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스마트폰 후반전, 세그멘테이션과 사업모델이 승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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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4-30 12:00
서울--(뉴스와이어)--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둔 우리나라의 4강 신화는 지금 다시 봐도 기분 좋은 일이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Guus Hiddink)가 지금은 영웅으로 기억되지만, 부임 초기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히딩크 감독이 2001년 부임해 월드컵 전까지 18개월 동안 기록한 승률은 42%(13승/31전)였고, 월드컵 직전 6개월 간의 승률은 29%(4승/14전)에 불과했다. 그러자 체력 훈련 중심의 대표팀 훈련 방식에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체력 훈련을 고집했고, 보란 듯이 월드컵 4강을 이뤄냈다. 월드컵 4강 진출까지 치른 다섯 경기에서 대표팀이 기록한 골은 모두 6골, 그 중 5골(83%)이 후반전에 기록한 것이다. 히딩크는 체력 훈련에 기반한 후반전 전략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후반전에 이기는 게 진짜 승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Ⅰ. 스마트폰 후반전 ① 세그멘테이션의 귀환

스마트폰에는 세분시장(Segment)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드웨어 폼팩터가 직사각형 터치로 통일되다시피 했고, 개방형 운영체제(Open OS)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서 이용하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해주듯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단말 라인업은 피처폰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애플은 매년 하나의 아이폰을 출시하고, 1년 전 모델은 가격을 100 달러 내리고, 2년 전 모델은 무료로 제공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폰 시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후기(後期)’ 시장 진입

가장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변화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에버렛 로저스(Everett M. Rogers)는 저서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에서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혁신 제품이 수용되는 다섯 단계를 제시하고, 보급률이 50%를 넘으면 이른바 ‘후기 수용자(Late Majority)’ 단계에 접어든다고 설명했다.

후기 수용자의 대표적인 특성은 혁신에 대해 ‘회의적(Skeptical)’이라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혁신을 수용하는 이노베이터(Innovator),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전기 수용자들이 주도하는 ‘전기(前期)’ 시장과 후기 수용자들이 주도하는 ‘후기(後期)’ 시장의 속성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 후기 수용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회의적인 생각을 극복하게 하려면 혁신은 보다 명확한 경제적 효용을 제공해야 하고, 앞서 혁신을 수용한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로부터의 수용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을 토대로 주요 국가의 혁신 수용 단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12년 말 기준으로 이미 스마트폰 보급률이 58%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급률을 보이며 후기 시장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외에도 싱가포르, 홍콩,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영국 등이 작년 말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이 50%에 육박했거나 넘어서서 후기 시장에 접어든 것으로 추측된다. 이외에 미국과 캐나다는 올해 말,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은 내년 말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을 제외한 전세계 주요 선진 시장들은 올해를 전후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이 전기 시장에서 후기 시장으로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속성이 변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스마트폰 모델 다양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전기(前期) 시장에서 스마트폰 라인업은 매우 단순했다. 업체별로 대표 모델을 일 년에 한 번 출시하고, 제품 수명주기를 일 년 이상 길게 가져가면서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장 리더의 일반적인 전략이었다.

