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스파이는 주로 군사 기밀을 빼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19세기 이후산업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산업 스파이가 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내는 신종 직업으로 등장하였다. 산업 스파이에 의한 핵심 기술 유출은 부메랑 효과로 인해 결국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더 나아가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산업 스파이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IT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몇몇 핵심 기술들은 세계 기업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이후 산업 스파이에 의해 TFT-LCD, 반도체등 핵심 기술 유출이 적발된 사례는 37건, 피해 규모만도 약 50조원에 이른다. 2004년 한해 동안 적발된 사례는 26건으로, 한해 5~6건에 불과하던 것이 4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미국 기업들도 산업 스파이 문제로 인해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글로벌 1000대 기업의 약60%가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핵심 기술을 빼내는 수법도 시대상을 반영하며 고도화되고 있다. 국가간에 사신이 왕래하던 옛날에는 고작 지팡이, 붓 뚜껑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핵심인력의 스카우트, 컴퓨터 바이러스 등을 활용하는 첨단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산업 스파이들이‘트로이 목마’와 같은 악성 프로그램을 기업 컴퓨터에 침투시켜 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내고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최근에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훨씬 정교해지면서산업 스파이들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는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현재 기업 정보를 빼내기 위한 변형 프로그램만도 인터넷상에 10여 개가 떠돌고 있다고 한다.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있는 형국이다.산업 스파이에 의한 폐해는 기업만의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기업과 정부의노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먼저, 기업들은 핵심 기술에 대한 보안을 더욱 강화하고,핵심 인재의 관리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핵심 기술에 대해 명백하게 정의하고,핵심 인재들이 산업 스파이의 유혹을 뿌리칠수 있도록 내부 평가, 보상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정부는 사이버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 스파이 활동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함께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법률과 제도를 보완, 강화하여야 한다.
핵심 기술의 유출 방지 노력은 국부의 유출을 막고, 기업의 생존을 담보해 주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산업 스파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국가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산업 스파이를 대규모로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있다. 중국 등 경쟁국가들은 우리의 핵심 기술을 공격 목표로 상시적인 산업 스파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개발된 기술을 지키기 위한 문단속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최병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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