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기업저축과 자금의 단기부동화'
외환위기 이후 저축률이 투자율 상회
외환위기 이전에는 3저 호황으로 소득이 크게 증가했던 1980년대 후반을 제외하고는 투자가 저축을 상회하였다. 따라서 우리경제는 만성적인 자금부족 현상에 시달렸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투자초과 속에서도 저축률이나 투자율 모두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0년대 들어서도 외환위기이전까지는 저축률이 완만하게 낮아졌으나 30%대 중반의 저축률과 투자율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저축률과 투자율 모두 하락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기업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저축보다 투자가 더욱 빠르게 위축되었다.
이후 저금리 기조가지속되면서 투자는 회복되었으나 저축을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2000~2004년 연평균 국내총투자율은 30.0%를 기록하여 저축률 32.9%보다 2.9% 포인트 낮았다. 2003년부터는 저축률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투자율이 제자리에 머물면서 저축률과 투자율의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04년에는 저축률(34.9%)과 투자율(30.3%)의 차이가 4.6% 포인트로 크게 확대되어 저축이투자를 초과하는 현상이 고착화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개인 저축의 비중 급격히 감소일반적으로 경제주체 중에서 개인(가계+자영업+비영리단체)은 저축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게 된다. 반면에 기업은 투자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개인으로부터 제공받게 된다. 따라서 개인은 자금잉여인 경제주체로서 경제 전체의 저축을 주도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실제로 90년대 초반에는 전체 저축 중에서개인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였다. 1990~1995년 동안의 개인 저축이 전체저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9%로 비금융기업의 27.6%, 정부의 20.8% 등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전체 저축에서 개인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감소한반면 정부와 비금융법인의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00년 이후 개인저축이 전체 저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인 22.5%로 감소하였다. 반면 비금융기업의 비중은 36.0%, 정부의 비중은 35.7%로 상승하였다. 정부 저축의 비중이 증가한 것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규모가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 저축의 비중 확대는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보다는 부채상환이나 유동성 확보에 주력한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저축률 빠르게 상승
경제주체별 저축률을 통해서 기업, 개인, 정부 중에서 어느 부문이 최근 저축의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해 보았다. 1980년대까지는모든 경제주체의 저축률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경제주체별로 저축률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개인들의 저축률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가운데 기업의 저축률은 12% 내외에서 등락했고 정부의 저축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의저축률은 커다란 상승추세로 돌아선 반면에 개인의 저축률은 하락세가 빨라졌다. 기업의 저축률은 10%대 초반에서 2004년에는 17.2%로 높아졌으나 10%대를 유지했던 개인의 저축률은2004년 6.8%로 하락했다. 따라서 최근 국내 저축의 증가는 기업 저축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의 저축과 투자 차이
축소경제주체의 자금사정은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통해서도 파악이 가능하다. 저축이 많더라도 투자를 많이 하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저축이 적더라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자금사정은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살펴보면 각 경제주체의 자금사정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처분가능소득(국내외 생산활동으로부터 발생한 소득+국외로부터 아무런 대가없이 받은 이전소득) 대비 경제주체별 저축과 투자의 차이의 비율을 살펴보았다.
각 경제주체별 자금사정은 개인이 크게 악화된 반면 기업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저축과 투자의 차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민처분가능소득 대비 15.8%에서 2003년에는 0.1%로낮아졌고 2001년에는 투자가 저축을 초과하기도 하였다. 개인들의 자금공급 기능이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기업의 저축과 투자의차이는 국민처분가능소득 대비 -8.1%에서 -5.2%로 3%p 정도 개선되었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저축과 투자의 차이도 플러스(+)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따라서 최근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에는 기업의 저축 증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저축은 벌어들인 소득중에서 소비하고 남은것으로 정의한다. 기업의 경우 소득에서 원자재나 인건비에 사용하고 남은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기업의 저축은 처분가능소득과 사후적으로 일치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 저축의 증가는 기업 이익의 증가를 의미하게 된다.
금융기관을 포함한 기업들의 소득증가율은1990년대 초반 연평균 10.3%에서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에는 -66.1%를 기록해 소득이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65.0%로 상승해 소득이 크게 증가하였다. 반면 개인의소득증가율은 1990년대 8.3%에서 1990년대 후반에는 3.8%로 둔화되었고 2000년 들어서는2.2%로 낮아져 거의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직후 내수가 증가하면서 개인들의 소비가 소득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소득이 둔화되는 가운데 소비의 증가는 개인들의 저축 여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보인다.
반면에 기업들은 투자확대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는데 주력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됨에 따라 저축도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체적으로 저축초과 현상이장기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현상에 기업의 저축증가가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과잉저축의 부작용 우려
과잉저축은 과잉유동성의 원인이 되면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나친 저축으로 인한 소비 감소로 생산이 위축되고 소득이감소하는 이른바‘절약의 역설’이 현실화될 수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기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축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단기부동화로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과잉저축에 따른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는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할수 있다. 시장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자금은 수익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은 생산적이지 않은부문이나 한계상황에 있는 기업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 자산가격의 거품을 일으키거나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 금리에 의한 자원배분 기능을 약화시켜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미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가축소되는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 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간신용도에 따른 스프레드의 차이는 확대된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신용스프레드는 경기변동과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는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하락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량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줄면서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가 원활하게 소화되고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원활해지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과잉 유동성이위험도가 높은 한계기업으로까지 흘러가면서 위험에 따른 가격결정 기능이 원활히작동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기업저축률 상승 당분간 계속될 듯
기업의 저축이 계속 증가할 것인가는 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부채축소에 중점을 둔 재무전략을 추진하는가와 새로운 투자기회가 존재할 것인가에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업의 부채축소에 따른 투자부진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진행될것으로 보인다. 2004년 경상GDP 대비 기업 금융부채 비율은 166.0%를 기록하였다. 이는 1998년의 193.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외환위기이전의 140%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수준이다. 경제규모에 대비한 기업 금융부채의 비율은줄었지만 기업의 금융부채 규모는 계속하여 증가하였다. 따라서 기업들의 부채축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부채구조조정을마무리하면서 기업의 저축이 줄어들고 투자가 늘어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기회의 발굴이 지연되고있는 것도 투자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은 유동성 확대와 더불어 투자기회가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은 것은 90년대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해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압력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도 대규모 투자기회가많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저축률의 상승 추세는 당분간 계속되면서 저축 증대로 인한 금융시장의 과잉 유동성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보인다.
투자환경 개선 필요
최근 금융시장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기업들의 저축증가와 단기유동성 보유에 적지 않은 영향을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단기 유동성에 의한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나 조세 및 금융 지원 등을통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연구개발 강화,신제품 개발 등과 같은 핵심역량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하는데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개인들의 자금을 장기금융상품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자금은 단기자금이라도 일정한 목적을 위해 단기금융상품의 형태로 장기간 보유하는데 비해 개인 자금은 부동산이나 다른 투자처를 찾아 쉽게 이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개인자금에 대해서는 장기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지원이나 새로운 신상품 개발을 통해 장기자금화를 유도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의 증가가 투자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를 확대시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투자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 정부에서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경제연구그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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