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차라리 경무대가 낫다?’ 제하 ‘정운영 칼럼’에 대한 반론

7월 2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차라리 경무대가 낫다?’ 제하의 ‘정운영 칼럼’에 대해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이 반론문을 보내왔다.

존경하는 정운영 논설위원님!

정 위원님께서는 평소 남다른 통찰력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한국경제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의 진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 위원님의 칼럼과 저서를 거의 빼놓지 않고 탐독한 독자이기도 합니다.

정 위원님!

실례를 무릅쓰고 키보드를 두들기게 된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정 위원님께서 7월27일자 중앙일보에 게재하신 <정운영 칼럼 -차라리 ‘경무대’가 낫다>는 글을 읽고 나서, ‘이것은 절대로 아니다’ 싶어 반론을 쓰기로 했습니다.

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시각과 진단,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의 관계, 칼럼 내용의 사실 확인 여부 등입니다.

■ 내수경제에 새살이 돋고 있습니다

첫째, 한국경제에 대한 시각과 진단입니다.

정위원님께서는 한국경제가 곧 쓰러질 것 같고 대통령은 이를 방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칼럼을 쓰셨지만, 저는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실업문제, 양극화문제, 부동산문제, 설비투자 저조 등 경제적 어려움이 산적해 있지만, 한국경제는 바야흐로 구조적이고 획기적인 체질변화를 겪고 있고,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건강한 싹이 트고 있고, 그 새로운 싹은 아주 의미가 크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풍부합니다.

종합주가지수가 1100포인트를 넘나드는 등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주가는 미래의 경제상황을 선반영한다고 하지요.

적지 않은 경제평론가와 경제칼럼리스트들이 이를 애써 외면한 채, 과거의 낡은 시각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진단이 요구됩니다.

1997년 IMF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의 한 축인 내수경기를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경제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는 일이지요. 기업의 설비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심각한 고민거리임에 틀림없습니다.

내수경제가 깊은 심연으로 빠져버린 이유는 많을 것입니다. 여러 경제학자들이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많이 냈습니다. 양극화 심화에 따른 중산층의 구매력 약화, 대규모 신용불량자 문제, 부유층의 해외소비 증가 등이 내수 위축의 일반적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의 내수침체는 ‘전통적인 요인’에 기인한 바 크지만, 과거에 없었던 뭔가 ‘근본적으로 다른 요인’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지하경제의 멸실 … 내수위축의 큰 요인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새로운 요인’은 크게 보아, 거대한 지하경제의 갑작스런 멸실과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증대 등 두 가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선, 지하경제 멸실에 대해 설명드리지요. 한국의 지하경제는 그야말로 방대했습니다. 뇌물 떡값 촌지 비자금 커미션 불법정치자금 등의 ‘눈먼 돈’이 지하경제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지하경제가 몰라보게 위축되었습니다. 지하경제가 완전히 사라질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던 거대한 뿌리들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지하경제의 멸실은 참여정부 개혁의 성과라고 자부할 만합니다.

개혁의 성과는 현실적으로 내수경기 회복에 큰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국가경제에 큰 구멍이 생겨버렸으니, 내수경기가 과거처럼 빨리 살아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우리사회에는 소위 ‘눈먼 돈’이 횡행했던 게 사실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먹고, 마시고, 놀러 다니고, 옷 사서 입는’ 소비성 자금으로 쓰였습니다. 내수경제를 살찌운 원천 가운데 하나였지요. 이런 ‘눈먼 돈’이 아직도 남아 있기는 하겠지만, 큰 덩어리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동안 ‘눈먼 돈’을 향유했던 기득권층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 ‘좋았던 시절’이 다시 올 리 만무합니다. ‘눈먼 돈’이 없어진데 따른 ‘정치·사회적 금단현상’이 심각했으나, 이 또한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는 듯합니다.

지하경제라는 악성 고름덩어리가 제거된 자리에 새살이 돋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천문학적 규모의 ‘눈먼 돈’이 사라졌다!

‘눈먼 돈’의 유통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였을 것입니다.

