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경제성장을 대가로 개혁 기반 다지는 중’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3-04-28 12:38
서울--(뉴스와이어)--1분기 경제지표는 내생적인 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리스크 대응을 위해서는 성장을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다’는 중앙정부의 완고한 시각도 읽혀진다. 올해 중국 경제는 재고조정이 지속되면서 완만한 회복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4월 15일 발표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7.7%에 머물러 시장 예상치(8%)에 미치지 못했다. 3월 말 상하이에서 시작된 조류독감은 점차 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10년 전 사스(SAS)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2008년 대지진이 내습했던 쓰촨(四川) 성에서는 이달 20일 또 다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는 불운도 겹쳐졌다. 연이은 악재에 ‘작년 4분기에 반등 양상을 보이던 중국 경기가 더블딥(double dip)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분기 지표 발표 직후 일부 서구 언론들은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통제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중국 위기론’을 재차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 경제 상황을 위기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전염병이나 지진 같은 돌발상황은 과거 유사한 사태에 비해 파괴력이 약하다. 조류독감은 사스와 달리 사람 간 전염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감염 확산 속도나 지역적 범위 면에서도 사스보다 가벼운 전염병이다. 루산(蘆山)현 지진은 원촨(汶川) 대지진에 비해 물적 및 인적 피해 규모가 훨씬 작았다. 둘 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하는 일시적 충격 요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실물경제의 흐름인데, 대다수 지표들이 악화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수치 흐름 이면의 스토리를 참작한다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한 가지가 윤년(閏年) 요인이다. 작년은 윤년이었기 때문에 작년 1분기는 91일이었고, 올해 1분기는 90일로 하루가 짧았다. 일수 차이를 고려하면 올 1분기 성장률은 실질적으로 8%에 가까워, 작년 4분기 성장률(7.9%)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이, 중국 정부가 1분기 지표에 대해 사전적으로나 사후적으로 ‘쿨한’ 반응을 보인 점이다. 분기 지표 발표 직후 열린 국무원 경기동향 점검회의에선 “전반적인 경제 흐름이 안정적이고 양호하며, 성장률이나 도시 취업 등 주요 지표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7.5%로 정한 작년 말 이래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경제정책 실세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수치를 -마치 성장률을 억지로라도 7.5% 수준으로 끌어내릴 것처럼-거듭 강조해온 사정과 일맥상통하는 화법이다.

내수 부진이 성장 둔화의 주 원인

1분기 성장 둔화의 주 원인은 내수 부진이었다. 수출이 예상 외 호조를 보이고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투자가 꾸준히 회복되었으나, 소비와 제조업 설비투자가 그 이상으로 둔화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소비재 판매총액 지표를 통해 소비 흐름을 가늠해 보면, 1분기에는 가전, 통신기기 및 재료, 보석, 의류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소비 신장세가 전 분기에 비해 둔화되었다. 가계 소비 부진의 주된 원인은 소득 증가세 둔화로 풀이된다. 농촌 가계의 1인당 순소득과 도시 가계의 1인당 가처분소득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모두 작년 4분기보다 떨어졌다. 특히 가계 소비의 77%를 차지하는 도시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2012년 1분기 이후 4개 분기만에 경제성장률을 하회했다. 작년 하반기 농산물 가격 하락, 올 1분기 근로자 임금상승률 둔화 및 일부 공무원 임금 동결 등이 가계 소득 감소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부 소비지출은 중국의 새 지도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반(反) 부패 차원의 3공경비(공무용 출장비, 공무용 접대비, 공무용 차량운영비) 삭감 조치에 타격을 입어 크게 줄어들었다. 3공경비 예산이 산입되는 일반 공공서비스 지출은 올 들어 3월까지 13% 증가하여 작년(19.8%)이나 재작년(21.5%)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낮았다. 공무 접대비 지출과 관련이 큰 캐터링 업체들의 매출은 올 들어 3월까지 2.6% 역신장했다.

