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태블릿PC 확산,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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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8-13 12:00
서울--(뉴스와이어)--태블릿PC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기존 PC영역의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와 인텔을 중심으로 조금씩 시장에 선보여 왔었다. 하지만 태블릿PC가 시장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애플 아이패드(iPad)가 출시되면서부터다. 아이패드 출시와 함께 태블릿PC가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혁신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주목 받았다. 태블릿PC가 꾸준한 성장을 하며 스마트폰의 보완 제품으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스마트폰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하진 못했다. 그러나 태블릿PC도 스마트폰 보완재를 넘어 주변 영역을 잠식하고 있는 등 와해성 제품(Disruptive Product)의 속성을 나타내고 있다.

태블릿PC 초기 개념은 MS와 인텔이 개발

지금은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의 추종자(Follower)가 되었지만, 태블릿PC의 개념(Concept)을 가장 먼저 보여줬던 것은 MS였다. MS는 2000년 가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컴덱스(Comdex) 쇼에서 윈도우 XP 태블릿PC판(Window XP for Tablet PC Edition)을 통해 태블릿PC 시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기업용 시장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그래서 기존 노트북과 PC에서처럼 워드 및 파워포인트 등 MS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Productivity Application) 및 인터넷이 구동되며 펜과 종이를 대신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 다음 태블릿PC는 2000년대 중반 MS가 윈텔(Win-Tel)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인텔을 끌여 들여 만든 울트라 모바일 PC(Ultra Mobile PC;이하 UMPC)이다. UMPC는 2006년 MS가 오리가미(Origami;종이접기) 프로젝트로 알려지기도 했었으며, 기존 MS의 초기 태블릿PC(10.2인치)보다 작은 7인치로 개발되었다. 초기의 UMPC는 이동성 향상과 함께 여전히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주안을 뒀다

최근에는 인텔이 중심이 되어 애플 및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PC에 대항하는 울트라북(UltraBook)이라는 초슬림·초경량 노트북 개념을 만들어 MS 및 다양한 제조사들과 함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울트라북은 업무용 영역에서 강한 MS 윈도우OS기반의 업무용 S/W를 잘 지원하는 기존 노트북의 성능을 지니면서도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이동성 높은 태블릿PC의 강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렇게 볼 때 MS와 인텔은 높은 성능과 안정성이 요구되며 MS 윈도우OS 중심의 S/W가 독식하고 있는 업무용 영역에서 노트북 대응용으로 태블릿PC 개념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노트북과 업무용이 MS와 인텔의 강점인 영역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노트북과 업무용은 MS와 인텔에게 남은 마지막 영역이기도 하다.

태블릿PC는 단계적으로 성장 중

MS와 인텔의 접근과 달리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이들의 기반인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태블릿PC를 확대하며 인접 영역으로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1단계 : 스마트폰 경험 확대를 보완

2010 출시된 애플 아이패드와 2011년 나온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는 MS와 인텔의 것과는 달리 개인용 및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출발했다. 그 이유는 애플 아이패드는 아이폰의 앱을,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스마트폰용 앱을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이패드 및 안드로이드기반 태블릿PC가 스마트폰의 속성인 개인용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중심이라는 점이 그대로 승계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MS 오피스와 같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인 아이웍스(iWorks)를 출시했지만 일부 사용자만을 위한 틈새 제품일 뿐이었다.

이처럼 초기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기반 태블릿PC는 스마트폰의 속성을 그대로 가졌기 때문에, 스크린 및 콘텐츠가 적게 보여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했던 고객군들에게 스마트폰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보완적인 기기로 많이 확산되었다. 특히 고령층 고객들에게 많이 침투했는데, 당시 일본 내각성 보고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30대 이하 소비층을 제외하면 오히려 노년층의 아이패드 구매가 중간 연령대를 추월하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는 당시 기사에서 잘 나타난다.

“일본 나가노에 사는 야스다 히코사브로(95)는 최근 애플의 아이패드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웹 브라우저를 좀 더 쉽게 사용하고 친구들과 이메일도 더 편리하게 주고받기 위해서다.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에 사는 마르티 웨스턴은 지난 5월 87세 생일을 맞은 아버지께 아이패드를 선물했다. 그의 아버지는 웨스턴의 블로그에서 ‘책 사이즈의 태블릿PC가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주정보원이 됐다’며 극찬했다.”1

2단계 : 중소형TV 시장을 대체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PC가 개인용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주로 활용되다보니,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중심인 TV 시장을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틈새 TV시장인 개인화 TV와 능동적인 TV 시청2을 원하는 시청자들부터 태블릿PC가 잠식해 가고 있다.