애플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제품 개발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했다. ‘2008년 아이폰 3G → 2009년 아이폰 3GS → 2010년 아이폰 4 → 2011년 아이폰 4S → 2012년 아이폰 5’로 이어지는 모델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짝수 년에는 하드웨어를 포함한 전반적인 플랫폼을 혁신하고, 홀수 년에는 모델명에 ‘S’를 추가하는 형태로 하드웨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성능 개선에 주력해왔다. 스마트폰에서의 ‘틱톡(TickTock)’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단순했던 스마트폰 업체들의 제품 라인업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5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탑재한 ‘패블릿(Phablet)1’이 등장하는가 하면, 중저가 시장 공략을 위해 ‘미니(Mini)’라는 이름으로 기존 히트 모델의 사양을 낮춘 모델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이동통신사별 전용 단말들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한 저가 스마트폰도 라인업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저가 시장을 겨냥한 솔루션들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이어 폭스 OS(Fire Fox OS)이다. 파이어 폭스 OS는 HTML5, 자바스크립트와 같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개발도구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되므로 애플 iOS의 오브젝트-C(Object-C)나 안드로이드의 자바(Java)에 비해 어플리케이션 구동에 필요한 스마트폰 시스템 자원을 줄일 수 있다. 즉, 낮은 하드웨어 사양으로도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게 되므로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게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미 LG를 비롯해 ZTE, 화웨이(Huawei), 알카텔(Alcatel) 등이 파이어 폭스 OS 기반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Application Processor)에서는 이미 저가 솔루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디어텍(MeidaTek), 스프레드트럼(Spreadtrum) 등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칩셋뿐만 아니라 PCB 조립, 소프트웨어 등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한 미디어텍은 스마트폰에서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퀄컴조차도 미디어텍의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내 칩셋 가격을 20%나 낮췄을 정도이다. 2012년 반도체 매출 순위에서 미디어텍은 전년 대비 13% 성장하며 21위에 올랐다. 반도체 매출 상위 25개 업체 중 1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곳은 TSMC, 퀄컴을 비롯해 5개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모델이 다양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연결된 액세서리도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이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만보계, 심박 측정기와 같은 스포츠를 위한 액세서리를 출시했고, 소니를 비롯한 여러 벤처에서 시계형 액세서리를 내놓았다. 최근에는 무선 충전기, 스마트폰 카메라에 부착하는 렌즈,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진공관 앰프, 체중계, 혈압계 등으로 액세서리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액세서리 전문업체가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출시하는 액세서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만으로는 대응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그 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업체의 모델 라인업과 관련 액세서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의 사용성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시장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즉, 세그멘트를 형성할 수 있는 잠재적 니즈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세그멘테이션 등장의 징후 - 패블릿

세그멘트의 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 중 하나는 패블릿이다. 5인치로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질 때까지 스마트폰 업체들은 하나의 대표 모델에 집중해왔고, 시장의 수요도 대표 모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패블릿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업체의 대표 모델은 이원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반응도 나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패블릿은 5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5인치 수준이 아니라 6인치 이상의 화면을 장착한 패블릿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대화면 스마트폰은 동영상 시청 경험과 웹 브라우징, 가독성 측면에서 장점이 많고, 한 번 대화면 기기를 사용해보면 작은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른바 ‘톱니 효과(Ratchet Effect)2’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리미엄 제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다룰 때 주로 엄지를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5인치를 넘는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이동 중에 자유롭게 한 손으로 다룰 수 있는 ‘모바일(Mobile)’ 기기라기보다는 정지 중에 두 손으로 다루게 되는 ‘노마딕(Nomadic)’ 기기에 가깝다.

이런 단점 때문에 패블릿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Strategy Analytics)가 2012년 3월에 발표한 스마트폰 사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의 응답자가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다수가 선택한 화면 크기는 4.5인치를 넘지 않았다. 이후에도 온라인 상에서 간단한 설문조사가 다수 이루어졌는데, 안드로이드 사용자 커뮤니티인 ‘드로이드 라이프(Droid Life)’에서 올해 1월에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인치를 정점으로 사용자들의 선호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설문조사의 특성 상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설문조사에 참여한사용자 수가 1만 명을 넘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이처럼 대다수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선호하지 않는 패블릿을 사용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모바일 트래픽 분석업체인 플러리(Flurry)의 조사결과를 통해 패블릿 사용자의 대략적인 모습을 추정해볼 수 있다. 플러리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모델 수 중 패블릿이 차지하는 비중은 2%이고, 적극 사용자(Active User) 비중과 트래픽 비중은 3%로 나타났다. 3.5~4.9인치의 중간 크기 화면을 장착한 스마트폰은 모델 수 비중 69%, 적극 사용자 비중 72%, 트래픽 비중 76%로 나타났다. 모델 수 비중 대비 적극 사용자 비중3(패블릿 1.5, 중형 스마트폰 1.04), 모델 수 비중 대비 데이터 트래픽 비중4(패블릿 1.5, 중형 스마트폰 1.1) 모두 패블릿 사용자가 높게 나타난다. 패블릿 사용자들이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보다 적극적인 데이터 사용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대화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비디오, 게임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조사결과5와도 일맥상통한다.

