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수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
참여정부 중간 반환점을 앞두고 언론기관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경제운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들은 다른 나라들은 다 잘 나가는데 우리만 뒤쳐지고 있다고 걱정이 태반이다. 지난 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에 우리나라 내년도 경제성장전망이 4.7%로 최하위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하였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전에 거꾸로 갔다가 이제 정상궤도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02년에 세계경제는 평균 3.0% 성장(선진국은 평균 1.6%)했는데 우리나라는 무려 7.0% 성장했다.
신용카드 사용촉진, 부동산 규제완화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효과 덕분이었다. 힘에 넘치는 성장의 후유증으로 다음 해 세계경제는 4.0% 성장하는데 우리는 3.1% 성장에 그쳤고 세계 평균치를 밑도는 성장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도 국내외 기관들이 전망하는 금년도 성장률 4% 내외는 세계 평균치(4.3%)에 근접하고 있고, IMF는 우리나라 내년도 성장률이 5.2%로 세계평균 4.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ECD에서도 우리나라 내년도 성장률이 5.0%로 OECD평균 2.8%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개 OECD회원국 중 4위에 해당한다.
< 세계경제, 선진국,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 >
참여정부 출범당시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신용불량자가 한달에 10만명씩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카드채사태로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하고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의 기업부채라는 암이 가계부채라는 종양으로 전이된 꼴이었다. 97년에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말기암 상태라면, 2003년에는 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종양 상태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참여정부는 지난 2년 반 종양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약과 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보약을 함께 투여해왔다. 신용카드사 종합대책(03.3), 금융시장 안정대책(03.4), 신용불량자 마스터플랜(04.3), 생계형 금융채무 불이행자대책(05.3) 등 일련의 치료약으로 이제 금융위기는 고비를 넘겼다.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보약도 골고루 써왔다. 손발이 튼튼해지도록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중이고, 머리가 좋아지도록 과학기술혁신체계도 마련하였다. 피가 잘 돌도록 중소기업 금융지원체계를 개편하였고 신경조직이 건강해지도록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시장개혁을 추진하였다. 사지가 골고루 발달하도록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국가균형발전 시책도 본격적인 시행단계에 접어들었다.
성격상 시간이 걸려 경제계에서는 불만이지만 근육이 단단해지도록 민관합동으로 규제개혁도 추진중이다. 금년 말부터는 이러한 대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우리 경제가 힘차게 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간 내수가 부진하고 체감경기가 나빠 국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은 것은 송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이런 고통을 방관했던 것은 아니다.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기대응책도 강구했다.
매년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추경도 3차례나 편성하였다. 소득세·법인세도 인하했고 정책금리도 인하하여 2003년 이후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큰 흐름을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구조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미리 당겨 쓴 부채가 많은데다가 수명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노후에 대비하느라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부유층은 해외에 나가 소비하고 과거 뇌물, 촌지, 접대, 비자금, 불법정치자금, 성매매 등으로 흥청망청하던 지하경제가 크게 줄었다. 투자 면에서는 수익성 있는 투자처가 많지 않고 경영행태도 안정위주로 변하였다.
이러한 구조 자체를 정부가 수술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효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억지로 경기를 부추기고자 캄풀주사를 놓는 것도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힘에 넘치게 경기를 부양하면 후유증이 따를 수밖에 없고 경기가 급변동하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서민층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여러 비판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정공법’으로 최선을 다해 왔다. 묵묵히 호시우행(虎視牛行)으로 걷다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이제 그 터널 끝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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