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휴대폰 기업 로컬 시장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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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6-04 12:00
서울--(뉴스와이어)--Ⅰ. 글로벌시장 지각변동 일으키는 중국 토종 스마트폰

중국산 휴대폰의 상승세가 무섭다. 중국제하면, 저가의 조립 IT기기나 가전, 산쟈이(山寨·짝퉁) 제품을 떠올려온 글로벌 소비자들은 연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MWC)에 출품된 중국 토종 스마트폰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품 스펙에서 미국이나 한국, 유럽의 프리미엄 폰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사양의 제품을 글로벌 브랜드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중국의 제조 인프라 경쟁력을 감안한다면, 가전시장에서의 ‘중국 쓰나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현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해온 애플 등의 혁신 속도가 주춤하고 휴대폰 사업에서 하드웨어 경쟁력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추격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중국산 휴대폰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중에서도 화웨이(.爲)와 중싱(中興, ZTE) 등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세가 두드러진 토종 브랜드들의 성장배경과 경쟁력 원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이처럼 괄목상대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데에는 중국 정부의 육성책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2G 서비스단계까지는 글로벌시장은 물론, 내수시장에서조차 변변한 휴대폰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뒤늦게 이동통신 시장을 육성하느라 글로벌 2G 표준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덩달아 2G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3G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자체 개발한 서비스 규격(TD-SCDMA)의 국제인증을 받은 다음, 치밀하게 서비스 업체~통신시스템업체~단말기업들간 합종연횡을 이끌어냈다. ‘자주창신(自主創新)’의 대표적 사례로 통신시장의 서비스- 제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때 다져진 통신산업 전반의 산업 생태계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토종브랜드의 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중국 내 3G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휴대폰의 92% 정도(2012년 말 기준)는 스마트폰으로 분류된다.

중국 토종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내수시장에서 3G 서비스가 본격화된 2010년의 일이다. 당시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불과 1%대로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불과 2년 만에 18.2%까지 치솟았고, 올 1분기 기준으로는 또다시 23.8%까지 상승했다. 바야흐로 시장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세분해보면, 중국시장 내 점유율은 같은 기간 7.5%에서 65.7%로 급상승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시장에서는 0.02% → 5.15%, 선진국 시장에서는 0.2% → 5.0%로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느리다. 다만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이동통신 대국 중국시장의 비중이 34%(올해 1분기 기준)로서 계속 높아지고 있어,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에 안방 시장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중국 토종브랜드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는 거의 전적으로 저가 매력 덕택이다. 토종 스마트폰은 글로벌시장에서 평균 100~200달러 정도에 팔리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신흥국시장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도 저가영역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8%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산 스마트폰의 생산단가는 약 30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고 수출가격(FOB 기준)도 대략 50달러 대까지 맞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격이 50달러 넘게 형성되는 남미나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미시장에서도 브라질, 멕시코 등은 각각 1억 9천만, 1억 1천만 명의 인구를 거느린 대형시장이다. 지난 3년간 두 나라의 연평균 스마트폰 성장률은 각각 86%, 105%에 달했지만 여전히 보급률이 각각 38%, 32%에 그치고 있다. 성장여력이 충분한 만큼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강세는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적했듯 중국 스마트폰의 부상은 내수시장에서의 선전이 밑거름이 됐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153%라는 초고속 성장을 이어와 전세계 스마트폰의 3분의 1이 팔리는 거대시장으로 커졌다. 이 시장에서 66%까지 로컬 브랜드 점유율이 올라간 것은 노키아 소니 모토로라 등 전통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스마트 대응에 실기한 탓이 적지 않지만, 화웨이 레노버 등 로컬 브랜드의 제품력이 일취월장한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스마트 기능을 휴대폰에 탑재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두께, 무게, 날렵한 외관 등을 자랑한다.

