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금융당국, 정책성보험 남발하지 말아야”

- 금융당국, 실효성 없는 정책성 보험 남발시켜

- 현장 문제점 간과한 채 졸속 추진하여 사회적 낭비 초래

- ‘4대악 보상보험’, ‘노후실손의료보험’에 이어 ‘난임치료보험’도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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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원
2014-11-13 09:09
서울--(뉴스와이어)--금융소비자원(www.fica.kr, 대표 조남희, 이하 ‘금소원’)은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하였거나 추진되고 있는 정책성보험은 매번 실효성이 거의 없고 사회적 낭비만 초래하므로 더 이상 남발되어서는 안되며,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실효성을 검증하고 이미 추진한 건에 대해서는 관련자 책임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정책성보험’이란 정부(금융당국)가 특정 취약계층의 복지를 달성하기 위해 제안하고 보험사를 독려하여 판매하는 보험을 말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정책 입안 시 시장의 수요를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발표한 후 보험사들을 종용하여 판매하다 보니 시장에 안착하는 경우는 드물고, ‘1회성 정책홍보용 상품’으로 전락되는 사례가 많다. 과거에 판매한 자전거보험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최근에 장애인연금보험, 피싱·해킹보험, 4대악 보상보험, 노후실손의료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달에는 금융당국이 불임치료비를 보장하는 ‘난임치료보험’을 도입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난임부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고 기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험을 개발, 판매할 지 보험업계에서 조차 벌써부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책성보험은 다음과 같은 한계와 단점으로 인해 당초부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정책성보험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사고의 피해를 사후적으로 보상하는 수단이므로, 정책성보험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금융당국의 발상은 잘못이다. 사례로, 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은 국가가 나서서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함에도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둘째, 금융당국이 국가의 책임을 개인과 보험사에 전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지 않고 가입자에게 전액 부담시키며 생색을 내기 때문이다. 사례로, 노후실손의료보험은 고령층을 위해 도입한 보험인데, 고령층은 대부분 생활비도 모자라는 판에 매년 인상되는 보험료를 전액 스스로 부담해서 노후의료비를 해결하라는 것은 잘못이다.

셋째, 금융당국이 현장의 수요를 무시하고 밀어 부치기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무리 좋은 보험도 가입자가 낼 보험료가 없으면 ‘그림의 떡’인데, 금융당국이 이를 외면한 채 서둘러 출시하는 것은 결코 옳은 정책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넷째, 금융당국이 보험사를 독려(압박, 지시)해서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다. 보험사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므로 리스크가 높고 수익성이 낮은 보험을 판매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정책성보험들이 대부분 정부 주도로 추진되었고 보험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판매하는 시늉만 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다섯째, 금융당국은 정책성보험이 출시될 때만 관심을 갖고 그 후에 방치하는 것은 잘못이다. 출시 초기엔 생색을 내며 관심을 갖지만, 그 후에는 관리를 하지 않아 실적이 저조하다. 그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책임을 따져 묻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매번 반복하며 정책성보험을 남발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종전과 같이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로 정책성보험을 반복해서 추진할 뿐, 정작 취약계층·소외계층이 실제로 원하는 보험을 효과적으로 공급해 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처음부터 상기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이를 애써 외면하고 간과한 채 오로지 출시에만 목적이 있어 보이고, 이를 달성했다고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발표하고 있다.

아쉽지만 최근에 출시된 정책성보험들도 이대로는 정착이 어려워 보이고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금융당국은 실효성이 없고 사회적 비용(인력, 시간, 노력 등)만 초래하는 정책성보험을 방치하거나 계속 추진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번번히 헛발질만 하려면 차라리 처음부터 발표하지 않는 것이 낫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첫째, 금융당국의 정책성보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 필요하다. 섣불리 발표하고 졸속 추진할 것이 아니라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보험을 추진하되, 현장의 실제 수요를 사전에 제대로 파악해서 올바로 반영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던지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야 한다. 과거에 재형저축 이나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처럼 가입자와 사업주가 절반 씩 부담하듯이 정부가 보험료 중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 사업비를 적정수준으로 부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보험도 보험사가 판매하지 않 으면 무용지물이므로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회사에게 출시하라고 독려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사업비를 부가하여 보험사가 판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넷째, 정책성보험은 대부분 금융당국이 초기와 달리 사후적 결과에 대하여 책임지는 경 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정책성보험 남발을 방지하려면 매년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을 상 대로 정책성보험의 실효성에 대하여 강도 있게 따져야 하고, 필요한 경우 감사원 등이 나서 서 감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다섯째, 정책성보험을 전담하는 공적기관과 담당자를 선정,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영리 추구의 민영보험사에 정책성보험을 맡겨 운영하게 하는 것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으므로 이러한 방식의 운영도 조심스럽지만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금소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금융당국은 시장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책성보험을 무리하게 남발할 것이 아니라, 가입자들이 스스로 가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선별, 추진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금융당국은 출시 이후에도 실효성을 거둘 수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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