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수석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안기부와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해 “참여정부 하에서는 국정원을 정치목적으로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국정원 개혁을 강도 높게 진행해왔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문 수석은 또 휴대폰 도청 우려에 대해 “지금도 하지 않을까 염려할 수 있는데, 휴대폰을 감청할 수 있는 장비 자체가 이미 지난 정부 때 다 폐기돼 적어도 현 정부와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는 도·감청 행위가 일절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문 수석을 통해 국정원의 미림팀 자체조사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 때에도 휴대폰을 포함한 불법도청 행위가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공개하면) 파장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모든 진실이 공개돼야 하며, 오히려 차제에 도청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확실하게 밝히고 규명하라”고 말했다고 문 수석이 전했다.
문 수석은 이어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 요구와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그러나 공개하고자 한다면 특별법에 의해 마치 독일의 슈타지 문서관리법처럼 통신비밀보호법의 금지나 제한을 풀어주는 그런 식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야당의 특검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도청사실에 대한 수사를 국정원의 자체조사와 검찰수사가 병행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특검에 맡기면 3~4달 후에나 활동이 가능해 그때가지 문제를 덮자는 말이 되며, 진실규명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도청 내용 조사요구와 관련해서는 “도청내용이 담고 있는 사회의 구조적인 부패, 비리 문제는 검찰에 조사를 맡겨도 충분하다”면서 “조사 이후에도 의혹이 남아 국민들 간에 더욱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된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비서실은 김병준 정책실장 주재로 이날 오전 정무관계 수석회의를 열어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 △그 동안의 모든 도청과 도청에 수반되는 각종 불법행위, 피해사례에 대해 광범위한 확인작업을 계속해 전모를 규명할 것 △투명하게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당당하게 진실을 알릴 것 등의 입장을 정했다.
다음은 이날 정무관계 수석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를 문 수석이 발표한 내용 전문이다.
■ 국가정보원의 발표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오늘 과거 불법 도청문제에 관해 스스로 확인한 사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내부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것은 조직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뼈를 깎는 결단과 거듭나고자 하는 용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오늘 드러난 과거의 권한 남용은 충격적입니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다시는 재발돼선 안 됩니다. 참여정부는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것입니다.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참여정부는 진실을 밝히는 일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오직 진실대로 갈 것입니다.
오늘 발표로 국가정보원은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냈지만, 반대로 과거를 청산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그 동안의 모든 도청, 도청에 수반되는 각종 위반행위, 피해사례 등에 대해선 광범위한 확인작업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불법 행위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직원들은 진실을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하기를 당부 드립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동참해 주기 바랍니다. 전모를 규명하는 일에 함께 한다면 정부의 권한으로 최대한 선처할 것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최선을 다해 계속 진상규명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이와 함께 검찰도 진실을 밝히는 일을 병행할 것입니다. 그래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국민적 합의에 따라 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 입니다. 정략적 접근이 아니라 지난 시절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에 힘이 모아져야 합니다. 참여정부는 두려운 마음으로 또 경건한 태도로, 지난 역사의 부끄러운 허물과 그 끝자락의 잘못까지 밝힐 것입니다. 다시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국민 앞에 당당하게 진실을 드러낼 것입니다. 투명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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