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신제품개발, 팀플레이가 좌우한다’

서울--(뉴스와이어)--세계 최고의 프로야구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즈의 유니폼은 다른 구단의 것과 다르다. 유니폼 뒷면에는 등 번호만 있을 뿐 선수 개인의 이름이 없다. 양키즈에 입단한 선수들은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누구든 팀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고, 개인의 성적보다는 팀의 승리와 팀의 우승을 위해 뛴다.

신제품개발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R&D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마케팅, 생산 등 관련부문의 역량이 뒤떨어지거나 원활한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R&D부문과 사업부문간의 협력 관계 구축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리핀(Griffin)1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신제품개발 초기에 마케팅부문과 R&D부문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할수록 신제품개발의 성과가 높았다. 또한 풀튼(Poolton)2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신제품개발 후기에는 R&D부문과 생산부문간의 협력수준이 높을수록 신제품개발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제품개발 프로젝트 수행과정은 일반적으로 제품기획, 제품개발, 양산이관·출시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특히 제품기획 단계에서는 마케팅부문과 R&D부문간의 협력이 중요하며, 양산이관 단계에서는 R&D부문과 생산부문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본 글에서는 제품기획과 양산이관 단계를 중심으로 R&D부문과 관련부문간의 협력을 저해하는 갈등의 주요 현상과 원인, 이러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문간 협력을 저해하는 주요 현상

제품기획 단계: R&D와 마케팅부문간의 갈등

신제품개발의 목표와 우선순위, 제품 Concept을 결정하는데 있어 R&D와 마케팅부문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마케팅부문은 고객의 니즈, 경쟁사 전략, 시장동향에 관한 정보를 R&D부문에 신속하게 제공하고, R&D부문은 조직 내부의 기술 역량 보유 수준을 마케팅부문에 정확히 공유하여 시장성과 개발성을 모두 고려한 제품기획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대비 Gap이 존재함으로 R&D와 마케팅부문간에 협력보다는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

마케팅부문은 제품의 손익관리나 개발·출시 일정관리에 급급한 나머지 고객과 시장 관련 요구 사항 등 중요 정보를 R&D부문에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때가 많으며,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제품 Concept이니 촉박한 개발 일정과 불충분한 개발 예산 속에서도 잘 개발 해달라고 R&D부문에 강하게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R&D부문은 타이트하고 높은 수준의 제품개발 요구에 불만을 토로하며 제품 Concept과는 거리가 있는 평범한 제품을 개발하거나 또는 마케팅부문에서 요구하는 대로 묵묵히 개발을 시도해보다가 뒤늦게 할 수 없다고 통보하여 마케팅부문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양산이관 단계: R&D와 생산부문간의 갈등

개발제품이 안정적인 생산 과정을 거쳐 시장에 출시되어야 신제품개발 활동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R&D부문은 생산부문으로 이관된 개발제품이 안정적으로 양산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생산부문은 양산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R&D 부문에 조기에 피드백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 부문간에 수행해야 하는 역할범위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자주 갈등이 발생한다. 생산부문은 개발한 제품이 양산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생산기술력 부족 등 자신의 역량부족을 탓하기보다는 설계나 개발능력을 탓하는 경우가 많으며, 연구소를 향해 개발제품의 완성도가 낮다, 양산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자주 토로한다. 또한 양산 과정에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연구소에 지원을 요청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R&D부문은 부실한 제품설계 능력보다는 생산기술력을 탓하는 경우가 많으며, 양산이관이나 양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생산부문이 책임을 지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웬만한 문제는 생산부문에서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데, 제품개발에 여념이 없는 연구원을 오라 가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마케팅 - R&D - 생산 등 관련부문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제품개발 과정 중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성과 창출도 어렵다. 고객에 차별적 가치를 줄만한 혁신제품의 기획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망한 신제품 Concept도 진행 중에 Drop되거나 자주 변경되어 개발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제품이 개발되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높은 불량률의 문제 제품 내지는 고객의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제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신제품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 R&D - 생산 등 관련부문간의 팀플레이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부문간 협력의 저해 요인

