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휴대폰 이끌 쌍두마차 화웨이와 레노버가 위협적인 이유’
4대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급상승 추세다. 2010년 점유율(대수 기준)합은 7%였지만, 2년 만에 38.9%로 치솟았다. 올 1분기 중싱과 레노버의 점유율이 소폭 줄어든 탓에 37.4%로 내려 앉았지만, 이들의 점유율이 앞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올 1분기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9.7%인 반면 레노버, 화웨이, 쿨패드는 각각 10.2%, 10.1% 그리고 9.8%이었다. 휴대폰 당 판가에 영향을 받는 매출을 고려하면, 애플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와 큰 격차가 나지만, 이동통신사들의 공세적인 고객확보 전략과 이에 부응하는 4대 브랜드의 ‘박리다매’ 영업전략, 프리미엄 시장진입 노력 등을 감안하면 향후 토종 휴대폰의 점유율 상승은 분명해 보인다.
4대 브랜드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성적표는 어떨까. 스마트폰 선진국이랄 수 있는 미국 유럽 등은 가격민감도보다 믿고 쓸 수 있는 신뢰,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키는 모델 운영능력, 브랜드 가치 등을 따지는 시장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요구도 가격보다 품질과 안정성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고, 최종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성적 가치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간주된다. 이 같은 게임의 룰에 익숙한 글로벌 휴대폰 강자들이 너나없이 극한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 내수시장처럼 토종 기업에 유리하도록 통신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도 없다.
올 1분기 ‘중화쿠롄’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은 각각 1.92%(화웨이), 1.6%(중싱), 0.2%(쿨패드), 0.21%(레노버)에 그쳤다. 언뜻 글로벌 시장에선 미미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애플 등을 제외하면 다른 글로벌 브랜드도 대부분 한자리 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 블랙베리(RIM)에 버금가는 지명도를 자랑했던 대만의 HTC 브랜드도 올 1분기 글로벌시장에선 2.68%의 점유율에 그쳤을 정도이다.
Ⅰ. 로컬시장의 양대 강자 : 화웨이와 레노버
4대 브랜드 중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존재감이 두드러진 기업은 화웨이와 중싱이다. 두 기업 모두 통신시스템과 장비 사업을 기반으로 휴대단말 사업으로 확장한 사례이다. 중저가 휴대폰에선 이미 글로벌 강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싱은 지난해 적자가 심각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내수시장에서조차 후유증을 겪고 있는 반면, PC 사업기반에서 급성장한 레노버가 브랜드 파워나 부품의 집성(集成)역량 측면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시장 내 현재 성적표만으로 향후 글로벌 플레이어 후보를 뽑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본 고는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안방 평가’를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간추려보았다. 기본적으로 단말사업의 매출규모와 스마트폰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선정하면, 4대 브랜드가 후보군에 오른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통신사업자와의 관계가 좋아야 하며, 유통채널에 대한 협상력도 뛰어나야 한다. 원하는 성능의 부품을 적기에 원하는 물량만큼 공급받는 집성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조달한 하드웨어 부품을 소프트웨어와 결합시키되 소비자들의 감성에 걸 맞는 외관을 갖추는 피니싱(Finishing) 과정도 중요하다. 이런 제조능력과 함께 경쟁사와의 저가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재무적 능력과 조직역량도 무시하지 못한다.
중싱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재무능력이 취약해지고 있고 국유기업으로서, 경영역량이 다른 민간 단말기업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대부분의 토종 중소 브랜드보다 양호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일한 통신장비 기반으로 출발한 화웨이와 비교할 때 모든 면에서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국 토종 휴대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분석해 시사점을 찾으려는 본고의 취지에 비춰볼 때 ‘잉여사례’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글로벌 경쟁력 분석은 화웨이와 레노버 두 개 브랜드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Ⅱ. 상반된 성공모델, 화웨이와 레노버
동갑내기(1944년생) 창업자를 둔 화웨이와 레노버 두 회사는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이다. 사업부문을 모두 합쳐 2000억 위안대 대형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시장의 주력사업은 다르지만, 해외매출 비중도 각각 67%, 57%로 높은 편이다.
1) 공통점 : 연구개발로 다진 경쟁력
1980년대 태어난 두 회사는 모두 중국시장에 꼭 필요한 자립기술로 성장기반을 다졌다. 화웨이는 홍콩 수입품에 의존하던 전화교환기를 자체 개발해 내수시장을 파고 들었으며, 레노버는 PC에 영문 키보드로 한자를 입력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오늘날 중국 PC산업의 터전을 닦으면서 명실상부한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 화웨이와 레노버는 각각 대규모 중앙연구 조직을 가동하고 있으며, 연구조직의 사내 위상도 매우 높다.