고정자산투자는 부문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인프라 투자는 작년 초 역신장세를 벗어난 이후 부동산 투자를 대신하여 중국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작년에 많은 인프라투자 프로젝트가 발전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향후에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앙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약하고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이 과중하기 때문에 경기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활기를 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투기 규제의 영향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부동산 개발 투자는 1선 도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거래 및 가격 회복에 힘입어 작년 말부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 2월 20일과 3월 1일 발표된 ‘신국오조(新國五条)’에 타격을 받아 급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부동산 투자는 당분간 주춤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화 및 재건축 재개발 관련 주택 수요에 힘입어 탄력있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 작성 이래 줄곧 계단식 둔화 양상을 나타낸 제조업 투자는 올 들어서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체의 30% 가량을 점하는 민간기업의 투자가 자금조달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경기 전망이 눌려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외교역 부문은 1분기에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였다. 수출과 수입이 각각 18.4%와 8.4% 증가했으며, 교역 규모 증가율은 13.4%로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10%를 상회했다.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라 미국과 ASEAN 지역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수출 통계수치는 교역 상대국의 수치와 차이가 매우 크게 난다. 일부 지방정부들이 무역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관할 보세구역 내 기업들로 하여금 중간투입품을 홍콩으로 수출했다가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무역 액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월 20%를 넘었던 수출 증가율이 3월에 다시 10%로 떨어졌다. 통계상 허수가 없더라도 향후 수출 전망은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총수요 부족에 따른 재고조정 국면 지속

지금 중국 경제는 길게 보면 2010년 말, 짧게 보면 2011년 말부터 시작된 재고조정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경기 흐름이 바닥을 찍고 개선이 되더라도 설비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 반등이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확신을 갖지 못해 향후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의심을 확실히 씻어주고 화끈하게 등을 떠밀어줄 대형호재가 없는 한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 중국 경제는 웬만한 수요 회복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막대한 과잉설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 작성 이래 중국의 제조업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전산업 평균 수준을 줄곧 능가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면서 이러한 투자는 막대한 규모의 과잉설비를 누적시켰다. 금융위기 직후가 과잉설비 해소의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기업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바람에 2010~2011년 제조업 생산능력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장되었다. 그 결과 과거 정상적인 경제환경 하에서 80~85%에 달했던 철강, 시멘트, 전해알루미늄, 평판유리, 코크스 등 설비 과잉 산업의 가동률은 70~75%에 그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설비 등 신흥산업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아, 가동률이 60%와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 전반에 걸쳐 수요보다 큰 공급능력이 있을 경우 기업들은 가동률의 탄력적인 조정으로 경기 흐름에 대응한다. 경기가 나쁘면 가동률을 낮춰 버티고, 경기가 좋아지면 가동률을 높여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물량을 밀어낸다. 그 결과 설비 과잉 하에서 경기 사이클은 단기화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경기 개선 시 쏟아낸 밀어내기 물량은 만성적인 재고로 누적되어 새로운 경기 반등을 지연시키게 된다. 작년 4분기에 시작된 반등이 한 개 분기만에 무산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업황은 업종별 재고 수준 및 재고조정 패턴과 직접 관련이 있다. 지난해 말 경기반등에 따라 가동률을 높였던 화학, 기계, IT 등의 업황은 크게 둔화한 반면, 재고를 많이 털어낸 가전, 부동산 등은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올해 1분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급락한 것에서 재고조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특유의 투자 지표인 고정자산투자와 일반적 투자 지표인 순투자(고정자본형성) 간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1분기 재고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성장률을 약 1%p 낮춘 것으로 나타난다. 막대한 재고물량 이외에 생산자물가지수가 작년 3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중간재 및 최종재 산업의 기업들이 원재료 재고 확충을 꺼리게 만들어 상류산업(원자재, 소재산업)의 업황을 중하류산업(중간재, 최종재산업)에 비해 더욱 부진하게 만들고 있다.