신제품개발 성공의 핵심 요인인 R&D부문과 사업부문간 협력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부문간에 협력을 저해하는 주요 장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는 타 부문으로부터 정보,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려 하지 않는 NIH(Not Invented Here) 장벽 때문에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NIH 장벽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부문 중심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타 부문에 문제나 약점을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문제는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다는 고정관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NIH 장벽은 R&D부문에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보유하고 있는 정보나 지식을 타 부문에 제공하는 것을 꺼리는 독점(Hoarding) 장벽 때문에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점 장벽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부문간의 과도한 경쟁과 부문 성과 중심의 평가·보상 제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부문 중심의 평가·보상 제도는 독점 장벽을 강하게 만들어 관련부문간의 협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필요한 정보나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는 검색(Searching) 장벽 때문에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검색 장벽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타 부문 구성원들과의 빈약한 인적 네트워크와 타 부문의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부문이 개발비용 절감, 개발기간 단축 등 타이트한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 연구원들은 기술을 잘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마케팅부문은 연구원들이 사업에 대한 지식이나 마인드 없이 기술만을 고집하는 ‘기술지상주의’에 빠져 있거나 원가 의식이 희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서로 업무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넷째는 한 부문에서 다른 부문으로 지식이나 기술을 제대로 넘겨주지 못하는 이전(Transfer) 장벽 때문에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전 장벽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부문간의 유대감 부족과 공통 언어(Common language) 의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사업 인력과 R&D 인력은 행동 특성과 관점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사업 인력은 과거의 경험과 직관에 근거하여 의사결정 하는 경우가 많고, 위험이 있더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 위험 감수형이 많다. 반면 R&D 인력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후 확신이 서면 시작하는 위험 회피형이 많다. 위험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의사결정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 시 단절 현상이 심화되고 갈등과 오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4가지 협력 장벽 중에 NIH 장벽과 독점 장벽은 사람들이 협력을 해야 하는 동기와 의지(Why)가 약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검색 장벽과 이전 장벽은 사람들이 협력을 하는데 필요한 방법과 능력(How)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떤 부문은 4가지 장벽이 모두 높을 수 있고. 어떤 부문은 NIH 장벽과 독점 장벽이 높을 수 있으며, 어떤 부문은 검색 장벽과 이전 장벽이 특히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이나 부문에 어떤 장벽들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평가도구 등을 활용하여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적합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팀플레이 강화 방안

협력을 저해하는 중요 장벽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적합한 협력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부문간에 협력이 잘 안 되는 주된 원인이 NIH 장벽과 독점 장벽인 것으로 파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지식·정보를 체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IT 시스템 구축을 방안으로 도출하여 실행한다면 부문간 협력과 성과 창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원인은 구성원들이 협력을 해야 하는 동기가 약한 것인데, 해결책은 사람들이 협력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NIH 장벽과 독점 장벽이 높은 조직은 공동 목표의 설정·공유, 평가·보상 제도의 개선 등 구성원들이 협력해야 할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방안을 적용 해야 한다. 한편, 검색 장벽과 이전 장벽이 높은 조직은 부문간에 적절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관련 부문간의 회의체 운영, 지식·정보를 체계적으로 공유하는 IT 시스템 구축 등 협력의 방법이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이하에서는 협력 장벽에 따라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요 협력 방안을 살펴보자.

① NIH 및 독점 장벽이 높은 경우의 협력 방안

공동 목표의 설정

협력(collaboration) 이란 둘 이상의 사람 혹은 부문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합하여 돕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문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부문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공유 가치 또는 상위의 공동 목표를 명확히 설정·공유하여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의 지침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함께 달성할 가치나 목표가 뚜렷해야 구성원들의 협력 의지를 동기부여 시킬 수 있고 부문간에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공유가 원활해 지는 것이다.

2000년대 중·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초콜릿 폰은 개발 당시 어떤 부품과 기능을 버리고 택할 것인가, 시장에 어떻게 포지셔닝 하고 어떤 이름으로 출시할 것인가 등 주요 의사결정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마다 디자인 - R&D - 마케팅·영업부문간에 많은 충돌과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Simple & Minimal’이라는 디자인 중시의 개발 원칙과 목표가 프로젝트팀 내에 명확히 공유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문간의 갈등을 조정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디자인 Concept이 가장 돋보이는 14.9mm의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그 당시 대세였던 키패드 버튼을 과감히 포기하고 고난이도의 터치 패드를 각고의 노력으로 새롭게 개발한 것은 디자인 중시의 개발 원칙에 근거하여 의사결정한 대표적인 예이다.

