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돼도 기업 성과 개선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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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9-01 12:10
서울--(뉴스와이어)--기업경기는 실물경기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다. 2010년 이후 세계 및 국내경기의 하향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경기도 계속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상반기 글로벌 기업의 매출성장률은 달러기준으로 -1.4%로 감소하였고, 영업이익률도 7.8%로 전년 동기 8.3%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1 국내 기업들도 2013년 상반기 원화기준 매출성장률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3.8%→-1.1%)하였다.2

본 글에서는 기업경기가 실물경기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매출액 기준 글로벌 상위 2000개 기업의 경영지표를 이용해 살펴보고자 한다. 또 국내기업의 경영지표와 세계기업의 경영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어떻게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지, 그리고 향후 전망은 어떤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글로벌 기업성과 세계경기에 민감하게 반응

기업경기가 실물경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생산활동의 상당 부분을 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일차산업의 비중이 크고 자영업 형태로 운영되는 개인서비스 비중이 높지만 경제규모가 커기지고 생산방식도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생산효율성이 높은 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계경기와 기업의 매출성장률을 살펴보면 시기별로 다소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우선 1990년대에는 세계경기와 기업의 매출성장률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까지 세계경제 성장세는 높아졌지만 기업매출은 증가세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경제 성장률과 기업매출이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기업매출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대부분 기간 중 큰 폭으로 상회한 바 있다. 2000년 이후 리먼쇼크가 터지기 이전까지의 기간인 2000~2007년 글로벌 기업의 평균 매출증가율은 9.5%를 기록해 1990년대 평균 6.6% 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7.2%로 1990년대 5.9%보다 높아졌다.

지역별 경기와의 관련성을 보면 2000년 이후 글로벌 기업의 성과와 신흥국 경제간의 유사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신흥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신흥국기업이 점차 글로벌 상위기업으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신흥국기업들은 대부분 산업부문에서 빠르게 비중을 높여왔는데 특히 철강, 화학, 정유 등 자원에너지 부문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이와 함께 선진국 기업들도 신흥국에 대한 수출을 빠르게 늘려가면서 신흥국경제가 글로벌 기업의 매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2000년대 세계적 호황기간 중 글로벌 기업의 성장이 세계경제성장률을 상회할 수 있었던 가장 주된 원인은 중국 등 신흥국의 고성장과 함께 세계화에 따른 분업구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가간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2000~2007년 세계교역 증가율(명목기준)은 11%에 달했다.3 대부분의 교역을 담당하는 주체인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간 거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선진국 수입과 신흥국 수출 확대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세계교역을 늘리면서 기업경기는 유례없는 초호황기를 맞게 된 것이다.

기업의 높은 성장은 달러화의 공급확대라는 측면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글로벌 불균형 과정에서 달러화 공급이 크게 늘면서 달러화는 2000년대 기조적인 약세를 맞게 되었다. 이는 결국 글로벌 기업의 달러표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세계경제 성장률을 달러화 명목기준으로 바꾸어 보면 기업매출 증가율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2000년대 글로벌 기업은 비용측면에서도 유리한 상황에 있었다. 2000년대에는 원자재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서 생산비 부담이 크지 않았다. 국제유가는 2000년대 초반 배럴당 50달러 이내로 안정되었으며 2007년까지도 배럴당 70달러 내외에 머물렀었다. 이와 함께 노동비용도 낮게 유지되었다. 200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노동부문에 지급되는 소득의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추세를 보인 바 있다. 이는 세계화 과정에서 신흥국의 저임노동력이 세계 생산시장에 대거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근로자들간의 경쟁이 사실상 크게 늘어나면서 선진국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이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경기 둔화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기업경기의 성과는 빠르게 둔화되었다. 우선 성과관련 지표들이 큰 폭으로 둔화되었다. 2000년대 초반 경기 호황기와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시기의 평균경제성장률은 4%대 초반으로 유사했다. 그러나 경기호황기에 기업의 평균 성장률은 8.4%였던 것에 비해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시기에 기업의 평균 성장률은 3.4%로 낮아졌다.4 금융위기 이후 기업 성과의 회복력이 낮아진 배경에는 호황기 기업 부문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던 경영 환경들의 변화가 있다.

