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난장 2005 ‘노래하듯이, 햄릿’
햄릿에 짙게 배어 있는 ‘죽음’이라는 모티프를 바탕으로, 햄릿과 그를 둘러싼 세 인물 (클로디어스, 거트루드, 오필리어)과의 심리적 갈등이 익살광대의 농익은 재담처럼 펼쳐진다. 대본은 원작 햄릿의 뼈대만 추려 연출가 배요섭이 재조립 했으며, 형식적으로는 가면과 인형 등의 오브제를 활용하여 뛰다의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세 명의 광대가 익살스럽고도 진지하게, 수다스럽고도 노래하듯이 풀어내는 인형·광대·음악극 <노래하듯이, 햄릿>. 무덤가 세 명의 광대가 노래한다. 햄릿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햄릿의 모든 등장인물들을 단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햄릿>을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할 수 있을까? 뛰다의 세 배우(윤진성,황혜란,최재영)는 무대 위에서 세 명의 익살광대가 되어 이를 가능케 한다.
그들은 각기 거트루드, 오필리어, 클로어디스이면서 모두 햄릿을 연기한다. ‘햄릿’은 머리만 남은 인형이며, 이 햄릿을 세 명의 배우가 돌아가면서 조종한다. 세 명의 익살광대들은 혼자서 혹은 둘, 셋이서 햄릿을 조종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햄릿을 조롱하는 광대이기도 하다. 즉, 그들은 햄릿 자신이자 햄릿의 조롱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존재들인 셈이다.
광대들에게 죽음이란 삶을 끝내고 심판 받으러 가는 관문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욕망과 미련을 멈추게 하고 또 다른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또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죽이고 싸우고, 복수 못해 안달하고, 사랑 잃은 슬픔에 가슴 저미는 삶이란 것들 모두가 그들에게는 우습고 허망하게 보일 뿐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웃고 떠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래하듯이, 햄릿>은 무대적 연금술을 통해 장르의 벽을 뛰어넘은 새로운 작품이며, 이를 통해 고뇌하는 인간의 대표적 상징이었던 ‘햄릿’을 해체하고 조롱하여, 죽음을 두려워 한 한 인간의 삶의 여정과 선택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죽는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다가 죽느냐’이다.
이 연극은 죽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물건들을 가지고 노는 한바탕 난장이다. 세 명의 광대들이 햄릿 이야기 속의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연기해낸다. 장례를 치르고 남겨둔 가면들이 이들이 변신하는 도구가 된다. 머리에 쓰기도 하고, 얼굴에 걸치기도 하면서 왕이나 왕비가 된다. 햄릿의 경우 하나의 인형을 세 명의 광대들이 번갈아 가며 연기하거나 동시에 같이 연기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의 연기로 광대 각자가 바라보는 햄릿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게 된다.
광대들은 또한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노래로 각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한다. 그 노래들이 때로는 매우 애절하고 절실하게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낯설고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다국적 퍼쿠션의 앙상블은 배우들의 코믹한 창법과 어우러져 묘한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마치 극 전체의 음악은 장례식의 곡소리와 구석에서 벌어지는 왁자지껄한 화투판의 웃음소리가 버무려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004년 12월 제작을 시작하여, 2005년 6월 전국 대안학교 순회공연을 통해 첫 선을 보였던 <노래하듯이, 햄릿>. 2005년 9월 극장공연의 첫 무대로 2005 셰익스피어 난장에 초대되었다.
국립극장의 <2005 셰익스피어 난장>은 지난 해의 실험을 바탕으로 ‘현대극으로서의 셰익스피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셰익스피어 난장’은 세계적인 셰익스피어 축제를 목표로 기획되었으며,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다. 뛰다의 <노래하듯이, 햄릿>은 프린지페스티벌에 초청되어 별오름 극장에서 공연한다.
줄거리
저녁 어스름을 누르고 어둠이 찾아올 무렵 세 명의 광대들이 수레를 끌고 무덤가로 돌아온다. 이들은 죽은 사람의 모습을 한 가면이나 인형을 만들어 그것으로 장례를 치러주는 사람들이다. 이날도 어느 영혼의 장례를 치러주고 있었는데, 무덤가를 배회하고 있던 햄릿의 유령을 만나 그의 하소연을 듣게 된다. 유령이 남기고 간 수첩을 줍게 된 이 광대들은 의례 그랬듯이 햄릿의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놀기 시작한다. 수첩에 적혀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햄릿이 아버지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져 지내다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 숙부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왕위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햄릿은 복수를 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지만 번번이 놓치고 만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를 실수로 죽이게 되고 결국 외국으로 추방당하였다가 다시 돌아와 복수를 하게 된다는 이 구구절절한 사연을 세 명의 광대들이 들춰내 보여준다. 하지만 광대들이 얻게 되는 결론은 이렇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허망하다는 것. 사랑도 정의도 복수도 권력의 욕망도 어리석은 장난이라는 것. 광대들은 다시 죽은 사람들을 찾아 떠난다.
