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세계 155개국을 대상으로 각 국의 사업환경을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를 보면 전체 순위에서 뉴질랜드가 1위, 싱가포르가 2위, 그리고 미국이 3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27위에 머물렀다.
대부분 선진국의 순위가 우리보다 앞서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시아 주요 경쟁국인 싱가포르와 홍콩(7위)은 물론이고 태국(20위), 말레이시아(21위)에 비해서도 우리의 기업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10여 년 전부터 시장개혁에 착수한 동구권의 리투아니아(15위)와 에스토니아(16위), 라트비아(26위)조차 우리의 기업환경을 추월하고 나선 것이다.
총 10개 부문에 걸쳐 분석한 각각의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열악한 환경을 만드는 주범이 무엇인지 이내 알 수 있다. 가장 열악한 부분이 바로 노동부문과 창업부문이다. 창업부문의 규제는 조사대상 155개국 중 97위로 규제의 강도가 대단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의 경우 창업단계가 8단계, 그리고 OECD 평균이 6단계인 반면 우리는 그 두 배인 12단계에 달한다. 창업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OECD 평균에 비해 월등히 많으며, 창업을 위한 최소자본금은 OECD 평균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이나 높다.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 하겠다고 강조해 왔으나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노동부문은 더더욱 한심하다. 노동부문은 105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죽을 때까지 투쟁한다’는 강성노조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노동부문의 순위가 좋을 리 없을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고용과 해고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는 각각 44와 30으로 아시아 경쟁국들의 평균(27.3과 23.3)과 OECD 평균(29.5와 27.3)을 크게 상회한다. 해고에 드는 비용을 보면 아시아 경쟁국들의 경우 46.1주에 해당되는 임금이고 OECD 평균은 32.6주에 해당되는 임금인 반면 우리나라는 근로자 1명을 해고하기 위해서는 무려 90주에 해당되는 임금만큼을 비용으로 지불해야만 한다. 아시아 경쟁국들에 비해서는 약 두 배,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약 세 배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근로자 1명을 해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더하여 근로시간조차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다.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렵고 해고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며, 근로시간조차 유연하게 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를 하고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할 것인가.
세계은행의 보고서가 잘 보여주고 있듯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각종 규제의 철폐이다. 이는 결코 새로운 사실의 발견도 아니다. 누차 강조되었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투자가 늘고 투자가 늘어야 경기가 회복되고 고용도 확대될 수 있다. 정부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말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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