비록 현재 스마트폰 시장 내에서의 비중은 작지만, 패블릿은 휴대성과 사용성을 희생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 설문조사 결과들은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패블릿 시장으로 쉽게 옮겨가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향후 패블릿 시장은 매우 적극적인 데이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는 세그멘트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 내 세그멘트 출현의 시작인 셈이다.

과거 피처폰 시장의 세그멘트 형성 과정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음악, 카메라, 메시징, 디자인 등 비교적 명확한 세그멘트가 존재했다. 음악 세그멘트의 핸드폰은 음장 효과를 강화하는 한편, 고급 이어폰과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고, 이미징(Imaging) 세그멘트의 핸드폰은 고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메시징(Messaging) 세그멘트의 핸드폰은 쿼티(QWERTY)자판을 탑재하고 있었고, 디자인 세그멘트의 핸드폰은 차별화된 소재와 UI를 적용해 한 눈에 봐도 차별화된 폼팩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피처폰 시장 초기부터 이런 세그멘트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시장에서의 기술적 혁신은 이전 모델을 대체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과 핸드폰 모델이 공존하는 시장구조는 아니었다. 피처폰 시장에서 세그멘트가 등장한 계기는 모토롤라의 초슬림폰인 ‘레이저(RAZR)’가 출시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모토롤라 레이저는 2004년 출시된 이후 약 4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1억 3천만대가 팔린 히트 모델이었다. 이른바 ‘레이저 효과’로 인해 프리미엄 핸드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자 경쟁사들은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차별화 모델 개발을 강화했고, 그 결과 LG 초콜릿폰, 엔비(ENV), 소니에릭슨의 워크맨폰, 사이버샷폰, 노키아의 익스프레스 뮤직 등이 출시되어 다양한 세그멘트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피처폰의 세그멘트가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 주요 국가들이 후기 수용자 시장에 접어든 이후라는 점이다. 모토롤라 레이저가 등장한 2004년은 미국의 핸드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선 시점이고, 세그멘트별 핵심 모델이 출시되기 시작한 2006년에는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 등이 핸드폰 보급률 50% 수준에 이른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주요 국가 모두가 후기 시장에 진입한 시점인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모토롤라의 레이저가 출시된 이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아이폰과 갤럭시라는 히트 모델이 프리미엄 시장을 크게 확장시켰고, 애플과 삼성의 복점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다른 스마트폰 업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도 올해를 전후로 50%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과 소비자, 경쟁 관점에서 세그멘트가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은 모두 갖춰진 셈이다.

세그멘테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Enabling Technology)의 등장

