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사진과 미디어:새벽4시’展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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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2014-01-14 11:04
서울--(뉴스와이어)--<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선보이는 사진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 4개 국공립 미술관(서울시립, 대전시립, 경남도립, 광주시립)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개최하는 “미술관 속 사진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본 전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중적 정체성을 갖게된 현대인의 자아를 주제로 한다. 사진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들의 영상 및 설치 작업, 현직 사진 기자의 작업, 그리고 SNS에 업로드 되는 사진을 이용한 참여형 영상 설치 작업까지 포함한다.

본 전시는 ‘사진과 미디어’라는 주제 하에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중적 정체성을 갖게 된 현대인의 자아를 주제로 한다. 사진작가들의 작품(구상모, 박찬민, 백승우, 원서용, 장태원, 정희승, 한성필)뿐만 아니라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들의 영상 및 설치 작업(강영민, 이문호, 이상현, 조이경, 하태범), 신문 보도 사진 및 현직 사진 기자의 작업(박종근), 그리고 SNS에 업로드 되는 불특정 다수의 사진을 이용한 참여형 영상 설치 작업(차지량)까지 포함하여 미디어 환경 속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기인 동안 잠자고 짧은 동안 누웠던 것이 짧은 동안 잠자고 기인 동안 누웠었던 그이다. 네 시에 누우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리고 아홉 시에서 열 시까지 리상 - 나는 리상이라는 한 우스운 사람을 안다. 물론 나는 그에 대하여 한쪽 보려 하는 것이거니와. - 은 그에서 그의 하는 일을 떼어 던지는 것이다. 태양이 양지쪽처럼 내리쪼이는 밤에 비를 퍼붓게 하여 그는 레인코트가 없으면 그것은 어쩌나 하여 방을 나선다.

이상(1932), “지도의 암실”, ‘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2012, p.7.

전시 부제인 ‘새벽 4시’는 물리적인 시간을 의미하기 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을 의미하는 하나의 메타포이다. ‘새벽 4시’는 문학가 이상이 1932년에 ‘비구’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단편소설 ‘지도의 암실’에서 인용한 개념으로, 소설 속 주인공이 새벽 네 시에 잠들며 자기 자신, ‘리상’을 만나는 순간을 의미한다. 불을 켜 둔 채 잠이 든 ‘리상’은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는 풍경과 시간을 유영하며 극장도 가고, 여자도 만나고, 동물원도 가고, 화장실도 간다. 하루 일과를 가상의 지도 위에서 보내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 속 현대인의 삶을 가장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이미지는 ‘밤’과 ‘빛’, 그리고 그 안에서 다중적으로 활동하는 ‘자아’라고 할 수 있다. 훤하게 형광등을 켜두고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드는 1932년 ‘리상’의 방. 불을 다 끄고도 컴컴한 방에서 눈부신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면서 페이스북에 체크인을 하고,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플레이하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속 사진들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2014년의 방. ‘리상’이 잠자리에 들며 그리던 가상의 지도, 곧 ‘지도의 암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쏟아지는 정보는 사실로 읽힐 수도 있고, 가짜로 인식될 수도 있으며, 혹은 의도적으로 허구를 표방하려한 진실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것은 더 이상 주요한 화제 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 진짜와 가짜, 너와 나의 시공간이 혼재하는 새로운 세계에서 뒤섞인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그들 존재 자체로 이미 다른 층위의 의미를 갖게 된 시대가 바로 오늘날이다. 그 혼돈의 공간 속에서 현대인들은 유영하며 연유 모를 소외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본 전시는 이렇듯 어느 한 쪽으로 규정할 수 없는, 혹은 이미 규정이라는 과정이 무의미해진 모호한 자아, 기억, 풍경, 그리고 부유하는 이미지와 정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시명
-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

전시기간
- 2014. 1. 28(화) - 3. 23(일)

개막식
- 2014. 1. 28(화) 오후 5시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부문
- 사진, 영상, 설치

전시작가
- 강영민, 구상모, 박종근, 박찬민, 백승우, 원서용, 이문호, 이상현, 장태원, 정희승, 조이경, 차지량, 하태범, 한성필

전시구성

하이라이트
이문호, <유디트(Judith)>, 2011, Inkjet Print, 150 x112cm

몇 해 전,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알려진 신혼부부 장기밀매 살인 사건에 관련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연출하여 찍은 사진으로, 아무리 극단적으로 충격적인 소식일지라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더욱 충격적인 정보와 함께 망각되고 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우회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박종근, <신중현>, 2010

우리가 접하는 신문 속 사진들은 촬영된 사진의 극히 일부분이거나, 특정 관점으로 재편집된 이미지이다. 사진 기자 박종근(중앙일보)은 신문 지면에 보도될 인물을 촬영할 때마다 자신만의 앵글로 인물 주변 풍경을 포함한 사진을 아카이빙 해 왔다. 박종근 기자의 이러한 작업들은 보도된 최종 이미지와 실제 촬영된 상황 사이의 흥미로운 간극을 제시하며, 잘려나간 그들의 실재를 더욱 잘 드러내는 단서로서 기능한다.

한성필, , 2011, Chromogenic Print, 179 x 270 cm
© Han Sungpil, Courtesy Arario Gallery

프랑스 남부 어느 마을에서 새벽 시간대에 촬영된 사진으로, 3가지 관점에서 촬영한 건물의 정면과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성필은 한 시점에서 담을 수 없는 건물의 이면을 하나의 장면에 드러냄을 통해 전통적인 재현의 매체로서 기능하던 사진을 새로운 생산의 매체로서 다루고자 한다.

하태범, , 영상, A4 종이, 단채널 비디오, 05:34mins, 2012

참전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올리는 수많은 전시 동영상의 이미지와 소리를 차용하여 만든 영상 설치 작품이다. 실제 촬영된 장면을 A4용지와 비비탄 총으로 제작 및 연출하고, 소리는 유튜브에 올라온 소스를 직접 사용하였다. 우리가 미디어로부터 접하는 이미지와 영상들이 금방 잊혀지는 이유는 아마도 하태범 작가의 작품처럼, 사건과 소식의 참혹함과 충격이 백색으로 탈색되어 전달되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

이상현, <교향곡 제9번 몽유도원도>, Single Channel Video, 7:28mins, 2009

2008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신세계”를 연주하는 영상으로 시작되는 싱글채널 비디오이다. 상상과 현실의 공간이 어우러진 이상향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배경으로 하여 뉴욕 초고층 빌딩과 헐리우드 간판, 김일성 동상과 여군 및 로켓 이미지 등을 꼴라주하였다. 도원 쪽으로 끊임없이 발사되는 북한의 미사일은, 슈퍼맨이 서 있는 도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꽃으로 변하여 온 세상으로 떨어진다.

웹사이트: http://www.seoulmoa.org

연락처

서울시립미술관
변지혜 큐레이터
02-2124-8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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