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연준 의장 교체와 재정 불안으로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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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10-27 15:21
서울--(뉴스와이어)--미국 경기 회복세의 둔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10월에 총 16일 간에 걸친 정부폐쇄마저 발생하면서 연준의 출구전략 개시가 지연되고 있다. 향후 출구전략에 대한 예상에 있어서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부터 양적완화 시행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견해까지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관련된 이러한 불확실성은 향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 FOMC 내에서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매파(강경파)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둘기파(온건파)로 분류되는 옐런 신임 연준 의장이 취임함에 따라 통화정책 결정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순히 문제 해결을 2~3개월 뒤로 미룬 미봉책에 불과한 협상 타결로 인해 재정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미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 더 큰 예산전쟁이 발발하여 미국의 재정불안이 만성화되고 상시화될 경우,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행하지 못하고 도리어 시한 없는 양적완화, ‘무한 QE’를 시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미 연준 의장 교체 시기마다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현재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 출구전략이 가속화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 불안 및 세계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는 반면, 출구전략이 지연되거나 좌초될 경우 원화 강세 심화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1. 예측하기 어려워진 미국 출구전략

올해 국제 금융시장 미 연준의 출구전략으로 요동

미국의 출구전략을 결정하는 미 연준(FRB: Federal Reserve Board)의 움직임에 전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8년 말 이후 유지되어 온 미국의 초저금리(정책금리인 federal fund rate 기준 0~0.25% 수준의 금리 유지)와 3차에 걸친 양적완화(미 연준이 미국채와 모기지채권 등 자산을 채권시장에서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완화 방법)는 국제 금융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해 왔고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점진적으로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시작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 그리고 그 규모는 얼마가 될 것인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2일 버냉키 연준 의장이 미국 의회 발언에서 “앞으로 몇 번의 회의에서 자산 매입의 속도를 줄이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같은 날 공개된 미 연준의 4월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상당 수의 연준위원들이 이르면 오는 6월 FOMC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직후,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국제금리는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며 미달러화 가치는 가파르게 오르는 일명 ‘버냉키 쇼크’가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여름에는 출구전략으로 인해 글로벌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되고 선진국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규모 해외자본 유입에 의존해 성장하던 취약 신흥국들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이들 국가에서 급격한 외자유출 및 환율절하로 인한 금융불안이 심화되기도 했다.

지연되는 출구전략 개시와 엇갈리는 전망

하지만 올해 중반 이후 발표된 미국의 소비, 고용 등 경제지표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가 계속 뒤로 미루어지고 있다. ‘올해 안에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를 시작하여, 내년 중반 양적완화를 종료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이러한 출구전략 시행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미국 경제의 지속적이고 신뢰할만한 경기 회복’ 여부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당초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개시가 유력하다던 9월에도 미 연준은 매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기존의 양적완화 규모 유지를 결정했다.

여기에 더불어 10월 발생한 미국 정부폐쇄(shutdown)의 충격이 출구전략의 시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새 회계연도(매년 10월 1일부터 다음해 9월 30일까지) 예산안 및 미국 정부부채 한도 상향 조정과 관련된 미 의회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우려하던 정부폐쇄가 현실화되었다. 16일 동안 지속된 정부폐쇄로 인해 미국 경제가 입은 피해 규모는 120~240억 달러에 달하고,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은 0.3~0.6%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 정부폐쇄 기간 동안 통계 작성 기관들의 업무도 마비되면서 경제지표들의 집계와 발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의 일시적 실업으로 인해 실업률 등 주요 지표의 경우 당분간 왜곡된 수치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 경제의 정확한 현황 파악이 늦어지고 어려워질 전망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근 들어 미 연준의 출구전략 개시 시점 및 그 속도에 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17일의 재정협상 타결 직후, 파이낸셜 타임즈는 11월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9월에 비해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면 미 연준이 12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소규모로 축소하면서 출구전략을 개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2명의 전문가 중 45명이 내년 1분기에 가서야 양적완화 축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10월 22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연준이 내년 3월에 가서야 매권매입 규모를 85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줄일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금융위기를 예견해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함께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마크 파버는 정부폐쇄의 후유증으로 양적완화 규모가 1조 달러 수준으로 도리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 놓고 있다. 올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9~10월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개시가 기정사실화 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 관련 불확실성이 그 만큼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앞으로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 미국 출구전략 관련 불안 요인들