아폴로 계획(Project Apollo)은 1961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주도하에 약 40만명이 참여했던 인간의 달 착륙 프로젝트이다. 중요 이슈인 달 진입 수단에 대해 초기에는 강력한 로켓을 사용해 우주선을 바로 달로 보내는 직접 도달 방식, 지구 궤도를 돌다가 달 착륙선을 달로 발사하는 지구 궤도 방식, 달 궤도를 돌면서 작은 달 착륙선을 착륙시키는 달 궤도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부문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되며 논쟁이 치열해져 어느 방법으로 결정해야 할지 합의가 불가능해 보였다. NIH 장벽이 크게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1970년이 되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켜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제친다’라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공동목표 제시는 이러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방향타 역할을 했다. 달에 착륙하는 우주선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공동목표의 달성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달 궤도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결국 1969년 7월 24일에 암스트롱과 올드린 2명이 달 착륙을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며 목표를 달성한다.

T자형 평가·보상

부문 중심의 평가·보상 제도는 독점 장벽을 만들어 관련부문간의 협력을 크게 저해한다. 그렇다고 100% 제품개발 프로젝트 중심으로 평가·보상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맞을까? 이 제도 역시 단기적으로는 관련부문간의 협력을 증진시킬 수는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각 부문의 역량을 약화시켜 부문간 협력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결국 성과 향상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부문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T자형 평가·보상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신제품개발 성과 중심의 방안으로써, 구성원들이 부문 성과에 기여한 부분을 평가하여 보상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참여한 신제품개발 프로젝트가 탁월한 성과를 낸 경우에도 이에 걸 맞는 보상을 추가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국내·외 다수 기업들은 신제품개발 결과가 시장에서 높은 재무성과로 확실하게 연결된 경우,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리더와 팀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둘째는 개인별 부문협력 기여도 중심의 방안으로써, 구성원들이 부문 성과에 기여한 부분과 신제품개발 프로젝트 활동 중 개인이 부문간 협력에 기여한 부분을 모두 평가하여 보상에 반영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는 파트너 평가 시 매년 동료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건수나 내용 등을 종합하여 개인별 협력 기여도를 평가한다. 협력 기여도 평가의 최고 등급을 받는 경우에는 연봉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다. 협력 기여도 평가 방법은 협력 제공자 본인의 평가보다 협력 수혜자인 고객 평가 (예, R&D 인력이 협력 제공자이고 생산 인력이 수혜자인 경우 생산 인력이 R&D 인력을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첫째 방안은 관련부문간 협력의 궁극적인 목적인 탁월한 신제품개발 성과를 보상해 준다는 장점이 있으나, 부문간 협력의 기여도가 낮은 개인이 무임승차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둘째 방안은 개인의 부문협력 활동 촉진에는 효과적이지만, 개인별 협력 기여도 평가를 위해 관련 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확한 평가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두 가지 방안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음으로 조직의 지향 가치, 사업 특성, 인력 특성·규모, 평가 데이터 확보의 용이성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하나의 방안을 선택하거나 두 방안을 통합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② 검색 및 이전 장벽이 높은 경우의 협력 방안

Human bridge 구축

각 부문은 업무 수행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마케팅부문은 제품 가격과 같이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고객 접점에서 발생되는 요인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고, R&D부문은 제품의 기술적 성능과 신기술 반영에 먼저 관심을 갖는다. 반면 생산부문의 경우에는 불량 없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하는 것에 우선적인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부문별로 신제품개발의 주요 요인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부문간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과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직무 순환(Job rotation)이나 인력 이동(Personnel movement) 등을 통해 부문간에 Human bridge를 만드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직무 순환은 여러 직무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제도로서 R&D 인력이 마케팅부문의 업무를 일정 기간 경험하게 되면 마케팅부문의 입장과 관점, 중요 업무, 사용 언어에 대해서 지식을 갖게 되고 전사적 관점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이해하게 되어, R&D부문과 마케팅부문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주는 신제품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다.

3M, P&G, GE 등의 해외 기업들은 직무 순환 제도를 운영하여 부문간 Human bridege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3M의 R&D 인력들은 본인이 희망하면 언제든지 생산부문이나 마케팅부문으로 직무순환 하여 사업부문의 업무를 일정 기간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업부문의 입장과 관점을 이해하고, 관련 사업부문 구성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도 있다.

