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는 문학,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서평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태어나자마자 미국에 입양되었던 주인공이 대학졸업 후 친엄마와 조국을 다시 만나고 자기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자전적 장편소설『피의 언어』(제인 정 트렌카/송재평, 와이겔리), 서애 류성룡 종가, 다산 정약용가, 경주 최부잣집 등 조선시대 명문가의 자녀교육법을 담은『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최효찬, 예담), 본격적인 과학이 출현하기 훨씬 전에 번성했던 실크로드로의 여행 속에서 느낀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위대함을 담은『실크로드로 간 과학자』등이 선정되었다.
9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도서 및 추천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웹진(http://www.kpec.or.kr/webzine)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9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피의 언어
제인 정 트렌카 / 송재평 / 와이겔리
2005. 7. 14 / 326쪽 / 10,000원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주인공이 대학을 졸업한 후 친엄마와 조국을 다시 만나고 또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나가는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섬세하고 감성적이고 진실되고, 감동적이다.
저자는 작품 속에서 “전후 관계의 단서들을 찾아내어 한 가족의 텍스트를 재구성하는 것이 내 임무이다 - 기억과 상상의 새로운 퀄트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피의 언어』는 그 임무의 성공적 결과이다. 문학의 언어가 결핍과 마음고생으로 단련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며, 문학이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갈수록 엽기적이 되어가는 우리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 추천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인물 삼국지
이나미 리츠코 / 김석희 / 작가정신
2005. 8. 16 / 256쪽 / 10,000원
우리에게 『삼국지』만큼 익숙한 책은 없다. 조선시대에도 삼국지는 거의 필수교양서로 읽혔던 듯싶다. 나관중의 소설『삼국지연의』는 진수의 역사서『삼국지』와 구별을 두지 않고 ‘삼국지’라는 이름으로 행세하였다. 임진왜란 후 관우를 모시는 사우까지 생겨났으니 동묘와 남묘가 그것인데 현재는 동묘만 남아있다. 전쟁으로 무(武)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당대인들이 가장 친숙하게 알고 있었고 좋아하던 무장 관우를 군신(軍神)으로 받들고 제의를 행했던 것이다.
이런 전통은 현대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져 유명한 소설가들도 자기 이름을 건 삼국지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분량이 많아서 삼국지를 독파하려면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에 착안한 듯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 51명을 추려서 한 책으로 묶었다.
일본에서 중국사 연구의 시오노 나나미로 불리는 이나미 리츠코(井波律子) 교수가 진수의 『삼국지』와 배송지의 주석을 토대로 『삼국지연의』의 묘사까지 곁들여 불꽃처럼 살다간 위 · 촉 · 오 삼국시대 난세의 영웅호걸들의 삶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삼국지를 인물중심으로 빠른 시간에 독파할 수 있고 소설과 역사의 경계선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추천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종교의 종말
샘 해리스 / 김원옥 / 한언
2005. 8. 1 / 364쪽 / 13,900원
인간은 본성적으로 종교적인 측면이 있다. 기독교나 불교 혹은 이슬람교와 같은 어느 특정한 종교의 교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의 섭리나 신비의 세계에 대한 태도로부터 우리는 종교적 심성을 드러낸다. 그 어떠한 경우든 종교는 비이성적 혹은 초합리적인 성격을 지닌다. 과학적 증거나 철학적 탐구에 의해서 종교의 모든 현상을 규명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종교가 오로지 초합리적이고 비이성적 성격만을 지닌다면 문화사에서 이미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세계에 군림하는 고급 종교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측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종교들이, 특히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점차 이성적인 성향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특히 막강한 정치 권력과 야합함으로써 더욱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볼테르와 버트란드 러셀의 비판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여겨진다.
해리스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교에서 이성적 측면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종교로서 좋은 예를 동양의 신비주의, 특히 불교에서 찾는다. 그것은 자아를 유일신과의 관계를 통해서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 속으로 소멸시키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당분간 매우 의미있는 논쟁거리를 마련해 줄 것이다.
- 추천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스트라우스
박성래 / 김영사
2005. 7. 25 / 354쪽 / 15,900원
현재 미국의 부시정권을 움직이는 핵심 집단을 일컫는 네오콘(neo-conservatives)은 전혀 새로운 보수주의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을 신보수주의자라고 한다.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네오콘의 국제정치이론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외교노선인 현실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기보다는 도덕적인 개입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려는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달리 신보수주의자들은 국가의 역할의 확대를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보수주의자들의 사상적 연원은 어디에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네오콘은 미국 시카고대학의 정치철학 교수였던 레오스트라우스의 제자 또는 정신적 제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박성래 기자의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스트라우스』는 기자적인 후각으로 네오콘과 스트라우스와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스트라우스와 네오콘과의 학연의 뿌리와 가지를 캐내고 있고, 네오콘에서 발견되는 스트라우시안적인 철학과 사상을 해부한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서 니체적 허무주의, 자연권이론, 제국주의, 고대 그리스적인 공화주의, 엘리트주의를 찾아내고 이러한 스트라우스의 사상과 철학이 어떻게 네오콘에서 구현되고 있는가를 밝혀내려고 하고 있다.