가격대별로 나눠보면 토종브랜드들이 어느 부문에서 약진하는 지 간단히 파악된다. 1,500위안(한화 약 28만원) 이하의 저가시장(점유율 86%)은 물론 3,000위안(56만원) 미만의 중간 가격대 시장에서도 토종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59%까지 치고 올라왔다. 3,000위안 이상의 고가영역 점유율이 아직 4%대에 머물고 있지만, 연초부터 대대적인 광고마케팅을 예고한 터라 이 점유율 역시 머지않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토종브랜드의 약진에는 3대 이통사 중 2, 3위 업체인 차이나유니콤(CU), 차이나텔레콤(CT) 등의 시장전략에 적극 부응한 점이 한 몫 했다. 1위 업체인 차이나모바일(CM)이 중국 고유의 3G 규격 서비스를 시행하도록 정부로부터 임무를 부여 받았으나 기술적 문제 등으로 상용화 서비스를 미적거리는 동안 나머지 두 이통사가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저가 단말기를 대량으로 구매해 가입고객들에게 뿌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들로선 두 이통사의 가격 기준에 맞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시장은 고스란히 토종브랜드의 아성으로 굳어졌다. 지난해 경우 차이나모바일이 판매한 중간 가격대(1,500~3,000위안) 스마트폰 중 토종브랜드는 10.4%의 점유율에 그친 반면,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이 판매한 같은 가격대 스마트폰에서 토종브랜드가 각각 71%, 41%를 차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향후 중국 내수시장의 스마트폰 판매 경쟁에서 이통사와의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Ⅱ. 토종브랜드의 급성장 배경

1. 제조역량 향상

우선, 3G 서비스 단계에서 부쩍 향상된 토종 부품업체들의 제조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서비스업체들이 요구하는 사양에 맞는 단말기를 적기에 이문이 남는 가격에 공급하려면, 단말의 핵심 부품을 적절한 가격과 시기에 소싱해 최적화하는 능력이 기본적이다. 그런데 휴대폰 세트업체들이 이 같은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기반이 되는 토종 부품업체의 제조역량과 가격경쟁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 점에서 실제 상용 서비스 단계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키긴 했지만, 중국식 3G 표준인 TD-SCDMA의 산업체인을 주로 로컬업체들로 구성했던 것이 전반적인 휴대폰 경쟁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현재 중국 토종 휴대폰 제조기업들은 핵심 부품을 대부분 중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모듈 등은 물론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칩셋도 ‘Made in China’이다.

메모리 반도체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토종업체들이 부품 대부분을 만들고 있으며, 칩셋 부문에도 대만계인 메디아텍(MediaTek)에 이어 하이실리콘 등이 명함을 내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출 규모도 최하 7천억 원 이상인 대형 부품업체들이다. 이중 하이실리콘은 통신시스템 사업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화웨이가 단말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이다.

중국 대륙에서는 지난 한해 대략 12억대의 휴대폰이 생산됐다. 터치패널을 생산하는 ‘O-film Tech(欧菲光)’사는 화웨이의 핵심 공급업체 반열에 오르면서 지난해 매출 7천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그 전까지 화웨이에 납품했던 대만의 TPK(宸鸿科技)사는 급격히 공급물량이 줄었다. 공식적으로는 화웨이가 원가경쟁력이 더 뛰어난 O-Film으로 공급선을 교체했다지만,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O-Film에 적절히 기술을 넘기고 상당한 발주물량을 약속한 대신 납품가를 크게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O-Film의 사례는 단말기업의 판매물량이 폭증하면서, 부품 납품가도 규모의 경제성 덕택에 내려가고, 이는 다시 최종적으로 휴대폰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중국 단말산업 전반에 정착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휴대폰 단말기업들의 ‘집성(集成)역량’도 크게 향상됐다. 중국에서 좁은 의미의 집성역량은, 최적의 부품을 찾아서 통신업체와 소비자가 만족하는 기능과 스펙을, 빠른 시일 내 멋진 외관에 담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적어도 스펙과 외관 측면에서 중국 토종 휴대폰의 경쟁력은 글로벌 브랜드와 별 차이가 없어질 정도가 됐다.

토종 스마트폰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화웨이와 레노버 최신 스마트폰의 두께는 각각 9.4㎜, 6.9㎜이며 무게 역시 170g, 162g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출시된 한국산 프리미엄 폰의 두께가 7.9~9.4㎜, 무게가 133~172g인 것에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카메라 성능 등 사양도 대동소이하다. 독자 UI를 채용하는 등 브랜드 고유의 감성적 가치를 담으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다만 외관 상으로도 중국 토종 휴대폰은 색상, 소재, 마감(CMF·Color Material Finishing)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업체와 약간의 격차가 느껴진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외관을 장식하는 고급무늬 패턴이나 폰을 손바닥에 놓았을 때의 질감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중싱이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가에게 제품 디자인을 맡기기로 하는 등 이 분야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2. 이동통신 대전(大戰)을 적극 활용

앞서 설명했듯 중국의 이동 통신업체들이 3G 서비스 투자에 나선 것은 2009년의 일이다. 2G 시대까지 이통사들이 차지하는 휴대 단말시장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휴대폰 전문 대리상의 채널비중은 60%나 됐고, 궈메이(國美) 수닝(蘇寧) 같은 가전 양판점들이 나머지 10% 채널을 차지하는 구조였다.