한편 R&D 부문에서 생산부문으로 개발 제품을 이관할 때 두 부문간에 기술이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인 기술문서나 프로세스 중심으로 이관되어 노하우나 경험 등 암묵지가 충분하게 이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이동 방법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첫째 방법은 생산부문의 핵심 인력을 R&D부문으로 이동시켜 제품개발 단계부터 조기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생산부문의 의견을 개발 시에 반영하여 양산 과정에서 일어날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생산부문 엔지니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으로 기술 문서를 만들 수도 있다.

둘째 방법은 신제품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R&D 인력이나 개발조직을 생산현장에 파견하여 기술이전을 원활히 하고 양산 과정을 조기 안정화 시킬 수 있다. 에릭슨(Ericsson), 삼성전자 등 다수의 기업들은 신제품개발을 담당했던 핵심 R&D 인력이 생산 부문으로 이동하여 지원하는 인기일체(人技一體) 방식을 사용하여 기술이전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

회의체 활용

회의체는 부문간 협력을 가로막는 검색 및 이전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련부문 전문가들이 제품성능과 개발비용간의 Trade-off를 해결하는 방안, 제품의 양산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의사결정 함으로써 부문간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회의체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면(face-to-face)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 부문이 자신의 입장만 내세울 경우 중재할 수 있는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요타는 대면 회의체인 오베야 제도(Obeya System)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베야는 일본어로 큰 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최소 1주일에 1번은 오베야에서 설계·개발, 분석·평가, 생산 등 각 부문의 리더들이 함께 모여 대면회의를 통해 열띤 토론을 한다. 각 부문의 리더들은 함께 해결 아이디어를 내고, 긴급한 과제에 신속하여 대처하며, 즉석에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오베야를 통해 부문간 원활한 정보 공유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개발기간을 단축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오베야에는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주요 관리지표에 대한 그래프와 체크포인트가 명시된 단순하면서 시각적인 중요 정보들이 벽면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고, CAD(Computer Aided Design)와 디지털 프로젝션 기술을 활용하여 설계, 시뮬레이션, 시험결과를 리얼 타임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베야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신제품개발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전사적 관점의 공통된 이해 조성이 가능하다.

③ 프로젝트 매니저 제도의 활성화

부문간 협력 방안으로 앞에서 제시한 공동 목표, T자형 평가·보상, Human bridge 구축, 회의체 등이 유기적이며 통합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매니저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로서, 제품 Concept을 결정하여 마케팅·R&D·생산 등 관련부문과 공유하고, 책임에 걸 맞는 역량과 권한을 바탕으로 관련부문을 조정·통합하여 조직력을 극대화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신제품개발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중요 의사결정을 하며, 각 부문을 통합·조정하는 Chief Engineer가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한다. 고객 관점에서 제품 Concept 설정, 개발, 생산, 판매까지 모든 책임을 진다.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책임인 것이다. Chief Engineer는 개인적인 영향력과 보유 기술력, 신제품개발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통해 신제품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리드한다.

도요타의 Chief Engineer 제도가 잘 운영하고 있는 주된 요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고객 제일주의’라는 도요타의 경영철학이 모든 의사결정의 방향타 역할을 함으로써 관련 부문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촉진하였다. 특히 Chief Engineer가 고객의 대표로서 차 개발을 리드한다는 것을 모든 부문이 인식하고 있어, Chief Engineer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둘째, Chief Engineer는 자동차 구조를 잘 알고 개발경험이 풍부하며, 탁월한 경영능력까지 겸비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구원 등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Chief Engineer를 Role model로서 존경하며 적극적으로 따르고 지원하기 때문이다. 셋째, 각 부문 관리자의 협조적인 자세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 예로 연구원에 대한 인사고과는 R&D부문 관리자의 고유권한이지만, Chief Engineer 의견을 존중하여 반영해 줌으로써 Chief Engineer가 연구원의 인사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사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고객만족이라는 상위목표에의 집중, Chief Engineer의 탁월한 역량, 부문 관리자의 협조적인 자세 등을 바탕으로 도요타는 프로젝트 매니저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조직도 마케팅 - R&D - 생산 등 관련부문간 협력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곳은 없다. 부족하여 개선해야 할 영역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조직마다 부문간 협력을 저해하는 장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협력방안을 수립하여 신제품개발 프로젝트 활동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조직에 적합한 협력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신제품개발 프로젝트 활동에 적용·실행해 나간다면,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제품을 열매로 맺게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장성근 연구위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장성근 연구위원
02-3777-0469
이메일 보내기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귀사의 소식을 널리 알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