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촬영현장 공개
이날 공개된 촬영장면은 궁중 놀이판의 하이라이트로 장생과 공길을 주축으로 한 광대들이 연산과 녹수, 조정대신들 앞에서 연산의 생모인 폐비 윤씨가 성종에게 내쳐지는 모습을 경극으로 빗댄 공연이었다. 권력의 최 정점인 궁에서 왕과 신하들을 풍자, 희롱하는 연회를 연이어 선보였던 광대들이 마지막으로 준비한 공연으로 이들이 비극으로 치닫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장면이다.
연산의 생모인 폐비 윤씨가 선왕(성종)의 후궁들의 모함으로 사약을 받았다는 사실은 궁에서 공론화될 수 없던 민감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광대들은 경극 분장을 하고 청나라를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다. 장생과 공길의 놀이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광대무리들이 아크로바틱한 깃발 군무를 선보이며 흥을 돋우고, 무대 뒤의 장생 일행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인다.
이날 촬영을 위해 감우성과 이준기를 비롯한 광대 역의 배우들은 기본 분장에만 3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연배우들은 물론 단역으로 출연하는 광대무리들이 모두 경극분장을 했기 때문에 열대야가 지속되던 여름 밤 촬영으로 분장이 지워질 때마다 분장팀의 손길이 바빠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화려한 분장은 물론 이번 연회장면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종이의상 역시 보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천으로 안감을 대고 겉감은 종이로 만든 종이의상은 기존의 시대극에서 일부 구현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의상마다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 넣어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한 것. 제작비만 1천만원이 투입된 종이의상은 배우당 한 벌씩만 제작했기 때문에 영화 속 광대들이 긴장했던 것만큼 실제 배우들도 조심스럽게 촬영에 임했다.
<왕의 남자> 제작진은 점차 신랄하고 화려해지는 광대들의 놀이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각 연회마다 컨셉을 차별화해 매번 다른 세트를 제작했다. 특히 이번 촬영은 야간에 이뤄지는 궁중연회의 스펙터클을 부각하기 위해 연회장 안에 연못과 정자를 특별 제작해 규모 면에서도 드라마틱한 구성을 극대화했다.
촬영현장 공개에 이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는데,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외줄타기를 비롯해 전문 광대특훈을 받으며 이번 작품을 준비한 감우성은 “사극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매력에 끌려 선택하게 됐다.”며 “<왕의 남자>에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는 말로 <왕의 남자>에 대한 애정을 대신했다.
정진영은 반듯한 이미지가 강한 데 폭군 연산을 연기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깡패역할도 했었고, 성격 이상한 스님으로도 나왔다”며 자신은 반듯하지 않다고 강조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진영은 이어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연산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장생, 공길, 녹수의 이야기도 흥미로워서인지 이번 영화로 인해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생과 연산 두 사람을 이해하는 속 깊은 광대 공길을 연기하는 이준기는 “신인인 만큼 배우는 자세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여러 가지로 배려해주고 있어 아직까지 어려움은 없다”며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왕의 남자>의 히로인 강성연은 “장녹수는 요염한 매력을 가지기도 했지만, 연산만을 바라보는 외로운 인물인 동시에 연산을 보듬어주는 모성애를 지닌 캐릭터다. 기존에 보여졌던 장녹수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극을 이끌어 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연산의 애첩 역할이다 보니 정진영 선배를 보고 있으면, 정말 연산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곤 한다”며 작품에 몰입해있음을 토로했다.
<왕의 남자>는 자유로운 광대 ‘장생’(감우성 분)과 아름다운 광대 ‘공길(이준기 분)’, 광대의 자유를 부러워했던 슬픈 왕 ‘연산’(정진영 분), 그리고 질투로 가득 찬 연산의 아름다운 애첩 ‘녹수’(강성연 분)의 운명적인 만남이 불러 일으키는 화려한 비극을 그린 드라마다.
<왕의 남자>는 세트에서 분장, 의상까지 화려함은 물론 궁궐 안팎을 넘나드는 유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최고의 영상미를 선보일 2005년 최고의 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를 능가하는 열기를 뿜어내는 배우들의 연기 열정으로 활기를 더하고 있는 <왕의 남자>는 60% 촬영을 진행했으며, 12월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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