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잔뜩 찌푸린 하늘은 금세 세찬 빗줄기라도 토해낼 듯했다. 여름의 한가운데 때아닌 음산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전주 동상저수지에 정성스레 지어진 가교 세트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사랑을 놓친 이들의 공허한 마음이 아마도 이러할까. 지난 18일 전주 동상리의 한 저수지에서 있었던 <사랑을 놓치다>의 촬영 현장은 을씨년스런 날씨가 아련한 옛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랑을 놓치거나, 놓친 사랑을 찾고 있던 다섯 연인들은 노를 잃어버린 나룻배처럼 물과 뭍의 경계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견우와 직녀보다 힘들었던 ‘우재’(설경구)와 ‘연수’(송윤아)의 만남

이날 촬영은 '우재’(설경구)가 늘 친구로만 생각했던 ‘연수’(송윤아)가 오랜만에 시골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비로소 ‘연수’(송윤아)에 대한 자신의 속마음을 깨닫고 한 걸음에 서울에서 전주까지 내려와 만나는 씬으로 영화 전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장면이다. 이날 예기치 못한 비가 내려 촬영이 거의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과 스탭들의 열의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도 촬영이 진행되었다. 물 위에 지어진 가교 세트 위에 홀로 선 송윤아(연수 역)는 거친 비바람에 가교 세트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몇 번이나 균형을 잃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극구 다른 사람의 도움을 거부한 채 끝까지 촬영을 마치는 근성을 발휘했다. 역시 프로는 아름답다!

<사랑을 놓치다> 다섯 배우의 이유 있는 변신!

이날 촬영이 더욱 의미있었던 것은 설경구, 송윤아, 장항선, 이휘향, 이기우 등 다섯 배우 모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앵글에 담기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시골 가두리 양식장 설정 때문에 경쟁이나 하듯 제각기 촌스런 모습으로 등장한 배우들의 모습에서 이번 작품을 대하는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실미도> <역도산> 등에서 보여준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눈에 힘 빼고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연기하는 설경구, 35년만의 첫 멜로 연기에 도전하는 중견 배우 장항선, 검게 탄 피부에 부쩍 늘어난 근육질의 몸매와 더벅머리로 미소년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낸 이기우.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취재진을 맞은 송윤아와,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시골 아낙의 모습을 연상시켰던 이휘향의 변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도시적이며 이지적인 이미지의 신구 여배우를 대표하는 두 사람인지라 낯설지만, 용기있는 모습은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설경구, 송윤아, 이휘향, 장항선, 이기우의 거침없었던 기자 간담회

갑작스런 비 때문에 급하게 촬영을 마쳐야했던 대신 저녁시간에는 전주 코아 리베라호텔에서 다섯 배우와 추창민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사랑을 놓치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먼저 조정 코치인 주인공 우재 역의 설경구는 “몇 년 사이 <실미도><역도산> 등 스케일이 큰 영화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이 살아있고 알찬 짜임새의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큰 영화들이 내가 짊어지기 버거운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비교적 차분하게 보여주며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번 영화의 출연 계기에 대해 전했다.

<광복절 특사>에 이어 다시 설경구와 호흡을 맞추는 송윤아는 10년 만에 다가온 사랑 앞에 망설이는 수의사 '연수' 역을 맡았다. 그녀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했던 감독의 요구에 따라 100% 노메이크 업으로 촬영에 임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는 내가 너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촬영 전부터 굉장히 뿌듯했다. 그러다 첫 촬영을 하고는 2주를 앓았다. 한 치의 오버나 모자람도 없는 일상 그대로의 '연수'를 연기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아마 촬영이 끝나면 연기자로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해준 추창민 감독에게 많이 고마워할 것 같다”며 들뜬 기대감을 전했다.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중견배우로 손꼽히는 장항선은 시종일관 특유의 능청스런 말투로 “이전의 역할은 내 인생과 비슷해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멜로 연기라 지금껏 맡은 역 가운데 가장 어렵다. 앞으로도 ‘여자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연기인생 35년만의 첫 멜로 영화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장항선을 상대로 황혼의 사랑을 연기하게 될 이휘향은, 촬영현장은 물론 기자간담회에서도 노 메이크업의 간소한 차림으로 임하는 등 첫 영화를 대하는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그녀는 “촬영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맘에 든다. 같이 연기하는 스탭, 배우 등 모두가 내 첫사랑이나 마찬가지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현지 촬영에서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오토바이 운전을 연습하는 등, 신인 배우 이상의 열성을 보여주고 있다.

상식 역을 맡아 처음으로 선 굵은 남자 연기에 도전하는 이기우는 “이렇게 훌륭하신 선배님 사이에 껴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교수진 사이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 된 것 같다. 많은 걸 배워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한편 연출을 맡은 <마파도>의 추창민 감독은 “시골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 담고 싶다. <사랑을 놓치다>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여러 사람의 경험을 시나리오에 담았다.”고 전하고, 주인공 우재를 조정선수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시골의 양식장과 대비되는 물의 이미지로 조정을 택했다. 조정 경기가 멜로 장르의 답답함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들의 몸을 던진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대학시절부터 이어진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온 두 남녀 '우재'(설경구)와 '연수'(송윤아)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로 올 가을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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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방 02-2272-2428 최미숙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