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출구 보이지 않는 인도경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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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8-25 13:35
서울--(뉴스와이어)--인도경제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루피화는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달러당 60.8루피에서 출발한 인도의 환율은 22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상승했다. 그리고 마침내 8월 22일 루피화는 장중에 환율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65루피/달러 마저 넘어섰다.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루피화 가치가 7% 떨어진 셈이다. 도이치방크는 외환시장에서 비관론이 팽배해질 경우 1달 이내에 70루피/달러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루피화 회복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마저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파괴력이 약화되어야 하고 인도 경상적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야 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금번 루피화 급락세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 자금이탈이다. 미국에서 양적완화가 축소되어 달러 공급이 줄거나 중단되면 그 동안 개도국에 풀렸던 달러 자금이 국채수익률이 높아진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5월과 6월의 미국 연준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언급 이후 루피화는 하락을 거듭, 개도국 통화 가운데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5월 2일 루피화는 미국 1달러에 대해 53.7루피를 가치를 보였는데, 8월 22일에는 64.4루피를 기록하면서 비교기간 중 20% 가까이 폭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연내 축소는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미국 현지시간 기준 8월 21일에 공개된 7월 연준 FOMC 의사록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인도를 위시한 개도국 통화들은 약세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시장 동요 수반

환율불안은 인도 금융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뭄바이 주식시장(BSE)의 Sensex지수는 지난 8월 21일에 1.93% 하락, 금년 들어 최저치인 17,905를 기록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18,000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주식시장이 지난 4 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은 4조 3,500억 루피 감소한 58조 6천억 루피(9,100억달러)로 줄었다. 인도는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이었던 주식강국의 면모를 잃게 됐다. 인도 시가총액이 가장 많았던 때는 지난 2008년 1월로서 72조 루피를 기록했던 바 있다.

인도 정부의 환율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투자신뢰’가 상실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6일에도 인도 주가는 4% 폭락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에 글로벌 투자기관인 JP 모건은 인도의 경상적자문제를 우려하면서 인도주식 투자등급을 ‘유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췄다.

외국인투자가,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인도에서 빠져나간 외국기관투자(FIIs) 금액만 65억 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12년 3월 예산안 발표 직후 외자 유출 당시보다 훨씬 규모가 큰 것이다.

지난 5월 22일 인도 금융시장 동요의 발단이 됐던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로 계산하면 약 100억 달러의 외자가 인도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현재 300억 달러까지 허용된 외국인 채권보유 한도 가운데 43%(130억달러)만 채워져 있는 상태이다.

금리인상에 따라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국채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도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7월 15일 중앙은행의 유동성 긴축 대책 발표 이후 7.5%에서 8%대로 진입했다. 지난 8월 8일부터는 빠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19일에 9%대에 들어섰고 20일에는 장중 9.48%를 기록하여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예고된 재앙이나 피하지 못해

인도의 환율불안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고질적 경상적자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 경제가 지난 2012년 9월 이후 2013년 5월 중순까지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유지했던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환율불안의 방아쇠 역할을 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는 순전히 대외적 요인으로서 인도가 손쓸 여지는 없다. 다른 개도국들도 달러화 유출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인도는 유별나게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

인도 경제의 내부적인 불안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저성장, 물가우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상적자 문제가 인도 경제가 당면한 불안요인들이다. 특히 인도 GDP의 4.8%에 달하는 경상적자를 감안하면 이를 보전하기 위한 외국인투자가 넘쳐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달러화가 빠져 나가면서 달러화 품귀, 루피화 폭락의 공식으로 이어지게 됐다.

