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조직의 변화 구성원의 구체적 행동 변화에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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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4-11-09 12:00
서울--(뉴스와이어)--급변하는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시도하는 많은 변화들이 실패로 돌아가곤 한다. 특히 이는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와 관련된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가치와 신념을 바꾸려는 것보다는 먼저 구성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접근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기업의 경쟁구도와 외부 환경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기존과 같은 방식과 전략으로는 지속성장이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현재 잘 나가고 있는 기업도, ‘변화’라는 화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특히 최근에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 못지않게,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적인 측면에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볼 수있다. 제조 공정, 장치산업에 의존해왔던 산업의 패러다임이 점점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력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행의 주체인 구성원들이 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를 발현시켜줄 수 있는 개방적인 근무 환경과 유연한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대한 공감대는 높으나 실제 많은 기업들의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시도들은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변화관리의 대가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존 코터(John Kotter) 교수의 1996년 조사에서는 조직 변화 프로그램의 3분의 1 이상이 실패했던 것으로 조사되었고, 이로부터 약 10년 후 2 0 0 8년 맥킨지(Mckinsey)에서 전 세계 기업의 임원 3,1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약 60~70%의 변화 프로그램이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조직에서 행해지는 많은 변화 시도들이 실패하는 것일까?

조직의 변화가 어려운 이유

조직의 변화 노력은 대부분 최고경영층의 의지로 시작되고, 구성원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더욱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익숙한 방식대로 행동하려는 구성원들의 관성(inertia)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맥킨지의 조사에 의하면 변화에 실패하는 원인 중 1위가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저항(39%)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습관이다’ 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박용철은 그의 저서에서 많은 연구 결과들이 인간의 뇌가 우리에게 유익한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나한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행동보다 편한 행동을 하게 되며, 변화를 시도하다가도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중독과 금단 현상들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이는 개인의 예를 살펴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예컨대 심각한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기존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존스 홉킨스(JohnsHopkins) 의대 학장과 병원장을 역임한 에드워드 밀러(Edward Miller) 박사는 이마저도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본인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준다. 그에 따르면 심장에 이상이 있어 관동상맥 우회로 조성술을 받은 환자의 90%가 수술 후 2년이 지나서도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한다.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병을 극복하는 것만큼 본인에게 중요한 것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조직 구성원들 역시 아무리 조직이 심각한 위기 상태에 직면해 있고, 과거의 방식대로 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바뀌어야 하는 것을 느낀다고 해도 자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방식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둘째, 리더만 바뀌면 변화가 쉽게 일어난다는 인식이다. 물론 변화에서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층의 의지가 중요하고, 이들이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리더만 바뀌면 다른 것들은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추진하던 조직 변화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는 ‘리더부터 바뀌지가 않는다’, ‘리더십이나 추진력이 부족했다’는 핑계를 대고는 한다. 그러나 조직 구조나 제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적인 변화, 특히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를 바꾸는 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리더의 솔선수범이나 추진력만으로는 어려운 면이 있다. 구성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수 있는 중간관리층이 변화에 저항하면, 더더욱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위기에 처해있던 JAL의 회장으로 취임하여 1년만에 JAL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극적인 회복을 이루어낸 이나모리 가즈오가 취임 직후 갱생계획 짜기에 정신 없는 관리자들을 불러모아 지속적으로 리더 교육을 실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중간 관리자들의 생각과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변화가 실패로 돌아갈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셋째,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고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아무리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행동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작은 행동 변화부터 시작해서 작은 성과(Quick win)를 빨리 맛보는 것이 변화를 더 쉽게 만드는데,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 하면 정작 구성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미국 슈퍼볼에서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 팀을 두 번이나 우승으로 이끈 코치 빌 파셀스(Bill Parcells)는 ‘나는 훈련을 시킬 때 빠른시간 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들을 먼저 세운다. 작고 가시적인 목표 등을 이뤄 나가면 사람들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패배의 습관에서 벗어나 승리의 습관을 가지게 된다’라고 그의 성공비결에 대해 설명하였다.

