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First Mover 전략의 핵심은 역동성’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3-06-02 14:48
서울--(뉴스와이어)--최근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국가 차원에서도 ‘퍼스트 무버’가 화두가 되고 있다. 퍼스트 무버 이점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21세기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은 지키는 마켓리더가 아닌, 움직이는 마켓리더를 지향해야 한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연이은 세계적 히트로 월드 스타가 된 가수 싸이(PSY). 싸이는 과연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일까? 비트 강한 클럽풍의 댄스 음악, B급 문화, K팝의 해외무대 진출 면에서 본다면 최초라 말할 순 없다. 반면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새로운 음악 카테고리 창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퍼스트 무버임에 틀림없다. 진지한 ‘싼티’를 누구나 들어도 신나고 흥미진진한 리듬과 춤으로 구현했고, 이를 유머러스한 뮤직비디오에 담아 유튜브(YouTube)로 글로벌 시장 전체에 동시 배포하고 광고 등으로 수익을 벌어들였다. 싸이가 유튜브의 메가 스타가 된 데에는 대중음악의 소비 경험을 다차원적으로 발전시킨 점도 한몫을 했다. ‘강남스타일’은 보고 듣는 음악을 넘어 함께 참여해서 춤추는 음악이다. 무료 배포된 뮤직비디오에는 안무 따라 하기나 패러디 동영상 만들기를 추가해 ‘말춤’을 세계적으로 유행시켰다. 또한 세계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 형식에 21세기 강남 상업문화라는 한국과 싸이 자신만의 차별적 내용을 결합시켜 앞서 해외무대를 노크한 여느 K팝 가수들과는 사뭇 다른 접근으로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경영 전략의 고전적 주제 중 하나인 퍼스트 무버가 최근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국가 차원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동안 단기간에 급속한 발전을 이끌어온 효율성 중심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전략이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선 한계가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은 지속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퍼스트 무버인지에 대한 개념상 혼란이 있고, 과연 퍼스트 무버가 유효한 전략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누가 퍼스트 무버인가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무엇을 퍼스트 무버라고 할 수 있을까? 사례를 분석해보면 퍼스트 무버로 불릴 수 있는 세 가지 유형이 발견된다. 최초 출시, 대중시장화의 선도, 그리고 시장 재정의가 그것이다. 이들 각 유형은 시장 진입의 시점, 경쟁의 방식, 제품의 특성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고객이 이들을 선도자로 느끼고 인정할 때 비로소 진짜 퍼스트 무버가 된다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 최초 제품 출시로 시장 개척

퍼스트 무버를 다른 기업보다 새로운 산업이나 제품 카테고리에 먼저 진입하여 최초로 제품을 출시한 기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탄산 음료에서 코카콜라, 안전면도기에서 질레트, 진공청소기에서 후버(Hoover), 즉석 카메라에서 폴라로이드. 이들 기업은 세상에 없던 제품을 처음 선보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퍼스트 무버이다. 경쟁자보다 시장에 먼저 들어가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스스로 개척한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선발 진입자는 산업표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특허 등을 통해 기술적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필수 원자재나 전문 기술 인력, 공급자와 유통채널 등 여러 희소 자원들을 선점하여 시장 지배력 강화에도 유리하다. 한번 고착화(Lock-in)된 고객이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붙들어 둘 수 있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도 선발자의 이점을 누리게 한다. 더구나 후발 진입자의 추격 리드타임이 길어지거나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제품일수록 고객 고착화는 더욱 강해져 최초 진입자의 경쟁우위는 더욱 커지게 된다. 한마디로, 이 유형의 퍼스트 무버가 가지는 경쟁적 이점은 선점한 시장에 후발 주자들이 쉽사리 들어오는 것을 막는 강력한 진입장벽 구축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 대중시장화를 선도