새 정부는 성장보다 구조조정 우선시

작년 11월 권력을 이양받은 시진핑(习近平)과 리커창의 제5세대 지도부는 안정적 성장(稳增长), 인플레이션 방지(防通胀), 리스크 대응(控风险), 개혁 견지(抓改革)등 네 가지를 경제 운영의 기본지침으로 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스크 대응과 개혁 견지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중국 정부가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리스크는 지방정부 부채 위기와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문제이며, 우선 개혁 과제는 재정 및 세제 개혁, 자원 가격 개혁, 금리 시장화, 위안화 자본계정 태환 개혁 등이다.

중앙정부는 중국 경제의 개혁(혹은 구조 전환)은 지방정부 길들이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지방정부의 부실한 재무구조다. 지방정부는 또한 과거 중국 경제의 발전모델인 투자 주도 경제성장의 오거나이저(organizer)였다. 금융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서든 실물경제의 건전한 발전경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든 지방정부의 재무적 구조조정과 역할 변화(혹은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방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돈줄 죄기였다. 먼저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우려에 대응해 2012년 이래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에 대한 은행 대출 억제에 착수했다. 지방정부가 위탁대출, 신탁대출 등 그림자 금융을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자, 중앙정부는 올 들어 연거푸 이 부분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지 말고 수익성 높은 투자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막대한 빚을 갚아나가라는 것이 중앙정부의 주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또한 중앙정부의 관리감독이 가능한 범위 내로 지방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힘으로써,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 주도의 지방재정 워크아웃의 기초 인프라를 마련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방정부 길들이기는 단기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소비 주도 성장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주도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하락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는 리스크 대응이나 개혁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 현 시기 중국 경제의 딜레마이며, 중국 정부는 이런 딜레마에 애써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중앙정부의 정책 선택을 감안할 때 지방정부의 부채위기를 겨냥한 ‘중국 위기론’은 새삼스런 측면이 있다. 위기론은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거나 기존 변수들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중국 지방정부 부채위기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며, 5세대 지도부가 정책 딜레마 상황에서 위기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비율은 GDP의 20~25% 수준으로 추정되며, 일부 지방정부의 경우 파산 가능성이 높지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전면적인 파산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재무구조가 선진국이나 거대 개도국 가운데 가장 건전한 수준인 중앙정부가 만일의 경우 소방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류산업과 상류산업 간 체감경기 차이 클 듯

1분기 지표는 중국 경제의 내생적인 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중국 경기는 그나마 선방이 기대되는 수출과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가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리스크 대응을 위해 성장을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다’는 중앙정부의 시각을 고려할 때 올해 중국 경기는 외생 조건, 즉 수출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간부문의 수요 활력이 살아나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은 두 자리수에 육박하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새로운 투기 억제책이 부동산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양도차익에 대한 20% 소득세 부과를 핵심으로 하는 신국오조는 물가안정과 민생보장 차원에서 4세대 지도부가 제기한 부동산시장 조정 어젠더를 새 지도부가 수용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번 조치의 특징은 첫째, 영향력이 전국 범위가 아닌 투기가 우려되는 1선 도시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으며, 둘째, 합리적 수준(실질 주민 가처분소득 상승률 이내)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용납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국오조의 임팩트는 단기에 그치고 부동산 투자는 하반기에 재차 회복 궤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 투자는 작년에 발개위 비준을 받은 투자 프로젝트들이 본격 시공 단계에 들어가면서 꾸준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돈줄 죄기의 영향으로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정도로 강도 높은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경제는 작년과 비슷한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은 재고 부담이 적은 하류부문에서 먼저 이뤄진 뒤 점차 상류로 확산되는 형태를 띨 것이다.

2년째 반복되는 ‘비스듬한 L자형’ 회복 양상은 경제구조의 내수 위주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케 한다. 중국의 강력한 내수가 글로벌 경제 회복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최소한 1~2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LG경제연구원 이철용 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이철용 연구위원
8610-6563-2416, 86-186-1066-7787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