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일본으로부터의 교훈 : 디플레 경계심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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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12-08 12:42
서울--(뉴스와이어)--저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6월 이후 18개월 동안 한국은행 물가 목표 범위 하한인 2.5%를 밑돌고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작년 3월 이후 2 1개월 연속1%대에 머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의 원화절상으로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던 1999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경제의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물가불안보다는 안정 요인이 크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장기간 안정되어 있으며, 국내 농축수산품 가격 역시 올해 들어 양호한 기상여건을 바탕으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압력도 낮다. 경기 회복세가 빠르지 않아 당분간 장기 추세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가능성이 높다. 수요 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이 가격을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디플레보다 인플레 경계가 여전히 커

물가가 전례 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디플레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고물가, 즉 물가상승률이 높게 형성되는 것만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과 같은 저물가 상황에서도 체감물가는 더 높은 데 실제 물가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통화정책도 물가의 상향리스크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 등 보다 적극적인 완화정책으로 대응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물가목표의 하한에 대한 경계심이 상한에 비해서는 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디플레이션 발생 사례는 희소하다. 금본위제 폐지 이후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은 이웃나라 일본의 90년대 말 이후 사례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발생했을 때의 충격은 인플레이션의 충격보다 오히려 크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의 절반 이상은 디플레이션과 함께 했다. 90년대 후반 디플레이션 초기에 일본은 인플레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었다.

당시 물가 하락이 시작되자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경쟁에 의한 가격 파괴를 반겼고, 세계적으로 높았던 고물가의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으로 받아 들였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일단 시작되자 이는 좀처럼 되돌리기 힘들었고 일본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일본의 디플레 원인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 직전시기의 모습들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디플레 원인을 자세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① 만성화된 저성장-저물가가 단초

일본은 1999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약 7년간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후 약 3년간은 물가상승기로 돌아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재차 물가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저성장, 저물가 기조의 장기화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디플레이션 발생 이전 일본은 이미 오랜기간 동안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는 불황기를 겪었다. 1991년 버블붕괴 이후 일본은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기업과 금융부실이 확산되었고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되었다. 이에 따른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생산과 고용이 위축되고 다시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수요압력 저하로 물가상승률도 낮아졌다. 특히 80년대 호황기에 고성장을 기대하면서 크게 늘렸던 기업투자는 경제내의 만성적인 공급과잉 요인이 되면서 물가하락 압력을 확대시켰다. 80년대 평균 4.5%씩 성장했던 경제는 버블붕괴 이후 ‘93~’98년의 불황기 중 1.4% 성장률로 급전직하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0년대 평균 1.9%에서 이 기간 0.7%로 낮아졌다.

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된 엔고도 장기불황과 저물가를 가속시켰다. 빠르게 진행된 엔화의 추세적 절상은 일본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렸고 이는 수출활력 저하와 함께 일본의 제조업 공동화를 가져왔다. 특히 엔고로 수입물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 하락을가속시켰다(1985년부터 1995년 10년동안 수입물가는 연평균 7.1%씩 줄어들어 절반수준으로감소). 만성화된 저성장-저물가 기간이 이후의 디플레이션 진입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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