미국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매파의 영향력 확대될 전망

우선,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미 연준 FOMC에서 실제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표결위원(voting member)들이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대거 교체될 것이며, 그 결과 비둘기파(물가 안정보다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더 중시하는 온건파)가 대거 물러나는 대신 매파(물가 안정을 중시하여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경우 금리인상으로 대처하려는 강경파)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연준의 FOMC에는 미 연준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7명의 이사(7 members of Board of Governors)와 5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5 Reserve Bank presidents) 등 총 12명이 투표권을 지닌다.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고 미국 상원에 의해 인준되는 7명의 이사들은 14년의 임기 동안 계속해서 FOMC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이들 7명의 이사 중 4명이 조만간 교체될 예정이다. 우선, 벤 버냉키 의장이 내년 1월 말로 FRB를 떠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닛 옐런 부의장이 의장에 취임하게 되면 부의장 자리가 공석이 된다. 새라 래스킨 이사는 7월말 재무부 차관으로 지명되어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면 연준을 떠나야 한다. 엘리자베스 듀크 이사는 이미 지난 8월말로 임기가 만료되었고, 제롬 파웰 이사는 내년 1월말 임기가 만료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연준을 떠나는 이들 4명 모두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이사였다는 점이다. 결국, 올해에는 7명의 이사 중 제래미 스타인 이사를 제외한 6명이 비둘기파였지만, 교체되는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의 구성은 비둘기파 2명, 매파 1명이 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 전역에 모두 12개가 있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총재들 중 항상 FOMC 투표권을 지니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매년 4명씩 사전에 정해진 순서대로 돌아가며 FOMC 투표권을 얻는다. 내년 초에 5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몫 중 윌리엄 더들리(뉴욕) 총재를 제외한 4명이 교체되는데, 역시 비둘기파의 숫자는 줄고 매파의 숫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에는 4명 중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총재 만이 매파로 분류되었지만, 내년에는 ‘슈퍼 매파’로 분류되는 리처드 피셔(달라스) 총재와 함께 찰스 플로서(필라델피아) 총재, 샌드라 피아날토(클리블랜드) 총재 등 3명의 매파가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결국, 향후 새롭게 지명될 이사 4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구성은 비둘기파 4명, 매파 4명으로서, 올해 비둘기파 10명, 매파 2명이었던 FOMC의 구성에 비해 매파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석이 되는 4명의 이사 자리에 기존 통화정책을 이어갈 성향의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사 지명에 있어서 ‘산업별 이해관계와 지역별 안분을 고려한 공정한 대표’를 선택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4명 모두를 비둘기파로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매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FOMC 내의 여타 구성원에 비해 미 연준 의장이 FOMC의 최종 결정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 법률상 연준 FOMC의 의사결정은 ‘모든 참가자들이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적정한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후에 합의(consensus)에 도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세력’이 커진 매파들이 FOMC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거나 고수할 경우, 향후 미국 출구전략의 시행 시기와 속도도 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시장의 기대보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일단 출구전략이 시행된 이후에는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확대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9월 FOMC의 양적완화 규모 감축 연기 결정 이후, 매파로 분류되는 피셔(달라스) 총재와 조지(캔자스시티) 총재 등은 연준의 신뢰성 및 정책예측성 훼손, 인플레 및 자산버블 형성 우려 등을 들어 연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비둘기파 신임 연준 의장 취임 이후 상황 예상 어려워

내년 1월말로 예정된 미 연준 의장 교체 역시 미국 출구전략 관련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9일 8년간 의장직을 맡아 온 버냉키에 이어 부의장인 옐런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었다. 통화정책에 관한 성향에 있어서 또 다른 유력한 후보였던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상대적인 매파로 분류되는데 비해, 옐런은 비둘기파로 분류되고 있다. 옐런 부의장은 버냉키 의장과 함께 현재 시행 중인 양적완화 정책을 설계하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실업문제 해소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옐런이 버냉키 전임 의장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FOMC 내 매파의 비중 확대를 고려할 때,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대로 옐런이 의장 취임 이후 비둘기파 성향을 뚜렷이 드러낸다면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회의에서 정책 사안마다 비둘기파와 매파 사이에 대립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부드럽고 온화한 스타일의 리더’로 평가되고 있는 옐런이 FOMC 회의 주도권 장악 및 매파들과의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옐런이 주재할 첫번째 회의인 내년 3월 FOMC 이후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혼선을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취임 이후 옐런이 당초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옐런을 비둘기파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옐런이 현재 양적완화 정책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낮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에 우선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며, 그녀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물가와 고용 모두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996년 옐런은 물가상승률이 3% 수준에 근접하자,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당시 연준 의장 그린스펀의 결정에 반대하여 보다 빠른 통화긴축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2% 수준까지 떨어뜨릴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8월말 기준 전년 대비 1.5% 수준인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면 당초 기대와 달리 옐런이 현 의장인 버냉키보다 더욱 적극적인 출구전략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경우 비둘기파 연준 의장을 전제로 한 완만한 속도의 출구전략을 상정하고 있던 시장에 예상보다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미봉책에 불과한 협상 타결과 재정불안의 만성화 및 상시화 가능성

