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여성 경력단절에 따른 소득손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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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5-28 16:00
서울--(뉴스와이어)--2000년대 들어서도 여성고용률 거의 제자리

여성 대학진학률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점의 여성 경제활동이 남성 못지 않게 활발해지고 있다. 전반적인 여성고용에 대한 분위기가 밝아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사이 여성 고용률은 2001년 47.7%에서 2012년 48.4%로 거의 늘지 않았다. 여전히 미국(62.0%)을 비롯한 OECD 국가들의 평균수준(56.7%)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남성 고용률(70.8%)과의 격차는 약 22.4%p로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여성 고용률의 정체상태가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보다 출산,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취업을 중심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빠르게 늘면서 20대 고용률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다. 하지만 30대로 가면서 여성 고용률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은 거의 개선되지 못한 상태이다. 지난해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55%에 머물러 남성에 비해 37.3%p나 낮았다. 20대와 30대 여성의 고용률 차이는 2001년 5.3%p에서 2012년에는 6.9%p까지 확대됐고, 그 결과 고원형의 남성 고용률과 달리 여성의 경우 30대가 현저히 낮은 M자형이 지속되고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에 따른 근로소득 손실

육아 및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인구는 2012년 417만 명으로 전체 생산가능 여성인구의 21%에 달한다. 만약 이들이 모두 노동시장에 참여해 각각 해당 연령대 여성의 평균 취업률로 고용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여성의 고용률은 2012년 48.4%에서 63%까지 상승한다. 이 경우 여성의 근로소득총액도 276.5조 원까지 늘어나 60.2조 원 더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여성이 출산·육아 및 가사 부담으로 인해 직업을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잠재적 소득손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현재 비경제활동여성이 모두 취업전선에 뛰어들 경우 전체 취업률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소득손실 규모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여성 노동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데에 따른 소득창출 기회의 손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도 여성의 경력단절과 남녀 소득 격차 큰 편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난다. 일본의 여성 고용률은 2011년 60.1%로 남성 고용률 80%에 비해 낮고, 남성 대비 여성의 근로소득 총액의 상대비 역시 0.62배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0.5배)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출산 및 자녀 양육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부진으로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에 비해 30%p 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여성 고용률이 M자 형태인 국가는 OCED국가 중 우리나라와 일본 둘뿐이다.

재무성 통계집계 결과에 따르면 육아 및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여성은 2011년 690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해보면, 2011년을 기준으로 경력단절로 인한 여성의 잠재적인 근로소득 상실규모가 약 20.4조 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GDP의 약 4.3%에 해당하는 규모로, 우리나라(GDP의 약 4.9%)보다 약간 작은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에서 오는 손실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2011년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육아 및 가사를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25~54세 여성 인구수는 약 17만 명으로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0.3%에 불과하다. 앞에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경력단절에 따른 여성의 근로소득 손실분을 계산하면 2011년 기준 약 54억 달러로 GDP대비 0.1% 미만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학력 높을수록 심각한 경력단절

우리나라는 특히 고학력 여성의 경력단절이 심각하다. 연령에 따른 여성 고용률을 학력별로 나누어 보면, 고졸 여성의 경우 25~35세 고용률이 다소 떨어졌다가 40대 이후에는 20대보다 높은 수준을 회복하는 반면, 대졸여성의 경우 30세를 기점으로 고용률이 10%p이상 떨어진 후 회복되지 못해 M자가 아닌 L자 형태를 띤다. 고학력 여성의 경력단절이 심한 탓에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60.5%로 OECD 평균인 79.3%과 20%p 가까이 차이를 보이며, 이는 전학력 평균 여성고용률이 OECD 평균(56.7%)보다 8.3%p 낮은 데에 비하면 큰 수치다.

