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퇴색된 로열티, 퇴색되지 않은 로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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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9-24 15:06
서울--(뉴스와이어)--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로열티가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과거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한 번 취직한 회사에 뼈를 묻어야 한다는 의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로열티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직률 조사에서 대졸 취업자 중 60%는 첫 직장에서 4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2013년 3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이직 의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회사를 옮길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물기 보다는 이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자신의 경력 가치를 높이려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직의 내용과 횟수가 한 개인의 시장 가치를 반영하는 하나의 잣대로 인식되기도 하면서 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어려운 취업 시장을 뚫고 입사한 신입 사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붙고 보자는 ‘묻지마 취업’이 증가하면서 신입 사원들이 조직에 적응하고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려 하기보다는 현재보다 더 나은 여건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이직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그룹 공채를 통해 A사에 입사한 J모씨도 “현재 직장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업무도 열심히 하겠지만,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해서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하겠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직에 대한 직장인들의 시각이 변하면서 노동 시장은 유연성을 얻은 대신 기업은 점점 직원들의 로열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이직이 위협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이직이 교육, 배치 등과 같은 기업의 장기적인 인력 운용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대체 인력 확보를 위한 금전적 손실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직률이 낮고 직원들의 로열티가 강한 기업들은 이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윌리엄 오우치(William G. Ouchi) 교수가 특출한 성과를 올리는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공통 특성을 연구한 결과2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직원들의 기업에 대한 로열티와 사기가 높다고 한다. 로열티가 높은 직원들이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고객의 가치 창조에 몰입을 하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이것이 기업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매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로열티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기업 경영 차원에서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주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노동 시장이 유연해진 상황에서 구성원들에게 현재의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맹목적으로 충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로열티는 어떤 것이며,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 지 살펴 보자.

로열티 대상의 변화, 회사에서 업무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로열티는 회사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성실하고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시각이 IMF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거 한국이 경제 성장기에 있을 때에는 현재의 직장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으로 여겨졌지만, IMF 시기에 도산을 하거나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평생 직장의 개념은 희석되기 시작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회사가 어려우면 직원들을 해고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위기 의식이 생겼다. 그러면서 ‘회사가 정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로열티를 가지고 근무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계약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IMF 이후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겪으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또한, 전반적으로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는 동시에 조직 규모 확장이 제한되면서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상위 직급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에 비해 점차 줄어들고, 고용 시장 또한 유연해지면서 경력 사원 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을 겪으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평생 고용을 보장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라는 의문이 확산되었다.

로열티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노동 인력의 세대 교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베이비부머들은 안정적인 성향이 강하고 팀 플레이를 중시했다면, X세대 이후는 상대적으로 개인의 성장과 성취를 추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강한 편이다. 최근에 입사하는 직원들은 ‘Fun’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이들 세대는 일하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고용 환경이 변화하고 노동 인력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한 회사에 대한 로열티 의식은 약화되고 있다. 경영학의 구루라 일컬어지는 톰 피터스(Tom Peters)도 “이제는 더 이상 로열티가 회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회사보다는 자신이 소속한 팀이나 하고 있는 일로 로열티의 대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왓튼 스쿨의 매튜 비드웰(Matthew Bidwell) 교수 역시 “이 시대 구성원의 로열티는 회사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고 역설한다.

로열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속성 중 하나인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도 변함없이 구성원들이 지녀야 할 일종의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평생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의 가치를 보다 중시하는 구성원들의 로열티 대상은 ‘회사’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일’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성원 로열티를 높이려면…

로열티의 개념이 앞으로 ‘회사’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이 둘 사이의 연계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즉, ‘개인의 성장과 경력 개발’이 ‘회사 성과 제고’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제반 인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인재를 선발하느냐가 중요

무엇보다 회사가 중시하는 인재상과 조직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구성원 로열티 확보의 첫걸음이라 생각된다. 지원자의 실력과 스펙도 중요하지만 추구하는 경력과 직무 적성, 조직 문화와의 정합성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먼저, 지원자의 직무 이력과 경력 목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무 이력이 다양하거나 단기간 내에 자주 바뀐 경우라면 그 이유가 무엇이며 경력 목표가 명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뚜렷한 경력 목표 없이 직무가 자주 바뀐 지원자의 경우, 회사의 성과 달성보다는 개인의 성장과 시장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원자는 적성보다는 화려한 경력을 쫓는 메뚜기족일 확률이 높다.

