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신뢰성 의심받는 중국 통계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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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10-06 12:00
서울--(뉴스와이어)--중국 경제 통계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수시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8월에도 관영 PMI와 HSBC PMI가 7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서로 다르게 경계를 진단한 것이 발단으로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수치를 제시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던 시기라 이 문제 제기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배경을 살펴보고, 공식 통계의 한계를 보완해 중국 경제를 더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의 흐름을 점검해 본다.

통계 조작 의심의 배경은 중국 통계에 대한 이해 부족

중국의 경제 지표의 신뢰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논란 대상도 GDP에서 각종 월별 지표까지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PMI, GDP, 실업률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최근에 다시 불거졌다. 이 지표들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본다.

정부가 PMI 조작? 정부와 민간이 발표한 PMI의 방향 엇갈려

PMI(구매 관리자 지수)는 제조업 내의 물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경기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지수다. 중국 내 PMI는 두 개로, 정부와 민간이 각각 내놓는다. 관영 PMI는 중국 국가 통계국과 물류 및 구매협회(CFLP)가 산출하고, HSBC PMI는 HSBC와 영국 Markit Group이 공동 발표한다. 5월에서 7월의 관영 제조업 PMI는 경기 확장·축소 기준인 50을 상회하며 경기 확장 신호를 보냈다. 반면 HSBC PMI는 50을 하회하며 경기 축소를 전망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관영 PMI를 상향 조정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하락하자 정부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 지수를 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두 PMI 지수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각 지수 산출의 근거가 되는 조사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국 학자들의 반박이다. 조사 대상의 차이로 인한 오차일 뿐 정부가 고의적으로 지수를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영 PMI의 조사 대상은 3천여 개의 대형 및 국유기업이다. 반면 HSBC PMI는 4백여 개의 소형 및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산출된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대형 국유기업과 소형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다는 점도 PMI 지수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소형 및 민간기업의 상당수는 수출 기업이다. 이로 인해 HSBC PMI는 수출 성장세 둔화의 영향을 관영 PMI 보다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 또한 소형 기업은 환율 절상 압력과 통화 긴축으로의 정책적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올해 중국의 소형 기업은 환율 절상 압력과 은행 간 유동성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HSBC PMI가 관영 PMI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 GDP는 엉터리? 전국 GDP 넘어서는 성(省)별 GDP 합

지난 2002년부터 중국 성별 GDP의 합은 전국 GDP 보다 컸다. 그 격차는 점점 벌어져 올해 상반기에는 3조 위안에 달했다.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방정부 관료 평가 시스템이다. 중국 지방정부 관료 평가기준에는 관할 지역의 GDP 성장률이 포함된다. 이에 지방 관료는 지역의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지방 토종 기업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타 지역에 자회사를 설립했을 경우, 지방정부가 타 지역에 자리잡은 자회사의 부가가치까지 해당 지역으로 포함시켜 중복 계산하는 것이 그 예다. 중국의 지방 GDP는 이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과대 계상되고 있다.

둘째는 중국의 이원화된 통계 집계 시스템이다. 1985년부터 중국은 국가통계국과 지방통계국이 각기 GDP를 산출해 왔다. GDP 계산 과정에서 원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해 데이터를 추산해야 할 경우 사용하는 방법도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방 통계국의 경우 국가 통계국에 소속되어 있지만 인사권은 해당 지방 정부에 있다. 국가 통계국의 지방 통계국에 대한 관리 및 통제가 쉽지 않다.

중국 실업률은 모두 가짜?

어떻게 지난 10년간 계속 4%대 인가?

지난 10년 간 중국의 실업률은 4%대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금융위기 등 다양한 고비를 지나면서도 늘 4%대였다. 2011년 원저우(溫州) 지역에서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며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했을 때도 실업률은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 통계국이 발표한 실업 보험급여 수령자 수는 2002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중국의 실업률 집계 방식 때문이다.