대졸여성의 잠재소득 손실분을 계산해보면, 2012년 기준 약 30조 원으로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717만 원에 달한다. 이는 고졸여성의 389만 원에 비해 훨씬 크다. 고졸 여성의 경우 숙련도와 지식 축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단순 직종에 취업한 경우가 많아, 경력이 한번 단절되어도 재취업할 때 발생하는 마찰이나 손실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대졸 이상의 여성들은 근무환경이나 임금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고, 주로 정규직종이나 경력이 중요시되는 직종에 취직한 경우가 많다. 대졸 여성이 일단 경력단절을 경험하면, 재취업시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만한 일자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퇴장함으로써 40~50대에도 고용률이 회복되지 못한 채 L자형 곡선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대졸여성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 입게 되는 손실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여성임금, 30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여성의 경력단절은 고용률뿐만 아니라 임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성의 경우 임금수준이 40~44세 월평균 3백만 정도로 정점에 달하는 반면, 여성의 임금 곡선은 30~34세에 월 2백만에서 가장 높고, 30대 후반 이후로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경력단절에 따른 고용의 양적 및 질적 측면에서의 불이익은 여성의 생애근로소득을 전반적으로 낮춘다. 2011년 기준 20대 여성의 생애 근로소득은 약 5.9억 원으로 이는 M자형 곡선에 따라 30대의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 남녀 간 임금비율이 OECD 평균 수준과 같다고 가정하고, 현 20대 여성의 잠재 생애근로소득을 구해보면, 총 생애 근로소득은 약 10.6억 원까지 증가해 경력단절에 따른 생애소득 상실분이 4.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졸여성의 경우는 잠재생애소득이 16.4억 원으로 생애소득 상실 금액이 6.3억 원에 달한다.

전문직에서 경력단절 심하고, 복귀는 단순노무, 판매직 중심으로 이루어져

여성의 경력단절 정도는 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사이의 이탈률과 복귀가 가장 활발한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복귀율을 업종별로 계산해보았다. 30대를 기점으로 노동시장 이탈이 가장 심한 산업은 운수업으로 나타났다. 항공 및 철도 승무원 등 출산 및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기 쉬운 대표적인 직종이 포함되어 있는 운수업의 경우 5년 전 20대 후반이었던 여성근로자의 약 60%가 30대를 기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락문화서비스, 개인서비스, 그리고 제조업도 평균보다 높은 이탈률을 보여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근로 환경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수업과 오락문화서비스업은 40대에도 복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소매업은 경력단절 정도에 비해 40대 이후 복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건복지, 음식숙박 등에서는 30대 전후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직종에 따라서도 경력단절 정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30세 이후의 노동시장 탈락은 전문가와 기능직에서 크게 나타나는 반면, 해당 직종의 복귀 정도는 작다. 특히 여성 취업자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술관련 직종의 경우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 위한 장기적인 취업 여건은 아직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40대 이후 복귀 정도가 가장 큰 직종은 단순노무직이나 판매직 등으로 나타났으며 사무직 서비스 직종 등은 30대를 전후로 경력단절 정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부담이 저출산 요인 될 수도

지난 10년 간 여성고용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어 왔지만, 실제 여성 고용환경의 개선 속도는 느린 것으로 보인다. 남녀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바뀌면서 앞으로 여성이 직면하는 고용 및 임금측면에서의 차별은 완화되겠지만, 고학력 여성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 환경의 개선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여성 인력의 미활용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더 커질 수도 있다.

특히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생애소득의 상실분을 출산 및 양육을 대가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일을 계속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잠재소득과 실제소득과의 차이가 커질수록 경력단절을 회피하고자 하는 유인이 강해져 만혼 및 저출산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핵심 근로계층인 25~55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의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력 활용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잠재노동력 활용은 향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여성의 경우 신규채용 대상인 청년층에 비해 숙련된 기술 및 직장 경험이 있다는 점은 베이비부머 은퇴 후 빈자리를 채울 인력으로서 더 적절할 수 있다.

저출산 추세를 막고, 능력 있는 여성의 잠재력도 살릴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부담을 기업에게만 맡길 경우, 기업입장에서는 굳이 높은 비용이나 육아휴직, 이직 가능성이 높다는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여성을 고용할 인센티브가 적을 것이다.

경력단절 위험에 따르는 비용을 공공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보육 관련 공공지출은 GDP 대비 1.0%(2009년 기준)로 영국(4.2%), 프랑스(3.9%)나 OECD 평균(2.61%)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유연근무제 도입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 육아휴직제도 개선, 탄력 근무시간제 확대 등을 통해 재직자들의 경력이 단절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환경을 만듦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이혜림 선임연구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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