넷째, 구성원의 행동보다는 신념과 가치관을 먼저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지향하는 변화의 방향을 구성원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면 ‘자율과 창의를 중시하는 조직’, ‘소통하고 협력하는 조직’ 등과 같이 새롭게 중시하는 가치나 신념을 먼저 전파하고, 이에 적합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문화가 정착되면 조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접근이다. 그러나 행동 자체보다 가치나 신념은 더 바꾸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비만이 문제되어 체중 감량이 목표인 가족에게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여 날씬해지는 건강한 삶’의 중요성을 인식시킨다고 해서 이들이 갑자기 식단을 조절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억지스럽더라도 차라리 집에 있는 모든 식기의 크기를 작은 것으로 줄이고, 차를 없애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고 건강관리운동사의 도움을 받아 가족 모두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 목표하던 체중 감량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변화관리의 대가 그레고리 셰어(Gregory Shea)는 리더들은 신념과 가치를 강조하면 자연스레 문화가 조성되어 행동의 패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행동이 신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문화를 바꾼다고 주장한다.

종합해보면 조직 변화가 어려운 원인의 대부분은 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에 실패하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성공적으로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목표하는 바대로 구성원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 행동 변화를 통한 조직 변화

인간의 행동은 시스템처럼 합리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스위치’의 저자 칩 히스(Chip Heath)와 댄 히스(Dan Heath)는 성공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성과 감성 모두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하고, 상황이나 환경 또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무엇인가 혼자 결심하고 동기부여가 되어 자신이처한 상황과 맥락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기업의 변화를 위해서는 리더와 조직 자체가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다수의 구성원으로부터 변화된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현재 문제되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공유

조직에서 변화를 추진할 때 가장 빈번히 하는 것이 바로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해서 구성원들의 행동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보다는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이것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행동 변화를 촉진시키는 것에 더 도움이 된다.

IBM을 회생시킨 전설적인 전 CEO 루 거스너(Lou Gerstner)의 경우도 1993년 취임 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였다. 당시 거대한 코끼리와 같았던 IBM의 영업사원들은 고객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또한 관료적인 문화로 인한 엄격한 복장규제가 사고의 개방성을 저해하고 있었으며, 결론 없이 상황 설명에 치중하는 회의 방식이 조직이 환경에 빠르게 응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루 거스너는 비전이나 전략을 제시하기에 앞서 문제되는 부분을 지적하고 공유하는 것에 먼저 집중하였다. 영업사원들이 고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을 요구하였으며, 무조건 정장을 갖춰입어야 하는 복장규제도 폐지시키고 회의 방식도 바꾸었다. 이처럼 문제되는 행동이 무엇인지가 파악되면, 조직이 추구하는 변화에 대해서 구성원들의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는것이죠?’라는 의구심이 줄어든다. 먼저 그 행동을 중단하거나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과 행동 목표 제시

문제가 되는 행동과 이슈를 공유한 후에는 변화의 목표와 요구되는 행동에 대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서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일일이 세부적인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변화관리의 기술’의 저자 그레고리 셰어 교수와 캐시 솔로몬(CathySolomon)은 그들의 저서에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마치 시나리오 작가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먼저 등장하는 조직의 사람과 역할, 변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생각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를 다른 역할이나 조직에도 대입하여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2년 GE의 CEO로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도 변화를 위해 구성원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행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였다. 당시 GE는 조직의 미래와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내부 역량과 사업에 대한 진단에 나섰다. 100년이 넘게 이어온 기업인만큼, 이때까지 성공적인 혁신을 이루기도 했지만 새로운 정체성과 방향이 필요했다. 이에 이멜트는 구성원들이 업무를 할 때, ‘상상력’을 발휘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이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것을 강조하였고 (Imagination at Work), 2003년부터 신 성장 동력으로 친환경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이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Ecology +Imagination at Work)을 목표로 잡았다. 구성원들은 R&D 직군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직무에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약 이렇게 한다면(What if)?’이란 질문을 던지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상상력 돌파 (Imagination Breakthrough)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경영진들에게는 매년 세 차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것이 요구되었다. 새로운 사업 방향을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일하는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GE는 이것이 왜 중요하고, 사회와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며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기를 원하는지 반복적인 전달을 하였다. 또한 구성원들은 자신이 어떻게 상상력을 발휘해서 일을 하였고,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대외적인 웹사이트를 통해 함께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GE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그려내어 구전시킬 수 있었고, 이는 조직변화의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무 많은 행동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 구체적이고 간단한 행동 변화부터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바꾸기 어려운 것을 시도해서 실패를 경험하는 것보다는 작은 변화로부터 성공체험을 하면 다른 변화의 시도들도 점진적으로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의 교수인 부스 버터필드(Steve Booth-Butterfield)와 빌 레거(Bill Reger)는지역 주민들의 ‘더 건강한 식생활 영위’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였지만 식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러던 중 우유에 집중하였다. 식생활을 바꾸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우유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마시고 있었고, 이는 간단하고도 구체적인 행동 목표가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반 우유의 열량이 얼마나 높은지 강조하고, 저지방 우유 마시기 캠페인을 실시한 결과 저지방 우유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동시에 식생활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 작지만 명확한 행동 제시를 통해 변화의 목표를 달성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의 시스템, 제도를 변화의 방향과 연계