스마트폰 세그멘트 등장의 관건은 다름 아닌 기술이다. 스마트폰은 쿼티 자판을 탑재한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모두가 직사각형의 천편일률적인 모양이다. 브랜드를 가리고 본다면 어느 회사 모델인지 가려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디자인이 대동소이한 이유는 ‘보는 스마트폰’과 ‘터치 스크린 기반의 UI(User Interface)’라는 두 가지 컨셉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현재까지 나온 컨셉들 중 가장 자연스럽고 직관적이다. 이전 PDA폰과 달리 스마트폰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분간 이 두 가지 컨셉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컨셉과 기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두 컨셉을 대체한다기보다는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술적 혁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음성과 동작을 인식하는 방식의 UI가 개발되고 있지만, 터치 UI를 대체한다기보다는 보완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터치에 비해 음성과 동작 인식 UI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손으로 가리키고, 누른다는 행위는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행위이다. 사람이 아닌 기계를 대상으로 손으로 누르는 행위에서 터치 UI의 원형을 찾는다면, 1884년 존 홈즈(John Henry Holmes)가 전구를 켜고 끄는 스위치를 발명한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6 이미 130년 동안 인류가 하루에도 몇 번씩 해온 익숙한 행위인 것이다. 이에 반해 기계를 대상으로 말을 하고, 손짓을 하는 것은 아직 낯선 행위이다. 최근에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등 보다 인간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머지않아 어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킬 때 터치 대신 윙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UI가 벽에 막혀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하드웨어 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LCD보다 구조가 간단한 OLED를 기반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이제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자유롭게 구부러지고 접히는 스마트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측면까지 확장하거나, 눈에 거슬리는 베젤(Bezel)을 없애는 등의 방식으로 현재의 진부한 스마트폰 외관을 새롭게 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액세서리이다. 현재 스마트폰 액세서리는 케이스와 같은 패션형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경박단소한 스마트폰의 한계로 인해 단말에 탑재할 수 없는 기능들이 액세서리로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소형화 기술과 새로운 UI를 기반으로 하는 웨어러블(Wearable) 액세서리들이다. 애플이 개발 중이라고 하는 아이와치(iWatch)와 같은 시계형, 구글 글래스(Google Glass)와 같은 안경형이 대표적이다. 현재의 웨어러블 기기들은 스마트폰 없이 사용하는 독립적 기기라기보다는 스마트폰의 보조적인 형태로 사용하는 액세서리 개념이 더 강하다. 폼팩터와 UI의 한계로 인해 단기간 내에 스마트폰 경험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패블릿은 하나의 세그멘트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 사이즈만 키우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화면으로 인해 떨어진 휴대성과 사용성을 보완해주는 추가적인 UI와 액세서리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머지 않아 등장할 파이어 폭스 OS 등은 새로운 저가 플랫폼 기반의 세그멘트를 형성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서 플렉서블, 웨어러블, 센서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세그멘트들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에 기반한 디자인 세그멘트의 등장을 예상해볼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無베젤(Bezeless)’ 디자인, 전면과 양쪽 측면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구현한 ‘풀 디스플레이(Full Display)’ 디자인 등이 디자인 세그멘트의 형성과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서 시계형 및 안경형 웨어러블 액세서리들이 기존 스마트폰과 결합되어 제공되는 웨어러블 세그멘트도 기대해볼 수 있다. 웨어러블 액세서리들이 전통적인 안경, 선글래스, 시계의 명품 브랜드와 결합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새로운 럭셔리(Luxury) 세그멘트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Ⅱ. 스마트폰 후반전 ② 연결형/통합형 사업모델의 확산

소비자의 적정 요금제 요구 증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후기 시장 수용자의 대표적인 특징은 ‘회의적(Skeptical)’이라는 점이고, 명확한 경제적 효용이 있어야 혁신을 수용한다는 점이다. 혁신에 열광하는 전기 수용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전기 시장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장의 일반적 속성들도 후기 시장에 들어서면 중요한 이슈가 되곤 한다.

스마트폰이 후기 시장에 접어들면서 제기된 첫 번째 이슈는 요금제일 것이다. 1백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정액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2년 이상의 약정을 걸어야 하는 것이 전기 시장의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올해 2월, 한국소비자원에서 의미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일수록 데이터 제공량 대비 사용량 비율이 낮다(데이터 잔여량 비율이 높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설문조사는 후기 시장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전기 시장 사용자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스마트폰 구입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인 셈이다.

아쉬운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대응이다. 최근 이동통신 3사는 일제히 데이터, 음성,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금 제공되는 데이터도 다 쓰지 못하는 사용자들에게 무제한 데이터를 준다는 것이다. 피처폰 시장에서는 다양한 사업모델과 수익원을 개발할 수 있었던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구글, 애플과 같은 플랫폼 기업, 개방형 OS 기반의 OTT(Over The Top) 서비스 업체에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에서 네트워크와 가입자에 기반한 수익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변화가 사용자 가치보다는 기업 가치 중심의 변화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동통신사를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 생태계의 기업들은 사용자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있을까? 작년 말 에릭슨(Ericsson)에서 흥미로운 분석결과가 공개되었다. 안드로이드 게임의 유료, 무료 버전별 데이터 트래픽을 분석한 내용인데, 사용자 혼자 하는 게임(Single player game)의 경우 무료 버전의 데이터 트래픽이 유료 버전의 169.2배, 여러 사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하는 게임(Multi player game)은 무료 버전이 유료 버전의 11.7배라는 내용이다. 무료 버전의 데이터 트래픽이 유료에 비해 많은 이유는 다름 아닌 모바일 광고 때문이다. 일인용 게임의 경우 모바일 광고가 없는 유료 버전은 게임 시작 단계에서 단 한 번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한다. 반면, 모바일 광고가 실려 있는 무료 버전은 800초 동안 31번의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런 데이터 트래픽은 결국 사용자의 비용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무료 어플리케이션이 실상 무료가 아닌 셈이다.

