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경제력집중도 측정하는 대안지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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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2014-12-11 11:00
서울--(뉴스와이어)--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자산 비중 지표가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경제력집중 통계의 허와 실’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하면서 국내총생산 대신 비교가능한 지표를 선정한 대안척도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지표가 사용되는 원인으로 △계산이 쉽고, △비교 기준이 특정되는 상대척도라는 장점이 있고, △경제력집중 문제를 부각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한편 한경연은 이러한 비교지표를 ‘계산하기 쉬워 활용도는 높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오염된 척도’라는 의미에서 ‘QDM(quick and dirty measures)’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30대 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도, 10년 간 2배 늘었다?

실제로 2012년 30대 기업집단의 GDP 대비 매출총액은 100.7%로 매출이 GDP를 넘어섰다. 또 자산지표는 매출지표에 비해 경제력집중 증가 추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 2011년 100.5%, 2012년에는 105.1%에 달한다. 심지어 2012년 기준 삼성과 현대기아차의 GDP 대비 자산비중은 33.8%가 되는데 이를 두고 우리경제의 3분의 1을 두 그룹이 지배하고 있다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서로 비교가 어려운 지표를 활용해 실제보다 경제력집중이 과도해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라고 지적했다. 경제개념으로 보면 GDP는 각 거래단계에서 발생한 비용을 중복계상하지 않고 각 거래단계에서 새로 더해진 가치(부가가치)만 따로 합산해 계산한다. 반면 매출은 부가가치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모든 거래단계에서 발생한 생산·거래비용을 합산한 수치기 때문에 매출과 GDP를 비교하면 수치가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또 이처럼 성격이 다른 변수를 비교하면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데 왜곡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GDP 기준으로 경제력집중을 평가한다면 비교 대상 변수를 자산이나 매출이 아니라 대상기업의 부가가치 합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평가대상 집단의 매출 변수를 비교하려면 전(全)산업 매출총액을 활용해야 하며, 자산 비중을 비교하려면 국가자산통계나 전(全)산업 자산총계를 비교하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비교가 가능한 지표를 개발해 30대 그룹의 경제력집중도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1년부터 2012년 기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최근 들어 경제력집중이 다소 상승하고 있지만, 기존의 분석결과처럼 그 수위나 상승 속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을 기준으로 부가가치와 고용을 기준으로 30대 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 정도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30대 그룹의 부가가치 집중도는 2001년 6.3%에서 2008년 10.9%, 2012년 11.8% 수준으로 증가했으나 기존 분석결과의 약 9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국부통계상 국가자산총계 대비 자산집중도는 2001년 9.0%에서 2012년 15.4%로 높아졌으나, 한국은행 총자산 기준으로는 2001년 32.5%에서 2012년 36.0%로 약간 상승했다. 또 매출집중도는 산업연관표상 국내 총수요 기준으로 2003년 13.1%에서 2012년 24.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에 나타나듯 한국의 경제력집중이 지나친 게 아니라 걱정이 지나친 게 아닌가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력집중 수준이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로 접근해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룩셈부르크 대표기업 아르셀로미탈 매출은 GDP 대비 147.5% vs. 대표기업 삼성전자 매출의 GDP 대비 비중은 23.1%

한편 보고서는 문제로 지적한 GDP 대비 매출액 비중의 국제비교 결과도 제시했다. 포춘 500대 기업 중에서 각국 대표기업을 선정해 GDP 대비 매출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의 경제력 집중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12년 기준 경제력집중도는 약 20%였으며, 금융업을 포함해도 23% 정도였다. 유럽 강소국가의 경우 웬만하면 대부분 이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룩셈부르크 대표기업인 ArcelorMittal(철강)의 매출액은 GDP의 147.5%에 이르고, 네덜란드 Royal Dutch Shell사의 GDP 대비 매출액 비중은 60.5%에 이른다. 이어서 홍콩(Noble Group) 35.7%, 스위스(Glencore International) 33.9%, 대만(Hon Hai Precision) 27.9%, 노르웨이(Statoil) 25.4%, 태국(PTT PCL) 24.6%, 한국(삼성그룹) 순이었다.

한편 기존 기준에 따라 국가별 20대 기업의 GDP 대비 매출·자산 비중을 비교한 결과도 우리나라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20대 기업 매출집중도는 경제규모가 큰 미국과 일본, 영국 및 독일보다는 높지만 홍콩, 네덜란드, 스위스, 대만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자산집중도는 홍콩, 스위스, 대만, 네덜란드, 한국, 영국, 독일, 일본, 미국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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