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올해 초부터 원/엔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수출둔화를 초래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원/엔 환율 하락은 경상수지 악화로 연결되어 결국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1990년대중반 이후 우리 나라 경상수지 악화는 원/엔 환율의 하락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원/엔환율은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하에서는 최근원/엔 환율 하락의 추세와 향후 전개방향 등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원/엔 환율 1년 반 만에 20% 하락

2002년 초부터 약 3년 동안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왔으나 지난 해 12월 이후부터는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 시기부터 오히려 원/엔 환율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상회하던 원/엔 환율은 8월 920원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원/엔 환율의 하락 속도는 경쟁국들에 비해서도 훨씬 빠르다. 지난 수년간 엔화 대비 환율은 유로화를 제외하면 원화가 가장 높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 12월을 100으로 할 때 8월 현재 84로서 경쟁국인 대만(101)이나 중국(100)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3년 말에 비해서는 단연 높은 절상률을 보이고 있다.

자본수지 흑자 누적이 원/엔 환율 하락 원인

원/엔 환율이 이처럼 가파르게 하락하는 현상의 배경으로 먼저 한·일 양국의 국제수지 움직임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 온 일본경제는 이와 비슷한 크기의 자본수지 적자를 통해 엔화의 절상압력을 완화시켜왔다. 예외적으로 2003년과 2004년2년 연속으로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엔화는8.1%와 7.1%라는 큰 폭의 절상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다시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버금가는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엔화강세는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본수지 흑자는 올해도 지속되고있다. 지난 10여년 간 우리나라는 일본과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보전해 왔는데 외환위기를겪으면서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생겨났다. 경상수지가만성적인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자본수지흑자와 더해져 원화 절상 압력이 강화된 것이다.

둘째, 위안화 절상 압력을 들 수 있다. 올 들어 위안화 절상압력은 줄곧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대중수출 비중이 21.5%에 달하는 데다 큰 폭의 대중무역흑자와 중국과의 경합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원화도 동반절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엔화 역시 위안화 절상 압력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나 대중무역비중이 12.9%에 불과하고 엔화가 주요 국제통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압력의 정도는 원화에 비해 훨씬 덜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의 후유증이라는 측면이다. 2003년 9월 두바이 G7 회담에서 각국이 보다유연한 환율제도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면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극심한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촉진이 필요하다고 판단, 시장 개입을 강화했고 이에 힘입어원화는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외환시장의 흐름에 역행한 이러한 시장 개입은 두고두고 시장에 부담요인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말 미국 대선에서 달러화 약세를 용인할 것으로 알려지던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되면서 달러화가 지난해 연말까지 급격한 약세를 보였고 시장 내 잠재적인 불안의 봇물이 터지면서 원화는 더욱 빠른 강세를 나타냈다.

수출에 미치는 영향 원/달러 환율보다 뚜렷

원/엔 환율의 급 변동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 시 일본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기때문이다.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성장률 저하로연결됨은 물론이다.

실제로 1999년 1/4분기부터 2005년 2/4분기 기간 중 우리 나라 경상수지와 원/달러 환율간 상관계수가 -0.17임에 비해 경상수지와 원/엔 환율간의 상관계수는 0.25로서 부호와 크기 면에서 원/엔 환율과 수출간의 관계가 명확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사실은 Box 기사의 간단한 회귀분석 결과를 통해서도확인된다.

원/엔 환율 하락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기계류나 부품류 등 대일 수입 물가를 하락시킴으로써 물가상승세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2000년 기준 산업연관표 분석에 의하면 원화환율이 모든 외국통화에 대해 10% 절상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1.8%, 생산자물가는 2.9% 하락압력을 받는다. 따라서 2004년 우리 나라의 엔화표시수입비중이 13.9%임을 감안할 경우 원/엔 환율이 10%하락할 때 소비자 물가는 0.25% (=1.8%*0.139) 가량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엔 환율 상승 방향으로 움직일 듯

향후 원/엔 환율은 다소 상승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외환시장의 분위기가 엔화와 원화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때 국내요인은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원화약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와 미국간의시장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활발하지 않다고 해도 금리 역전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다소간 자본유출을 초래해 원화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우리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라는점이다. 지난해 연간 276억 달러까지 늘어났던 경상수지 흑자는 올 들어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비스, 소득, 이전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 상반기88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는 소비 증가세가예상되는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원/엔 환율이 균형에서 벗어나 고평가되어 있다는점에서도 장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이후 저평가를 유지해 오던 원/엔 환율은 지난해 11월부터 고평가로 전환했다. 2005년 6월 현재 실제 원/엔 환율은 930원이나 균형환율은 1,053원으로서 11% 가량고평가된 상태이다. 한편 올해 6월 현재 균형 원/달러환율은 1,143원으로 추산된다.

마지막으로, 올해 7월 하순 위안화가 한차례 절상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라는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든 점도 원/엔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본수지 흑자폭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

원/엔 환율의 하락은 우리의 수출을 어렵게 하고 기업수익을 감소시켜 성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원/엔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나라의 국제수지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합인 종합수지를 균형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 들어 달러 강세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수지가 흑자를보이면서 달러강세 효과가 상쇄되고있다.

정책적수단을 통해 경상수지를 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본수지 흑자를 축소하거나 나아가 경상수지 흑자에 버금가는 정도의 적자를 내도록 유도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시켜 자본이동의 거래비용을 줄이는등 자본이동의 걸림돌을 제거해 자본의 유출을 더욱 적극화해야 한다.

외환보유고가 2,000억 달러를 넘는 상황이며, 해외에 투자한 자본 역시 필요 시 재유입시킬수 있는 우리 자본이고, 우리 경제의 체력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상과 달리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이는 더욱 절실한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그룹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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