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환율 변화 영향, 기업실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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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5-26 15:21
서울--(뉴스와이어)--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엔화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 통화 공급 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 하락, 엔저 등을 유발해 소비와 투자, 수출이 촉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엔저 2012년 4분기 이후 가속

엔화는 아베 총리가 취임(2012년 12월 26일)하기 이전인 2012년 4분기에 들어서면서 약세가 시작되었다. 올해 5월 23일 기준 엔화는 달러당 103.2엔을 기록해 2012년 9월말 77.6엔에 비해 32.9%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원/달러 환율은 0.6%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고, 원/엔 환율은 25.2% 하락(100엔당 1441원→1078원)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엔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인 가치가 많이 높아졌다.

일본의 수출기업, 실적 크게 개선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2년 4분기 이후 한국과 일본 상장기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환율 변화가 전반적인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환율 변화에 많이 노출된 기업에 국한할 경우 한국 기업에는 부정적, 일본 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이미 미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분석에 포함된 한국 기업(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013년 5월 22일 현재 1분기 실적이 공시된 316개 비금융상장회사)의 전년 동분기 대비 매출증가율(중앙값 기준)은 2012년 3분기 3.6%에서 4분기 1.2%로 급격하게 하락했다가 2013년 1분기 3.2%로 높아졌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426개 비금융 일본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2년 3분기 0.4%에서 2012년 4분기 1.6%로 개선되었고 2013년 1분기에는 1.5%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3분기 4.6%에서 4분기 3.4%로 하락했다가 2013년 1분기 4.5%로 높아졌다.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3분기 이후 4.5% 정도를 유지했다.

환율은 시차를 두고 기업의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2개 분기 동안의 실적만으로 환율 변화의 영향을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전반적인 경기부진도 기업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화가 본격화된 2012년 4분기 이후 실적만을 놓고 보면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매출 중에서 해외매출 비중(2010~2013 회계연도 평균 기준)이 50% 이상인 기업(수출기업)을 따로 살펴보면 환율 변화의 영향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한국 기업 중에서 해외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수출기업의 전년 동분기 대비 매출증가율은 2012년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다가 2012년 4분기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2012년 4분기 -1.6%, 2013년 1분기 -1.1%)했다. 반면 한국 기업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던 일본 수출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2년 4분기 한국 기업보다 높아졌고, 2013년 1분기에는 5.1%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영업이익률에 있어서도 한국 수출기업이 2012년 3분기 4.2%에서 1.0%로 급격하게 하락한 반면 일본 수출기업은 5.2%에서 4.1%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2013년 들어 영업이익률은 개선되었지만 일본 수출기업이 5.0%로 크게 높아진 반면 한국 수출기업은 2.2%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기업,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개선 기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 기업의 경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월 22일 기준 증권회사의 전망치가 2개 이상 제공된 122개 한국 상장기업의 매출 전망은 3개월 전에 비해 0.5%(중앙값), 영업이익은 4.0% 하향 조정되었다.

반면 일본 기업의 실적 전망은 개선되고 있다. 2개 이상의 전망치가 제공되고 있는 702개 일본 상장기업의 전망치는 지난 3개월 동안 매출이 1.0%, 영업이익은 0.8% 상향 조정되었다.

한국 기업은 실적 전망이 악화된 기업이 개선된 기업에 비해 더 많았다. 매출 전망이 하향 조정된 한국기업의 비중은 58.2%로 상향 조정된 비중 37.7%에 비해 높았다. 반면 일본은 매출 전망이 높아진 기업의 비중은 68.2%에 달했고, 낮아진 기업의 비중은 25.6%에 그쳤다.

영업이익 전망도 한국은 낮아진 기업의 비중이 73.0%에 달했다. 이는 일본의 38.5%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 3개월 동안 한국기업의 실적은 부정적, 일본 기업의 실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망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 횡보, 일본 주식시장 강세

경기 회복과 엔화 약세에 따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였다. 일본 TOPIX 지수는 올해 들어 5월 23일까지 38.2%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KOSPI 지수는 1.4% 하락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엔화 약세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 기업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가 올해 일본주가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호전 기대

업종별로는 해외매출 비중이 높아 엔화 약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상장기업 업종 중에서 운수장비 업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게 높아졌다.

운수장비 업종의 매출 전망은 3개월 전에 비해 2.9%, 영업이익 전망은 5.4%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운수장비 업종의 개선 기대 폭이 업종 중에서 가장 컸다. 운수장비 업종의 해외매출 비중(2010-2013 회계연도 평균)은 업종 중에서 가장 높은 44.5%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전기전자 업종의 해외매출 비중은 모든 업종 중에서 2번째로 높은 수준인 41.5%이다. 전기전자 업종은 매출 개선(1.9% 상향 조정)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영업이익 증가(3.1% 상향 조정)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크다.

환율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율 변화의 영향을 독립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성장이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엔화 가치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개선이 일본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엔저 영향, 이제 시작

원고-엔저가 본격화된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해 환율 변화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좀 이른 면이 있다. 그러나 환율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기업의 경우 한국 기업의 실적은 부진한 반면 일본 기업의 실적은 올해 들어 크게 개선되고 있어 이미 환율 변화의 영향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수출 중에서 자동차, 전기전자 등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가 높은 제품의 비중이 높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여건을 감안하면 환율 변화가 국내 기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엔저가 계속되면 엔저에 의한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핵심역량 강화와 투자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일본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회복 동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 www.lgeri.com]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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