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부진한 유로존 경제 유럽판 아베노믹스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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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4-09-14 12:00
서울--(뉴스와이어)--지난 2/4 분기 유로존 경제는 주요 3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동반 부진으로 제로 성장을 보였다. 독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는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제 부진은 구조개혁의 더딘 진전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금융완화를 실시했지만, 유로존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이들 3국의 협력을 통한 재정확대와 구조개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리만 쇼크의 충격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2010년 시작된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2011년 4/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했던 유로존 경제는 작년 2/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비로소 회복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1년만인 올해 2/4분기 성장률이 0.0%로 낮아진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최근 0.5% 이하(전년 동기비)로 내려가자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9월 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 등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한것도 그러한 우려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유로존 내 주요 3국 경제, 부진한 모습
유로존과 회원국들의 지난 2/4분기 GDP 성장률은 두 가지를 특징으로 하였다. 먼저 유로존경제의 정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지였던 미국, 그리고 같은 EU 내에서도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영국이 각각 전기비 1.0%, 0.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것과 대조적이었다. 미국, 영국과 달리 유로존경제가 리만 쇼크 이전의 GDP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로존경제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또다른 특징은 재정위기에 빠져 구제금융을 받았던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반면, 유로존 3대 경제대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모두 정체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유로존 경제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오래 전부터, 프랑스는 작년 3/4분기부터 유로존 평균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독일이 그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주요 3국의 부진이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되었다. 반대로, 경제규모 4위 스페인은 올해 1/4분기부터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경제는 2013년 GDP를 기준으로 전체 유로존의 66%에 해당한다. 재정위기가 고조되었을 당시 유로존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독일과 프랑스, 구제금융을 모면했던 이탈리아가 충분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회복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최근 내수 정체 두드러져
지난 2/4분기 주요 3국의 성장 부진에는 독일의 갑작스런 마이너스 성장과 작년 3/4분기 이후 계속된 프랑스, 이탈리아의 유로존 평균 이하 성장 추세가 섞여 있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역시 독일의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되어 있다. 직전1/4분기에 이례적으로 날씨가 따뜻하여 건설투자가 크게 늘었고 그것이 성장률에 0.4%p기여한 반면 2/4분기에는 건설투자가 다시 감소하여 성장률을 0.4%p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비로는 건설투자가 0.7% 늘어났고 GDP 또한 0.8% 성장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계속된 부진은 수출보다 내수의 위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체로 내수가 성장세를 나타냈던 독일, 스페인과 대비할 때 프랑스, 이탈리아의 내수는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내수를 세분해서 민간소비와 투자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그와 같은 대조적인 양상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정부지출에서는 프랑스가 줄곧 0.3~0.6%의 성장을 보인 것이 특징적이었다. 뒤집어 생각해서 이 같은 정부지출 확대가 없었다면 프랑스 내수는 이탈리아와 다름없는 축소 또는 정체의 양상을 보였을 것이다. 공공부문의 높은지출이 경기 하락을 억제해온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독일에 더 큰 충격 준 듯
유로존 경제 모두에 영향을 미친 국제정세 변화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우크라이나 사태이다. 이것의 영향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대러시아 수출 비중과 지난 상반기 대러시아 수출 감소율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북, 동유럽 국가들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고, 주요국 중에서는 독일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이3.3%로 가장 높다. 독일은 지난 상반기 중 수출 감소율도 15.5%로 높은 편에 속했다. 프랑스, 이탈리아는 두 수치 모두독일보다 낮았고, 스페인은 그보다도 낮았다.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수출에 미친 영향이 아주 컸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실적치는 오히려 양호한 성장을 보였다. 그보다는 유로존의 부진,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부진등 세계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가운데 2013년 수출이 정체하는 모습이 나타나 불안감이 내재해 있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것을 키우는불씨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 내수 성장세의 기반은 과거의 구조개혁
과거 독일의 경험에 비춰볼 때 프랑스, 이탈리아의 내수 위축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0년을 전후하여 독일은 노사협상을 산별 협상 중심에서 기업별 협상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노동비용의 상승을 막았고 이것이 2000년대 전반기 수출 붐의 배경이 되었다. 수출 붐은 투자 증대로 이어졌다. 한편 노동유연성을 높인 2000년대 중반의 하르츠 개혁은 그후 지금까지 실업률 하락이라는 성과를 낳았고 이것이 다시 민간 소비를 촉진했다. 이처럼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금융부문을 포괄하는 구조개혁은 중장기적으로 내수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스페인도 유로안정화기구(ESM)의 구제금융을 받는 가운데 2012년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한 바 있고 작년 하반기부터 그간의 구조개혁이 성과로 나타나면서 여전히 높긴 하지만 실업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와 대비되는 스페인의 내수 성장세 역시 경기침체기의 하락을 만회하는 측면도 있지만 구조개혁의 성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제금융 받은 나라들에서 구조개혁 더 진전