중국 국가 통계국이 발표하는 대표적인 실업률은 전국 지표가 아니다. 도시의 실업 현황만을 반영하는 ‘도시 실업률’ 데이터다. 중국 정부가 약 9억 명에 달하는 농촌 인구를 고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전부터 도시-농촌 이원화 방식의 경제성장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58년에 비(非)농촌과 농촌 후코우(戶口: 호구)로 나누기 시작하면서 도시-농촌 이원화 구조의 경제성장, 즉 도시는 공업을, 농촌은 소규모 농업을 위주로 이끌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중국이 농촌보다 도시의 실업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자국 경제를 더 잘 반영하는 지표라고 간주하는 배경이 됐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실업 등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피 고용자는 일자리를 잃은 후 60일 내에 자신의 후코우가 있는 지역에 직접 가야만 실업 등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둥(廣東)성 후코우를 가진 농민공이 베이징에서 일하다 실업을 했다면, 그는 서울~부산을 3번 왕복하는 거리에 있는 후코우 소재지까지 약 3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돌아가 실업 등기를 해야 한다.

기업이 해고 인력을 바로 등록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다. 2008년 말에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사회 청서>에 따르면 기업은 해고 인력에 대해 실업 등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정부는 이 같은 실업 등기제도를 해고 및 실업의 실제 상황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란저우(蘭州)시 정부가 경기 불황으로 500명을 해고한 기업에게 100개의 실업 등기만 받아주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중국 정부는 실업자 증가세를 묶어두며 엄격하게 관리한다. 중국 실업률이 쉽게 변화하지 않는 이유다.

최근 중국통계에 대한 논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중국 통계에 대한 낮은 이해도 ▲ 중국 통계 데이터 수집, 배경 등에 대한 오해 ▲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 커버리지의 제한성이다. 이 같은 특징은 중국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중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중국 통계의 한계 이해

통계 조작설이 나오는 이유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긴 어렵다. 중국의 통계 수집 및 계산 과정에는 미숙한 점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자료는 중국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원 자료가 부족하거나 자료를 전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외신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중국 통계에 오류나 과장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주요 한계는 아래와 같다. 중국은 데이터를 누계 기준으로 발표한다. 투자 데이터인 고정자산투자 완성액이 대표적이다. 이 데이터는 2월부터 누계 값(1~2월 합산)을 발표한다. 즉 3월 당월 값은 3월 누계값(1~3월 합)에서 2월 누계값(1~2월 합)을 뺀 후 알 수 있다. 하지만 1월과 2월 당월값은 알 수가 없다. 이 외에 민간 고정자산 투자액, 부동산 개발 투자액, 공업 부가가치 증가율 등 다양한 주요 데이터도 1, 2월의 당월 값을 알 수 없다.

또한 중국은 원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는다. 일례로 중국은 지출 기준 분기 GDP 통계에서 소비, 투자, 순수출의 금액을 발표하지 않는다. 기여율만 발표할 뿐이다. 소비, 투자, 순수출의 금액을 따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원 데이터 미공개로 인한 한계다.

계절 조정데이터도 뒤늦게 발표하기 시작했다. 계절 조정한 분기별 GDP는 2010년 4분기부터서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 금융기관 대출금액, M1 등은 2001년부터, 고정자산 투자완성액과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데이터는 2011년부터 계절조정 금액 혹은 증가율을 제공해왔다.