올해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3의 컨퍼런스에서 버라이즌 IPTV 사업부문 담당인 마이트레이(Maitreyi Krishnaswamy)는 “TV는 이제 하나의 앱일 뿐이다. 그리고 버라이즌 IPTV 시청자 중 TV가 없는 가정들이 이미 20%를 넘어섰다.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적어도 미국시장은 이미 20인치 미만 TV 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으로 전환되었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조사 기관인 닐슨(Nielsen)도 태블릿PC와 같은 기기를 TV처럼 사용하는 “제로TV 홈(Zero TV Home)”도 시청률 조사에 포함시킬 예정이라는 밝히는 등 태블릿PC의 중소형TV 시장 공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마지막 관문은 PC·노트북 시장의 대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는 스크린 사이즈 측면에서 스마트폰을 보완한다든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여전히 비주류 시장 중심으로 확대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태블릿PC가 실제로 와해시킬 수 있는 주요 시장은 MS와 인텔이 과거에 시도했던 PC, 노트북 시장일 것이다.

태블릿PC가 PC와 노트북 시장을 와해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은 MS 윈도우OS 기반에서 구동되는 MS 오피스와 같은 업무용 S/W이다. 하지만 이 영역에서도 태블릿PC가 기존 MS-인텔 기반의 PC 및 노트북의 시장을 잠식해 나갈 수 있는 틈들이 더 커지고 있다.

PC·노트북 수준의 업무용 S/W 와 격차 감소

애플,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서도 MS오피스로 대표되는 MS 윈도우 기반 업무용S/W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기·OS와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클라우드를 통해 MS 윈도우 기반의 업무용 S/W의 핵심인 MS오피스를 사용하거나 유사한 다른 S/W를 사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방법들이 PC 및 노트북에서 MS 오피스를 사용하는 것만큼 편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 사용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의 업무용 S/W가 기존 MS 오피스와 사용성의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기능과 성능을 제공하면서 점차 사용자들이 MS오피스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고 있다.

기존 PC·노트북 시장 와해가 눈앞에

아직 태블릿PC가 PC 시장을 와해시키지 못했지만 결국 시간문제가 될 것 같다. 즉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의 업무용 S/W들도 MS오피스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최근 태블릿PC용 키보드, 마우스도 많이 출시되는 등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일부 대학교 및 기업에서는 PC와 모니터 대신 모니터만 설치해서 태블릿PC와 쉽게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한다.

이미 안드로이드 및 애플 에코시스템의 확대와 함께 PC 산업 내 S/W 개발사, 부품사 및 제조사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태블릿PC로 인한 노트북을 포함한 PC산업 와해는 아직 시작도 안했고, 이제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다. 최근 변하지 않기로 유명한 MS가 모바일 중심의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했고, 인텔이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으로 진입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이제 그 위협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이용 행태 때문이다. 첫째 한국 소비자들은 5~6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인 페블릿(Phablet; Phone + TabletPC)을 비교적 많이 사용한다. 페블릿은 태블릿PC의 장점을 모두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모두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 성능좋은 피처폰을 사용하다보니 스마트폰 도입이 늦었던 것처럼 페블릿이 태블릿PC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둘째 한국 내 스마트폰 시장이 안드로이드OS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태블릿PC 시장 확대가 더딘 이유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이 애플 진영에 비해 태블릿PC 전용 앱 수준이 낮아 사용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이 대부분 MS 윈도우OS기반의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고 있는 현실도 애플 및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 사용 확산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PC, 노트북 대신 사용해야 할 태블릿PC가 PC나 노트북없이 사용할 수 없는 태블릿PC가 되었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의 경우 중소형TV는 상당부분이 태블릿PC로 대체되었고 노트북PC도 태블릿PC로 전환되고 있다. 태블릿PC의 성능이 높아지고 관련 에코시스템이 확산될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들로 이런 트렌드가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나,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향후 태블릿PC가 확산되면 PC와 TV는 일부 기능 및 크기에 특화된 형태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LG경제연구원 신동형 책임연구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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