구조개혁의 정도를 수치로서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노동비용과 노동생산성을 동시에 반영하는 단위노동비용이 비교적 적합한 지표로서 자주 활용된다. 그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2013년 유로존 각국의 명목 단위노동비용을 2008년과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구제금융을 받은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주요 3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모두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 중 독일은 2000년대 초반에 노사간 협조주의를 통해 단위노동비용의 하락을 이끌어냈으므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프랑스와 이탈리아이다. 이 두 나라는 스페인과 함께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각하고 공공부문의 개혁도 절실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시적인 개혁을 추진한 스페인과 달리 두 나라의 개혁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최근에야 구조개혁을 게을리 하던 프랑스 정부도 2014년 3월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내각을 재편하였다. 하지만 재정적자 감축안을 둘러싸고 집권당 내에 분란이 일어나 지난달 말 대통령이 총리에게 지시하여 반대파를 쫓아내고 새로 내각을 구성하게 한 바 있다. 프랑스는 2013년에도 GDP대비 4.3%의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재정적자 3% 목표달성시한을 2015년까지로 2년 연장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10일 프랑스 재무장관은 경기침체 탓에 올해 재정적자 비율이 4.4%에 이를것이며 내년에도 3%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이탈리아 역시 그동안 정정불안으로 개혁에 힘을 쏟지 못했는데, 올해 2월 39세의 젊은 나이로 취임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 이탈리아의 경쟁력을 올려놓겠다고 선언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
이처럼 구조적인 요인과 외부환경 변화가 얽혀있는 가운데 주요 3국이 3/4분기 중에 곧바로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이들 3국의 제조업 PMI는 대체로 7, 8월에도 하락하였다.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갈등이 유로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차 본격화 할 위험도 남아 있다. 독일 경제는 건설투자 조정에서 비롯된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독일경제연구소(DIW)가 3/4분기 제로 성장을 전망한 것에서 보듯이 반등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에 이어 이달 초 다시 추가 금융완화를 실시하였다. 정책금리를 0.15%에서0.05%로 내리고 금융기관의 초과 예치금에 물리는 마이너스 이율을 0.1%에서 0.2%로 올렸으며 10월부터 커버드본드와 ABS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지난 8월말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세계 중앙은행 관계자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총재가 “단기 물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원고에 없는 표현까지 사용한 후 이루어진 조치였다.

하지만 ECB의 정책이 민간 대출을 활성화하여 인플레이션률을 올리고 경제 성장 모멘텀을 돌려놓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의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6월의 금융완화는 시장 금리를 낮추고 유로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ECB의 은행 자본적정성 평가를 앞두고 부실채권을 다수 보유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대출 확대를 통한 성장 기여 효과가 크게 발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ECB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들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10월부터 시작될 커버드본드나 ABS 매입은 그것의 기초가 되는 주택금융이나 중소기업 대상금융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나 유로존 내에서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유럽판 아베노믹스?
이와 같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국채매입이라는 추가 양적완화가 세간에서 거론되는 한편 드라기 총재는 지난 8월 연설 때부터 사실상 독일의 재정지출 확대와 프랑스, 이탈리아의 구조개혁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이것을 아베노믹스에 빗대어 ‘드라기노믹스’의 세 화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일본 아베 정부가일본은행 총재 교체를 통해 통화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을 이견없이 추진하고 있는 반면, 드라기노믹스가 실현되려면 유로존 주요 3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개혁은 아직도 안개 속에 있으며 지난 9일 독일 재무장관은 하원에서 구조개혁 없는 재정확대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ECB는 최근 발표된 9월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유로존 성장 전망치를 각각 0.2%p,0.1%p 낮추어 0.9%, 1.6%로 하였다. 유로존경제가 빠르게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협력과 노력이 절실하다. 독일이 재정확대를 추진할 국내적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프랑스, 이탈리아가 구조개혁을 착실히 추진할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야 한다. 거꾸로 프랑스, 이탈리아가 단기적 마이너스 효과를 감수하고 구조개혁을 단행하기위해서는 ECB의 금융완화 외에도 독일의 재정확대를 통한 유로존 경기의 부양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향후 유로존 경제의 회복 속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외부 요인의 변화와 함께 주요 3국의 정책 협력이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경기의 하락이 동반부진의 위기감을 고조시켰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불신을 벗어버리고 협력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여전히 안개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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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
안대선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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