위에서 언급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LTE 요금제 중 가입자 비중이 가장 높은 62요금제(기본 데이터 제공량 6GB7)를 기준으로 하면, 데이터 미사용량은 2.6GB8이고, 무료 어플리케이션 사용으로 인한 데이터 과사용량은 1.5GB9 수준이다. 월 데이터 제공량 6GB의 68%에 달하는 4.1GB가 미사용 혹은 과사용되고 있는 것이다(<그림 10> 참조).

이런 미사용, 과사용 데이터는 사용자의 불필요한 비용 지불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동통신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모바일 광고 등 다양한 스마트폰 사업모델들이 사용자의 초과 지불비용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이동통신사, 플랫폼 기업, 어플리케이션 개발자, 모바일 광고업체 등의 사업모델이 분절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결형/통합형 사업모델로의 변화

구글과 이동통신사, 분절화된 사업모델이 부른 갈등

스마트폰 사업모델이 분절화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구글세(Google Tax)’이다. 프랑스는 2010년부터 구글이 독점하다시피 한 온라인 광고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오히려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반발로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개인 정보를 활용한 온라인 광고’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현지 네트워크 사업자 등과 연계된 사업모델을 구축하지 않고 수익을 독점하는 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네트워크 사업자는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부담하고, 사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데이터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 위에서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수익 배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에는 프랑스의 이동통신사인 오렌지(Orange)가 구글로부터 과다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킨 대가를 받기로 했다. 구글 검색과 유튜브(YouTube)가 발생시키는 데이터 트래픽이 오렌지 네트워크 트래픽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하는데,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이동통신사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자의든 타의든 플랫폼 기반의 수익을 공유하는 연결형 사업모델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페이스북과 이동통신사의 윈-윈 파트너십

구글이 타의에 의해 연결형 사업모델을 선택한 것과는 달리, 자의적으로 연결형 사업모델을 구축해 사용자 가치를 높이고, 윈-윈(Win-Win)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페이스북은 2010년부터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50여 이동통신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제로(Facebook Zero)’ 사이트(0.facebook.com)에 접속해서 무료로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문자로 구성되어 있어 네트워크 품질이 열악한 신흥국에서도 빠르게 이용할 수 있고, 데이터 트래픽도 많이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이동통신사에게도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동통신사가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페이스북의 사업모델은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트위터(Twitter)는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즈(Reliance Communications)와 함께 인도에서 선불 요금제 사용자들이 무료로 트위터를 사용할 수 있는 ‘트위터 액세스 팩(Twitter Access Pack)’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처럼 메시지, 사진, 음악, 동영상을 전송해주는 서비스인 ‘왓츠앱(WhatsApp)10’도 인도 릴라이언스와 협력해 월 16루피(약 350원)로 모든 왓츠앱 서비스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아마존, 사업모델 통합으로 고객가치 창출에 성공

그러나 사용자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모델은 자의적이고 수평적인 ‘연결형 사업모델’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수합병 혹은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만들어지는 ‘통합형 사업모델’에서도 사용자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사용자 가치 중심의 통합형 사업모델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전자책 등의 디지털 재화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2007년 이북 리더(e-Book Reader)인 ‘킨들(Kindle)’을 출시하며 모바일 시장에 진입했다. 2011년에는 킨들 파이어(Kindle) 태블릿과 아마존 앱스토어(AppStore) 서비스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출시에 대한 소문까지 나오는 등 아마존의 모바일 사업영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은 이미 2007년 킨들 출시 때부터 자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아마존의 ‘위스퍼넷(Whispernet)’은 AT&T나 스프린트(Sprint)의 3G 네트워크를 임차해서 사용하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로 킨들 사용자들은 별도의 사용요금 없이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거나, 위키피디아(Wikipedia)를 검색할 수 있다.