중국이 경제 환경 변화 속도에 발맞춰 데이터를 집계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기존에 번화한 대도시의 주변부가 새롭게 번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계 전산화 시스템이 미비해 이 같은 새로운 시장의 추세는 통계에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전산화된 자료가 부족해 통계국 직원이 수기(手記) 데이터를 집계하기도 한다는 점도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 속도를 통계에 동시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중국 서비스 산업의 발전 속도를 통계 시스템 및 집계 방식이 따라잡지 못해 GDP를 수정한 적도 있다. 중국 국가 통계국은 2009년에 제 2차 전국 경제 센서스(全国经济普查)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 GDP를 31조 4천억 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수치에서 1조 3천 4백억 위안을 높인 것이다. GDP 수정 후 성장률 또한 0.6%p 늘어났다. 이는 중국의 서비스 산업 발전 등의 변화를 뒤늦게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통계 결산 시기의 불일치도 통계치 사후 수정의 원인이다. 중국 국가 통계청이 직접 관여하는 자료 외 금융, 운수, 통신 등의 서비스업 통계는 결산시기가 각기 다르다.

중국 경제를 가늠해 볼 보조지표들

이런 문제로 인해 리커창(李克强) 지수가 주목 받았다. 리커창 지수는 리커창 총리가 2007년 랴오닝(療寧)성 서기 시절 중국 경제 성장의 바로미터라고 언급한 데이터인 전력 소비량·국내 화물운송량·사회 융자액을 이용해서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만든 지수다. 이 지수가 주목 받는 이유는 정부의 통계와 실제 현실의 간극을 극복하고 중국 경제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경제 성장을 이끄는 3대 동력인 소비, 수출, 투자의 주요 월별 지표를 통해 중국 경제 상황을 살펴본다. 이어 중국 학자들이 고안한 중국 경제의 보조 지표를 소개한다. 또한 이 지표들이 공식지표와 어느 정도 비슷한 지와 최근 경제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점검해 본다.

① 인당 소비지출 지표, 민간 소비 성장세 잘 반영

최근 중국은 ‘소비 주도형 경제 성장’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소비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택한 것이다. 과거 중국의 고속 성장을 이끈 것은 투자였다. 그러나 임금 상승으로 제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수요가 아닌 정부의 발전 계획에 따라 사회간접자본투자가 이뤄지면서 투자 수익성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기 어려워졌다. 자본의 생산효과 즉 자본 효율을 보여주는 한계고정자본계수(ICOR)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1999년 3.5이었던 한계고정자본계수는 2012년 9.13까지 상승1했다. 즉 GDP 1위안을 늘리는 데에 필요한 투자가 과거에는 약 3.5위안이었던 반면 지금은 약 9위안으로 급등한 것이다. 이는 자본의 효율이 크게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투자에서 소비로 경제 주안점이 이동하며 소비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소비의 성장세를 볼 수 있는 지표로는 분기, 연간 지표인 지출기준 GDP의 최종 소비 외에도 월간 지표인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데이터가 있다.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소비품 판매기업의 기업, 개인, 사회집단(공공기관)에게 판매한 소비품 매출액과 요식업 서비스의 매출 총액이다.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데이터는 GDP의 부가가치 개념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산출된다.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데이터에는 투자 성장세를 반영하는 주택용 건설자재 판매액이 포함돼 과대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요식업 서비스 소비는 반영하지만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소비는 포함하지 않아 최근의 서비스 소비 증가세를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한다. 또한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가계 외 기업, 정부의 소비품 거래를 반영하므로 가계 소비만 따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계 조사(住戶調査)에서 얻어지는 도시와 농촌의 인당 소비 지출 지표로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데이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2008년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증가율은 늘어났으나 소비 지출 증가율은 하향세를 보였다. 해당 기간에 나타난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의 증가세는 민간의 소비가 아닌 정부와 기업부문이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 소비 현황을 파악할 때 소비 지출 지표를 활용하면 사회 소비품 소매 총액 데이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소비 지출 데이터는 분기별로 발표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최근 가계의 소비 지출 데이터를 보면 소비 지출 성장세는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1년부터 중국은 소비주도형 경제 성장을 주창하면서 개인 소득세 개혁, 사회 보장시스템 개혁 등의 일련의 정책을 선보였다. 그러나 가계 소비는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사회보장제도 미비로 중국 가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 소비가 쉽게 진작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② 수출 수량 지수로 본 수출 성장세,

