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외국인 채권투자 유입 추세, 낙관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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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9-15 12:00
서울--(뉴스와이어)--지난 8월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가 순유출로 전환됐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한 달에 평균 5조원 가량을 순매수하고, 만기 상환을 제외하더라도 월 2조원에 가까운 규모를 투자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출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미국의 출구전략이 목전에 와 있는 시점에서 이런 양상이 가볍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5월 이후 글로벌 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국내 금리가 덜 오른 바 있다. 일종의 금리 안정화 역할을 한 셈이다. 따라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경우 시중금리가 급등하며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졌다. 외국인 채권투자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들을 살펴보고 향후를 전망해 볼 시점이다.

대규모 만기도래가 채권자금 유출의 배경

채권은 주식과는 달리 만기가 있기 때문에, 어느 기간 동안의 매수가 매도보다 많았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가 만기도래분보다 적으면 보유잔액은 감소하게 된다(순투자<0). 최근 상황이 이와 같다. 8월에도 외국인들은 여전히 국내 채권을 팔기보다는 더 사들여 1조 6천억원을 순매수 했으나, 만기가 돌아온 채권규모가 3조 5천억원에 달해 결과적으로 약 2조원 가량의 보유잔액이 감소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의 양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크게 문제삼지 않을 수 있다.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팔아서(순매도)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거래에서는 순매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도래의 영향으로 투자잔액이 감소했다면, 본국으로의 자본회수가 아닌 일시적인 현금화일 가능성이 있다. 자본이탈을 우려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지난 달의 매수규모가 매도보다 많았다는 것을 우호적 투자심리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최근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통해 국내 채권시장을 등지는 투자의 흐름이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외국인 국내채권투자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주요 대내외 요인들을 종합한 결과, 향후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유입추세가 지속되기 보다는 오히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입 둔화 요인

① 글로벌 유동성 감소, 채권 버블 축소

우선 글로벌 경기 회복, 출구전략 가시화 등으로 채권시장의 버블이 축소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각국의 금리가 동반 상승했으며, 글로벌 채권형 펀드의 수탁고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후 둔화되었던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가 올해 2분기부터는 GDP 증가율보다도 낮아졌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 채권형 펀드의 누적순매수 규모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향후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유동성이 더 빠르게 축소될 경우, 채권시장으로의 자금유입도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내 채권시장의 큰 손인 템플턴 펀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9개의 템플턴 펀드의 경우, 수탁고가 지난 6월 1,767억 달러에서 7월 1,749억 달러로 17.5억 달러 감소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채권시장의 비중을 더 늘리면서 국내에 대한 투자규모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이지만, 펀드에 대한 자금공급이 계속 줄어들게 되면 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② 해외 중앙은행의 투자 감소 조짐

외국인 채권 투자에서 해외 중앙은행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출 우려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다른 기관에 비해 해외 중앙은행이 더 중장기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고, 유동성 문제 등으로 갑작스럽게 자금을 회수할 우려도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 중앙은행의 투자 증가 역시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유입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신흥국 및 스위스, 노르웨이 등 안정적 유럽 국가들로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자, 각국은 자국의 환율 방어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의 진원으로서 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자, 외환보유고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 통화를 다변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해외 중앙은행의 투자자금이 유입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이 더 이상 해외 투자를 통해 넘치는 유동성을 줄이는 상황이 아닐 것이다. 해외 투자를 한다고 해도 향후 통화가치 하락의 우려가 적은 달러 등 주요 선진국 통화 표시 자산이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외국인 투자 중 해외 중앙은행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들로는 중국, 스위스 및 노르웨이 등 비유로존 유럽 국가,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신흥국들이 있다. 이들 나라의 투자 규모를 통해 해외 중앙은행의 자금을 추산한 결과, 올해 8월 들어 소폭 감소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해외 중앙은행의 투자는 급격히 유출되지는 않더라도 지금까지와 같은 유입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체된 수준을 보이거나 혹은 소폭 감소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③ 원화 강세 기대 약화