이처럼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킨들, 킨들 파이어와 같은 기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한 이후에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 전자상거래 매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마존 특유의 사업모델이다. 이를 ‘에이전트 프라이싱(Agent Pricing)’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사업영역을 결합한 통합형 사업모델을 통해 사용자 가치를 극대화한 좋은 사례이다.

구글과 애플의 사업모델 통합 시도,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아쉬운 것은 구글, 애플처럼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면서도 고객 가치 중심의 사업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2005년 안드로이드社를 인수하며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고, 2011년 모토롤라를 인수합병하는 한편, 광통신 기반의 ‘구글 파이버(Google Fiber)’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또한,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통신사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넥서스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굳이 비유를 한다면, 구글은 빛나는 유리구슬은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하나로 꿰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구글의 움직임을 고객 가치 관점에서 보는 사람보다는 네트워크와 핸드폰 유통망을 토대로 삼고 있는 이동통신사 사업모델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이 애플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DCS(Dynamic Carrier Selection) 기술, 내장형 심카드(Integrated SIM) 기술, 페이스 타임(FaceTime) 서비스 등을 통해 이동통신사의 사업모델을 범용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왔음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11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 애플과 같은 플랫폼 수준의 적극적인 확대는 아니지만, 제 3의 OS를 육성함으로써 구글과 애플을 견제하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 텔레포니카(Telefonica), 도이치 텔레콤(Deutche Telecom) 등을 비롯한 17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파이어 폭스 OS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Ⅲ. 스마트폰 후반전의 승리 전략

스마트폰 시장이 후기 시장에 접어들고 있다. 혁신에 대해 회의적이고, 명확한 경제적 효용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참여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세분시장(Segment)이 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소비자에게 명확한 경제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연결형/통합형 사업모델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두가지 후기 시장의 변화는 다시 한 번 ‘고객 가치’가 시장의 중심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세그멘테이션 전략을 개발하고,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기업이 후반전의 승자가 될 전망이다.

세그멘트화 대응

스마트폰은 색깔만 바뀌어도 전체 마케팅 전략이 바뀐다. 스마트폰의 색깔이 검은 색에서 핑크 색으로 바뀌면 목표 고객이 젊은 여성으로 좁혀지고,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내용이 바뀐다. 다른 소비재도 마찬가지지만, 사용자의 애착이 유달리 강한 개인용 기기라는 점에서 스마트폰의 작은 변화가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다른 제품에 비해 크게 나타난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세그멘트의 등장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그멘트의 등장은 포트폴리오 전략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여러 모델이 경쟁하는 상황을 초래함으로써 출시 전략의 중요성을 배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시 전략의 효과가 제품/서비스의 초기 성과를 결정짓고, 초기 성과가 전체 제품주기에 걸친 운영 전략과 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그멘트 대응 전략의 핵심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세그멘트별 차별화, 그리고 출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전략

