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국립극장 창작공모 수상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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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2005-08-05 13:46
서울--(뉴스와이어)--국립극장(극장장 김명곤)이 4개 전속단체의 우수한 레퍼토리 개발 및 작품 집필 지원을 통한 창작의욕 고취를 목표로 지난 1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 5개월 동안 실시한 ‘2005 국립극장 창작공모’ 결과를 8월 5일 발표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국립극장 창작공모는 연극, 창극, 국악관현악 등 3개 부문에 대해 실시됐으며, 희곡(장막희곡)부문 43편, 창극(창극대본)부문 7편, 국악관현악(국악창작곡)부분 19편 등 총 69편의 수준있는 작품들이 접수됐다.

심사 결과, 희곡 부문(장막희곡)은 김동기 작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이 언어의 간결성과 결말 반전의 드라마적 힘과 상징, 은유가 높이 평가돼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창극 부문(창극대본)에서는 이원희 작 ‘소리를 일으키다’가 판소리 광대인 권삼득의 인생을 가식없이 묘사한 점과 판소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각별하게 드러낸 점이 높이 평가돼 가작으로 선정됐다. 국악관현악 부문에서는 평안남도의 유흥요(幽興謠)로, 연회 및 축하행사시 신나게 연주할 수 있는 김대성의 ‘아르래기’ 등 10곡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창작공모는 지난해에 가작을 냈던 희곡 부문에서 당선작이 나왔고, 2001년 이후 4년동안 당선작을 내지 못했던 창극 부문에서 가작을 내는 등 이례적으로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분야별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특히 국악관현악 심사 절차에서는 악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의 연주가 병행 실시됐다.

이번 창작공모에 당선작으로 선정된 희곡 부문(장막희곡) 1편과 가작으로 선정된 창극부문(창극대본) 1편에 각각 2천만원과 1천만원의 시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며, 당선작으로 선정된 국악관현악곡 10편에 대해서는 각 2백만원의 시상금이 주어진다. 당선작에 대한 시상식은 8월 25일 오후 2시 국립극장 3층 소연습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당선작 리스트>

장막희곡 : 당선작 김동기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

창극대본 : 가 작 이원희 '소리를 일으키다'

국악창작곡 :

당선작 김대성 '아르래기', 김기범 '산사(山寺)의 눈(雪)', 박위철 '그리움', 조원행 '춤추는 인형', 김보현 'Good luck to you', 안현정 '그 하늘', 고은영 '돋움', 조기선 '판놀음', 안은경 '애원성 마당', 김일중 '태양의 딸'


《장막희곡부문 당선작》 작품의도와 줄거리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

부자유한 현실의 근원적인 슬픔을 장애라는 비유로 비극적 서정성에 버무린 희곡이다.

내 삶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들, 그 현실의 작용과 해석으로 탄생한 이 희곡은 누가 오장환을 대변하고 있다거나 또 이성복에 은유되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적용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재결로 인물을 구성한 것도 결코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들 삶의 저편에 놓인 상처와 치욕에 관한 이야기이며,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삶의 막다른 길에서 갖게 되는 존재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일 뿐이다.

아들은 늘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었고 아비는 하등 필요 없는 존재였던 그 혹은 어떤 관계에 대한 연민, 누구나 한번쯤 겪은 아름다운 사랑, 세상 모든 꿈으로 다가왔고 모든 꿈을 앗아가기도 했던 그 대상에 대한 희미한 기억들 또는 기다림과 증오, 이념과 현실, 폭력과 자유, 인간의 성숙과 상처 따위의 몇 가지 단상에서 출발한 이 연극은 아주 느린 연극, 느리기 때문에 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무대가 되길 기대하며 구성하였다.
두 돌 지난 아들이 유아원에서 배워온 첫 말은 ‘내 거야’ 시도 때도 없이 그 말을 달고 사는 놈에게 어미는 뒤좇아 타이르길 반복한다. ‘내 것은 없어. 다 같이 나눠 갖는 거야’ 저놈이 살아갈 세상도 자본주의 사회, 이 징그러운 천민자본주의는 또 당분간 계속 되겠구나. 뭐든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당분간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 방점을 찍는 심정으로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을 썼다.
아들을 생각하다 아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생각하다 주제넘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지친 염곡 사거리에서 나는 또 벌떼처럼 몰려드는 오장환의 아들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토록 유치찬란한 이성복의 체념을 다시 읽고야 만다.
‘오래 고통 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토록 피해 다녔던 치욕이 뻑뻑한, 뻑뻑한 사랑이었음을 소리 없이 돌아온 부끄러운 이들의 손을 잡고 맞대인 이마에 이는 따스한 불, 오래 고통 받는 이여 네 가슴의 얼마간을 나는 덥힐 수 있으리라’

