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모니터 주제 :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 1차 발표에 대한 신문 보도
◎모니터 기간 : 2005년 8월 29일~2005년 9월 1일
◎모니터 대상 :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 들어가며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 한성대총장)와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친일 인사 1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친일인사 명단 발표는 1949년 9월22일 반민특위 해체 이후 최초로 친일 인사 행적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은 1999년 8월의 ‘친일인명사전’ 지지 전국대학교수 1만인 선언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2003년 말에는 16대 국회 예결위에서 기초자료 조사에 책정된 예산 5억원이 삭감되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으나, 한 누리꾼이 인터넷 언론사에 제보한 글이 기폭제가 돼 11일 만에 7억5천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연구소에 전달함으로써 사전편찬 사업이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친일인사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인 편찬위는 29일 친일 인사 1차 명단을 발표하게 됐다.

이번 명단 발표를 놓고 창업주가 친일인사 명단에 포함된 조선·동아·중앙일보는 선정기준에 흠집을 내는가 하면, 더 나아가 ‘역사바로세우기’ 자체를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시키려는 행태를 보였다. 이에 반해 경향·한겨레신문은 명단 발표를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평가해 보수신문들의 보도 태도와 큰 대조를 보였다.

1. 친일인사 명단 발표를 축소 보도한 조선·동아·중앙

이번 명단 발표는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시대적 과업에 단초가 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모니터 대상이 된 다섯 신문들은 전반적으로 충분한 지면할애를 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었다.

동아일보는 30일자 1면과 6면에서 5건의 기사와 9월 1일자 칼럼을 통해 친일인사 명단 발표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명단 발표의 의의와 여파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하지 않고, 발표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는데 골몰했다. 중앙일보는 8월 30일~9월 1일에 걸쳐 사설 1건과 칼럼 1건을 포함해 8건의 기사를 게재하였으나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발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친일인사 명단 발표와 관련해 30일자 4면 기사 <언론인 장지연도 포함 ‘논란’>이라는 단 한 건만을 보도함으로써 사안의 쟁점화를 회피했다.

경향신문은 8월 30일에서 1일까지 사설 1건, 칼럼 1건, 기자메모 1건을 포함해 총 8건의 기사를 보도하며 친일인사 명단 발표의 의의와, 발표를 둘러싼 논란을 비교적 균형 있게 보도하였다. 특히 1차 친일 인사 명단 전체를 30일자 6면을 할애해 게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겨레는 30일 사설 1건을 포함 총 7건의 기사를 내보내며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의 행방 후 행적에 대한 분석, 비판에 초점을 맞추었다.

2. 친일인사 명단 발표에 흠집 내기로 일관한 조선·동아·중앙

- 친일인사 명단 발표의 의의와 긍정적 효과에 주목한 경향·한겨레

(1)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 부추기기

조선일보는 30일자 4면 <언론인 장지연도 포함 ‘논란’>에서 친일인사 명단 발표는 적잖은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전제하며 “무엇보다 이들의 행위가 아니라 지위에 따라 ‘당연범’으로 친일을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큰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친일인사 명단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을 부추겼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안병직 서울대 교수, 자유주의연대,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 조선일보사 등 부정적인 의견만을 인용하였다.

