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노무현 대통령은 15일(한국시간 16일) 북한과 미국의 관계와 관련해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 핵무기 비확산 문제이지만 그 기저에는 냉전에서 비롯된 적대적 불신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면서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 연례 만찬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핵폐기로 한반도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은 물론 동북아가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미동맹 및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또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한 인사들에게 매년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에서 주어지는 밴 플리트(Van Fleet)상을 수여했다. 이날 만찬에는 미국의 정·관·재계·학계·언론계 등의 지도층 인사 약 1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14∼15일에 걸쳐 이탈리아, 몽고, 오스트리아, 알제리, 네덜란드 등 5개국 정상과 연쇄회담을 갖는 한편 △유엔 원탁회의 참석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접견 △CNN 인터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노 대통령은 16일(한국시간 15일 새벽)에 열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와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의 경제규모를 볼 때 교역·투자 확대 여지가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양국 중소기업 간 제휴와 협력증진을 통해 경제분야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몽골 측 요청으로 이뤄진 남바린 엥흐바야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몽골 측은 한국이 몽골 경제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몽골에 대한 투자증진을 요청했다.

15일 오전에는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오스트리아가 한반도 평화·번영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위해 노력해온 점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피셔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국정부와 6자회담 참가국들의 노력을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아프리카 제2의 영토대국이자 원유 및 천연가스 자원부국인 알제리의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알제리의 에너지, 건설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얀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선 북핵문제 논의 동향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설명하고 우리의 대북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발케넨데 총리는 우리의 평화·번영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유엔 원탁회의에 참석,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필수적 의무임을 지적하고 ‘천년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을 강조하는 한편 우리의 개발 경험을 개도국과 적극적으로 공유할 것이며 개도국 공적개발원조(ODA)를 2009년까지 현 수준의 2배로 증액할 계획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뉴욕을 출발 17일(우리시간) 서울에 도착한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 연설문.

■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 노무현 대통령 연설문

o ‘카트리나’ 피해복구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존경하는 ‘도널드 그레그’ 회장,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각하, 그리고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원과 귀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년여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처럼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하고, 각별히 환대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먼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희생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미국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한국정부와 국민은 조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1957년 설립된 이후 양국 우호와 친선의 훌륭한 가교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레그’ 회장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의 공헌과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오늘은 ‘부시’ 전 대통령을 ‘밴 플리트’상 수상자로 모시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각하께서는 임기 중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지원하는 등 많은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각하께 우리 국민이 보내는 큰 축하의 박수를 드립니다.

o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인의 관심과 투자 당부

내외귀빈 여러분,

2003년 5월, 여러분은 많은 우려 속에서도 한국의 장래를 낙관하며 큰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여러분의 판단은 옳았고, 여러분의 성원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때 겪고 있던 한국의 위기상황은 대부분 극복되었습니다.

먼저 경제부터 말씀드리면, 신용불량자와 카드채 문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를 넘어섰고, 안정 속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 경제가 경기회복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이고, IT·철강·조선·자동차·석유화학과 같은 업종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이만하면 우리의 제조업 기반은 이미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정경유착을 비롯한 각종의 부조리와 특혜의 고리가 끊어졌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드는 개혁도 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금융, 물류, 연구개발, 교육, 의료, 문화, 관광, 레저 등 국민의 삶의 질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서비스산업 육성과 선진통상국가 전략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선진경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미국 기업인 여러분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시장에 대한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당부 드립니다.

o 한미동맹, 군사적 동맹 넘어 호혜적 동맹으로 갈 것

귀빈 여러분,

제가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여러분의 심중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걱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 중에도 ‘미국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대통령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는 한미관계가 매우 안정적이고 한미동맹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양국은 네 차례의 정상회담 등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과거 수십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현안들을 하나하나 풀어왔습니다.

용산기지 이전 협상이 잘 마무리 되었고,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문제도 원만하게 합의되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정신과 양국 국민의 의사 존중’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해왔습니다. 그것이 문제해결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전략적 이해가 한미동맹관계 발전의 뿌리가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이제, 일부에서 주장해왔던 한국내 반미정서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불식되었습니다. 올해 초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미국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가장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한미동맹은 군사적 동맹을 넘어 보다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호혜적인 동맹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o 동북아 화해·협력·통합 질서 구축을 미 제1 정책으로 삼아야

내외귀빈 여러분,

다음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국은 동북아에 화해와 협력, 통합의 질서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이 지역 제1의 정책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는 평화를 부르고 대립은 대립을 낳습니다. 동북아에 대해 가상의 대결구도를 염두에 두면 이 지역의 대결구도는 심화되고, 화해와 협력을 가정하면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판단과 결정은 동북아 정세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럽이 하나가 된다고 해서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불편해진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결적 질서를 부추기는 일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불편해지겠지만, 지금처럼 평화로운 협력의 질서를 원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이제 동북아에도 새로운 통합의 질서를 구축해나가야 합니다. 누구는 우리 편이고 누구는 아니라는 가정, 우리 편을 지원해서 다른 쪽을 견제한다는 가정, 이 마음속의 경계선을 지워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o 북미관계 정상화 진지하게 검토해야

귀빈 여러분,

북핵문제는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들어섰고, 어려움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북한과 대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왔습니다.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 동참의사를 기회 있을 때마다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르는 데 무엇보다 미국의 역할이 컸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해 온 미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미국의 결단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동북아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미관계 정상화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 핵무기 비확산문제이지만 그 기저에는 냉전에서 비롯된 적대적 불신관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북핵폐기로 한반도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은 물론 동북아가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각계 지도자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한미동맹은 현재도 공고하고 미래에도 공고할 것입니다. 한미 양국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다시 한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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