퍼스트 무버를 단지 시장의 선발 진입이라는 타이밍으로만 단정짓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장을 개척한 것 못지않게 틈새시장에 불과한 초기 시장을 얼마나 의미 있는 규모의 대중시장(Mass Market)으로 키워냈느냐가 실질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 최초 진입자의 이점이 반드시 그 시장의 육성이나 지배력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에디슨의 대표적 발명품으로 흔히 떠올리는 전구를 보자. 사실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에디슨이 등장하기 전 이미 20종의 백열전구에 대한 특허가 출원된 상태였다. 에디슨과 거의 같은 시기인 1879년 영국의 화학자 조셉 스완은 가정용 백열전구를 발명해 대중 앞에서 시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에디슨을 백열전구를 처음 만든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이전 것보다 훨씬 뛰어난 제품을 발명해 새로운 전기조명 시장의 대중화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기조명의 주류였던 아크등은 실내에서 쓰기에는 너무 밝고 위험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금속 필라멘트 방식은 수명이 너무 짧다는 걸림돌이 있었다. 에디슨과 그의 연구팀은 무려 6천 가지 재료들로 시험을 거듭하여 진공 속에서 1,000시간 이상 지속되는 필라멘트 소재를 활용한 실용적인 전구를 만들어내는 기술적 혁신을 이뤄냈다.

최초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비단 에디슨 전구만은 아니다. 최초의 제품을 만들고도 대중화 경쟁에서 추월당한 사례는 빈번하다. P&G가 1961년에 내놓은 ‘팸퍼스’를 최초의 일회용 기저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1932년 존슨앤존슨 계열사인 치커피 밀즈의 ‘척스’이다. 최초의 온라인 서점도 ‘아마존’이 아니라, 1991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컴퓨터 리터러시 북스토어(Computer Literacy Bookstore)’라는 서점 체인을 운영하던 찰스 스택이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구현되었다. 이와 관련해 ‘Fast Second’의 저자인 마르키데스 교수는 새로운 시장의 표준이 되는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이 출현하는 타이밍을 알아차리고 최적의 시점에 시장에 진입하여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실질적 선도 기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시장 재정의

IT업계에서는 최초가 아닌 플레이어가 선발 진입자로 오인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시장을 개척할 때 유용했던 기술이나 방식만으로는 시장을 키우고 주도권을 유지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의 엠피맨과 IBM의 사이먼(Simon)이 가장 먼저 출시된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을 최초로 여긴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SNS의 경우도 ‘페이스북(2006년)’이나 ‘트위터(2006년)’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그것보다 10년 이상 앞선 Six Degrees.com(1997년)이 개개인의 프로필, 친구 리스트 등을 게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수년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웹에서 제대로 구현되어 사람들의 삶 속으로 녹아 들어간 것은 2000년 이후였고, 본격적인 SNS의 성공 모델을 보여준 것은 ‘마이스페이스’에 이르러서다. 그러다가 단기적 수익을 위해 많은 광고를 붙인 마이스페이스와 달리, 사용자 경험에 방해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쿨한 SNS 포지션을 강화하고 오픈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한 페이스북이 대표주자로 올라선 것이다.

최초로 오인되지 않더라도, 시장을 정의하기에 따라 퍼스트 무버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후발 주자가 세상을 뒤흔들만한 혁신으로 시장을 재정의함으로써 기존 시장의 선발 진입자가 몰락하거나 시장 전체 파이가 더 커지는 경우, 과연 누구를 퍼스트 무버로 볼 것인가? 검색엔진 시장을 보자. 최초의 웹 검색엔진 서비스는 알리웹(ALIWEB)이었고, 상업적 성공을 거둔 첫번째는 라이코스였다. 곧이어 수많은 검색엔진들이 경쟁을 벌이다가 사람들이 원하는 웹사이트를 찾는 가장 대중적인 도구로 검색시장을 만든 퍼스트 무버는 디렉토리 방식의 야후였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야후도 수익모델 한계에 부딪혀 키워드 검색방식을 받아들이고 포털로의 변신 등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뒤늦게 뛰어든 구글은 사용자 관점에서 페이지 링크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문서를 판단해 찾아주는 페이지랭크(PageRank)방식으로 시장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전보다 월등한 검색엔진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동시에 기존의 그래픽 기반 배너 광고에서 텍스트 기반 검색 광고로 시장을 재편하는데 성공한 구글은 야후를 제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웹 검색엔진이라는 미지의 시장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알리웹이지만, 디렉토리 방식으로 대중시장화를 이끈 것은 야후라 할 수 있고, 혁신적 방식으로 재정의된 시장에서의 퍼스트 무버는 구글로 볼 수 있다.

