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정경환 정책조정비서관실 행정관

참여정부 2년 반. 출범 초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나라가 무너져 내린다고 주장해온 편견의 목소리만 높았다. 이유는 그때그때 달랐다. 그러나 정말 대한민국은 무너지고 있는가?

1.
대통령후보 경선 시절 노무현 후보는 미국을 한번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자발적 공개였다.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외교역량이 의심스럽다’, ‘미국도 한번 안 가 본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경우 한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된다’ 등등.

이념공세도 이어졌다. 반미주의자라서 미국을 가지 않았다는 낙인이었다. ‘노무현=반미주의자’라는 등식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대통령을 공격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지금 대통령은 미국 방문 세 차례를 포함해 전 세계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다. 우려했던 외교역량 부재는 없었다. 오히려 전임 대통령들을 능가하는 4강 외교, 자원· 통상외교의 괄목한 성과가 있을 뿐이다. 반미도 당연히 없었다. 출범 초기 위기요인으로 대두되었던 북핵문제는 우리의 주도 아래 안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한미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2.
참여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은 국정원·검찰·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의 칼을 버리고 스스로를 무장해제시켰다. 당과 참모들은 당연히 반대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국내정치 보고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가경영은 이상과 다르며,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권력기관을 동원할 일도 생길 수 있다고, 또 권력의 칼을 쥐고 있을 때와 버렸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원칙대로 하자고 오히려 설득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후 대통령은 대선자금에 대한 자기고백과 함께 대선 승리를 일구어낸 참모들의 구속을 지켜봐야만 했다. 검찰이라는 칼도 함께 버린 결과였다.

그 후 2년 반이 흘렀다. 대통령은 권력의 칼을 버렸지만 우려했던 권력의 금단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 내부의 부패의 유혹에 대한 자기경계도 더욱 엄격해졌다. 그리고 얼마 전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문제가 불거졌다. 만약 과거의 관행에 따라 국정원의 개혁과 정치중립을 실천하지 않았다면, 참여정부는 지금 정치사찰이라는 스캔들의 한가운데 휘말려 있을 게 분명했다.

3.
대통령은 직설적인 화법과 평상어를 즐겨 써온 정치인이었다. 그것은 대통령의 능력이 아니라 개성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개성을 자질로 치환시켰다.

그리고 대통령의 단어 하나를 찾아 ‘대통령답지 못하다’고 공격했다. 그들의 문제의식 어디에도 행간읽기나 의도파악이라는 선의는 없었다. 역사적 책임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고뇌하는 대통령의 술회까지도 ‘대통령직에 대한 가벼움’으로 매도됐다.

그렇게 가십거리가 중대사건으로 확대되고, 막연한 불안감이 쌓여갔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일부의 주장처럼 대통령의 말로 인해 위기가 찾아왔거나 나라살림에 어려움이 초래되지도 않았다. 우리 인식 속의 ‘대통령의 엄숙주의’라는 독재시대의 우상(偶像)은 시나브로 약해지고 있다.

4.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노사 쌍방의 양보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노사간의 실질적인 힘의 균형을 역설했다. 투쟁 만능의 대기업 노조는 비판했지만, 비정규직 등 차별받는 노동자의 권익은 보호되어야 했고, 정부 대응에도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었다.

당장 친노(親勞)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친노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가 줄고 기업들이 짐을 싼다고 아우성이었다. 반대쪽에서는 신자유주의, 친기업이라는 비난이 계속됐다. 과연 대통령은 친노인가, 친기업인가? 굳이 가리자면 ‘친균형, 친협력’이다.

5.
참여정부는 ‘경제를 외면하는 정부’였다. 일부에서는 지난 2년 반 내내 그렇게 몰아쳤다. 대통령이 경제는 도외시한 채 신당 창당, 총선 올인, 지방선거, 연정 등 정치에만 매달린다고,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가 대통령의 무능과 무관심 때문인 것처럼 반복 선전했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대로 참여정부는 정부출범 1년, 2년 그리고 임기 절반의 평가에서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을 받아야 했다.

그들에겐 지속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 경제의 기반을 다지는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의 위험성도, 이를 위해 지지율 하락까지 감수하며 원칙을 지키는 대통령의 인내도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올해 초 양극화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경기가 살아나도 생활형편이 나아질 수 없는 빈곤층 문제를 언급하기까지 대통령이 얼마나 경제에 몰두하고 있었는지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나라가 무너지고, 경제가 뒷걸음질친다는 지적과 비판만으로 충분했다.

6.
참여정부 초반 ‘NATO’ 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되는 일은 없고 말만 한다는 뜻의 조어이고, 비아냥이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참여정부는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정부였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참여정부가 공들여 추진해 온 균형발전, 정부혁신, 지방분권 정책들은 그 가시적인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선진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불비(不備)했던 정책 인프라와 시스템도 차근차근 구축 중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에너지 정책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비도 착실하게 추진되고 있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경제문제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물론 양극화의 덫은 남아 있다. 사회일각에 잔존하고 있는 갈등과 분열도 극복해야 하고, 관용과 포용의 정치문화도 이루어야 한다. 무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성장동력의 개발이나 인적자원의 육성 역시 여전히 지난한 과제다. 그러나 멀리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국민적 희망이고, 국가적 희망일 것이다.

7.
참여정부의 임기 절반은 적어도 정책이나 능력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편견과 선입견과의 싸움이었던 셈이다. 일부에서는 참여정부 출범 두 달 만에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 평가에서도 ‘나라는 여전히 무너지고 있었고’ 총체적 위기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되돌아보자. 과연 무슨 일이 생겼는가? 걱정하던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오히려 걱정보다 잘해왔고, 돌이켜보니 더 나아지지 않았는가? 이젠 대통령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챙기려다 국익까지 해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는 멈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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