연출의 변
- 배요섭
셰익스피어는 고리타분하다. 셰익스피어는 지루하다. 그런데 자꾸 다시 꺼내보게 된다. 읽으며 생각한다. 역시 말이 많군, 요란해. 그리고 또 생각한다. 제법 그럴싸하군. 책을 덮으면서 되뇐다. 역시 구식이야. 그래도 지나보면 자꾸 생각난다. 셰익스피어는 아무 때고 뒤적거리게 되는 참고서다.
“노래하듯이, 햄릿”은 익살광대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 부르며, 장난치는 한바탕 난장이다. 햄릿이, 한때 고상했던 왕자가, 죽은 후 유령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눈물로 하소연한다. ‘나를 기억해 줘. 내가 얼마나 억울하게 죽어갔는지 기억해줘.’ 죽음이 두려운 것은 이 때문인가. 할 수 없이 익살광대들이 나선다. 애써 햄릿의 삶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심어주려고 한다. 그래서 햄릿의 유령이 순순히 저세상으로 떠나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들은 무당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이것은 굿판인데, 사악한 바보들의 난장판, 굿판인 셈이다.
다시 말해 이렇다. “노래하듯이, 햄릿”은 아이러니하고 패러독스하며 은유적이고 알레고리로 패러디한 벌레스크(burlesque)이다. 광대들은 죽음과 사랑, 복수, 정의에 대한 모든 진지함에 침을 뱉는다. 비극성은 없다. 한바탕 웃음 뒤에 남은 것은 어색한 허무뿐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연출가배요섭
1970년 서울 정릉 출생.
1994년 포항공대 물리학과 졸업.
1999년 독일 에른스트부쉬 연극학교 인형극학과 교환학생.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졸업.
연출작업
2001년 <하륵이야기> 작·연출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 공연창작집단 뛰다
2000년 <낯선 인터뷰> 연출 / 박지선(m) 작 / 연극원 예술극장
2000년 <웰컴투 타지마할> 연출 / 박지선(M) 작 / 연극원 스튜디오
2000년 <자동차 묘지> 연출 / 아라발 작 / 연극원 예술극장
2000년 <환도와 리스> 연출 / 아라발 작 / 연극원 스튜디오
1999년 <진흙> / 연출 / 마리아 포네스 작 / 연극원 스튜디오
<2005 셰익스피어 난장>은 지난해의 실험을 바탕으로 ‘현대극으로서의 셰익스피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현대연극 언어(기호)로 수용된 셰익스피어는 어떤 모습이고, 한국인들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표현하려는지 현대연극으로서의 셰익스피어를 만나게 된다.
프로그램도 7편으로 늘었고, 해외초청작과 프린지 페스티벌도 열리는 등 규모와 수준도 한결 업그레이드되었다. 공연장도 하늘극장뿐 아니라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과 동국대학교 예술극장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넓어져 9월 한 달 동안 국립극장과 그 주변은 온통 셰익스피어 난장이 펼쳐질 것이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1564~1616)가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공연되는 이유는 민족과 시대를 초월한 동시대성, 즉 현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민족과 어떤 시대에도 수용될 수 있는 창조적 현대성은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확인되어 왔고, 21세기를 맞은 오늘날에도 셰익스피어의 생명력을 이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셰익스피어 난장 2005>에서는 오늘날 한국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선보이는 대표적인 셰익스피어극을 모아 보는 자리이다. 그러나 그 연출기법과 해석의 방법, 표현법은 각기 달라서 7가지의 모두 다른 셰익스피어를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자리가 되기도 할 것이다.
지난해 봄 <2004 셰익스피어 난장>은 국립극장 하늘극장의 세계명작기행의 일부로 진행되었다. 모두 다섯 편의 다양한 셰익스피어극들은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어 5편 공연에 1만 6,500여 명 관람하는 기록을 남겼다.
2004년의 호응을 바탕으로 2005년에는 보다 알차고 내실 있는 작품들을 엄선, 앞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셰익스피어 페스티벌뿐 아니라 세계적인 셰익스피어 행사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셰익스피어 난장>은 앞으로 지방 공연과 해외 페스티벌 공연을 주선하는 ‘공연 마켓’으로서의 역할까지 담당, 일회성 행사가 아닌 난장(亂場)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다.
공연개요
제 목 셰익스피어난장 프린지 <노래하듯이 햄릿>
장 소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공연기간 2005-09-28 ~ 2005-10-05
공연시간 평일 7:30 / 주말 및 공휴일 4:00
관 람 료 일반 20,000 / 학생 10,000
공연단체 공연창작집단 뛰다
주 최 국립극장, 한국셰익스피어 학회, YTN
주 관 국립극단, 연희단거리패, 목화레퍼토리컴퍼니, 극단 뛰다, 동국대학극장, 극단 가마골
후 원 주한영국문화원
스 텝 대본·연출/ 배요섭, 무대감독/ 이현주, 작곡/ 한정림, 무대디자인/ 김경희, 조명디자인/ 이현주, 의상디자인/ 이진희
출 연 햄릿·거트루드(윤진성), 햄릿·오필리어(황혜란), 햄릿·클로디우스(최재영), 피아노(한정림), 퍼쿠션(김동수), 첼로(최서린)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웹사이트: http://www.tuida.com
연락처
공연창작집단 뛰다 기획팀장 김덕희 02-977-4856 017-712-1117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