향후 미 연준의 출구전략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주요 변수는 미국의 재정불안이다. 10월 17일 디폴트 발생 직전에서야 가까스로 의회 협상이 타결되어 일단 정부폐쇄는 해제되었으나, 협상 타결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해결이라기보다 단순히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룬 미봉책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우선, 내년 1월 15일까지 정부폐쇄 이전 수준의 예산 집행을 승인함으로써 정부 지출이 가능하도록 했고, 내년 2월 7일까지 16조 7천억 달러 수준의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기로 함으로써 한도를 초과한 국채발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올해 12월 13일까지 초당적 협의체를 통해 장기적인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강제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2~3개월 이내에 미의회 협상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정부폐쇄 및 디폴트 발생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며 재정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향후 미국 의회 내 양당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협상 타결이 어려워질 리스크가 높아졌다. 이번에 발생한 정부폐쇄 이전에도 미국은 총 17번의 연방정부 업무정지를 겪었지만 지속 기간이 평균 6.5일에 그쳤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1995년 12월 15일부터 다음해 1월 6일까지 21일간 지속된 정부폐쇄를 제외하고 는 모두 5일 이내에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폐쇄는 당초 예상과 달리 16일간이나 이어졌고, 그 기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보여 준 협상에 대한 의지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번 합의안을 패배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더 큰 ‘예산전쟁’이 발발하여 정부폐쇄가 보다 장기화되고 미국 경제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이러한 미국의 재정불안이 반복되면서 만성화되고 상시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말 16조 4천억 달러이던 부채 한도에 도달했지만 특별조치 가동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다가 올해 2월 4일 부채한도 적용을 5월 18일까지 유예하는 임시 방편을 내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채 한도와 관련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5월 19일에 이르러서야 단순히 그 때까지 늘어난 3천억 달러의 부채만큼만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다시 특별조치 가동에 들어갔다. 이후 추가적인 부채 한도 상향 없이는 10월 17일에 특별조치마저 소진된다는 경고가 이어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소진하였고, 2014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불발로 10월 1일 시작된 정부폐쇄가 16일이나 이어진 이후에야 디폴트 발생 전일 또 다시 문제해결을 내년 초로 미루는 미봉책을 내 놓은 것이다. 만약 과거의 이러한 패턴이 다시 반복된다면,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계속해서 재정불안 관련 리스크가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내년 2월 7일경에 가서야 또 다시 그 때까지 늘어난 부채만큼만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다시 특별조치를 가동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재정불안으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이 무한 QE를 초래할 가능성