수출액 성장세와 비슷

수출입 관련 주요 데이터는 해관 총서와 통계국이 발표한다. 해관 총서는 서비스 무역을 제외한 상품 무역 금액을 매달 발표한다. 또한 수출입 데이터는 금액 계산 방식에서 한계가 있다. 수출은 해상운임을 수입자가 부담하는 FOB(Free on board)를, 수입은 수출자가 부담하는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를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입 데이터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기업들의 수출 실적 조작이다. 중국 기업들은 상장하기 전에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수출 데이터를 빈번히 조작한다. 올해 3월 증권관리감독기관은 수출 판매 실적을 조작한 후 기업공개를 하려 했던 기업을 적발했다. 당시 회계 감사를 진행한 관련자는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수출입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으며, 이를 적발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인민폐 절상을 노리는 투자도 수출 데이터조작의 주요 동기다. 지난 4월 해관 총서가 해당 월 수출 데이터를 발표하기 이틀 전에 국가 외환관리국이 무역액 조작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금융기관 외환평형기금의 변화 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중국의 수출 데이터 조작에 대한 의심이 생겨났을 때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바뀌었다. 수출 데이터 조작과 핫머니 유입의 상관관계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슈다. 즉 수출 금액 조작으로 외환평형기금이 늘어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중국 내 현지 기업가들과 다수의 전문가들이 수출금액 조작과 핫머니 유입과의 상관성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만하다.

이러한 데이터의 한계를 고려할 때, 수출 흐름 파악을 위해 참고할 보조 지표는 수출 수량지수와 교역 상대국의 수입 데이터이다. 그 중 수출 수량지수는 해관총서가 발표하는 지수로 수출을 물량(HS2 기준)으로 산출 후 지수화 시킨 것이다.

해관총서의 수출 수량지수와 수출액은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다.

③ 고정자산 투자 보조지표, 최근 중국 정책적 기조 변화 빠르게 반영

투자는 지난 십 여년간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다. 1999년 실시된 부동산 시장화 개혁과 2000년의 서부대개발 등의 정책 효과로 부동산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의 경제성장 견인율은 50%를 상회해 왔다. 중국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정부의 투자계획 발표, 투자 프로젝트 허가 수, 부동산 정책 등에 민감한 이유다.

지출 기준 GDP의 총자본형성(이하 ‘투자’) 외에 참고할 만한 지표는 매월 발표되는 고정자산투자 완성액2 지표다. 고정자산 투자완성액은 프로젝트 단위로 보고되는 투자 금액으로 GDP의 부가가치 개념과 다르다. 이 지표는 토지 구매비와 중고 설비 및 건축물 구매비용 등을 포함하는 반면 매장 자원 탐사 등의 지출은 포함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고정자산 투자완성액은 500만 위안3 이하의 투자 혹은 부동산 프로젝트는 계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모든 고정자산 투자 현황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외관을 기준으로 고정 자산투자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는 ‘형상 진도법(形象.度法)’에 따라 투자 완성액을 계산하기 때문에 일괄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100억 위안 예산의 5층 건물을 짓는 투자 프로젝트에서 한 달 동안 1층을 건설했다면 고정자산 투자 완성액은 건물의 외관, 즉 형상에 따라 20억 위안으로 계상한다.