화웨이는 창업 초기부터 다른 로컬 통신기업들이 외국 선진업체와의 합작기업(JV)을 통해 기술이전을 시도했던 방식을 거부하고 자체 개발 전략을 선택한 데서 나타나듯 연구개발에 사활을 건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강한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게 된 것은 ▲실력우선주의 ▲높은 급여수준 ▲고객 중심의 연구관리 체제 등이 복합적인 시너지를 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웨이의 실력우선주의는 창업 초기부터 남달랐다. 대학시절 천재소년으로 칭송받던 22세 신입사원이 입사 1주일 만에 선배들이 풀지 못하던 네트워크 전송방식 관련 문제를 해결하자 단숨에 제품 개발팀장으로 승진시켰다. 한국기업은 물론 글로벌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이다.
2008년 노동법 발효에 앞서 런정페이 회장을 포함한 6,687명의 임원 간부사원이 퇴사한 뒤 재입사한 것은 실력우선주의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이 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한 회사에서 연속 만 10년을 일했거나 혹은 2번 연속으로 노동계약을 맺었을 경우 자퇴하지 않는 한 평생고용을 보장해야 했다. 화웨이 젊은 직원들은 실력 없는 선배팀장들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다며 반발할 수 있었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는 창사 이래 대원칙이 훼손될 수 있었다. 화웨이는 이에 따라 고위직부터 대규모로 퇴사한 뒤 선별작업을 거쳐 6,571명이 재입사했다. 연공서열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런 회장의 사번도 1번에서 12만번 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화웨이는 동종업종은 물론, 타 업종 대비해서도 급여 수준이 뒤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1996년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제정한 ‘화웨이 기본법’에 아예 명시해놓았다. 이미 1993년 상하이교통대학 류핑(刘平)교수를 초빙할 때 교수직 10년 연봉을 한해 연봉으로 책정했다. 가능하면 우수 연구인력의 경우 글로벌 기업 수준에 맞춰 급여 수준을 맞춰주되 여의치 않으면 일종의 변형된 스톡옵션인 ‘내부주식(가상주식)’제도를 활용해 기대소득을 높여주기도 한다.
연구조직의 위상이 높지만, 효과성도 중시된다. 초창기엔 연구인력에게 상당한 자율을 허용했으나, 90년대 후반부터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시장흐름과 동떨어진 연구를 제한하기 위해 ‘기술관리직’을 만들었다. 비용 대비 편익을 분석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일정 직급 이상부터 관리직과 연구직을 호환시켜 경제성 있는 연구를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중장기 연구효율을 높이기 위해 ‘미래예측 연구부’도 설립했다. 이 조직에는 매년 연구개발 예산의 10% 정도를 배정해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화웨이는 현재 전세계에 7만여 명의 연구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핵심 연구는 선진국 급여의 4분의 1에 불과한 중국 연구조직이 담당하고,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니즈에 맞는 현지화 연구개발은 뱅갈로르(인도) 실리콘밸리 텍사스(미국) 스톡홀름(스웨덴)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아일랜드 등에서 수행하는 구조이다.
레노버의 연구개발은 1999년에 설립한 ‘레노버 연구원’이 중심이다. 크게 기초 기술 연구와 상품 개발연구로 나뉘어 있다. 레노버의 기업문화는 성과를 중시하는 편이지만, 이 연구원 조직만은 ‘실패를 상당부분 용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2) 차이점 : 고객 차이에 따른 기업문화의 차이
두 회사는 사업내용이나 조직문화 등을 살펴보면, 차이점도 뚜렷하다. 대개는 통신시스템 사업과 PC사업의 특성에 따른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통신시스템 및 장비사업으로 출발한 기업인 만큼 전형적인 B2B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는 반면, 레노버는 PC라는 B2C 영역에서 출발했다. 화웨이가 내재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키워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다양한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다면, 레노버는 PC 조립사업에서 다진 부품의 집성역량과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용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소비자 마케팅에도 상대적으로 더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문화에도 적잖은 차이가 엿보인다. 화웨이는 대주주인 런정페이 회장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오너 경영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보완책을 시행했고, 런 회장 스스로 공개적으로 ‘자기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오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레노버는 이미 창업자인 류촨즈 회장이 2000년 당시 37세인 양원칭 수석 부CEO (고급부총재)을 후계로 지명하고 상당한 경영권을 넘겼고, 현 이사회 멤버에는 외국인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자신보다 훨씬 지명도가 큰 미국 IBM의 노트북 사업부문을 인수한 데서 알 수 있듯 서구적 인수합병에도 개방적이다. 레노버가 IT 외 비 관련 다각화에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반면, 화웨이가 최근에야 통신 외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이 같은 개방성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화웨이가 여전히 비상장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비해 레노버는 1994년 이미 주력회사인 레노버 그룹을 상장시켰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화웨이는 2004년 직접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설립해 기술역량을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레노버는 최근 들어서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직접 착수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레노버는 중국 내에서 가장 ‘글로벌화한’ 기업으로 지목된다. 스마트폰 사업의 후발주자로서 선발기업 중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인수대상에 올려놓고 있다는 소문도 중국 내에서 파다하다.