성매매를 주축으로 한 ‘섹스산업(성산업)’의 시장규모가 1차산업(농림수산업)과 맞먹는다는 분석은 충격이었습니다. 지난해 성매매금지법이 발효되면서, 이 법이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과 함께 국내유수의 연구기관에서 이런 분석보고서를 낸 것입니다. 섹스산업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눈먼 돈’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크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하경제의 대명사인 사채(私債)시장도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고 금융시스템이 크게 개선된 때문입니다. 자금관리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는 기업이 아니고서는 사채시장을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깨끗한 선거’도 내수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 때의 일입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상에… 선거 때, 내수경기가 위축된 것은 정부수립이래 처음이다”고 말하더군요. 이 말은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통계로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불법정치자금이 돌지 않고, 선거개혁으로 돈 안 쓰는 선거운동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접대비 지출 규제도 내수침체에 한몫을 했습니다. 무분별한 접대비 지출은 곧 내수경기와 직결되었지 않습니까?

심지어 금연(禁煙)정책 강화에 따른 담뱃값 인상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등 내수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눈먼 돈’의 공급원이었던 기업의 경우, ‘눈먼 돈’의 지출이 없어진 만큼 내부에 그 돈이 이익금으로 쌓일 것입니다. 접대비지출 규제도 기업을 살찌게 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눈 먼 돈’을 허용하고, 금연정책을 완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필수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代價)라고 생각합니다.

중산층, 노후대비 위해 저축증대·소비축소

내수경제를 위축시킨 새로운 요인의 두번째는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의 정년은 빨라진데다, 수명은 길어지고 있어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사회의 노령화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저마다 걱정입니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책은 저축입니다. “돈만이 노후를 보장한다”는 경험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재정이 모든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 줄 만큼 충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거처럼 ‘눈먼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유일한 방책은 현재의 소득 가운데 저축을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소비가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일부 고소득층이야 돈 걱정하지 않고 살겠지만, 내수경기의 주축인 중산층의 경우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내수경기는 위의 두 요인으로 인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화의 방향도 아주 바람직스럽고….

'영원한 걱정꾼' 한국은행의 '희망 메시지' … "죽었던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내수경기 회복과 설비투자 증가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경제를 전망하는데 있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수출경기는 과열을 걱정하는 분이 있을 정도로 좋은 반면에 내수경기는 몇 년 동안 내리 죽을 쑤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내수경기회복의 복원력이 사라져버린 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근 경제예측기관들의 보고서를 찬찬히 뜯어보면 그런 판단이 섭니다.

한국은행은 7월5일 ‘2005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토록 걱정했던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설비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랍니다.

한은은 민간소비증가율이 지난해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0.9%,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0.1%였으나, 2005년 상반기에는 1.9%로 일어서고 하반기에는 3.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설비투자증가율도 같은 기간 3.0% → 4.6% → 2.8%→ 6.4%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제의 종합성적표인 국내총생산(GDP)성장률도 5.4%→ 3.9%→ 3.0%→ 4.5%로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 올라설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국은행이 무오류의 전지전능한 예측기관은 아닙니다. 그러나 경제예측에 너무 신중한 나머지 ‘영원한 걱정꾼(Worrier)’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이런 전망을 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정치발전 없이는 경제발전도 불가능합니다

둘째, 경제발전(민생)과 정치발전의 관계입니다. 소위 ‘민생 전념론’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민생문제는 너무 중요한 사안이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성급한 마음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치발전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습니다.

경제성장에 성공했더라도, 정치발전 없이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이 떠오릅니다. 독재정권은 정치를 매장한 채 ‘경제’에 올인했습니다. 밤낮으로 ‘경제’만 외쳤습니다. 시비를 걸자는 게 아닙니다.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권력의 정통성문제를 보완할 최선책이 경제였습니다. 다행히 경제성장에 성공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대학생들에게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했고, 교수들에게는 “연구에만 전념하라”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공부나 연구는 기본인데도 말입니다. 민주화운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이렇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회가 민주화되지 않았는데, 정치가 성숙하지 않았는데 공부나 연구가 홀로 진전될 수 있었겠습니까?

