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솜, ‘이미지 시’ 장르 개척하는 권태철 시인의 ‘아라베스크-깃발’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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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솜
2015-12-07 11:26
서울--(뉴스와이어)--이미지 시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시인 권태철이 <아라베스크>, <아라베스크-四季>에 이어 깃발을 보며 떠오른 184개의 이미지를 아라베스크 형식으로 엮은 <아라베스크-깃발>을 도서출판 한솜에서 출간하였다.

권태철 시인은 수많은 무늬로 엮어가는 하나의 거대 조합인 아라베스크 연작을 4년에 한 권씩 발표하고 있다. 세 번째 발표하는 이번 그의 시집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집 자체가 하나의 시이고 하나의 논리인 형태를 하고 있다. 또한 각 단락으로도 완결된 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시집은 ‘닫힌방-반고-열린방’으로 이어지는 소나타 형식을 하고 있다. 이는 ‘땅-깃대-깃발’로 이어지는 혹은 ‘땅-나무-이파리’로 이어지는 형상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씨앗은 격자였다. 씨앗에서는 땅의 實과 하늘의 虛가 격자 구조로 만났다. 땅에 박힌 씨앗은 하늘이 들어오는 문이었다. 씨앗을 통해 實과 虛는 서로 엮이며 형상으로 자라났다. 씨앗은 하늘과 땅의 접점이었다. 씨앗은 가교였다. 그리고 요동, 꿈틀. 요동쳤다. 요동치며 뭔가가 뭔가로 불쑥 두드러졌다. 솟았다. 싹, 싹은 맵시 나는 어린 반고 혹은 솟대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요동침이 솟대를 낳고 있었다. [36] (본문 중)

여기도 꽃, 저기도 꽃. 형상이 복제되고 있었다. 복제는 대칭을 낳았고, 대칭은 아름다운 패턴을 낳았다. 세상은 아름다운 무늬가 되고 있었다. 영혼인 듯한 무늬였다. 이곳은 절 혹은 성당처럼 보였다. 절은, 현란한 윤곽과 빛나는 색깔로 주변으로부터 스스로 두드러지고 있었다. 마치 홀로 솟아오른 것 같았다. 솟대 같았다. 여기는 어느덧 솟대요, 성소였다. [137] (본문 중)

위의 내용처럼, 시집은 땅속의 씨앗에서 싹이 트고, 어린 나무에서 어른 나무로 자라나며, 무성한 이파리와 꽃을 피운 후, 다시 땅으로 소멸해 가는 긴 과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집은 총 184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락은 하나의 상황이며, 각 상황은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일종의 정리(theorem)와 같다. 또한 각 단락은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떤 증명 과정과도 같다. 그래서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무늬, 하나의 패턴, 더 나아가 하나의 방정식과 같다. 시집은 그런 작은 184개의 무늬들이 전체로 어우러져 큰 아라베스크의 모양을 이루고 있다.

권태철의 이 특이한 실험은 시의 개념을 재조합하여 독자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던질 것이다. 이미지 시라는 낯선 형식은 읽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어서,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생각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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