인도 경상적자의 주범은 무역적자로서 지난 2012년에 1,930억 달러의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송금 흑자 등 무역외수지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적자는 2012/2013회계연도에 882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부족한 달러, 즉 경상적자를 보전하는 방법은 외국인투자(외국인직접투자+포트폴리오투자) 유치와 외채조달 등인데 되도록이면 외채보다는 투자유치가 선호된다. 인도 경제데이터를 살펴보면 2011년 2분기부터 경상적자액의 규모가 커지면서 외국인투자의 유입만으로 충당이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난 2012년 2분기와 같은 경우에는 외국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으로 인해 외국인투자 유출이 이어지기도 했다. 외국인기관투자(FIIs)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투자가 19억 달러 빠져 나가고 FDI도 38억 달러 순유입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상적자는 171억 달러에 달해 외국인투자로 충당하지 못한 금액이 152억 달러에 달했다. 외국인투자로 보전하지 못한 경상적자는 결국 외채를 늘려 충당하게 됐다. 또한 외자유출에 따라 루피화 가치도 폭락하여 6월말에는 당시로는 사상 최저치인 56루피/달러를 기록했다. 비단 인도 뿐만 아니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경상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에서는 외국인자금의 이탈이 곧 환율불안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인도 정부는 경상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교훈을 분명히 얻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또 다시 더욱 큰 환율불안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환율인상

억제가 한계에 달해

경상적자는 줄이지 못하면서도 인도 중앙은행은 루피화 환율인상(가치하락)을 용인하지 않았다. 경상적자국에서 환율인상이 이뤄지고 수출증가, 수입감소 효과가 나타나면서 무역적자 및 경상적자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일 수 있다.

고정환율제가 아닌 국가에서 이러한 경상수지 수준에 따른 환율조정 과정은 시장의 힘에 맡기는 것이 정상이다. 루피화는 지난 2007년 4월부터 자유변동환율제를 따르고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경상적자 상황에서 루피 환율은 인상되어야 했다. 그렇지만 변형된 자유변동환율제에서 정부의 환율목표가 존재하고 위기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정부 의지가 어느 정도 환율에 반영된다.

인도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매우 중시하면서 환율안정에 집착했다. 인도의 무역구조상 수입이 수출보다 많고 1위 수입품목은 원유이다. 루피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증가의 혜택보다는 원유수입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물가가 오르게 된다.

이제 두자릿수 물가에서 벗어난 인도 경제가 성장을 포기해서라도 물가안정을 추구해야 되는 상황인데, 환율이 인상되어 물가가 불안해지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안정이다 보니 행정부의 성장 독려 의지와 상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금년 상반기 중 금리인하 조치를 취할 때도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여부를 먼저 확인했다.

인도 정계 역시 물가안정에 민감하다.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의식한다면 장바구니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유동성 억제조치 실패

환율인상을 원치 않았던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난 7월부터 단기 유동성 긴축에 나섰다. 은행권으로부터 루피화를 회수하면 루피화 가치가 올라가고 시중 유동성이 감소하면 환투기 위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7월 15일 재할인율을 7.25%에 동결한 채 일종의 초과유동성 적용금리인 MSF(Marginal Standing Facility) 금리를 2% 포인트 올린 10.25%로 책정했다. 이와 함께 은행에 대한 일일 유동성 공급의 상한선을 수신고의 1%에서 0.5%로 낮추고, 은행들의 일일 현금보유고 기준을 높였다.

이어 중앙은행은 7월 26일에도 보완조치를 발표하여 단기 유동성을 흡수하겠다고 나섰다. 중앙은행의 단기성 쇼크요법은 지난 1998년 1월의 아시아 통화위기 당시 중앙은행 총재였던 Bimal Jalan의 쇼크요법(금리인상, 지준률인상)과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쇼크요법은 3개월간 지속된 후 금융상황이 안정되면서 사라졌다. 단기간에 쇼크요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에서 발생한 위기가 아니었고 예방 차원에서 취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2013년 7월의 쇼크요법은 도입된 배경부터 지난 1998년과 다르다. 이번은 인도에서 발생한 위기에 대처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90년대말에 비해 인도의 경제규모나 대외노출도는 몇배 이상 커져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인도 정부의 대응은 시기 적절치 못했고 파급력에 대한 판단이 안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치담바람 재무장관의 의중에는 ‘일부 사람들의 투기적 공격으로 루피화가 불안하므로 투기자금이 될 수 있는 루피화를 거둬들이자’는 단순한 생각이 지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는 은행들의 결제 용도에서 비롯된 실수요로 파악되고 있으며 투기세력의 개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루피화 폭락은 유동성 과잉에서 비롯된 달러 수요 급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달러화 유출에 따른 공급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단기 처방은 유동성 억제보다 달러 유입 확대 및 유출 억제에 집중되었어야 했다.