민생,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치가 정상화되지 않고서는, 민생이 업그레이드 될 수 없습니다. 경제성장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정치가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 진정한 비판은 사실을 전제로 해야 한다

셋째, ‘사실 확인’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권위 있는 칼럼리스트일수록 논리전개의 근거가 되는 사실 확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구나, 한마디 말이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직 대통령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정 위원님 글의 내용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1. “터키를 방문중인 대통령이 ‘한국경제는 완전히 회복됐다’면서 ‘상당기간 특별히 사고만 안치면 쭉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강 이 무렵이다.”

이것은 완전히 사실과 다른 내용입니다. 연초에 국내경기가 다시 주저앉았다는 사실을 적시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을 갖다 붙인 것은 논리의 모순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터키 발언을 한번이라도 확인해 보셨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통령의 터키발언은 그 맥락으로 보아, 97년 IMF위기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의 4월 17일 터키동포간담회의 관련 부분을 그대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실제로 80년대 초반까지 한국이 터키에서 뭐 한다는 게 그런 역량 안 됐던 것 같고, 90년대 개방정책 적극적으로 쓰면서 해외투자, 교역도 많이 하게 됐는데 잘 가다 97년 와서 그만 한번 팍 고꾸라졌지 않습니까? 외환위기로 해서 잘 가다가 무릎을 꿇은, 주저앉은 셈이다. 그러다보니 2000년까지 제대로 성장을 못 했죠. 2001, 2002년에 좋아졌나 했는데 2003년에 또 어려워졌다. 저도 대통령 되자마자 경제가 어려워져서 아주 힘들었다. 국내에서 견디는 것은 견딜만했는데 해외실적을 보니, 쭉 증가하고 성장하던 것이 97년, 98년 와서 무너지고 뒷걸음질친다. 그래서 주춤했는데, 여러분 이제 다 극복됐다. 안됐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걱정 많이 하는 분들은 그렇게 보는데, 내가 보기엔 다 극복된 것 같다. 한국경제 매우 건강하고 체력이 단단하고 원기왕성하게 열심히 활동하고 운동해서 체력이 계속 건강해져가고 있다. 상당기간 동안 특별히 사고 안 치면 한국경제 쭉 뻗어나갈 것이다.”

2. “최근에는 경제민생점검회의 주재를 국무총리에게 넘겼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더니 얼마 전부터는 밥보다 앞서는 정치공연으로 그 올인의 강조가 바뀐 듯 하다.”

민생을 외면하는 국가지도자는 이 지구상에 없습니다. 가정주부가 가족의 건강을 챙기듯, 국가최고지도자는 국민의 민생을 챙깁니다. 다만 방법론이 다를 뿐입니다. 민생과 정치는 배치되지 않습니다.

정 위원님께서는 선입견을 배제한 채, 참여정부의 정책운용 시스템을 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하실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3.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경포대)이니, 경제가 무서워하는 대통령(경무대)이니 한 때 가십이 나돌았다.” “당분간은 ‘경포대’로 가고, 임기 후반에는 ‘경무대’로 끝나기 쉽다.”

‘경포대’라는 말은 잠시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다 사라졌지만, ‘경무대’는 정위원님께서 만들어낸, 황당한 신조어인 것 같습니다. 시중 루머를 빙자한 대통령 폄훼는 정위원의 인격을 의심하게 합니다. 낡은 시각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비관을 확대재생산을 하는 지식상업주의를 경계합시다

“지금 대한민국에 너무 지나친 것은 스스로의 성과와 잠재력마저 부정하는 비관론과 자학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비관의 고삐만큼은 용기 있게 당기는 지식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시류에 영합해 사실을 왜곡하며 비관을 확대 재생산하는 지식상업주의의 비겁함을 봅니다. 정치적 신념의 차이에 따른 행정부 비판을 국가 미래에 대한 비관으로 확대해 경제의 역동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어리석음을 봅니다.”

이원재 씨의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에서 옮겨왔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한겨레신문 경제부기자(6년), 경제주간지 기자 등으로 활동한 다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경제컨설팅회사의 동북아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03년부터 미국 MIT슬론스쿨 MBA과정에 재학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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