이통사 채널비중이 낮았던 것은 이통사들이 취급했던 단말 모델 수가 많지 않았던 데다 전국에 깔린 매장 수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더해 음성통화가 대부분인 2G 방식에서 소비자들은 충전카드로 선 결제 후 통화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있었고, 따라서 불편하게 이통사 판매부스에서 단말기를 찾을 필요가 많지 않았다.

데이터 소비수요가 커진 3G 시대에 들어와서야 이통사들은 저가의 휴대폰을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휴대폰 가입자들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휴대폰 전문매장보다 단말기의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자 이통사 판매부스로 고객들이 점차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통사들의 고객확보 경쟁은 자체 개발한 UI를 휴대폰에 심는 단계로까지 확대됐다. 이를 위해서는 단말제조사들의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이통사와 협조체제가 가동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단말의 유통 채널에서 이통사 비중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편 이통사들은 지역적으로 취약한 유통 커버리지를 확대하기 위해 전국 매장을 보유한 가전 전문 유통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궈메이 수닝 디신통(迪信通)의 매장에 이통사 프랜차이즈 형태의 간이 매대를 두는 식이다.

3대 이통사들의 공세적인 점유율 전쟁에 적극 부응한 쪽은 토종 단말업체들이었다. 글로벌 브랜드들로선 이통사들의 요구가격에 맞춰 납기를 맞추기도 어렵고,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중저가 시장을 거의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Ⅲ. 커지는 글로벌시장 진출압력

토종 스마트폰은 불과 4년 만에 내수시장의 강자로 떠올랐지만, 앞날은 전반적으로 험난한 편이다. 무엇보다 급속 성장의 발판이 됐던 3G 서비스시장의 성장세가 둔화 내지는 정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트너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는 2011년 179%를 정점으로 이미 조정기를 맞았다. 올해 42% 성장에 이어 내년엔 27%의 ‘중국에선 평범한’ 성장국면으로 이행한다는 전망이다.

물론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으로부상했고 내년에도 3억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스마트폰이 그렇게 많이 팔렸지만, 여전히 3G의 보급률은 올 연말까지도 30%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3G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놓고도 채 회수하지 못한 CU, CT 두 회사는 더욱 공세적인 가입자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향후 이통업체들의 가입자 확보전이 단말 제조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중국 통신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통 고객 중 5%만이 월 30달러 이상 소비하는 반면, ‘통신 선진국’이랄 수 있는 한국 고객들 중엔 35달러 이상 구매자가 11%가 넘는다. 중국 고객들 중 월 7.5달러 미만 고객이 무려 56%를 차지하고 있는 열악한 구조이다.

이통사들은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소비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기간 저가 단말기를 찾을 수밖에 없고, 이는 ‘을(乙)’의 입장인 제조사 입장에선 ‘가렴주구’ 가 지속된다는 얘기가 된다. 화웨이 중싱 TCL 등 힘센 토종 단말업체들이 글로벌시장 진출에 목을 매단 것은 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는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 이통사와의 제휴는 단기간 내수시장 지위를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프리미엄 단말 제조역량과 브랜드파워를 키우는 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단말시장의 분위기는 중국 토종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의 판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초창기 스마트폰 구매자들을 열광시켰던 소프트웨어 분야는 혁신 속도가 느려진 반면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스마트폰의 판가하락은 부품가격 하락, 단말기업들의 공급사슬 관리역량 향상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가격거품이 걷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같은 트렌드 속에선 브랜드 파워가 강해 상대적으로 높은 판가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글로벌 선두권 업체들과 대규모 저가 제조역량을 갖춘 범용 스마트폰 업체들이 유리해진다. 브랜드 파워는 낮지만, 제품 스펙 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나날이 키워가고 있는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경쟁구도이다.