우선 글로벌 불균형의 조정으로 세계경제 성장세에 비해 교역이 부진한 현상이 금융위기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수입을 늘리기보다는 자국생산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흥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계속 둔화되었다. 실제 최근 미국경기의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수입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흥국 임금과 부동산 가격의 빠른 상승으로 선진국과의 생산비 격차가 계속 좁혀지면서 신흥국의 가격경쟁력에서의 비교우위가 줄어들고 있다. 적자확대가 국가신뢰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자국산 수요를 중시하는 움직임들이 확대되고 있다.

신흥국의 저임금 메리트도 줄어들고 있기준다. 중국의 빠른 고용확대로 추가적인 노동력이 세계시장에 진입하는 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크루그만 교수는 최근 중국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이 크게 늘어냐 하는 시점인 루이스 전환점(Lewis Turning Point)에 도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선진국 근로자의 임금에도 상향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기업 생산비 부담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인도나 기타 거대인구국에 여전히 저임노동력이 존재하지만 이들 국가들의 성장단계, 인프라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이미 2000년대 중반에 비해 훨씬 높아진 배럴당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어 생산비 부담은 과거에 비해 커졌다.

국내 기업 수익성 환율영향 크게 받아

국내 기업의 성장률도 글로벌 경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2000년 이후 한국기업의 매출 성장률과 세계경제성장률은 보다 높은 관련성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별로 보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아진 2000년대 이후 국내기업 성장률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경기와 연관성이 더 높아졌다.

국내기업 매출의 변동성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이는 국내기업의 매출이 국내외 경기뿐 아니라 원화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낮게 유지되는 시기에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수출이 크게 늘면서 기업매출이 늘어나고 원화가치가 높은 시기 중에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원화환율의 변동성이 경기변동성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국내기업의 매출은 원화환율과 거의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기업의 매출변동성이 글로벌 기업보다 크게 나타나는 데에는 환율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높은 연관성을 보이며 이익률이 꾸준히 상승한 반면 국내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1991년 7.6%에서 꾸준히 하락해 2000년 6.4%로 낮아졌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하락속도가 더 빨라지는 모습이다. 2000년대 중반 세계적 호황기간중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률은 상승했으나 한국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하향기조를 지속한 바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는 기업수익성이 급격하게 저하되어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이 2000년의 절반 수준인 3.6%까지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의 수익성 하락은 원화의 절상기조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절상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원/달러 환율은 2001년 평균 1290원에 달한 후 꾸준히 하락해 2007년 10월 916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원화가 크게 절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선진국 기업들보다 크게 낮아졌다. 원화환율은 2009년 평균 1,276원까지 절하되었으며 2010년부터 완만하게 절상되었지만 최근까지도 달러당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신흥국 기업과의 경쟁으로

수익성 하락

금융위기 이후 원화 절하에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선진기업들보다 낮아진 중요한 요인으로 중국 등 신흥국 기업과의 경쟁압력 심화를 들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상위기업 중 신흥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기업 수나 매출액 측면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기업5에서 신흥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6은 3.6%에 불과했다. 그 중 중국은 5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0.6%를 차지하였고, 같은 해 한국 기업은 42개 기업이 글로벌 상위 기업에 포함되어 매출 기준으로는 신흥국 전체의 매출 비중과 비슷한 3.1%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신흥국 기업들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2012년에는 신흥국 기업의 매출 비중은 17%, 이중 중국이 7.2%를 차지하였다. 반면 한국 기업의 비중은 2000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은 4.0% 수준에 머물렀다.