동아일보는 30일자 6면 <편협한 사관으로 유권해석... 여론몰이 우려>라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편찬위의 선정 기준을 ‘편협한 사관에 입각한 유권해석으로 성립된 기준’이라며 감정적으로 매도했다. 또한 편찬위원의 선정 기준도 “일부 학자 - 관변단체의 ‘일방적인 선정’”이라고 규정하였다. 급기야 9월 1일자 칼럼 <‘反動’ 가리듯 ‘親日’을 가려서야>에서는 편찬위의 명단 선정 기준에 대해 “그건 마치 6·25전쟁 당시 인공 치하에서 사람이 어떤 사상을 지니고 어떻게 살아 왔느냐보다 오직 ‘출신성분’을 따져 반동 여부를 가리던 옛날을 불길하게 연상시킨다”며 ‘색깔론’ 공세도 마다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30일자 기사 <장지연 선생도 친일?... 선정 기준 논란>을 통해 “이 명단은 실제 친일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제 때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를 규정하고 있어 비판과 반발을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날 기사 <[친일명단 3090명 발표] “일정 직위만으로 친일파 규정 문제”>에서는 공직으로 친일파 여부를 따짐을 “자의적이고 무책임” 하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편찬위가 대상자들을 일제 시대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 인명사전 명단에 포함시킨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편찬위는 △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의원 또는 중의원 의원으로 활동한 자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부의장, 고문, 참의(찬의ㆍ부찬의)로 활동한 자 △고등문관 이상의 관리로 재직한 자와 친일행위가 현저한 일반 관리 △경찰로서 경부 이상으로 재직한 자와 고등계 경찰, 친일행위가 현저한 일반 경찰 △군인으로서 위관급 이상의 장교와 분대장급 이상의 헌병으로 활동한 자, 친일행위가 현저한 일반 군인 △판사ㆍ검사로 재직한 자와 친일행위가 현저한 일반 사법 관리 등 명단 선정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편찬위의 윤경로 위원장은 “친일에도 ‘적극적 친일’, ‘소극적 친일’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는 관료로서 상당한 직위까지 간 사람을 주요하게 봤다. 면서기 등 ‘생계형 친일’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래서 당초 1만5000여명까지 될 것으로 봤던 명단이 3000명까지 줄었다”고 했으며 박찬승 부위원장은 친일의 자발성 여부와 관련해 “단체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거나 좌담 강연에 반복적으로 참여한 경우는 자발적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즉, ‘소극적 친일’과 ‘적극적 친일’을 구분하고, ‘적극적 친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일정 직급 이상을 명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무조건 친일 인명사전에 올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30일자 3면 <국권침탈, 통치 참여 큰 잣대. 분야별로 직위,적극성 감안>을 통해 선정 기준을 상세히 보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일관된 기준과 함께 분야별 특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박찬승 편찬위 부위원장의 말을 인용하여 지위에 근거한 선정 기준의 불가피성과 더불어 ‘분야별 특성’도 감안했음을 보도해 보수신문의 논란 부추기기와 대조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31일자 9면 <‘선독립 후친일’은 서훈, “유공자 선정 일관성 없다”>에서 새로운 쟁점을 제시하였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9일 발표한 친일인사 3,090명의 명단에는 독립유공자로 평가돼 건국훈장을 받은 ‘선(先)독립 후(後)친일’ 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히며 “하지만 일제의 작위를 뿌리치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선친일 후독립’ 인사의 상당수는 독립유공자로조차도 인정되지 않아 유공자 선정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명확한 친일 인사 선정 기준의 부재로 친일 인사가 독립유공자로 둔갑해 버린 현실을 비판하고, 이번 기회에 납득할 수 있는 친일 인사와 독립유공자의 선정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 ‘종합 평가’ 운운하며 친일행위 두둔

동아일보는 30일자 6면 <“장지연 생애 전체 봐야... 친일 아니다” “인촌 공과 종합평가 없이 편파적 재단”>에서 장지연과 김성수의 사례를 들어 현재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재단’으로 과거의 인물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장지연의 경우에는 “위암이 한일강제합방 이후 과거보다 일제에 적극 반대하지 않은 등 시국관이 변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생애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친일파로 변절했다고 볼 수 없다”는 한국외대 정진석 교수의 견해를 소개했고, 김성수는 인촌기념회가 성명을 통해 “인촌 김성수는 일제강점기에 교육, 언론, 산업에서 민족의 독립역량을 키웠고”, “국내외 독립운동가에게 비밀 자금을 제공하였다”는 주장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이어 “공과에 대한 종합평가 없이 편파적으로 재단된 친일 분류는 객관적이라 할 수 없다”며 편찬위의 선정 과정을 ‘편파적’인 것인양 몰았다. 또한 9월 1일자 칼럼 <‘反動’ 가리듯 ‘親日’을 가려서야>에서는 “정보 수사기관이 아닌 한 민간 연구소가 현재도 아닌 60년 전, 100년 전 인물들의 친일 행적을 조사하고 발표하겠다니 그건 처음부터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사명)’일 수밖에 없다”고 비꼬는 한편 “일제강점기를 직접 체험한 세대에도 쉽지 않은 과거사 정리를 다만 얻어들은 얘기와 불확실한 기록에 의지해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라며 편찬위의 친일 인사 선정 작업을 주먹구구식의 작업으로 폄훼하였다.