Ⅳ. 중국 정부의 지원전략

중국 정부는 국제 LTE 방식 중 하나인 LTE-TDD를 중국 표준(TD- LTE라 명명)으로 지정하고 국제적으로 TDD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TD방식이 주파수 자원활용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3G 방식에서 독자적 표준을 내세워 기술자립도를 높이고 독자적 산업생태계를 조성했던 성공체험을 4G 시대엔 더욱 강도 높게 재현하고자 하는 정책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이 LTE-FDD 방식의 4G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국제적으로 칩셋부터 단말에 이르는 제조사슬이 형성돼 있어 후발 중국에게는 불리한 구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TD 진영의 존재는 초라한 편이다. 올 3월 현재 세계 총 67개 국에 156개의 4G 상용 네트워크가 보급돼 있는데, 이중 FDD가 142개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TD 방식을 채택한 통신사는 STC(사우디 아라비아), 소프트 뱅크(일본), 바리에어텔(인도), Aero2(폴란드) 등으로 현격한 열세에 있다.

중국은 향후 4G 시대를 맞이할 신흥국 시장을 타깃으로, 자국 시장에서 4G 시대를 개막해 통신장비나 단말사업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린 뒤 글로벌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7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차이나모바일로 하여금 TD 방식의 4G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상류부문부터 4G 산업체인을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 TD 진영으로 분류되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미국 유력 통신사인 스프린트 인수에 성공한다면, 미-일-중으로 연결되는 국제 TD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올해까지 100개 이상 도시에 20만 개의 기지국을 설치해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3G 투자비 회수기간을 주기 위해 조기 4G 주파수 할당을 주저했던 중국 정부도 연내 주파수를 할당, 시장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으로 돌아섰다. 주파수 할당에 반대해온 차이나유니콤 등까지 최근 찬성 입장으로 돌아섬에 따라 내년 경 중국의 4G 시대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덩달아 토종 단말기업들의 4G 제조역량도 향상될 것이다.

이미 화웨이 중싱 등은 TD-LTE 네트워크 장비 등을 해외에 수출해왔다. 내수시장에서 4G 시대가 개막될 경우 단말 경쟁력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신흥시장 통신사와의 협조관계를 통해 단말사업에서도 단기간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별도로 연초 12개 부처 합동 의견으로 “2015년까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연 매출액이 18조~90조원 규모의 대형 IT 기업을 5~8개까지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업 및 신식화부가 발표한 ‘중국 100 대 전자정보기업’ 리스트에는 화웨이, 레노보, 하이얼, 중싱, 하이신, 창홍 등이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이들의 글로벌시장 진출은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에 합치하는 것인 만큼, 연구개발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육성할 전망이다.

Ⅴ. 맺음말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성장배경을 요약하면, 튼실한 부품산업 체인이 기반이 된 원가경쟁력과 이동통신사와의 밀접한 협력관계가 ‘쌍두(雙頭)마차’로서 이끌고, 정부의 휴대폰 제조역량 내재화라는 메가플랜이 뒤를 밀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성공요소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을까. 연초 스페인 MWC에 시연된 화웨이 등의 프리미엄 폰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나름 강력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할 만 하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우수한 스펙을 지닌 프리미엄 폰을 전시회 디스플레이 용도가 아니라 글로벌 통신사들이 원하는 시기와 가격으로 적정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문제는 화웨이 레노버 등 토종 스마트폰 업체의 최고경영자들이 연초부터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제기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 시기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선 글로벌 주요 부품업체들과의 협력체제가 절실하고, 소싱과정에서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최소한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원가 절감 외에도 소비자 소구 가치도 높여야 한다. 글로벌 마케팅 경험과 브랜드 파워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아직 글로벌 선두업체들과 중국 토종업체들간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평가이다.

스마트폰이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전형적인 퍼스널 기기로서, 패션제품화 하는 것도 중국 토종브랜드에겐 부담스런 트렌드 변화이다. 내수시장이란 터전에서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온 익숙한 경쟁방식이 선진국시장이나 고가영역에선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글로벌 통신시스템 사업기반을 다져온 화웨이 중싱 등은 이 같은 환경변화를 잘 숙지하고 준비하고 있다. 부품업체들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해 전반적 제조사슬을 탄탄히 다지고,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며, 글로벌 브랜드 투자를 늘리는 것 등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중국 정부의 우회적 지원 속에 피를 말리는 저가경쟁 속에서도 강력한 내성을 키워왔다. 시장확대를 통한 고용창출과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유력한 단말기업을 지원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향후 중국 토종 스마트폰의 글로벌 경쟁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국적 지배구조와 정책방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남효정 선임연구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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