문제는 이러한 미국 재정불안 리스크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실시를 매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폐쇄가 미국 경제에 미친 경제적 충격의 크기는 아직까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회복세에 있던 미국 경제의 활력을 상당 폭 둔화시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업률 하락 등 미국 실물경제의 회복을 전제로 올해 안에 출구전략을 개시하려던 미 연준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정부폐쇄 기간 동안 미국채수익률 등 미국 시중금리가 상당 폭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름 이후 나타난 미국 경제 관련 지표들의 혼조세 및 9월 미 연준 FOMC의 양적완화 규모 유지 조치로 9월 26일 0.005% 수준까지 하락했던 3개월 만기 미국채수익률은 이후 현실화된 미국 정부폐쇄 및 부채한도 협상 교착의 영향으로 협상 타결 전날인 10월 15일 0.132%까지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국채수익률 역시 9월 5일 2.988%에서 9월 29일 2.595%까지 하락했다가 협상 타결 직전 2.74%까지 상승했다. 미 의회의 협상 타결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미국채수익률이 이렇게 단기간에 급등했던 것은 결국 미국의 과도한 정부부채 규모 및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표면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시 미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 유지를 결정하면서 신축적인 통화공급을 유지하고 있었고, 정부폐쇄로 인한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가시화된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오랫동안 이어진 미 연준의 초저금리 유지 및 양적완화 정책에 힘 입은 주택경기 회복 및 소비 증가가 견인하고 있다. 올해 봄 연준이 출구전략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미국 시중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후 연준은 FOMC 의사록 및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시중금리 상승이 미국의 경기 회복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출구전략 개시 시점을 미루면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연준으로서는 신축적인 통화공급 유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정치권의 협상, 재정불안 및 부채한도 등과 관련된 우려로 시중금리가 급등한다면 당초 계획했던 출구전략을 시행하기가 계속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재정불안이 반복되고 심화된다면 그로 인한 미국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마크 파버가 예상한 대로 미 연준은 출구전략을 시행하기는커녕 도리어 양적완화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도리어 글로벌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져 단기적으로는 국제 금융시장 및 신흥국 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시한 없는 양적완화, 즉 ‘무한 QE(QE infinity)’가 현실화될 경우 미 연준 내 매파들 및 마크 파버가 우려한 것과 같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풀린 돈으로 인해 자산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장기적으로 자산가격 급락 및 붕괴 위험성이 고조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3. 시사점

과거에도 미 연준 의장 교체 시기에 금융불안 발생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등 역대 미 연준 의장들의 재임 시기를 살펴보면, 이들의 통화정책 실시에 공통적인 패턴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취임 초기에는 전임 의장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긴축 기조를 유지하다가, 점차 완화 기조로 전환하여 장기간 이를 유지하고, 퇴임을 앞두고서는 다시 긴축 기조로 선회하는 패턴이다. 이는 취임 초기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자신이 전개했던 통화완화 기조를 자신의 재임 시기에 거두어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려는 경향으로 해석된다. 퇴임을 앞둔 버냉키 의장이 추진 중인 양적완화 축소(tapering)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새로운 연준 의장의 취임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공통적으로 금리 급등, 주가 급락, 신흥국 금융 불안과 같은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1979년 폴 볼커 취임 직후, 미국은 주가 급락과 ‘Double-Dip Ressesion’이라 불린 경기 침체를 겪었고, 1982년 멕시코 외환위기로 귀결된 개도국들의 자본유출이 시작되었다. 1987년 그린스펀 취임 직후에는 ‘블랙먼데이’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했고, 2006년 버냉키 취임 이후에도 100일 이내에 미국 주가는 크게 하락하였다. 결국, 역사적으로 미 연준 의장의 교체를 전후하여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보다도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 퇴임을 앞둔 버냉키 의장은 재임 마지막 해에 출구전략을 개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버냉키 쇼크’와 신흥국 금융 불안이 현실화되었을 뿐 미국 경기 회복세 둔화와 재정불안으로 여전히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향후 미 연준 FOMC 내에서 매파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옐런 신임 의장이 취임하면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정부폐쇄로 현실화된 재정불안이 반복되고 상시화될 위험성이 높아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시중금리 상승 문제에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만약 재정불안이 만성화되고 이로 인한 미국 경제의 충격이 확대될 경우 미 연준은 출구전략을 시행하지 못하고 시한 없는 양적완화, ‘무한 QE(QE infinity)’에 나서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고조되는 미국 출구전략 관련 불확실성에 적극 대비해야

소규모 개방 경제로서 해외 교역이 매우 중요하고 국제 금융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자국 경기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외생변수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구전략 시행이 앞당겨지거나 그 속도가 빨라질 경우 취약신흥국을 중심으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되고 세계경제 회복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출구전략 시행이 미루어지거나 좌초하는 경우 원화 강세가 더욱 심화되면서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우리 경제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우선적으로 외환포지션 관련 만기별, 통화별 미스매칭 여부를 면밀히 점검함과 동시에 외환보유고를 확충함으로써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금융시장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가면서, 대외적으로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다시 선진국 경제가 영향을 받는 효과(Reverse Spill-over Effect)를 고려하여 실효성 있는 스왑협정 체결 등 글로벌 통화 및 금융정책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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