그렇지만 PC 사업 인수 후 선임한 외국 CEO가 단기실적에 치우쳐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자 해임하는 등 중장기 성장을 중시하는 중국형 DNA도 가지고 있다. 양 CEO조차 회의 지각 시 ‘1분 벌서기’를 하는 등 내부 규율은 엄격하다고 한다.
Ⅲ.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까
1. 집성역량은 더욱 개선될 전망
글로벌시장을 상대로 핸드폰 사업을 무리 없이 전개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주요 부품의 공급체인이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이 점에서 중국의 양대 토종 브랜드는 메모리 분야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중국 내재화’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핸드폰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 중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품목을 꼽는다면, 메모리칩, 디스플레이, 터치패널, 카메라모듈, 시스템 칩 등이다. 이중 메모리 칩을 제외한 모든 부품이 현재 중국 브랜드를 통해 조달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모듈이나 디스플레이 터치패널 등은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며, 디스플레이도 중국 로컬 티엔마(深天馬)가 풀 HD 급 패널 제조에 성공하는 등 프리미엄급 기술역량을 갖춰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도 미디어텍(대만)나 퀄컴(미국) 등에 대한 의존도가 컸으나, 화웨이가 자회사를 통해 필요한 물량의 절반을 조달하고, 레노버 역시 자체 AP 개발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최대공장이자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전반적인 제조사슬이 다져지고 있다. 두 단말기업의 부품제조사들은 대략 7,000억 원 이상 매출을 가진, 안정적인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다. 단말기업들의 수요물량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제조원가는 더욱 내려가고 이것이 공급단가 인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중국산 휴대폰의 원가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순선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두 회사는 프리미엄폰에는 퀄컴칩이나 한국산 디스플레이 등 고가 부품을 적용하는 반면, 중저가 폰에는 로컬부품을 채용하는 등 가격대별로 공급선을 다변화함으로써 특정 부품기업에 ‘얽매이는(lock-in)’ 것을 경계하고 있다. 설계가 완성된 휴대폰의 최종 조립의 대부분을 화웨이는 BYD, 레노버는 ZOWEE(卓翼)전기, Foxconn(富士康) 등에 맡겨 제조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2. 통신시스템 사업과의 시너지는 ‘양면의 칼’
내수시장에서 통신사업자와의 호흡은 단말사업 성공에 절대적이었다. 통신사업 기반을 가진 화웨이는 특히 3대 이통사에 시스템과 장비를 납품하는 특수관계를 이용해 경쟁사보다 연구개발을 거쳐 맞춤형 제품 출시를 앞당길 수 있었고, 고객사 마케팅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통신사업자 매장을 통한 단말기 매출확대도 긍정적 시너지였다.
글로벌시장에서도 이러한 게임 룰은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다. 화웨이의 매출은 지난해 2,202억위안(약 39조 6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1위업체인 에릭슨과 불과 6천억원이 모자랐다. 순이익은 153억 8천만 위안(2조 8천억원)으로 에릭슨(59억 스웨덴크로네·약 1조 4백억원)을 압도한다. 세계 500여 통신서비스기업에 GSM UMTS CDMA TD-SCDMA LTE 등 모든 시리즈의 통신설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단위에서 벌이는 통신사업의 영향력은 특히 신흥국시장에서 단말사업을 확장하는 데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채택한 4G(TD-LTE) 서비스시장이 신흥시장을 기반으로 확대된다면, 화웨이가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멘스 시스코 알카텔 등 글로벌 통신장비 강자들이 스마트폰 단말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사업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굵직한 연구개발을 통해 통신사업자가 만족한 만한 시스템 및 장비를공급하는 것과 최종 소비자가 가치를 느끼는 단말기를 조립- 최적화 하는 것은 게임의 룰이 상당히 다르다. 스마트폰의 프리미엄화가 진전되면서 단순 통화품질보다 퍼스널기기로서 기호품화하는 경향도 장비업체들로선 부담스런 트렌드 변화이다.
