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유엔총회 일정은 유엔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국제질서의 미래상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이 두어졌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 등 뉴욕 일정은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등 참여정부의 안보구상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이해를 제고하는 데 주력하였다.
UN은 회원국 의견 고루 존중되는 호혜적 동동체
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을 미래 국제질서의 거울”이라고 전제하고, 바람직한 유엔의 미래상을 “회원국 모두의 의견이 존중되는 호혜적 공동체”로 정의하였다. 또한, 유엔 안보리의 개혁 과정에서 ‘또 다른 강대국 중심주의’가 관철되어서는 안되며, 민주성, 책임성, 효율성의 바탕 위에서 ‘도덕적 권위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대통령의 입장은 최근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 방안이 주로 힘과 경제력을 상임이사국 자격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강대국 중심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 안보리 개혁이 더욱 광범위한 합의에 기초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UfC(Uniting for Consensus; 상임이사국 증설 반대 그룹) 결성 등 주도적인 외교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유엔개혁 방향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기조연설에서도 천명했듯이 21세기 국제질서는 “강대국과 약소국, 그리고 중견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공존하며 함께 이익을 누리는 공동번영의 질서”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기초를 두고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대통령은 빈곤과 차별 해소를 위한 범세계적 프로젝트의 추진 및 강대국 중심주의 경향의 극복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서 국제질서 주도 국가들의 이웃나라에 대한 존중과 국제적 합의 창출 및 대립해소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요컨대, 강대국들이 ‘대의의 국제질서’를 위해 노력할 때, ‘힘’과 ‘대의’ 간의 긴장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국제적 현안에 대한 우리 정상의 부분적 언급들은 있었으나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인 유엔개혁 문제 및 국제질서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정상차원의 우리 입장이 분명히 제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최초다.
또한, 유엔의 가치를 실현해 온 모범국가이자 세계 11위 경제역량을 갖춘 중견국가로서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역량에 걸 맞는 당당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할 것이다.
북핵폐기는 한반도·동북아 안보환경의 대전환 계기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는 미국의 경제계 인사 및 한반도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미관계의 비전, 동북아 문제, 그리고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하였다.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군사적 동맹을 넘어 훨씬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호혜적인 동맹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미국의 판단과 결정이 동북아 정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동북아에 화해와 협력, 통합의 질서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미국의 이 지역 제1의 정책으로 삼아 달라고 촉구하였다.
지난 13일 재개된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앞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하고,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 차원에서 북·미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북핵 폐기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져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환경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 한반도 평화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이번 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은 동북아의 화해와 통합과 양립할 수 있는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 비전과 북핵문제 해결 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 질서에 대한 대통령의 구상을 일부 제시했다는 것이 주된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5개국과 정상회담…국제적 위상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편, 노 대통령은 14, 15 양일에 걸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알제리, 네덜란드, 몽골 등 5개국 정상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간 교역·투자 증진, 기술협력, 유엔개혁, 북핵문제와 지역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이번에 개별 정상회담을 개최한 국가들은 유럽 및 아프리카의 중추국가들로서 국제무대에서 나름대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중견국가라는 특징이 있으며, 경제협력 확대 및 유엔개혁 문제 등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몽골은 동북아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국가이다. 앞으로도 참여정부는 상호이익 증진 및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 증대를 위해 전방위 국제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나갈 것이다.
멕시코·코스타리카 국빈 방문, 유엔총회 참석, 여타 뉴욕 일정 등으로 이어진 이번 순방외교는 방문국들과의 우호관계 강화, 경제·통상 이익 증진, 참여정부의 국제적 위상 제고, 외교지평의 확대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참여정부는 11월 부산 APEC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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