조직 문화와의 적합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출중한 실력과 화려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를 조직 문화와 다소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용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는 직원들은 마치 외로운 섬에 고립된 것처럼 결국 회사 성과에 기여하지 못한 채 이탈할 수도 있다. 인성과 적성 검사를 통해 지원자의 기본적인 성향 파악은 물론, 조직 구성원들을 면접 과정에 참여시켜서 지원자가 조직 문화에 적합한지 심층 검증하는 것도 방법이다.

채용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수록 회사에 적합한 인재 선발은 물론, 로열티 확보도 가능하다.

경력 개발의 꿈, 회사 안에서 실현하게 해야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성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욕구 충족을 위해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는 편이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없다고 판단되면 일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정하기도 한다.

컨설팅 회사인 Walker Information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경우 새롭거나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할 기회가 없거나 학습의 기회가 부족한 것을 로열티 부족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자기 성장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가진 직원들이 회사 성과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력 개발의 꿈을 회사 밖이 아닌 내부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우선, 구성원들이 몰입할 수 있고 성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성을 고려한 업무 배치와 역량 향상을 위한 업무 확장 및 직무 순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로운 직무를 경험할 수 있게 하거나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 활동을 하게 하는 등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경력 개발을 지원할 수도 있다. IBM의 사례를 한 번 보자. 동사는 직원들이 현재의 역량 수준을 평가할 수 있고 상사로부터 평가 및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온라인 상으로 구축해 놓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역량 수준과 갖춰야 할 역량 수준의 차이를 분석한 뒤 필요한 교육들을 이러닝 프로그램이나 내외부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셀프 학습이 가능하도록 각종 과제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이 다른 사업 조직이나 직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가 개인의 비전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실현할 수 있는 길은 제시할 필요가 있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방법을 알게 되고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갈수록 구성원들은 자신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보다 더 회사에 로열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건강한 Partnership의 구축

구성원과 회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고 그것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종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 또한 로열티 확보에 중요하다.

파트너십은 회사가 구성원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뛰는 동반자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으로부터 형성된다.

또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경영진이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내재화하게 하는 한편, 개인의 목표 및 추구 가치를 회사의 그것과 연계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ABB의 전임 CEO였던 퍼시 바네빅(Percy Barnevik)이 1년에 20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회사의 비전과 경영 화두를 전세계 구성원들에게 전파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은 오늘날 기업 경영자들이 참고할 만 하다.

회사 성과에 대한 이익 공유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로열티 확보에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의 노력이 회사 성과 향상에 기여하고 그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일에 대한 몰입도 뿐만 아니라 소속감 역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연차 중심의 보상 체계를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한, 목표 달성에 대한 이익 공유도 고려해 볼만 하다. 한 예로, 의류업체 H&M은 구성원 로열티 제고를 위한 인센티브 체계를 새로 정립했다고 한다. 회사가 일정 금액을 출자하고 여기에 매년 이익 배당금 증가분의 10%를 추가하여 펀드를 만든 것이다. 이 펀드를 통해 근무 기간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직원들은 매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 되었다. 회사는 이익 공유를 통해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이직률 또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가 구성원을 동행하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우할 때 구성원들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서로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를 이해하고 연계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달성한 목표에 대해 성과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겠다.

로열티, 여전히 중요한 기업의 경쟁력 요소

로열티를 군대에서나 강조해야 하는 일종의 구호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마치 ‘이직을 해서는 안 되고 회사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근속에 바탕을 둔 로열티의 개념은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로열티의 개념이 사라졌거나 기업 경영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나 페덱스가 ‘고객도 중요하지만 우리 직원이 더 우선이다. 충성스런 직원이 충성스런 고객을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잭 웰치(Jack Welch)도 “로열티란, 외부 세계와 경쟁해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애사심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직원들이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때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

기업이 경쟁우위 확보를 통한 지속성장을 원한다면 능력뿐만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직원들을 선발해서 교육과 개발에 투자하는 한편, 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함으로써 로열티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LG경제연구원 조범상 책임연구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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