신흥국 기업들은 주로 자원에너지 분야에서 매출이 급성장하였다. 2000년 자원에너지 부문에서 13.4%의 비중을 차지했던 신흥국 기업의 비중이 2012년에 31%로 무려 17.6%p나 증가하였다. 특히 중국은 2000년 이후 고정자산투자 및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소비량이 크게 증가하여 전체 철강 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기준으로 17%에 이른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기업은 우리의 주력산업 부문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00년 만해도 전기전자 산업에서 상위 기업에 신흥국 기업을 찾기 어려웠으나, 2012년에 와서는 5%로 그 비중이 확대되었다. 전기전자 산업의 신흥국 기업은 대부분 중국기업으로, 2002년 종합가전 기업인 TCL이 처음 매출 상위 2000개 기업에 이름을 올린 이후 2012년에는 중국 기업이 16개에 달한다. 중국 전자 산업은 중국 경제의 성장과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은 내수시장의 성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였다. 초기에는 기술력보다는 원가 경쟁력이 중요했던 백색가전 중심 기업(Haier, Midea, Gree 등)들이 전자산업의 성장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휴대폰, TV 등 한국, 일본 및 선진국 기업들이 중심이 되었던 분야에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도 2000년 이후 급성장하였다. 2000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00만 대 수준이었는데 2012년에는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1,900만대를 넘어섰다.7 글로벌 2000 기업에 포함되는 상하이 모터스와 같은 중국 로컬 자동차 브랜드는 자국 내 점유율을 높여갈 뿐 아니라 수출 또한 꾸준히 늘리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2000년대 영업이익률이 하향추세를 통계보이고 있다. 이는 후발국들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성장전략을 채택하면서 공급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선진국 기업들은 우리나라나 후발국과의 경쟁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의 주력 부문에서 급성장하면서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도 타격을 받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 회복 기대돼나 경영 환경 어려움은 증가

국내외 경제는 하반기 이후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위기 이후 부채 축소 등 구조조정이 꾸준히 진행된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이 경제 성장을 재개하면서 세계경기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국내경제도 수출이 호전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상반기 크게 부진했던 국내기업 경기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업경기의 회복속도는 빠르지 못할 전망이다. 과거 국내 기업경기는 경기회복 초기에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하반기 이후의 회복국면에서는 매출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개선되는 속도가 완만할 전망이다.

의 성장세는 과거에 비해 낮아질 것이다. 신흥국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과거만큼 크지 못할 전망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인 기업경기 둔화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밸런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진국 수요가 늘어도 세계교역이 크게 늘기보다는 자국내 생산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다.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빠른 임금상승이 지속되면서 세계적으로 노동비용 부담요인이 될 것이다. 국제유가가 하향압력을 받고 있지만 OPEC의 감산 등 가격조정 등으로 급락하기 보다는 배럴당 100달러 내외를 유지하는 수준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환율여건의 악화에 따른 손실이 클 전망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에 300억 달러 가량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 출구전략으로 달러화가 강세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흑자규모가 GDP의 5%에 달하게 되는 상황에서 원화절상 기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흥국 외환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외국인 자금의 흐름이 크지 않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엔화약세도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과 경쟁 정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참의원 선거 이후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한 일본은 양적 완화,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엔화는 당분간 약세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본 기업이 상반기까지는 그동안의 낮은 수익성을 보충하기 위해 엔저에도 불구하고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낮추지 않았지만 기업이익률이 높아지면서 최근 단가를 떨어뜨리는 등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일본과 경합도가 큰 철강, 석유화학,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엔저에 따른 매출 둔화 및 수익성 저하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후발 신흥국과의 경쟁도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중반에는 세계경기 호황, 금융위기 이후에는 원화약세에 따른 수혜를 누렸던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세계경기의 미진한 회복과 함께 원화도 강세기조를 유지하면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이 신흥국가의 경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이는 결국 국내경제의 장기적 성장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지홍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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