더욱이 미국 정부와 의회는 통신장비 사업을 겸하는 화웨이가 자국 단말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드러내놓고 견제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내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선 농촌 - 후 도시형’ 진출전략을 글로벌 사업에서는 ‘선 신흥국 - 후 선진국’으로 적용하고 있다. 신흥국시장에서는 통신장비 사업이 시너지를 냈지만, 잠재적인 군사대치국인 미국에선 오히려 이 같은 강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3. ‘빠른 추격’이 단기간 어려운 브랜드 격차
화웨이 레노버 양사의 프리미엄 폰은 스펙 면에선 글로벌 선두업체와 격차가 줄고 있다. 부품업체의 프리미엄 제조능력이 향상되고, 두 업체의 설계 및 집성능력이 일취월장하면서 하드웨어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핵심 칩의 처리용량 및 속도, 디스플레이의 선명도, 배터리의 내구시간, 카메라의 성능 등에서 큰 차이가 없고, 두께나 무게 면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모델도 나온다.
그래도 소비자들의 감성적 가치를 높이는 색감 질감 등 면에서는 아직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른바 CMF(Color, Material, Finishing)인데, 소재분야의 업그레이드가 선행돼야 해결되는 이슈일 것이다. B2C 기반으로 성장했던 레노버가 소비자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만큼 사용자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두 토종 브랜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하드웨어 스펙의 격차보다 브랜드 파워일 것이다. 기업 전체로 보나, 단말기로 보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글로벌 톱 브랜드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더욱이 신흥시장을 무대로, 주로 중저가 영역에서 점유율을 올리는 기존 시장전략으로는 자칫 중저가 싸구려 브랜드로 고착될 우려마저 있다.
중국 IT기업들은 중국 내에서는 정부의 암묵적인 ‘Buy China’ 정책이나, 자국 소비자들의 애국주의적 마케팅에 호소해 브랜드 파워를 키워왔다. 가전의 공룡기업인 하이얼이나 PC 분야의 레노버의 중국 내 브랜드 가치는 웬만한 글로벌 브랜드보다 높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는 기본적으로 국가 브랜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데다, 해당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물론 외관이 주는 감성적 가치, 그리고 해당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족감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다.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여온 중국 토종 브랜드로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대목이다.
사실 글로벌 단말사업에서 반드시 ‘made in China’가 원가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살인적인 임금상승세에 쫓겨 유력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중국 내 단말 제조거점을 베트남이나 인도로 옮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 산재한 생산거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노하우, 공급사슬관리(SCM) 역량은 글로벌 선두기업들이 오랜 기간 확립해놓은 경쟁력이다. 프리미엄 폰 시장에도 가격경쟁력을 중요하며, 이는 이 같은 역량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중국 토종브랜드들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원가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 같은 난제들을 넘어서야 한다. 수익성까지 보장받으려면 브랜드 가치를 어떤 방법으로든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연말 2개월 동안 화웨이는 프리미엄폰인 Ascend 시리즈 출시에 맞춰 3천만 달러의 글로벌 광고를 실시했다. 스페인 유력 프로축구 클럽 경기를 후원하거나, 유로 스포츠채널에 광고를 집행한 것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의 수익성이 높고, 글로벌 통신사업자와 관계가 좋기 때문에 향후에도 글로벌 브랜드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다. 레노버는 아직 내수시장 경쟁력을 더 다진 뒤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할 전략이기에, 휴대폰의 대규모 마케팅은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레노버란 브랜드 인지도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향후 두 회사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겠지만, 글로벌 톱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Ⅳ. ‘중국적 특색’이란 변수
화웨이와 레노버가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다만 두 회사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상당히 유리한 ‘중국적 특색’을 지니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나, 운영 메커니즘이 일반적인 시장경제 국가와 많은 차이가 있고, 정책 및 금융지원 등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전반적인 풍토는 ‘중국 특색의’ 베이징 컨센서스와 맞닿아 있다.
먼저 두 회사 모두 반(半)오너 경영체제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화웨이의 경우 종업원 조직인 공회가 98%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나, 실제 주요 의사결정권은 사실상 런정페이 회장이 행사하는 구조이다. 런 회장의 ‘자아비판’이 휴대 단말사업의 잠재력을 경시했던 것이었던 만큼 현재 시스템 및 장비사업 수익의 상당부분을 단말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전략변화와 자원집중은 오너 경영체제의 장점이기도 하다. 화웨이가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장(上場)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장점을 누리기 위함일 것이다.