심지어 고정자산 투자완성액 원 데이터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고정자산투자에 포함되는 토지 거래액이 발표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국은 지난해 토지 거래액이 7,410억 위안이라고 발표했으나 국토부와 재정부는 각각 2조 6천억 위안, 2조 9천억 위안이라고 발표했다. 통계국이 발표한 수치가 이처럼 적은 이유는 두 가지다. 공업용지 양도금액은 포함하지 않고, 부동산 기업이 거래한 데이터만을 계상했기 때문이다. 통계국이 고의로 숫자를 조작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투자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투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정자산투자에 사용되는 철강자재의 판매 데이터를 참조할 수 있다. 철강자재 판매량 데이터는 고정자산 투자완성액과 변동폭의 차이는 있지만 흐름은 어느정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미세한 수준의 경제 촉진 정책으로 투자를 재개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데이터에도 제약점이 있다. 이 데이터는 기업들의 투자를 전부 반영하지는 못한다. 또한 건설업에서 신규 공사 투자가 아닌 보수 공사 현황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건설 프로젝트 계약금액 데이터가 중국 내 투자의 증감 방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이는 고정자산투자 진행 정도는 보여주지 못하나 향후 증가세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건설 관련 계약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중국의 미세조정 정책과 맞물린 흐름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 통계에 대한 선입견 없애고 데이터 이해부터 시작해야

경제 통계의 신뢰성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한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난 적이 있다. 지난 4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광공업 생산지표에 대해 서로 엇갈린 수치를 제시해 경기 판단에 혼선을 초래했다. 당시 통계청은 두 기관이 발표한 제조업 생산 지표는 조사방법과 산출방법이 달라 별도의 통계로 볼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앞서 본 중국 통계 조작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 통계의 오차는 고의적 조작보다는 통계 지표상의 차이로 발생한 문제다. 통계 신뢰도 논란이 일어난 배경에는 중국 정부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반사회적인 파워 블로거를 체포하는 등 사회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치사회적 배경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 역량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했다. 공산당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 지표 정도는 쉽게 수정 또는 조작할 수 있다고 사람들이 예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즉 통계 조작론은 중국 정부에 대한 선입견에 의해 불거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 통계국이 발표하는 주요 지표를 대신해서 본 보조지표는 주요 지표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 정부도 통계국의 시스템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최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11년 11월에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차 5개년 통계발전 및 개혁 규획강요>에서 <통계 4대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4대 프로세스는 ‘조사 대상 기업 리스트 DB → 기업 통계 조사표 → 통계 집계 및 처리 시스템 → 온라인 다이렉트 데이터 보고 시스템’이다. 통계국이 통계법에 부합하는 기업 리스트를 우선 작성하고 온라인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데이터를 직접 받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는 통계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간 층의 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안됐다.

국가 통계국은 2012년 3월 ‘폭로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는 통계법을 어긴 기업 또는 사건을 폭로하는 창구다. 최근 SNS를 통해 중국 부패 관료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는 데에 착안한 시도다. 이를 통해 올해 3월 광둥성 중산(中山)시 황란진(黃欄鎭)의 통계법 위반 사례가 폭로됐다. 황란진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규정된 기업(연간 매출 2천만 위안) 73개 중 38개 기업은 매출 하락으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고 19개 기업은 이미 도산한 상태였는데, 관할 지역의 통계국 직원이 기업 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로 인해 황란진의 2012년 공업총생산액 85.1억 위안 중 62.9억 위안은 과대 계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 데이터 방법론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일례로 본문에서 언급한 고정자산 투자데이터의 한계점인 형상 진도법과 프로젝트 단위의 계산방식에 대해 중국 정부는 기준의 모호성과 과대추산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말에 통계국은 시범적으로 시안(西安), 우시(無錫) 등 4개 지역부터 ‘재무지출법(기업의 재무제표 기준으로 투자 진행정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법인 단위로 고정자산 투자 금액을 계산하는 개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국가 통계국은 통계 데이터 수집 및 계산 방법뿐만 아니라 통계 서비스 측면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9월 통계 개방일 이후에 통계국 웹사이트를 대폭 개편했다. 이용자가 웹사이트에서 통계 데이터를 그림으로 바로 호환해서 볼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에 대한 설명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바꿨다. 중국은 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는 한국은 외신들의 중국 통계 조작설을 맹신해서도, 중국 통계국 데이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도 곤란하다. 중국 국가 통계국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큰 줄기를 보되, 다양한 보조지표를 함께 보면서 세부적인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 경제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기초 데이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흐름을 쫓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남효정 선임연구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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