세그멘트의 등장은 모델 수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경쟁기업 간 체력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 년에 10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과 한 두 개를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 차이가 세그멘트로 구성된 시장에서는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전략의 첫 번째 과제는 개발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포트폴리오 전략의 두 번째 과제는 다양한 세그멘트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노키아가 추락하면서 노키아 경쟁력의 핵심인 플랫폼에 대한 평가도 다소 흔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노키아가 실패한 것은 플랫폼 때문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랫폼에 집착한 나머지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 플랫폼을 통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과 세그멘트 대응력을 확보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플랫폼과는 별도로 단품 개발 조직을 운영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과거 다양한 피처폰 세그멘트가 존재할 때 이동통신사들의 포트폴리오 경쟁력은 ‘슬롯(Slot)’을 통해 드러났다. 슬롯이란, 이동통신사가 전략적으로 집중할 고객 유형을 의미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목표 가입자를 유인할 수 있는 핸드폰과 요금제 설계가 이루어진다. 과거 인기를 모았던 가족 무제한 요금제, 청소년 요금제 등이 슬롯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전개될 스마트폰 후기 시장에서도 경쟁사가 발견하지 못한 슬롯을 먼저 발견하고, 선점해서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이동통신사 간 경쟁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결국 고객 가치를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시장 민감도(Market Sensitivity)’가 높은 기업이 승리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기업의 시장 민감도를 극적으로 높이고, 정확히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존의 세그멘테이션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목표 슬롯을 구체화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수행되어야만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다.

세그멘트별 차별화

체력전이라고 하니 현재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기업들만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물론, 세그멘트의 출현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갖춘 리더를 더 강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3~5위 수준의 2위 그룹(Second tier) 업체들에게 더 큰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할 세그멘트를 선정하고,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선두업체가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피처폰 세그멘트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2004년~2009년 사이에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6%p 성장한 반면, 3~5위 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9%p 성장했다.

세그멘트별 차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기술 없이도 대응할 수 있는 세그멘트라면, 의미 있는 세그멘트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경쟁사가 진입하고 싶어도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세그멘트를 찾고, 세그멘트가 요구하는 핵심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의미 있는 세그멘트 차별화 전략이다. 예를 들면, 화면 크기만 키워서 패블릿 세그멘트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면으로 인해 희생된 휴대성과 사용성을 보상할 수 있는 새로운 UI와 기능을 차별화된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가장 유망한 세그멘트는 플렉서블 기술을 기반으로 형성될 디자인 세그멘트일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 스마트폰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잠재적 욕구가 높고, 일부 기업들만이 경쟁력 있는 플렉서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고민해야 할 세그멘트 차별화 전략은 세그멘트별 카테고리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이다. 소니에릭슨의 워크맨폰, 사이버샷폰 사례에서 보듯이, 세그멘트별 차별화를 지속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경쟁력 있는 카테고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다. 설령 세그멘트의 핵심 기술이 범용화되더라도 카테고리 브랜드를 확보한다면 경쟁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사 관점에서도 세그멘트 차별화 전략의 첫 번째는 스마트폰이다. 사용자들이 이동통신사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매력적인 스마트폰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밀접한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역량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제조사와의 협력만으로도 세그멘트 차별화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고객 가치 중심의 요금제 전략이다. 기업 가치 중심의 요금제를 먼저 벗어나는 기업이 고객을 얻게 될 것이다.

출시 전략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세그멘트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출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 시장이 한 두 개 대표 모델이 경쟁하는 ‘대결’ 상황에서 여러 모델이 경쟁하는 ‘난전(亂戰)’ 상황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출시 전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지향적(Inside-out)이 아니라, 외부 지향적(Outside-in)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 개발역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시장 환경이 아니라 내부 역량에 맞춰 출시 전략을 세움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 향후세그멘트의 성장이 본격화되면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적극적인 내부역량 확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 출시 전략은 철저히 외부 지향적으로 수립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출시 전략은 이전 히트모델 가입자의 교체 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가격이 1백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약정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받게 되므로 교체 수요의 패턴과 시기는 예측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관점에서의 출시 전략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전략과 밀접히 연결된다. 하나는 세그멘트, 즉 슬롯을 발견하고 선점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사가 매력적인 스마트폰을 제때에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십 전략이다. 특히, 제조사와의 파트너십의 범위를 하드웨어 이상으로 넓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에서부터 제품 개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연결형/통합형 사업모델 구축

현재까지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등장한 대부분의 사업모델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생태계 내에서 OS와 같은 기술적 플랫폼은 공유되고 있으나, 사업모델 관점의 플랫폼은 구글, 애플과 같은 생태계 리더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분절되고 독점적인 사업모델로는 후기 수용자들이 요구하는 명확한 경제적 효용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바꿔 말하면, 연결형/통합형 사업모델을 통해 사용자 가치를 높임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업모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는 통합형, 연결형 사업모델 구축과 사업개발 초점을 확대하는 일이 될 것이다.