● 고객이 느끼고 인정해야

학계와 기업들은 저마다 퍼스트 무버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개념에 대한 논쟁은 끊이질 않았다. 크게 진입 시점의 우열과 대중시장의 창출여부로 수렴될 수 있다. 최초 제품을 출시한 선발 진입자를 퍼스트 무버로 보는 시각은 신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오히려 적절한 시점에 움직여 선발 진입자를 몰락시킨 많은 패스트 팔로워의 성공 사례들로 빨리 움직이는 전략의 효과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창출하고 그 주도권을 확보한 선도자를 퍼스트 무버로 보는 시각은 시장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하나의 산업에서도 여러 퍼스트 무버가 존재하는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모두 공급자적 마인드 중심으로 퍼스트 무버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 본다면 누가 먼저 제품을 출시했든, 누가 시장을 키워냈는지 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중요치 않다. 에디슨이나 애플처럼 비록 한발 늦게 제품을 내놓더라도 자신들의 현재 삶을 바꿀 만큼 큰 혁신적 가치를 제공받았다면 그 기업을 퍼스트 무버로 기억할 것이다. 인터넷 도입기에는 야후를 통해 세상을 뒤흔들 만큼 차별적인 가치를 느꼈기에 야후를 퍼스트 무버로 여겼을 것이고, 인터넷이 확장되면서 구글을 통해 이전에 없던 좀더 나은 방식으로 검색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서 구글을 퍼스트 무버로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퍼스트 무버는 기업들 자신이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다. 사람들이 그 기업을 통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차별적인 가치를 느끼고 이것이 행동이나 삶의 방식에까지 스며들어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고객들이 제공받는 혁신적 가치 측면에서 첫번째로 떠올릴 수 있는 기업이 자연스레 퍼스트 무버로 불릴 것이고 새로운 시장화에도 성공할 것이다.

삶을 변화시킨 이케아

대표적인 글로벌 저가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이케아를 보자. 저가 전략이 오늘의 이케아를 만들어 준 유일한 이유가 아니며, 또한 이케아만이 저가 전략을 이용한 유일한 기업이 아니다. 이케아에게 저가 전략이란 대다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상생활을 안겨준다는 남다른 기업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가격임에도 기능성이나 기술적인 품질을 양보하지 않았다.

이케아는 매장에서 판매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가구를 압축적으로 포장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인 예가 이케아의 상징과도 같은 특별한 포장법인 ‘플랫팩(flat pack)’이다. 이케아가 그 포장법을 가장 먼저 고안한 것은 아니지만, 플랫팩의 잠재력을 최대한 체계적으로 이용한 최초의 업체라 할 수 있다. 이 포장법으로 운송, 유통, 보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최고 인재들을 고용해 비용이 덜 드는 제조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한데, 실제보다 더 값비싸게 보이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특별히 낮은 가격에 소싱이 가능하다면 기발한 상상력으로 색다른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수한 탁자 제작은 스키 제조업체에게 맡기고, 침대 머리판은 문 공장에서 사들이고 철사 틀로 만드는 소파와 탁자는 심지어 쇼핑카트 제조업체에서 사왔다. 그 대신에 고객도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이케아 매장에서 가구 판매에 발생하는 작업량의 80%는 고객 몫이다. 원하는 제품을 찾아 선반에 싣고 계산대로 옮겨 돈을 지불하고 자동차에 손수 실어 집으로 가져가 조각들을 붙들고 직접 조립해야 한다. 일명 캐쉬앤캐리(cash-and-carry) 시스템의 가구점을 최초로 생각해 낸 업체는 아니지만 그런 방식의 개발과 판매를 비즈니스 중심에 둔 최초 업체이다.

