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가 급등이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국제 유가 70달러 돌파는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는 현재의 고유가 국면이상황에 따라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설마 했던 상황이 현실로나타나면서, 유가 80달러, 100달러 돌파도가능하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두번째는 고유가 진정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가가 진정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유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이후 나름대로 고유가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실행 중이다.
철강, 섬유, 화학 등 일부 에너지다소비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체에너지로의전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 등 비교적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전등 하나 끄기와 같은 일상적인 에너지 절약이나 경비 감축 등의 원가 절감 운동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현재의 고유가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고유가 상황 중에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상황이 종료되면 일련의 조치는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소극적, 방어적 대응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반해 선진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유가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이를 적극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왔다.
하이브리드자동차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도요타는 1990년대 중반무모한 시도라는 평가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전념한 결과, 현재 세계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소 의외이지만 에너지 문제에 대한대응에 있어서 선진 기업이 국내 기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에너지 문제가 환경 경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에너지 문제가 일상적 경영활동의 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의 발효 이후 에너지와 환경 문제가 동전의앞뒷면과 같은 관계로 맺어지면서 이러한현상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이다. 제품 개발,생산, 판매, 폐기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에너지 절약 요소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비용 절감, 환경 규제 준수,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등의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사냥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향후 유가에 대한 예측이 엇갈리고 있지만, 시장 내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 시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보다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잘해야 평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상 경영식의 대응에서 시급히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도 에너지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의 차이가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의 격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보다 근본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안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홍정기 화학전략그룹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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