오면 사용자들은 금새 페이스북을 켜거나 네이버 뉴스를 본다. 그만큼 TV 하나만으로는 사용자의 변화하는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TV 시청 행태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TV의 경우, 대화면이라는 장점 말고는 뚜렷하게 모바일 대비 장점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모바일 기기에 비해 검색어 입력 등이 불편하고 양방향 서비스도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다 보면 TV 시장의 정체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모바일의 도전, TV 사용자 가치의 전환 필요

오랫동안 가정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위상을 지켜온 TV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모바일의 도전은 낯설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지금까지 TV는 대표적인 기술주도형(Tech-driven) 제품 중 하나였다. 교체주기도 워낙 길고, 결혼, 이사 등 특별한 이벤트와 맞물려 구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장 쓰이지 않는 기능이나 스펙이라고 하더라도 조금 더 돈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7~8년 이상 TV를 쓸 것 같고, 나중에 혹시 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별로 쓸 일도 없고 고사양 여부를 체감하기 힘들어도 지금까지는 지갑을 열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120Hz 이상 화면 전환 속도가 높아지면 여간 예민한 사용자가 아니면 체감하기 힘들고, 화면의 해상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선명한 화면을 충분히 이용할 콘텐츠가 별로 없다.

그런데, 이제 사용자들이 똑똑해져 가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확산으로 굳이 TV가 아니라도 가정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묻지마 구매’도 점차 사라질 공산이 크다. VOD 및 저사양 앱 중심의 스마트TV에 대해 사용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현 상황은 이를 증명한다. 소비자가 보기에는 확실한 가치도 없는 제품을 기술주도형이라는 마케팅으로 구매를 강권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TV와 휴대폰이 상호 경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모바일의 빠른 진화로 인해 TV가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TV 수요의 정체, 가정 내 위상의 하락 등의 상황 속에서 TV는 어떤 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까?

TV의 변신 노력들

최근 TV기업들은 기존과는 분명 다른 형태로 사용자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TV와 관련된 선입견을 극복해 나가는 방향으로 주요 기능 및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TV가 공통기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인화(Personalization)된 UI(User Interface)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전면/측면 뿐만 아니라 하단 및 뒷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게다가 ▲원거리 조작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리모콘 컨셉을 제시하고 있다.

TV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트렌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TV가 모바일 기기의 진화방향을 좇으면서 모바일 기기와 경쟁하려는 모습이 강하다. 과연 TV가 하루가 다르게 변신을 하는 모바일 스마트 기기보다 더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이렇게 더 스마트해진다고 사용자들이 손에 있던 모바일 기기를 놓고 TV에 열광할까? 소비자들이 TV에 부여하는 가치 중 ‘스마트’는 얼마나 차지할까?

모바일 기기를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로 흡수

과거 사용자들이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하거나 뉴스·교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었고, TV는 그러한 사용자 니즈를 상당부분 충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제 모바일 기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그 기능 중 상당부분을 모바일 기기가 가져갔다. 또 사용자들은 TV와 모바일을 병행 이용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가치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기기 이용시간을 줄이고 TV에만 더 집중하도록 TV가 모바일처럼 스마트해져야 할까?

TV가 모바일 기기와 경쟁해서는 별로 승산도 없고 더 스마트해진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그 기기에 부여하는 가치는 별로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모바일 기기와 경쟁하기보다 오히려 모바일 기기를 훌륭한 조력자로 활용하면서 TV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방안이 더 현명한 해법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그런 시도들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출시된 LG 옵티머스 G Pro, HTC One의 컨셉을 고려해 본다면, 사용자가 집에 오면 별도의 기능을 동작시키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화면에 TV 리모콘이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그리고, 사용자가 모바일 기기에서 본인의 취향을 입력해 두면 TV 프로그램 추천에도 그 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

모바일을 활용하면 굳이 TV에 카메라를탑재하여 사용자를 인식하고 그 사람의 사용자 패턴을 분석한 후 TV 프로그램을 추천하지 않더라도 더 정확하게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TV에 탑재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용자 인식을 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알고리즘이 요구되고 인식률에도 한계가 있다. 가족들은 서로 닮은 경우가 많고, 동일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헤어스타일이 다르거나 화장을 할 수도 있어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면 근거리 통신을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 인증 과정이 훨씬 더 간단하고, 사용자가 TV에서 보이는 패턴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의 검색어, 이용 콘텐츠/서비스 유형까지도 감안하여 TV 프로그램을 추천해 줄 수 있어 훨씬 더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TV로서는 자기 지능을 높이기 위해 성과도 잘 나지 않는 노력을 하기보다 모바일 기기와 같이 똑똑하고 팬시한 남의 머리와 남의 얼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도 훨씬 큰 방법일 가능성이 있다. 모바일 기기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든든한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TV 사업은 영업이익이 선도기업조차도 5%를 밑돌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UI/UX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면 수익성은 더 떨어질 것이고, TV 교체주기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까지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모바일 기기가 그 역할을 지금 훌륭하게 대신 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모바일 기기를 때로는 편리한 리모콘으로 때로는 콘텐츠 검색 도구로, 때로는 현재 시청 TV 화면과는 다른 채널 화면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TV 화면에서 구현하기 보다 모바일 화면과 성능을 이용하는 것이 TV 시청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TV 시청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고객가치지향이 될 수 있다. TV는 모바일 기기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조력자로 흡수하고 대신 TV 자신은 고유의 특장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TV의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V를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개념 확장

