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 영남대 인문관강당에 선 김지하 시인은 영남대 석좌교수로서의 첫 강의를 이렇게 풀어나갔다. 갑작스런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여든 2백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그의 강의는 ‘‘엇’에 관한 생각‘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두 시간 반 동안 펼쳐졌다.
“동학이 어디서 생겨나고 어디서 사라졌는지 아느냐?”고 대뜸 질문을 던진 그는 “동학사상의 창시자 최제우는 경주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순교했다. 어지러움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야하는 이 시대에 동학의 순교지인 대구에서 동학을 새로이 복권시키는 것이 이번 강의의 목표이며, 동학을 바탕으로 한국학을 바로 세우고 이를 통해 한국책략을 창출해내려는 노력을 여러분과 함께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한 학기동안의 강의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무서울 정도로 빨리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 한국책략을 창출해내는 일이 이 땅의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 음악의 ’엇모리장단‘을 예로 들며 ‘엇’의 미학을 설명했다. 즉 판소리, 산조, 민요, 무가 등에서 쓰인 엇모리장단은 매우 빠른 3박자와 2박자가 3+2+3+2의 형태로 엇갈려 몰아나가는 가운데 절름거리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생동하는 리듬감을 주고 있는데 그것이 ‘엇’의 미학적 특징이라는 것. 또한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가 펼쳤던 응원 구호도 바로 ‘엇박’이고 혼돈의 질서를 보여준 예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엇박’의 미학을 통해 부조화 속에서 새로운 조화로움을 찾아가듯 ’보수와 진보‘ ’동학과 서학‘ ’음과 양‘ ’인문학과 과학‘ 등 이중성의 담론들이 상호 교감하는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이번 학기동안 영남대에서 연속해서 펼쳐진다. 특히 김 교수의 강의는 인터넷세대와의 상호소통을 위해 영남대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http://cmet.yu.ac.kr/)을 통해 동영상으로도 제공될 예정이다.
강의에 앞서 배포된 ‘김지하 강의노트Ⅰ’ 첫머리에 ‘작은노트’를 통해 그는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무엇인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지루해서 우리 스스로 죽고 말 것이다. 2002년 ‘붉은 악마’와 지금 불고 있는 ‘한류’에서 나는 그 새로운 무엇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새로운 민족문화, 새로운 동아시아 태평양문화, 새로운 지구-우주문화일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 신세대 앞에 돌려주는 것. 그것이 지금 무엇인가 지루해서 죽고만 싶은 세대와 신세대의 의무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난 일찍이 그 일이 곧 나의 일임을 깨달았다. 그 점에서 나는 아무리 돈이 없고 권세가 없어도 남이 누릴 수 없는 행복을 누린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후략)”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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