양원칭 레노버 CEO도 창업 회장이 지명한 후계자인 데다, 공식적으로 1대 개인 대주주인 만큼 오너경영을 하고 있다. 주도적으로 휴대단말 사업부(MIDH)를 설립하고 육성해온 만큼 단계적으로 글로벌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단번에 몸집을 키우는 승부수도 띄울 수 있다.
오너 경영보다 더욱 중요한 특징은 두 회사 모두 주주보다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경영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에는 주주 임직원 채권은행은 물론, 지역경제에 대한 고용 및 재정기여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단기적 기업가치보다 고용창출을 위한 중장기 시장지위 등이 중시되고, 그 기반이 되는 ‘자주창신(自主創新)’에 대규모 경영자원을 투입하는 식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단말시장 경쟁에서도 최저의 수익성만 보장되면 저가경쟁을 불사하는 형태의 마케팅 전략이 유력하단 얘기가 된다.
이해관계자 중시경영의 반대급부는 당연히 중국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화웨이가 창업 초기부터 인민해방군과의 장기계약 덕택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2004년 글로벌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때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100억 달러, 6억 달러의 소비자금융을 지원받은 것도 국가적 지원 사례이다. 이를 통해 2000년대 중반부터 화웨이의 글로벌 매출은 폭증하기 시작, 오늘날의 존재감을 다질 수 있었다는 평가이다. 중국 표준의 4G 네트웍(TD-LTE)을 개발하면서 수백억 원 대 자금지원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표준을 중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확장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화웨이와는 ‘2인3각’의 행보를 보일 수 있다.
‘B2C형’인 레노버는 화웨이만큼의 전폭적인 지원은 받지 못했지만, 연초 중국 정부의 IT기업 글로벌화 프로젝트에 맞춰 적잖은 금융 지원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Ⅴ. 맺음말
화웨이나 레노버의 성장배경은 사실 한국의 전자기업들이 전자강국 일본의 그늘에서 성장하던 방식을 닮았다. 한국 정부가 과거 고도성장기에 특별소비세를 통해 일본산 제품의 수입을 견제하거나 대 그룹에 여신을 몰아줬던 ‘유치산업 육성’ 정책들은 중국의 두 단말강자들이 창업 기반을 다질 때 중국 정부가 취했던 접근과 유사하다.
중국 단말강자들은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지원 외에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이란 훌륭한 성장기반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금융기관이란 우군을 더 가지고 있다. 글로벌 단말시장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중국 내수시장은 점유율 확대과정이 바로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만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중국 내수시장이 4대 브랜드의 재림체제에서 양강체제로 집중되고, 글로벌 브랜드와 중고가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때쯤엔 글로벌 프리미엄 단말시장에서도 중국 토종 브랜드의 존재감은 더욱 커져 있을 것이다. 수년 내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간극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중국의 5대 국유상업은행은 2000년대 중후반 상장을 추진하면서 외국 금융기관에 상당한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국가개발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정책에 맞춰 금융지원을 할 여력이 충분하다. 통신장비 사업을 함께 하는 화웨이로선 신흥시장 진출에 있어 레노버보다 이 같은 지원을 얻어내기에 유리한 점이 많다. 화웨이가 상장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화웨이 등 중국 토종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선진국 정부의 감시와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정부의 부당한 자국기업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가 금지하는 관행이다. 화웨이는 선진국 정부의 견제에 대비, 미국과 일본에 대규모 연구개발 센터를 세우는 한편, 해당국 기업들과 협력관계도 다지는 식으로 극복한다는 복안이지만 과거와 같은 노골적이면서도 대규모인 금융지원은 한층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화웨이나 레노버가 그 동안 단말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정부 지원에 따른 저가의 장점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초창기 정부 지원을 이끌어낸 것은 다른 로컬기업과 확연히 구별되는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란 특성 때문이었다. 글로벌 단말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성과도 저가의 매력에 현지 통신서비스 기업에 대한 솔루션 개발능력이 덧붙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나 레노버의 가장 큰 약점은 앞에서 지적했듯 상대적으로 취약한 브랜드 파워이다. 브랜드 파워는 제품력 자체의 업그레이드 외에도 상당히 면밀하고도 오랜 기간에 걸친 자원투입이 진행돼야 가능한 과제이다. 이 점을 적극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만이 향후 중국 토종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프리미엄 폰을 중국 토종 브랜드가 버거울 정도의 원가경쟁력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바로 글로벌 차원에서의 부품 소싱 역량과 공급망 관리능력과 무관치 않다. 중국 토종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경영의 스피드는 이런 점에서 필수적인 경쟁요소가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남효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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