중앙일보는 30일자 사설 <친일명단 발표 문제 있다>에서 “한때 독립투사가, 항일의 날카로운 필봉을 세웠던 지식인이 부일 협력자로 돌아선 까닭을 그 시절을 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 인물을 평가하는 것을 경계했다. 사설은 또한 “당시 어쩔 수 없이, 혹은 그것이 현실인 줄 알고 처신한 경우도 있었을 것”, “‘역사의 심판’이라는 기준보다는 ‘역사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거나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서, 그 이후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공을 세운 분들” 운운하며 친일행위를 두둔하기까지 했다.

(3) ‘정치적 의도’ 부각해 명단 발표 흠집내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인사 명단 발표가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처럼 몰았다.

조선일보는 30일자 기사 <언론인 장지연도 포함 ‘논란’>에서 친일인명편찬사업은 정부 지원금 8억원과 “친정부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가 모금한 7억5000만원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친일인명편찬사업이 친정부 세력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양 왜곡했다. 또한 친일인명편찬사업은 “지난 5월 31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발족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강만길)의 활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있을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도 ‘친정부 세력’의 정치적 의도를 반영할 것이라는 억측을 폈다.

동아일보는 30일자 6면 <발표 문제점과 파장>에서 이강희 전 한국외대 총장의 발언을 인용 “같은 목적을 위해 민간단체와 위원회에 국민 세금을 수년간 반복적으로 쏟아 붓는 것은 그 순수성에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일보 역시 30일자 칼럼 <‘역사하기’와 ‘역사쓰기’>에서 “이번 ‘발표’는 역사학자들이라는 이들의 ‘운동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우울하고 염려스럽다”며 이번 발표를 정치적 운동의 일환이라고 뒤틀어 인식했다. 또 “그들의 발표는 자료 발굴 과정에서 나온 소산이지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넓고 깊은 역사학적 천착의 결산이 아니”라며 친일 인사 명단발표는 “‘역사하기’를 즐기는 이들의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행위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30일자 사설 <친일인명사전과 친일규명의 당위성>에서 “친일세력이 한국사회의 지배세력, 기득권 세력이었다는 점에서 친일규명은 역사의 문제만은 아니라 당대의 모순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라며 친일 규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즉 친일 진상 규명 작업은 일제 36년의 모순과 광복 이후에도 친일세력이 기득권층으로 재편입한 시대적 모순을 치유하는 중대한 역사적 과업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사설은 친일파가 득세하고 독립지사와 그 후예가 고통스러운 삶을 산 ‘역사의 배반’을 바로 잡는 일에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며 올바른 친일청산은 동시대인의 몫으로 남겨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2004년 2월 9일부터 3월 2일에 걸쳐 <잊혀져가는 독립 유공자들>을 연재하며 독립 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은 국가에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는데 반해, 친일파 본인과 그 후손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의 자리를 점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표명한 바 있다.

한겨레신문도 30일자 사설 <진실 복원만이 역사의 불행을 극복한다>에서 “진실의 복원은 불행한 역사를 치유하는 데 가장 큰 목표가 있다”며 진실 복원은 “진실 왜곡으로 인해 생긴 갈등과 불화를 치유하는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역사 복원은 해원과 미래의 비상을 위한 것임을 확인하자”고 강조했다.

■ 나오며

조선·동아·중앙일보는 창업주가 모두 친일 인명사전 1차 명단에 올라 있다. 이러한 언론들이 이번 친일 인사 명단 발표를 두고 논란을 부추기고 폄훼하기에 급급한 행태는 자기반성은 외면한 채 남 헐뜯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동아·중앙일보는 이번 기회에 지도자급 인사가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된 동학회와 천도교와 같이 참회의 성명을 내는 것이 역사 앞에 떳떳할 것이다.

정리 : 이병규 회원

2005년 9월 2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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