통합형 사업모델 전략

스마트폰 제조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눈으로 보면 생태계를 만들고 이끌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는 점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스마트폰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OS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응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퀄컴이 주도하고 있는 AP를 내재화하려는 노력에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런 스마트폰의 핵심 구성요소를 확보하는 것은 세그멘트화되는 후기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업모델 관점의 플랫폼 전략은 기업 내부의 플랫폼을 만드는 전략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기업 내부의 플랫폼은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을 반영해서 반복 사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 개발할 때는 투자가 더 들더라도 반복 사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을 지향한다.

반면, 사업모델 관점의 플랫폼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부터가 다르다. 사업모델 관점의 플랫폼이 생태계를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으려면 외부 개발자, 이동통신사, 사용자 등의 이질적인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 특히, 생태계 구축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외부 개발자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시간과 경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이해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그것으로 플랫폼은 실패다. 따라서 생태계와 사업모델 관점의 플랫폼은 외부 개발자들이 기꺼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기적인’ 투자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자 풀(Pool)이 큰 프로그램 언어를 선택하거나, 직관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또한, 기업 내부의 플랫폼과 생태계 관점의 플랫폼은 투자도 달라야 한다. 기업 내부의 플랫폼의 경우에는 플랫폼 개발에 대부분을 투자하면 되겠지만, 생태계 관점의 플랫폼은 개발은 물론이고, 잠재적인 파트너에 대한 프로모션과 지원이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하다.

연결형 사업모델 전략

파트너십과 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십에 기반한 연결형 사업모델을 강조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혁신은 말 그대로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12년 2월 스웨덴에 있는 직원 50여명의 스칼라도(Scalado)라는 작은 회사가 ‘스칼라도 리무브(Scalado Remove)’는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사진을 찍은 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 기능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예컨대 단체 사진을 찍은 후에 눈 감은 사람이 있으면 눈을 뜨고 있는 시점의 이미지로 대체하는 식이다. 불과 6개월 후 이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스칼라도는 노키아에 인수되었다.

이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면 누군가는 이미 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개발했을 것이다’라는 말이 상품기획자들의 입에서 나올 정도다.

연결형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이른바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을 극복하는 것이다. 외부 역량에 대해 배타적인 조직문화로는 광속으로 발전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외부 역량에 대한 수용성을 높였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눈과 귀를 여는 것이다.열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열린 눈과 귀를 통해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경쟁사보다 먼저 찾아가고, 먼저 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결형 사업모델이 구축된다면 앞서 설명한 다양한 서비스에 기반한 틈새시장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기반 사업모델은 일회성 매출이 아니라 지속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따라서 서비스에 기반한 작은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시도가 성공했을 때 얻게 되는 성과는 생각보다 클 것이다.

사업개발 초점 확대

사업개발이라고 하면 대부분 새로운 신사업 아이템을 찾는 작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사업개발 조직에서 다뤄지는 아이템은 해가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중에는 십 년이 넘도록 ‘유망 신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아이템도 적지 않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기반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고, 예상한 것 만큼 빠르게 기술과 산업, 시장이 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기업이 보유하지 못한 역량을 가진 파트너와 새로운 사업모델을 시도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사업 진화방향을 모색할 수 있고, 작은 실패가 가능한 방법이다. 예컨대 액세서리 기반 서비스 업체와 스마트폰 업체가 함께 스포츠, 다이어트, 헬스케어 관련 코칭 서비스를 시도해본다면,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업영역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될 스마트폰 후반전은 전반전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장이 보다 세분화되고, 생태계의 다양한 사업모델이 상호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사업의 복잡성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변화가 우리 기업들에게 나쁜 변화는 아니다. 지난 피처폰 시장에서의 경험이 스마트폰 후반전을 승리로 이끄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기대해본다.[LG경제연구원 배은준 책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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