과연 저자가 분석한 스트라우스의 철학과 사상이 정확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맞다고 하더라고 스트라우스가 네오콘을 움직이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네오콘의 영향력을 어느 나라보다 많이 받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네오콘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 추천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성장과 혁신
마이클 E. 레이너 외 /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 세종서적
2005. 7. 25 / 392쪽/15,000원
내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기술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기업은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의 추구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고있다. 남이 나를 파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새 상품을 개발하고, 잠재시장을 개척해야만 한다. 세계적인 일류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이런 전략을 성공시켰을까? 이 책은 창조적 파괴를 성공시킨 사례를 통해 미래의 성공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 추천자 : 정갑영(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존재의 심리학
아브라함 H. 매슬로 / 정태연 외 / 문예출판사
2005. 8. 9 / 448쪽 / 15,000원
이 책은 현대 심리학의 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인본주의 심리학을 다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인본주의 심리학은 행동주의, 정신분석학, 인지주의와 달리 인간을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있는 그대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매슬로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매우 다양한 동기 혹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동기는 크게 결핍동기와 성장동기로 구분된다. 매슬로가 강조하려는 바는 우리 인간이 성장동기에 근거해 자기실현을 지향하는 존재, 다시 말해 자신과 세계를 존재 그 자체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여기서 가장 통합된 상태를 이룬 존재라는 점이다. 이런 매슬로의 주장은 특히 프로이트의 심리학과는 매우 다른 패러다임이며, 인간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우면서도 근원적인 성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 추천자 :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실크로드로 간 과학자
안운선 / 럭스미디어
2005. 8. 5 / 244쪽 / 10,000원
누구에게나 여행은 즐거운 일이다. 더욱이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친 노년의 화학자가 배낭 하나 둘러메고 떠난 ‘나 홀로’ 여행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낯선 곳의 자연과 삶을 둘러보는 여행객의 여유로움이 가슴까지 진하게 전해진다. 먼 옛날 동양과 서양의 문명을 이어주던 비단길은 그런 여유를 즐기기에는 더없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본래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꼼꼼한 화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필자의 여행기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다. 비록 17일의 짧은 여정에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낼 정도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스타나 고분에서 만난 부부의 미라 앞에서 유기물의 발효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화학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정말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곳곳에 넣어둔 ‘Science Tip’이다. 본격적인 과학이 출현하기 훨씬 전에 번성했던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현대의 첨단 과학 이야기와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늘날 과학은 어떤 이야기와도 어울리는 만능 양념과도 같은 것임을 보여준다.
- 추천자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터치 아프리카
정해종 / 생각의나무
2005. 7. 31 / 272쪽 / 15,000원
타지에 대한 멀고 가까움이 여행 빈도와 교역에 의해 규정된다고 볼 때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가장 머나먼 땅에 속한다. 이 책은 미개함과 원시성, 내전과 질병 등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된 그곳에 장기간 체류하며 문명인임을 자부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아프리카상을 제시하고자 노력한 한 시인의 기록이다.
‘인투 아프리카’로 시작되는 서두에서 저자는 “아프리카는 정말 있는 거지?”라는 물음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프리카의 예술, 특히 토착성과 현대성이 교차하는 쇼나조각 등 미술의 세계이다. 부제가 ‘아프리카 미술기행’이듯이 우리가 모르는 아프리카를 미술세계에 초점을 맞춰 들여다본다. 생생한 현장체험으로 가득한 글과 사진들은 역설적으로 풍요로운 상상공간을 제시해 주는데, 그 느낌은 아직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너무 멀다는 독후감으로 남는다. 그만큼 흥미롭기도 하다.
- 추천자 : 김갑수(문화평론가)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 예담
2005. 8. 5 / 334쪽 / 13,000원
교육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고 분위기다. 자식은 부모의 ‘말’로 교육되는 것이라기보다 부모의 인격, 집안의 분위기, 식구들이 관계를 풀어가는 능력 등으로 교육된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은 퇴계 이황이나 서애 류성룡,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처럼 우리가 다 아는 조선시대 인물의 자녀교육법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쩌면 나라를 위해서만 일했을 것 같은 이들이 하나같이 자녀교육에 힘을 기울였다는 점은 가문 중심의 조선이었음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을 것 같은 이들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는 새롭고도 호기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 있으면서도 자녀들에게는 “반드시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야한다”면서 ‘한양입성’이라는 특명을 내린 점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으로 그 옛날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실천했던 경주 최부잣집의 예는 오늘날에도 모범이 된다. 때때로 손해볼 줄 아는 아이로 키우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운악 이함의 종가의 정신도 곱씹을 만하다.
- 추천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플루토 비밀 결사대
한정기 글 / 유기훈 그림 / 비룡소
2005. 6. 27 / 256쪽 / 8,500원
모처럼 아이들이 반길 만한 추리동화가 나왔다. 플루토 비밀결사대! 이 책은 아이들 다섯 명이 도자기 밀매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열두 살 같은 반 친구인 우진이, 도영이, 금숙이와 우진이 동생 서진이, 그 친구 한빛까지 다섯 명은 염라대왕이라는 뜻이 담긴 비밀 결사대 ‘플루토’를 만들고 아지트에서 정의와 우정을 맹세한다.
논리적인 전개와 명쾌한 문장력이 더해져 이야기를 흥미롭게 한다. 낯선 지명, 경상도 사투리, 또래의 모험 등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긴장감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 세계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중학생 이상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 추천자 : 김자연(전주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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