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05년 세제개편안’에서 주류에 붙는 주세율을 현행 출고가의 72%에서 90%로 높이고, 도시 서민들이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LNG에 붙는 세금도 kg당 40원에서 60원으로 올리기로 했었다. 이를 통해 총8,400억원 가량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내년 세수 증가 예상액 1조원의 약 70~80%에 해당된다.
이 개편안이 발표되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모자라는 세수를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손쉽게 충당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러한 불만과 비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개편안을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에 따라 정부와 함께 기업은행 주식의 정부보유분 매각이라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손쉽게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부족한 세수분을 메우려는 생각에서 탈피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우리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조세부담은 매년 최고치 기록을 경신중이다. 특히 그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은 316만원으로 사상최대였으며, 이는 2000년 242만원에서 4년 만에 31%가 늘어난 것이다.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국채발행 잔액도 지난 6월 말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국채발행 잔액은 1999년 4월 50조원에서 2003년 3월 100조원으로 불어났고, 이번에 다시 2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5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두 배로 늘어난 기간이 3년 11개월이었던데 반해 10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두 배 늘어난 기간은 2년 3개월로 단축된 것이다. 준조세인 각종 부담금도 지난해 사상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사회보장 명목으로 부담하는 각종의 보험료를 함께 고려하면 우리 국민의 부담이 현재도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세금폭탄’이라 불리는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도 안게 되었다.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 사회와 남북한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또한 막대한 국민의 부담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통한 세출절감,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정부수입 확보와 경제의 효율성 증진 및 국민부담 완화 등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늘어난 장/차관만도 20여명에 달하고 중앙과 지방을 망라하고 공무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추진되던 공기업 민영화는 중단된 채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만 시끄러울 뿐이다.
이번의 소주와 LNG 세금인상의 철회와 정부보유 주식매각이라는 대안도 어찌 보면 서민부담 증가라는 여론에 떠밀려 나온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만일 그런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번 대안도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못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공기업 민영화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 지향이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온 대책의 출발이라면 크게 환영받고 평가받을 일이다. 앞으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디로 움직일 지 지켜볼 일이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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