수익성 측면에서 바라본 국내 채권투자의 매력도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채권투자가 크게 증가했던 배경에는 원화 강세에 대한 전망이 있었다. 금융위기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다시 통화가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전까지는 환위험을 헷지(hedge)한 무위험 차익거래의 성격으로 자금이 유입됐었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환헷지를 하지 않은 투자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측면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종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환위험을 헷지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로 안전성이 높은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위험 차익거래에는 할인채이면서 만기가 비교적 짧은 통안채가 선호된다. 2009년 초 전체 외국인 투자의 절반 수준이던 국채 비중이 2009년 하반기 이후부터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이후 국채 보유 규모는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는 한편 통안채 비중은 다시 높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시점은 원화환율의 하락세가 멈추고 다시 상승하면서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든 시점과 맞닿아 있다. 환율 측면의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금리도 상승 국면에 접어들자 짧은 만기의 차익거래가 다시 많아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원화 가치가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외환위기의 위험이 적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 차원에서는 유인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요 신흥국 국채(2년 만기)와 각 시점에서의 환율 전망치를 이용해서 환차익을 고려한 채권투자의 기대수익률을 추산해본 결과, 국내 채권투자의 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음이 확인되었다. 우리 국채는 2011년까지는 다른 주요 신흥국 국채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환차익에 대한 전망이 크게 약화되면서 기대수익률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9월 기준으로는 2년 뒤 원화가치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자자가 많아, 오히려 환차손 우려가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와 같은 외국인 채권투자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④ 재정거래 유인 감소

재정거래를 통한 통안채 투자유입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재정거래의 유인은 크게 내외금리차와 스왑레이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괴리율)의 차이로 나타낼 수 있다. 내외금리차는 금리 측면에서의 수익률을, 스왑레이트는 환위험을 헷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둘의 크기가 같아야 하지만, 외화자금시장의 수급 여건에 따라 균형에서 벗어나는 경우 차익거래의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내외금리차는 확대되는 한편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 급증으로 국내 투자의 환헷지 비용이 낮아졌을 때, 재정거래 유인은 2%p에 육박했으며 이에 따라 외국인 채권투자 역시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재정거래 유인은 그 당시에 비하면 매우 낮아진 상태이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조선 및 중공업의 해외 수주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감독 당국이 금융기관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재정거래 유인은 크게 확대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이 실제로 출구전략에 나설 경우 미국의 시중금리가 더 크게 오르며 내외금리차를 줄일 전망이다. 외화자금시장의 상황도 최근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근 들어 조선 및 해운업의 수주가 증가하면서 선물환 매도가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해외채권 발행에 따른 헷지(부채스왑)도 지속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 해 말 이후에는 낮은 재정거래 유인에도 불구하고 통안채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신흥국이 금융불안을 겪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짧은 만기의 통안채를 통한 일시적인 자금운용의 성격이 높아 보인다. 향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낮은 재정거래 유인에도 불구하고 국내로 계속 투자가 이어지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 재정거래 유인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채권 투자규모가 과거에 비해 커지면서 재정거래 유인이 소멸되는 시간도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거래가 외국인 채권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채권시장 약세는 불가피…

기대의 쏠림을 막아 변동성을 관리해야

위기 이후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과 투자자의 위험기피 경향이 겹쳐지면서 채권시장에는 많은 자금이 몰렸다. 그 중에서도 신흥국,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에도 순유입 기조를 보일 만큼 해외 투자자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이제 원화 채권의 위상 강화 혹은 원화의 안전자산화 등을 이유로 향후에도 원화 채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원화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면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될 수 있다. 그러나 원화의 위상 강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해외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사들이는 건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상황 역시 안전자산이라기보다는 대체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부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금 유입에는 앞서 살펴본 여러 요인이 바탕에 깔려 있었으며, 그런 제반여건의 큰 흐름이 전환된다면 우리 채권시장도 어느 정도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 조정과정에서 급격한 유출의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다시 늘어난 차익거래는 만기 보유를 통해 정해진 수익을 얻는 거래이고, 각국 중앙은행이 대체로 공격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점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인 기대이다. 지금까지 채권시장이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았고, 외국인 자금 역시 꾸준히 유입되어 왔기 때문에 기대의 쏠림현상은 더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향후 외국인 자금 이탈이 현실화됐을 때 시장이 더 크게 반응하면서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

글로벌 금융 여건, 본국의 경제 상황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 채권시장 이외에도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유출입을 국내의 정책이나 감독을 통해 직접적인 규제하고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내 금융시장의 기대와 그에 따른 자금흐름의 쏠림현상을 조절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책일 수 있다.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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