저가전략, 독특한 포장법과 디자인, 그리고 캐쉬앤캐리 그 자체로는 퍼스트 무버는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들이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결합해 최고급 가구를 구입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상생활’을 안겨주기 위한 이케아만의 독특한 문제해결 방식이 작동케 했다. 이를 통해 이케아는 가구를 장기적인 투자로 보는 오랜 전통을 무너뜨렸고 가구를 패션으로 보는 시각을 진척시켜 가구 산업을 재정의했다. 또한 고객이 혼자 움직이고 결정하고 직접 조립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를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로 변화시키고 참여의 기쁨을 안겨 줬다. 종합하자면, 이케아는 가구 시장에서 삶을 바꿀 만한 혁신적 가치를 제공하는데 최초였기에 고객이 인정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이다.

퍼스트 무버 이점 기반이 흔들린다

세상을 바꿀 만큼 커다란 혁신적 가치를 제공해 고객이 인정하는 기업이 진정한 퍼스트 무버이다. 그러나 최근 산업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더 변덕스러워져 그 자리를 계속 지키기가 어려워졌다. 시장의 개척에서건 육성에서건 선도자의 우위는 확보한 시장 지배력이 높은 진입장벽을 통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왔다. 하지만 인터넷, 모바일을 필두로 한 정보기술의 발달이 이러한 전제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면서 퍼스트 무버 이점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진입장벽 무력화

기존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던 산업 영역으로부터 훨씬 더 나은 가치 제공자들이 넘어 들어와 진입장벽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휴대용 네비게이션 기기의 경우, 지도제작은 소수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성숙한 산업이었다. 그러다가 MapQuest와 야후지도 같은 무료 길찾기 인터넷사이트로부터 시작된 경쟁은 고급 GPS기기들로 옮겨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구글 지도 네비게이션 앱이 고급 GPS기기들을 비용 면에서 압도하게 된다. 순식간에 무료로 설치되는 네비게이션 어플들은 기존 네비게이션 제품보다 저렴하고 자동적으로 업데이트된다. 급기야 Garmin, TomTom 같은 네비게이션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급락했다. 이들 시장 파괴자들이 위협적인 것은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존 기술을 적절히 조합해 이용함으로써 기술적 진입장벽을 쉽게 극복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네비게이션뿐만 아니라 카메라, 휴대용 게임기 등 IT기술 제품은 물론이고 도서, 교육, 유통 등 인접 산업의 가치사슬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유통 측면에서도 온라인 유통의 비중이 증가하고 오프라인 쇼핑 시에도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획득하는 것이 손쉬워졌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의 진열 공간(Shelf Space)과 상관 없이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에 더 많은 제품 효용을 고려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퍼스트 무버의 유통 장악력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

● 변덕스런 소비자의 빠른 전환

앞서 언급한 기존 산업의 진입장벽을 무력화시키는 시장 파괴자의 출현으로 고객의 혁신 수용 패턴과 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앵그리버드 게임은 안드로이드용 기기용 출시 첫날 백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되었고, 7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2억 번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국민 게임이 된 ‘애니팡’도 출시 두 달 만에 2천만 번 이상 내려 받아졌다. 이와 같이 무료 모바일 앱에서 고객들이 혁신 제품을 수용하는 모습은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의 고전적인 수용곡선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초기 제품 사용을 시도한 그룹과 그 나머지 단 그룹뿐이다.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가지고 싶어했듯이, 시작부터 모든 그룹이 동시에 수용될 수가 있어 수용 곡선은 위로 더 볼록하고 포화상태에 도달 후 새로운 혁신 제품이 등장하면 급감하는 형태다.