행동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이 변화된 행동이 습관화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리적인 공간과 조직 구조,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것 일수도 있고, 제도나 상벌을 통해 행동을 강화시키는 것을 들수 있다. 예컨대 협업이나 소통을 위해 구성원들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자 업무공간을 변형한다거나,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전체 관점의 보상, 상호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다. 월풀(Whirlpool)은 구성원들의 혁신적인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이를 잘 활용한 예이다. 1998년 당시 월풀은 큰 위기에 직면하고있던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CEO 데이비드 위트웸(David Whitwam)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성원 모두가 혁신가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새로운 지표를 도입하여 기존의 사업이 아닌 혁신 프로젝트로 만들어져야 하는 연간 매출 목표를 설정하였고, 고위 임원 급여의 3분의 1은 혁신 프로세스에서 나올 수 있도록 연동시켰다. 또한 모든 구성원들이 쉽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간을 만들었다. 혁신이라는 변화의 방향과 연계된환경과 제도를 토대로, 월풀은 혁신 파이프라인을 통해 창출된 수익이 급증하여 2006년 33억 달러가 되었고, 주가와 성과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하는 환경과 제도의 변화로 구성원들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아이디어를 내는 행동을 습관화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타겟 그룹 형성

인간의 행동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1970년대 일리노이 대학의 린 버치(Leann Birch) 교수는 어떻게 하면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콩을 먹을 수 있는지 실험해보았다. 콩을 먹으면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을 받는 방법, 콩이 얼마나 몸에 좋은 음식인지를 설명해주고 직접 아이들 앞에서 롤모델(Role Model)이 되어 콩 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 중 가장 효과가 높았던 것은 바로 콩을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들 옆에 콩을 싫어하는 아이를 데려다 놓는 것, 즉 또래 압력(Peer Pressure)를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실험은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조직의 변화에 필요한 행동을 하는 구성원들을 변화의 주체로 삼고 이들이 목표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조작된 실험현장이 아니라 실제 조직에서는 이렇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변화 관리자(Change Agent)들이나 구성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간관리자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월풀의 경우는 변화의 방향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역별로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혁신 멘토와 혁신 컨설턴트들을 변화의 주체로 활용하였다. 혁신 멘토는 자신의 일을 겸직 하면서 파트 타임으로 혁신 활동을 전파하고, 구성원들에게 조언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혁신 컨설턴트들은 사업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변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혁신 파이프라인을 점검, 관리하는 일을 하였다. 변화된 방향에 몰입하여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의 역할로 인해 월풀의 혁신은 더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항과 실패 기간을 당연시하고 인내

궁극적으로 조직의 변화를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고, 구성원들의 행동을 변화시켜도 가시적인 성과가 빨리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구성원들의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이것이 조직 전체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거나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리더나 구성원 모두 지치고 변화의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서까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당연시하고, 계속해서 변화를 추진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창의적인 기업으로 손 꼽히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 이데오(Ideo)의 경영진은 구성원들이 실패를 예측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CEO 팀 브라운(Tim Brown)은 모든 디자인의 과정이 ‘막연하고 흐릿한 시기’를 거치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프로젝트 분위기 그래프(P roject MoodChart)’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래프는 U자 모양이며 프로젝트 처음과 끝은 긍정적 감정인 희망으로 시작하여 자신감으로 끝난다. 그러나 중간 과정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겪게 되지만, 이 기간은 통찰력을 얻는 기간으로 간주하였다. 이런 인식을 통해 구성원들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겪는 슬럼프나 좌절을 누구나 겪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중단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것에도 때로는 갈등과 의견 충돌이 나타나는데 하물며 조직 변화시에는 이런현상이 더욱 심할 수 있다. 구성원의 행동은 바뀌지 않을 것 같고, 바뀌었다고 해도 기대했던 효과가 막상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토대를 쌓는 것이라는 것을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구성원 개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에 집중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변화의 방향이 옳으면, 구성원들이 알아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따라와줘야 하는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기 때문에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한 것보다 구성원들은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를 몰라 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죠?’라고 묻는 구성원들에게 ‘왜 그걸 알아서 못하지’라는 생각보다는 처음부터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하고, 이를 강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조직의 변화는 한결 쉽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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