주인공 미남은 때수건 좀약 빨래집게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한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 전 중풍으로 쓰러졌다. 전신마비 증세가 호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몸을 가누기란 쉽지 않다. 그들이 사는 곳은 반지하 단칸방. 월세를 놓은 주인집 아줌마는 벌써 몇 년째 방세를 올리지 않았다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그리고 순애, 미남의 애인이다. 아름답고 착한 그녀는 맹인이다. 적어도 현재로선 그렇지만 그렇게 보이지만 어쩌면 그녀는 이 지상의 여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는 어떤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먼 훗날 그녀를 다시 만난 미남은 비로소 현실의 모든 처지와 조건을 뛰어넘는 자유를 느끼게 되는데...

《창극부문 당선작》 작품의도와 줄거리

“소리를 일으키다”

중세 신분사회가 급격히 붕괴되던 조선 후기에는 예술적 완성을 위해 불살랐던 예인들이 많다. 단원, 혜원, 오원, 겸재 등 풍속화가들, 추사 김정희, 가인 안민영, 이름 없는 유랑예인들, 판소리 광대 등이 여기에 꼽히는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 판소리 광대 권삼득도 끼어 있다. 이들은 안존한 삶을 거부하고 예술의 완성과정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던 인물들이다.

이 작품은 판소리 광대인 권삼득에 관한 이야기다. 권삼득은 판소리를 역사의 지평에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판소리사의 중요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양반 출신의 이른바 비가비 소리꾼이라는 점에서도 당시 양반사회의 일탈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덜렁제라는 판소리 유파를 만들었고 고유의 더늠을 개발해 판소리의 질적 확장을 꾀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권삼득이 주어진 삶의 조건을 내려놓고 그가 지향하고자 했던 예술세계를 향한 치열한 예인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 주목하고, 본 작품은 한 인간의 예술의 완성과정과 동시에 인간완성의 길을 제시하고자 시도했다. 세상 밖으로 내던져진 존재로서의 고단한 삶이었지만 차라리 소리의 세계는 그에게 유일한 삶의 희망이요 즐거움이자 자기확인의 작업 그 자체였다. 그러므로 권삼득의 삶은 여러 가닥으로 뒤엉킨 갈등들의 충돌이요, 번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끝없이 자기열림을 지향했던 행복한 빈자의 길이기도 하다. 양반계층으로, 그것도 세상을 쥐략펴략하던 안동 권씨의 향반으로서의 편안한 삶을 내던지고 팔도를 무른 메주 밟듯, 구름처럼 떠돌며 소리의 길을 열었던 권삼득, 그는 양반사회의 견고하고 완고한 관습적 제도를 벗어버리고, 소리 따라 자유인의 길을 걸었던 진정한 해방자였다.

이 작품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향반을 내려놓고’는 권삼득의 소년시절로 양반 족보에서 삭탈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엄중한 반가의 법도를 어기고 소리로 생을 열려고 하는 권삼득에게 부친 이우당과 문중 어른은 호된 질책을 하던 끝에 끝내는 문중 족보에서 그의 이름을 삭탈하게 된다. 그 결과 삼득은 홀로 산으로 가서 소리공부를 하던 차에 당대 소리가객인 최선달을 만난다. 그는 어뜻비뜻한 위인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소리의 맥을 짚을 수 있는 당대의 유명한 소리꾼이다. 그로부터 소리에 대해 눈을 뜬 삼득은 소리공부에 정진한다. 한편 삼득의 모친은 밤마다 정화수 떠놓고 비손으로 자식의 무사함을 기원한다. 결국 문중회의에 의해 멍석말이를 당하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소리를 하겠다며 뼛속의 소리로 토해내자, 문중 어른들은 재주가 아깝다며 갈 길을 가라 이른다.