TV 고유의 특장점은 화면이 커서 사용자가 편안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웹 환경이 개선되면서 TV라는 대화면이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 및 콘텐츠는 훨씬 광범위해 지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에는 TV가 ‘대화면 디스플레이’라는 개념으로 훨씬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념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가격도 훨씬 낮아지고, 폼팩터(Form Factor)도 다양해 져야 할 텐데 그러한 조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① ‘대화면’, ‘고해상도’라는 기본 가치는 강화

최근 수년 동안 CES, CEATEC 등 주요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가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아무리 LED, 3D, 스마트TV 등 신개념 컨셉이 부각되는 박람회라고 하더라도 가장 크고 해상도가 높은 TV를 전시한 기업이 여전히 많은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샤프는 수년 째 85인치 Super Hi- Vision(8K&4K) TV를 전시하고 있는데 매번 해당 부스는 업계 전문가들로 북적거린다. LED, 3D, 스마트TV 등의 신개념 컨셉은 몇 년만 지나면 사람들에게 더 이상 ‘신개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TV의 가장 기본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대화면, 고해상도에 대한 니즈는 수십 년째 TV 고유의 강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화면, 고해상도가 주는 몰입감은 모바일 등 타 기기에서는 보완할 수 없는 TV만의 고유 가치이다.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가정 내에서 DVD,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도 충분히 볼 수 있지만 더 많은 금액(관람료, 교통비 등)을 지출하고도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참고로 세계 영화시장 규모는 넷플릭스(Netflix), 훌루(Hulu) 등 많은 대안이 있는 상황 속에서도 최근 5년 간 연평균 6%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② OLED가 몰고 올 TV의 높은 잠재력/확장성

OLED 구조 및 소재의 특징을 본다면 중장기 관점에서 TV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올해 초 55인치 OLED TV가 상용화에 성공하였지만, 판매 가격은 기존 프리미엄 LCD TV와 비교해서 여전히 4~5배일 정도로 고가(高價)이다. 하지만, OLED 패널의 구조를 보면 LCD 대비 간단하고, 재료도 더 적게 소요된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프린팅(Printing) 기술이 적용될 경우 현재의 증착기술 대비 최대 60% 원가 혁신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OLED TV의 침투율이 높아질수록 ‘규모의 경제’까지 가능해져 OLED TV는 LCD의 가격하락폭을 감안하더라도 원가 경쟁력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원가 경쟁력과 더불어 OLED 소재의 투명(Transparent) 및 휘는(Curved) 특성을 이용하면 OLED TV는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세계적인 가구회사인 이케아(IKEA)에서는 우플레바(Uppleva)라는 가구 형태의 TV를 선보인 바 있다. TV가 훨씬 낮은 원가로 생산이 가능해 지고, 투명 및 휘는 특성까지 적용돤다면 굳이 거치형 화면 형태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형태의 TV 장착 가구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TV가 꺼져 있을 때에는 검은 화면이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투명이면서도 다양한 폼팩터(Form Factor)인 TV가 책장, 탁자, 화장대와 결합되어 기존에 없던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구현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가정 내 뿐만 아니라 자동차 유리창 등 매우 광범위할 수 있다.

애플은 휴대폰 개념을 모바일 컴퓨터로 확장시켜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관련 시장을 크게 키웠다. 휴대폰이 갖고 있는 휴대성, 조작성이라는 강점을 새로운 영역(컴퓨팅)에 레버리지 시킴으로써 사용자들에게 큰 가치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휴대폰에 그치지 않고, 아이패드, 애플TV, 최근에는 아이워치에까지 계속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TV 시장도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존 TV 산업 내에서 무엇인가를 계속 찾기 보다는 TV 고유의 강점을 강화시키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보는 것이다. ‘대화면 디스플레이’라는 큰 관점에서 투명 및 휘는 특성을 활용하면 가구, 실내 인테리어, 자동차 등 연관산업으로 개념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TV가 모바일 기기를 어떤 형태의 동반자로 끌어들일지, TV 고유의 장점은 어떤 식으로 강화 및 확장시켜 나갈 지 주목된다.[LG경제연구원 이종근 책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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