금리인상과 긴축의 부작용 속출

재할인율은 동결됐지만 은행들이 체감하는 금리인상 효과와 유동성 긴축의 여파로 시중 대출금리의 인상과 채권금리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단기 기업채 조달비용은 10% 이상에 달하고 3개월물 기업어음 수익률도 11%를 상회하면서 17개월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년 들어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서 3차례 재할인율을 인하했던 금융완화 기조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셈이 됐다.

금리인상과 통화긴축 효과가 나타나면서 은행권의 대출증가율이 낮아지고 한계기업들은 이자부담 증가에 또다시 신음하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부실대출이 증가했다. 인도은행들의 부실대출은 지난 2012년말에 전체 대출의 3.7% 수준이었는데 오는 9월에는 3.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채 시장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중앙은행의 의도는 단기유동성을 억제하여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것이었는데 장기 국채금리도 상승하면서 국채가격이 하락했다. 인도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7월에만 0.75%p 상승하였는데, 이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월간 상승 폭으로 가장 큰 것이었다. 8월 들어서도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20일에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9.48%를 기록했다.

당초 정부가 생각했던 단기유동성의 긴급 회수가 금융권 전체의 긴축으로 파급됐다.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기업 대출금리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통화방어를 위한 단기유동성 긴축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기업과 금융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일관성없는 정책보다 신뢰 회복 필요

긴축정책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중앙은행은 지난 8월 21일부터 유동성 긴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10년물 국채시장에서는 국채를 매입하여 국채가격을 상승(국채수익률 하락)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채매입에 소요된 만큼의 통화는 단기 통화관리채권 등을 발행하여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힘입어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하룻만에 0.61%p 하락하여 8.31%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은 자본의 해외유출에 대한 통제가 없을 것임을 재차 확인하는 한편 은행들의 채권보유한도를 확대하는 등 시장 신뢰도 향상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작 금융시장에서는 인도 중앙은행의 갈팡질팡하는 모습보다는 불확실성 제거와 신뢰회복을 원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의 동요는 투자신뢰도가 추락한 데서 비롯된다. 지난 2012년 2분기에 불거졌던 외국인 투자 철수 사태 역시 정부의 세제강화 방침으로 인한 투자가들의 신뢰 상실에서 비롯됐다. 당시 인도 재무부가 소급과세 방안을 철회하고 2012년 9월부터 개방 확대 방안을 제시하면서 신뢰 위기가 종식됐던 바 있다.

그렇지만 인도 정부가 약속했던 개방안은 해를 넘겨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고 고질적인 경상적자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제참여자 및 외국투자가들의 실망이 커졌다. 정부의 일관성있는 정책추진이 결여됨에 따라 금년도에 더욱 심각한 신뢰 상실이 초래된 셈이 됐다.

지난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인도의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BJP당의 원로 Yashwant Sinha는 현재의 위기를 신뢰 상실로 규정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인도 경제의 성장 신화가 끝났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은 인도 정부가 더 이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따라서 조기총선을 통해 정권을 교체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측의 원로 입장에서 나온 주장이기에 다소 거칠고 정부 공격에 치중한 느낌을 주지만 어느 정도 공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신뢰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면 오는 9월 4일부터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하는 라구람 라잔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다. 라구람 라잔 신임총재는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거쳤으며 지난 2005년에 금융자본의 방만함을 지적하여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아무래도 라잔 총재가 취임하면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통화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국의 방만한 금융행태를 지적했던 라잔의 논리가 유동성이 부족한 인도 경제상황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지에 대해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듯

불확실성이 팽배하고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지만 인도의 환율불안이 외화 곳간이 텅 비게 되는 외환위기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환보유고가 받쳐주고 극약처방식 쇼크요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8월 2일 현재 2,771억달러로 6.8개월 어치 수입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이다. 통상 3개월 수입충당 가능한 외환보유고를 최소 안전판이라고 보면 인도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총외채가 3,900억 달러를 넘어 외환보유고를 초과하지만 단기외채는 967억 달러로서 총외채의 25% 수준으로 위험한 편은 아니다. 참고로 우니나라의 단기외채 비중은 29.1%인데, 이는 약 14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편 이번 회계연도에 상환해야 할 외화부채(외채, 무역신용, 민간부채 등)는 1,720억 달러로 외환보유고의 62%에 해당된다.