2장, ‘소리 속으로’는 권삼득의 청년기 시절로, 작은 장면 4경으로 구성되었다. 소년 권삼득이 어느 새 장성해 청년이 되었다. 위봉폭포수 아래 움막을 마련하고 소리공부에 전념하면서 몸종이자 북잽이인 구억에게 반상의 법도를 깨고 동무 삼자고 제안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최선달에게 곡기를 대접하려 하지만 양식이 떨어져 난감해 하는 가운데, 장터에서 소리품을 하다가 최선달에게 혼줄나게 야단맞는다. 이때 신상월의 등장으로 권삼득의 마음이 동요한다. 위봉폭포 아래 소리공부에 전념하고자 해도 지나간 삶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고민한다. 폭포수에서 크게 각성한 권삼득은 스스로 소리독공에 전념해 어지간하게 소리의 그늘을 이루는 경지가 되었다. 먹을 것을 싸가지고 나타난 신상월의 부탁으로 소리를 하고 있을 때 모친은 삼득의 부인 이씨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삼득과 신상월의 모습을 목격한 이들은 크게 실망하며 나무라자, 신상월 스스로 몸을 낮춰 자신의 탓이라며 용서를 구하고는 삼득의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을 속으로 다짐한다.

3장, ‘세상 속으로’는 권삼득의 장년기 시절이다. 들녘의 농부들로부터 소리 찬사를 들은 권삼득. 그는 오래간만에 집을 찾지만, 아내 이씨는 베틀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삼득을 본채만채 한다. 삼득은 마당 한가운데 앉아 소리 한바탕을 애원성 가락으로 부르는데, 이씨는 듣다 못해 울면서 마당에 앉아있는 삼득을 일으킨다. 자식들 셋과 함께 이들은 한 점으로 끌어안고 감회에 젖는다. 삼득은 또다시 세상 속으로 발길을 놓는다. 전주 감영에서 감사의 초청으로 소리 한바탕을 열게 되고 그 자리에서 감사가 자리를 줄 터이니 붙박아 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권삼득은 자신의 소리가 날아가는 곳이 곧 자신이 거처하는 곳이라며 거절한다. 중인환시한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다시 유랑의 길을 떠난다.

《장막희곡부문 당선작》 당선소감 및 프로필

〈당선소감〉

상금이 어마어마해서 기뻤습니다. 당분간 처자에게 일용할 양식이 될 것 같아 그저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또 약간의 무엇이 남아 있다면 그건 여전히 연극을 사랑하는 벗들에 대한 경애심과 그런 벗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기, 이 곳의 자랑과 희망일 것입니다.
그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 김동기〉

희곡작가
69. 5. 17일생, 강원도 명주 태생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6년 국립극장 창작공모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가작 입상
2000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 문학부문 선정
주요 발표작 : 꿈꾸는 연습(96), 아비(00), 누이야 큰방 살자(01), 갯골의 여자들(03), 물고기 여인(03), 능소풀이(03), 신라의 달밤(05) 등

《창극부문 당선작》 당선소감 및 프로필

〈당선소감〉

밤이 길게 끌어온 세월이었습니다. 허허로운 계곡같은, 아둑시니한 시간의 단층에서 그렇게 세월은 밤이었고 어긋난 인연처럼 불연속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난 세월이 겨울부채처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이 그저 가버리고 말 작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퀭한 어둠의 시간들을 살라내며 오로지 글쓰기에만 전념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도장 찍듯 확인하는 고통의 과정에서도 잠시잠깐의 희열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리꾼이 독공 끝에 얻는, 아니 어쩌면 독공의 그 지독한 고통의 과정 속에서 문득 느끼는 아우라같은 한 점의 그 기쁨 하나로 질긴 시간을 견뎌내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의 이번 수상은 독공 후의 득음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차라리 그것은 독공의 과정에서 발견하는 하나의 점일 뿐입니다. 따라서 완성이나 끝이 아니라 미완의 열림이기에 이제 새로운 지평 위에 서있을 따름입니다. 이제 막 시작의 길에 들어선 부족한 작품을 주목해주신 심사위원님들의 시선은 격려이자 채찍의 자극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창극의 레파토리가 과거에 얽매어 있는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열린 정신과 마음으로 창극의 대중화에 작은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저의 자세야말로 심사위원님들의 위로와 격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더욱더 자신을 다듬고 또 다듬어 우리의 소리가 세계문화의 빗장을 여는데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 이원희(李垣熙)〉

57년 8월, 전북 전주 태생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원 졸업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현재 한국싸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부 교수
2005. 문화관광부 <전통연희개발추진위> 전통연희 소재 희곡 공모 우수상 수상
저서 : 북한 5대 혁명연극 2000, 창작희곡집 [유랑] 2003 등

국립극장 개요
1950년 창설한 국립극장은 우리 공연예술계 현대사의 주무대였다. 서울 중구 장충단로 남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장 큰 해오름극장과 달오름, 별오름극장을 운영한다.

웹사이트: http://www.ntok.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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