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 세곡동 시세 상승 견인차
개발 기대감 높아 매물 · 거래는 없어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지만 서울 같지 않은 곳, 강남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세곡동 세곡사거리 인근에 세곡지구가 자리잡고 있다. 몇 안 되는 단독주택들과 함께 논, 밭, 임야가 전부인 이곳은 도심이라기 보다 농촌 같은 분위기를 내며 외견상 작고 조용한 마을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개발 계획과 인근 판교신도시, 최근 발표된 송파신도시 개발까지 언급되며 세곡지구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3월 열린우리당 김한길 수도권발전대책특위 위원장의 서울공항 이전 논의는 세곡지구를 시끄럽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전부터 강남권 주택단지를 대체할 수 있는 곳으로 언급돼 왔던 서울공항에 주택단지 활용 방안이 구체화될 경우 인근 세곡동까지 엄청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곡동 K공인 관계자는 “서울공항이 이전하고 그 부지가 개발이 될 경우 낙후한 인근 지역이 함께 개발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개발 계획도 나오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기대감만은 하늘을 찌른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대감으로 인근 토지 가격은 발표 몇 달여 만에 1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공항 이전 언급 전 250여 평 규모 전후의 대로변 농지가 평당 100만 원 선이었던 것에 반해 현재는 평당 250만~300만 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임야 역시 평당 20만~50만 원 에서 50만~120만 원까지 호가가 상승한 상태다.
세곡사거리를 중심으로 남쪽에 위치한 세곡동과 강남대로에서 이어지는 헌릉로를 두고 마주보는 율현동, 자곡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율현동은 김한길 의원 발표 전 평당 120만~130만 원 하던 전·답이 250만 원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고, 대로변 토지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호가가 치솟았다. 인근 부동산시티공인 김영운 대표는 “서울공항 이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따른 연계 개발도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지주들이 마구 땅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서동과 인접해 있는 자곡동의 경우 기존 시가지와 가까워 기대감은 더 큰 편이다. 이로 인해 기존 평당 200만 원 전후의 대로변 농지는 평당 400만~500만 원까지 오른 실정이다. 대로변에서 멀리 떨어진 농지조차도 평당 300만 원에 가까운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개발 기대감으로 호가 위주의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매물은 많지 않고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주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거나 화훼농장 등을 경영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거래가 쉽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다. 자곡동 삼우공인 이정재 대표는 “확정되지 않은 개발 호재로 인해 가격은 상승했으나, 매물도 많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나온 매물도 너무 비싸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근주민 임대아파트 건설에 부정적
세곡지구 효시로 그린벨트 해제되기 바래
한편 지난 6월 건설교통부는 세곡지구를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총 2,282가구 중 67%에 이르는 1,528가구가 국민임대로 지어질 예정이다. 나머지 754가구 중 특별공급 분을 제외한 가구는 일반 분양한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지정된 국민임대주택단지지만 정작 원주민들은 반기지 않는 눈치다.
세곡동에 살고 있는 주민 김모씨는 “2,000여 가구면 보통 큰 규모의 아파트 하나가 들어오는 셈”이라며 “단지 하나만 덜렁 지어진다고 해서 이 지역에 달라질 게 뭐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중대형 위주의 고급 아파트라면 모르겠지만 솔직히 임대가 들어오는 것이 좋을 게 뭐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서울공항으로 한창 잘 나가던 토지 시장에 임대 단지까지 개발하겠다면 ‘불 난 곳에 기름 붓는 격 아니냐’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호재라고 여기지 않는 개발로 인해 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격 역시 토지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는데 한 몫 했다는 평이다. 세곡동 서울공항공인 봉이호 대표는 “건교부의 발표 이후 1~2억 원을 가지고 투자를 하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몇 있었지만 토지 가격이 워낙 높아 살 엄두도 못 내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국민임대 아파트를 짓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지만 세곡지구 개발을 시작으로 인근 그린벨트들이 해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은 팽배해 있다. 이곳이 서울외곽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국도 등 서울 도심을 잇는 주요 도로들이 모두 지나는 교통의 요지라는 점도 언젠가는 개발 기대 심리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때문에 세곡동에서는 토지를 팔기보다 계속 보유를 하겠다는 지주들이 많은 상태다. 개발 예정지로 꾸준히 가격이 올라주는 토지를 굳이 처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 투자 목적으로 사두지 않았기에 매각보다 보유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 지역은 토지 주인들 중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상당수인데다 장지지구를 비롯한 택지개발지구에서 보상을 받은 사람들이 대토 목적으로 매입한 경우가 많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토지를 구입해 용도변경을 통한 개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 토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전, 답으로 이뤄져 농지전용허가가 나지 않으며, 간혹 주택을 짓기 위해 용도허가를 받더라도 개발 밀도가 낮은 1종 전용주거지역 변경만 가능하다. 사실상 일체의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서울공항공인 봉 대표는 “이 곳에서는 주변 개발에 따른 지가 상승 또는 그린벨트가 해제돼 함께 개발 되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나 당장 개발이 안 되도 ‘언젠가는 되겠지’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고서는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율현동과 자곡동 역시 세곡동과 마찬가지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렇듯 매물도 없어 거래가 쉽지는 않지만 간혹 매물이 나온다 해도 가격이 너무 올라 수익성이 없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은다. 율현동 토지를 취급하는 S공인 관계자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2배 오르기는 쉽지만, 2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강남에 위치한데다 언젠가는 개발이 될 거라 예상은 되지만, 구체적인 개발 계획도 없고 그 시기도 가늠할 수가 없어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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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동산뱅크 기업마케팅팀 이종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