지금 외채 상황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증가 속도이다. 외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외환보유고는 감소하고 있어 점차 괴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지난 7월 잠정 수출입통계에서 나타나듯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 났다는 것이다. 7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1.6%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루피화 절하이다. 반면 수입은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피화 폭락이 당장은 고통이나 중장기적으로 약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루피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현 시점을 로컬 기업들은 자생력과 수출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무역외 수지 측면에서도 루피 가치 하락으로 해외송금의 이득이 커지는 반면 해외지출은 위축되어 흑자를 발생시킬 것이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배제 못해

루피 폭락 이후 경상수지 적자 보전이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지만 외채조달을 통하게 되면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외채의 빠른 증가세는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인도 국내 경제학자들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무시하는 분위기이지만, 해외에서는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본다. Templeton Fund의 Mark Mobius 회장이 인도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는가 하면, 헤지펀드 매니저인 Jim Rogers는 인도가 사업하기에 최악의 나라라고 혹평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정크본드 바로 윗 단계),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면서, 향후 12개월 내 1/3 확률로 신용등급의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S&P에 비해 우호적인 Moody’s는 Baa3 등급,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는 한편, 이번 루피화 폭락에 따라 수입재 가격인상과 물가불안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아직까지 인도는 S&P와 무디스 등으로부터 투자등급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 단계 하락하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하게 된다. 투자부적격인 정크본드 판정이 나면 인도 정부와 기업들은 해외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가산금리 적용시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년 성장률 5% 미만 예상

인도 중앙은행과 정부의 급선무가 환율불안 해소와 경상적자 감소이다 보니 성장을 위한 중장기대책은 뒷전에 밀린 상황이다. 환율 불안 이전에는 인도경제가 2014년에 6%대 성장하고, 2015년부터 7~8%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지만 하향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상황과 정책 전개방향을 고려하건대 2013/2014회계년도 성장률은 인도중앙은행의 전망치인 5.5%에 크게 못 미치는 4%대 중반에 그치고 2014/2015년 이후에도 5%대 성장세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경제전망의 하향 근거는 월별 산업생산 증가율에서도 찾아진다. 2012년 이후 산업생산은 몇차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는 2012년 3, 4월에 이어 2013년 5,6월이 두번째인 것으로 기록됐다.

인도 경제의 근간인 서비스업도 사정이 좋지 않다. 호텔 공실률이 늘고 있으며 IT 산업에서도 고용 감소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HSBC 은행에서 발표하는 서비스업 지수는 6월 51.7에서 7월에는 47.9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동 지수가 기준점인 50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11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인도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각광받았던 이유는 고성장세의 매력때문이었다. 당시 인도를 비롯한 BRICs 경제권의 눈부신 성장세는 투자가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인도 경제의 취약성들이 불거져 나왔다. 제조업과 수출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서비스와 내수에 치우친 성장 패턴이 굳어지면서 고질적인 쌍둥이적자와 물가불안이 경제 건전성을 해치게 됐다. 개혁 개방에 적극 나서야 될 정부는 부패와 관료주의 폐해로 인해 정책마비를 초래하고 투자가들의 신뢰를 상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의 출구전략에서 비롯된 인도의 환율불안이 인도 경제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단기적으로 인도 경제는 지금의 혼돈상을 벗어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경제안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성장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투자가 입장에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세의 매력을 인도에서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외국기업들이 인도 시장을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도는 중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 3위 시장인데다 중장기적으로 거대 시장으로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산층이 본격 성장하지 않았지만 12억명의 인구와 풍부한 청년 노동력은 미래의 장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단기 혼란 양상이 진정되고 중기적으로 생산성 향상, 인프라 개선, FDI 유치 등이 결합되면 인구 장점이 본격 발현될 것으로 보인다.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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