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가 23일 아직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5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우리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실태와 정책과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42개사) 중 81.0%(34개사)가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각종 규제 및 애로요인으로 인해 추진을 포기하거나 유보한 기업도 5개였으며,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예정인 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특히 대한상의가 기존 지주회사 2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18개사)의 66.7%가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애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정책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의 애로요인에 대해서는 비용부담이 38.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절차상애로(27.8%), 채무보증 완전해소(11.1%)순이었다. 또한 전환에 소요된 비용과 관련해서는 33.4%의 기업이 1,000억원 이상 소요되었다고 응답하였으며 특히 1조원 이상 소요되었다는 기업도 16.7%에 달했다.
이와 같이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비용부담이 큰 이유는 현행 제도가 지주회사 전환시 자회사 주식을 50%(상장자회사 30%)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시 최소한 현금만 2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10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시가총액이 큰 자회사를 지주회사에 편입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외국기업들은 지주회사를 설립, 전환하는데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예컨대 스웨덴의 대표적인 지주회사인 Investor AB의 경우 주력자회사는 11개, 비주력자회사는 100여개에 이르며, 에릭슨(5%), Saab(20%), 일렉트로룩스(6%) 등을 매우 낮은 지분율만으로도 각각 자회사로 편입하고 있다.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非자회사나 非손자회사의 주식을 처분토록 강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자회사로 편입할 회사인 경우에도 당장 자회사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모두 매각해야 하며, 계열사 정리는 사업영역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규제현실을 반영해 응답기업의 66.7%는 자회사 외의 타회사 주식보유 금지, 손자회사 설립제한에 따른 사업영역제한 등의 규제를 지주회사 전환 후의 가장 큰 애로라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정부가 지주회사와 관련된 각종의 규제를 풀어 우리 기업들도 선진국 기업들처럼 지주회사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된 동기로는 응답업체의 44.4%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대외이미지 제고’를, 38.9%가 ‘경영효율성 제고’를 꼽았다. 지주회사 전환방식은 회사분할방식이 50.0%로 가장 많았으며 지주회사의 형태는 순수지주회사가 83.3%로 사업지주회사(16.7%)보다 월등히 많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기업지배구조개선이나 경영효율성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 “선진국처럼 자회사지분율요건 등 설립요건과 행위제한 등 각종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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