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14년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또한 에너지가격 안정 등에 힘입어 몇 년 간 이어 온 소비침체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전망이다. 2014년 경제전망에서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특징적인 사실은 그간 국내외경제 회복을 가로막았던 유럽의 재정위기나 예산 및 정부부채한도를 둘러싼 미국의 정치적 불협화음과 같은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
다는 점이다.
물론 안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설마하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져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곤 했다. 리먼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금융위기나 일본 동북부의 대지진과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충격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은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2014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시점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여진에 시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를 겪은 각 경제주체들은 아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태다. 가계와 정부의 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데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가 부진하고 유동성 함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반응이 급격히 확산될 수도 있다.
충격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한껏 높아졌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조짐이 보이거나 유럽 등지로 디플레이션이 확산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혹은 북한 내부사정의 급변동 가능성이 감지될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정책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잠재 위험요인들을 간과하고 섣불리 위기가 끝난 것으로 결론짓거나 출구전략 등 위기 이후의 정책을 서두른다면 그 자체가 불안정성을 높이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2014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살펴 보고, 그 위험성에 대해 판단해보고자 한다.
1. 미연준 출구전략의 파장
지난 12월 18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14년 1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월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이 출구로 방향을 튼 것이다. 속도도 금융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신중한 출발인 셈이다.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강한 처방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 경제지표 개선 소식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고, 미연준 의장의 한 마디에 몇몇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큰 걱정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푼 돈은 3조 달러(연준 자산 기준)로 미국 GDP의 20%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동안 유로존과 일본이 공급한 통화량을 합한 것보다도 약 30% 이상 많다.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었지만 자산버블이 생기고 물가가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 그러면서도 경기회복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은 흡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출구전략 구사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미국으로 자본이 환류되면서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경기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데다 선진국의 초저금리와 통화약세로 신흥국 투자의 기대수익도 더 높아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그러
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선진국이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거나 신용버블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들은 대규모 자본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의 자기자본투자 등을 제한하는 미국의 볼커룰(Volcker Rule) 및 유로존의 은행 건전성 평가 등 앞으로 계획된 금융규제도 신흥국으로의 자금흐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출구전략은 경기상황에 가변적
그렇지만 출구전략이 사전에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상황에 따라 규모나 시기가 가변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좌우될 것이며 신흥국의 상황도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버냉키 의장도 신흥국 경제여건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동성 흡수에 따른 충격도 크지 않을 수 있다. 미연준의 초과지준 규모는 1.9조 달러로 풀린 자금 중 많은 부분이 은행권에서 맴돌고 있어 유동성 회수로 인해 나타날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 시중 유동성 창출이 활발해져 연준이 흡수한 유동성을 메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지난해 8월의 혼란이 투자자에게 학습효과를 심어줬다는 측면에서 볼 때 충격의 크기는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또한 미국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주가수익률(PER)도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이미 미국 금융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는 점도 신흥국에서의 추가적인 자본 유출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우려는 금리인상 논의이다. 2014년 하반기 중 미연준의 추가 자산매입이 중단되고 나면, 다음 수순인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지난 12월 FOMC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4분기 미국 실업률은 에반스룰에 명시된 6.5% 전후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여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신중한 행보를 고려할 때 실업률만이 금리인상의 유일한 잣대가 될 수 없으며 물가상승률 등 다른 여러 경제지표를 동시에 고려할 것이다. 실업률이 6.5%이하로 하락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장기목표치인 2%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작된 출구전략의 충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일 것이다. 불안감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널뛰는 금융변수들 사이에서 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결국 경기회복세를 확인하며 출구전략이 신중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결국 각국 당국의 기대 관리(managing expectation) 능력에 2014년 금융시장의 안정 여부가 달려 있다.
2. 선진국발 디플레이션 우려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경기개선흐름에도 불구하고 낮아지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로존은 디플레 우려로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도 다소 불투명해졌다. 이달 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저
물가 상황에 대해 일본식 디플레 징후가 아니라고 언급하며 시장우려를 진화하고 나선 바 있다. 그 주요 이유로 중기 기대 인플레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디플레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빈약한 근거 제시였다.
그리스는 올 3월 이후 9개월 동안 물가가 감소하고 있으며, 11월에는 전년동월비 기준 -2.9%로 디플레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다른 남유럽국가도 물가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등 0% 내외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회복이 부진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물가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확산되어가는 양상이다.
사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은 데는 원자재 부문의 투자 지속과 수요위축이 겹치면서 나타났다. 세계경기의 회복흐름이 개도국보다는 선진국 주도, 투자보다는 소비 주도로 이루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는 모습이다. 주요 원자재 소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석탄 50.2%, 구리 43%, 석유 11.7% 등 매우 높은 수준인데, 중국 등 거대개도국의 성장 감속과 소비 중심의 성장전환은 향후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지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반면 타이트오일 생산 증가, 남미 지역의 신규광구 증가 등 원자재 공급능력은 계속 확대되면서 생산비용 측면에서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다. 대체로 물가안정은 긍정적이지만 디플레이션 경고가 나오는 것은 구미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이 1990년대 일본의 경험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9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약 7년간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을 경험하였다. 다만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저성장기를 겪은 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1991년 버블붕괴 이후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기업과 금융부실이 확산되었고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되었다. GDP 성장률이 1%내외에 그치는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었지만 물가는 1% 내외의 상승률을 유지하였다(물론 물가상승률도 한단계 하락하였다. 80년대 평균 1.9%에서 ‘93~’98년 불황기에는 0.7%로 낮아졌다). 버블붕괴 기간중 부실채권의 처리가 지연되고 금융권 부실문제가 오랫동안 해소되지 못하면서 금융기능저하도 가져왔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된 후 대형 금융기관 파산 등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하면서 디플레가 시작되었다.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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