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매번 40~50대의 귀성버스를 운행했던 현대중공업은 1990년대 중반 노조와의 단체협약 갱신을 통해 명절 귀향비를 신설하는 조건으로 귀성버스 운행을 폐지했으며, 5~10대씩 운행했던 SK와 현대미포조선도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10여 년 전 이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울산지역 최대 규모인 현대차는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직원복지 차원에서 귀성버스 운행을 매년 계속해왔으나 최근 들어 이용자가 거의 없다시피 해 타 기업들처럼 귀성버스 운행제도를 폐지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번 추석의 경우 현대차에서 귀성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는 고작 71여명, 동승하는 가족들까지 합해도 전체 139명에 불과하다. 이는 울산공장 전체직원의 0.25%에 불과한 극소수 인원이다.
이러한 감소추세에 따라 현대차는 과거 100여대 가까이 운행하던 귀성버스를 지난해이후 5대 정도로 대폭 축소해 운행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에서 귀성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는 매번 1천500명을 넘어 가족까지 모두 4천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탑승했었다.
때문에 귀성버스가 출발하는 날 아침엔 본관건물 앞으로 빽빽이 늘어선 귀성버스들 사이로 손에 손에 선물꾸러미를 챙겨 든 근로자들과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아이들로 북적댔고, 귀성객들을 환송하기 위해 나온 회사 간부사원들이 길게 도열해 정문을 빠져나가는 귀성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풍경은 이후 자동차 보유대수가 급증, 회사의 귀성버스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점차 사라지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체 자동차보유대수는 올 2월 이미 1천500만대를 돌파하였고, 승용차보유대수만도 1천만대를 넘어선 상태다. 이는 10년 전에 비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기업체 근로자들의 귀성버스가 사라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대차 직원들의 경우는 기혼자 전원이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자동차 보급율이 특히 높아 자가용을 이용한 귀성객이 급격히 늘었다. 때문에 현재 귀성버스를 이용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자가용을 갖고 있지 않은 신입사원들이었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얘기다.
아울러 울산지역의 경우는 동대구역을 경유해 환승이 가능한 고속철(KTX)이 지난해 4월부터 하루 6편씩 운행함에 따라 철도를 이용한 귀성객도 그만큼 늘었을 것으로 분석되며, 중앙고속도로 등 강원도 산간내륙으로 가는 교통편이 잘 발달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귀성버스 이용률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고향을 찾는 근로자들의 선물 구매방법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선물을 사두었다가 손에손에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는 게 보통이었으나, 요즘은 고향집에 택배로 발송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는 그 동안 매년 설과 추석에 전 임직원들에게 명절선물을 지급해왔는데, 회사에서 직접 나누어주던 선물을 수년 전부터는 원하는 주소지로 일괄 택배 발송함으로써 힘들게 선물을 가져가던 모습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더구나 2003년부터는 선물구매과정마저 자사전용 인터넷 쇼핑몰(http://gift.hmc.co.kr)을 통해 운영함으로써 과거 몇 가지로 한정될 수밖에 없던 선물 품목도 수백가지로 다양화시켰고, 선물 배송도 쇼핑몰에서 처리함으로써 과거 직원들이 겪던 불편함을 말끔히 해소시켰다.
근로자들의 명절 귀성풍속 변화에는 인터넷과 핸드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은 바야흐로 ‘1인 1 핸드폰시대’라 할만큼 통신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발달돼있다. 때문에 귀성객들은 핸드폰을 이용해 시시각각 전국 고속도로의 정체구간을 확인해가며 귀성전쟁이 벌어지는 정체도로를 피해 다니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하고, 시간에 쫓겨 해결하지 못한 은행출금이나 공과금납부도 핸드폰 뱅크(BANK) 기능을 활용해 달리는 차 안에서 손쉽게 해결하기도 한다.
산업발전에 따른 경제적 여유와 문화적 혜택이 이처럼 명절을 맞은 기업체 근로자들의 귀성풍속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끝>
사진설명
10년 전인 90년대 중반 추석 때 현대차 울산공장의 귀성버스 출발모습. 당시만 해도 현대차가 운행한 귀성버스는 전국 40여개 노선에 90~100대에 이를 정도로 많아 이용자만도 4천명을 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이번 추석엔 이용자가 139명으로 급감해 17일 출발한 운행대수는 5대에 불과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기업체 근로자들의 귀성풍경도 자동차 보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크게 변하고 말았다.
현대자동차 개요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초로 독자 모델 포니를 개발하며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세계 200여 개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글로벌 생산기지를 건설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차를 출시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해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선도적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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