이는 서로 연결된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똑똑한 소비자’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서비스 이용의 확대로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 가격, 만족도 등 사용 경험을 공유하면서 과거처럼 기업이 제공하던 가치를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 브랜드마저 쉽게 옮기고 있는 추세다. 또한 자기가 신뢰할 수 있는 지인들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기존 사용 제품과 경쟁 제품간 편익 비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기존 제품의 편익에 대한 무한 신뢰를 거두고 급격히 전환하는 소비자들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퍼스트 무버 전략의 핵심은 역동성(Dynamism)

공고하던 산업의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자들도 쉽게 묶어놓을 수 없게 된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여전히 퍼스트 무버를 지향해야 할까? 만약 지향해야 한다면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까?

● 선도자의 이점은 여전히 유효

퍼스트 무버의 우위를 누릴 수 있는 기반 요소들이 정보화 사회 도래로 영향을 받게 되었지만, 이점의 지속기간이 짧아졌을 뿐 그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의 수용여부가 더 빨리 그것도 한꺼번에 결정되는 승자독식 시장의 특성이 심화되면서 보다 민첩한 움직임이 중요해졌을 뿐이다. 혁신적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 등의 동시다발적 고려가 현재와 미래의 퍼스트 무버에게 필요하다.

더구나 시장의 성장이나 기술의 발전 속도 면에서 전통적인 선도자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산업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화학이나 반도체 등 주기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장치 산업의 경우에는 혁신적 아이디어만으로는 신규 후발자가 진입장벽을 단번에 넘기가 힘겨울 것이다. OS처럼 사용자가 일단 선택한 제품 및 이에 연동된 제품·서비스에 점점 고착화되는 플랫폼 기반 사업에서도 고객 전환이 어렵다. 또한 TV같이 시장 성장세보다 기술 발전이 빠른 산업에서는 차세대 제품의 최초 출시로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기술 우위와 표준임을 각인시켜주는 이미지 효과를 통해 시장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

● 단기적 독점 이익을 반복적으로 추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퍼스트 무버도 영원할 수 없다. 하버드대학의 몽고메리(Cynthia A. Montgomery) 교수는 그녀의 저서 ‘The Strategist’에서 “전략이란 기업에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 없으며, 발전하고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스템이다.”라고 주장했다. 퍼스트 무버 전략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기존 산업의 진입장벽을 무력화시키는 시장 파괴자의 출현이 정보 기반 제품과 서비스 중심이지만 이를 넘어 발산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예약과 리뷰, 모바일 기기를 통한 쿠폰 및 위치기반 서비스가 레스토랑 사업 운영에 이미 영향을 주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자율 주행 자동차까지 출현할지도 모른다.

최선의 대응은 지키는 마켓리더가 아닌, 움직이는 마켓리더를 지향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만한 자신만의 혁신적 가치를 찾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한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도 옆에서 동료가 좋은 기회를 잡고 있어도 항상 더 좋은 공간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축구에서 훌륭한 골잡이들은 골을 넣는 재주도 좋지만, 남보다 먼저 좋은 위치를 선정하는 능력에서 탁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퍼스트 무버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다이내믹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21세기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은 과거처럼 한번 창출해 놓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해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 지배자라도 새로운 시장 공간을 계속 창조해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일시적 독점에서 오는 경쟁우위를 반복해서 누리는, Hit & Run식의 ‘역동적인 퍼스트 무버’를 지향하는 것이 21세기 창조경영 시대에 적합한 전략이다. 자신만의 음악 카테고리 창출로 일약 월드 스타가 된 싸이. 머지않은 미래에 또다른 창조적 혁신으로 변화를 이끌어 가는 다이나믹한 퍼스트 무버로서의 그를 기대해본다.[LG경제연구원 김국태 책임연구원, 허지성 책임연구원 www.lgeri.com]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허지성 선임연구원
02-3777-0514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